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64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64화 –
“히익.”
두 시종이 내가 다가오는 걸 보고 새된 소리를 냈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려는 그들을 보며 씩 웃어 주었다.
그들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어머, 반가워라. 아까 귀족 모욕죄에 대해 알려 준 시종들이군.”
“예, 예…….”
그들이 어색하게 웃으며 내 품에 안겨 있는 악시온을 힐끔 보았다.
“아까는 고마웠어. 비신, 미치.”
“하하…….”
“아닙니다.”
비신과 미치가 눈알을 도르륵 굴리며 시선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둘이 눈을 마주쳤다.
작게 속닥대는 모양새가, 내가 설마 그때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겠냐는 말을 주고받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이 몸은 꽤나 귀가 좋다고.
“아 참, 둘이 오해하고 있는 게 있어서 말이야.”
“예……?”
여전히 싱긋 웃고 있는 날 보며 조금 안심한 얼굴이 되었던 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타이밍 좋게 칼이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뒤를 따르는 근위병들과 함께.
“이 아이는 시녀의 아이도 아니고, 내 집사의 아이도 아니야.”
“……!”
“내 아이지.”
“그, 그건…….”
마침내 내가 둘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비신과 미치가 바르르 몸을 떨었다.
그때 마침 내게 다다른 칼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 비신과 미치라는 시종에 대하여 귀족 모욕죄로 고발하였습니다.”
“……!”
“아, 안…….”
칼의 말을 들은 두 시종이 다급한 얼굴로 무어라 변명을 뱉으려 했으나, 나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손뼉을 짝 쳤다.
“어머. 수고했어. 칼. 이 두 사람 덕분에 내가 귀족 모욕죄를 저지른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는지 기억해 낼 수 있었다니까?”
“오호. 그러셨군요.”
칼이 맞장구를 쳤다.
나는 뒤에서 대기하던 근위병들에게 상큼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두 사람 잘 살펴 주시길 바라요.”
“예. 알겠습니다.”
“아, 안 돼-!”
비신과 미치가 근위병에게 붙잡힌 채 새된 비명을 뱉었지만, 그들을 도와줄 사람들은 없었다.
“그럼 저는 이후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겠습니다.”
칼이 다부진 집사의 얼굴을 하고 그들과 함께 사라졌다.
덕분에 나는 악시온과 다시 둘만 남았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에반로아르 영애는 정말…… 여기저기서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군요.”
연회장에 재입장 한 후, 구석에 숨자마자 근위병들을 불러 시종을 처리해 버린 나를 보며 귀족들은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들이 살짝 입을 벌린 채 날 보고 있었다.
단 한 사람, 다자르만 빼고.
‘무슨 일이야?’
그가 저 멀리서 입 모양으로 내게 물어왔다.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휙휙 저어 주었다.
하지만 충분한 답이 되지 않았다는 듯 그가 답답한 얼굴을 하며, 내 쪽으로 발을 떼던 찰나였다.
“에반로아르 영애, 안녕하세요.”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이 연회장에 폭풍을 몰아치게 한 내게 말을 거는 이가 있다니.
용기가 가상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네, 안녕하세요.”
“유명하신 에반로아르 영애를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정말 영광이네요.”
우아하게 인사를 건네 오는 여자는 처음 보는 이였다. 화려한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며 미소 짓고는 있지만, 그 웃음은 비웃음에 가까웠다.
‘이건 또 뭐야?’
신호등 버전 투인가?
놀랍게도 이번에 내게 다가온 여자는 머리카락은 붉은색에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노란색 부채를 들고 있었다.
이것 참.
원작 작가가 신호등에 한이라도 맺혔나 싶었다.
“저도 영광이네요. 그쪽…… 성함은 잘 모르겠지만.”
“……절 모르시나요?”
내가 자신을 모르는 게, 저를 일부러 무시한 거라고 느꼈는지 여자가 눈썹을 찡그렸다.
그녀의 뒤쪽에 마치 추종자처럼 서 있던 영애들도 “어머.” 하며 속닥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신호등 버전 투만큼 용기 있지는 않은지, 내게서 살짝 멀리 있었다.
그때 신호등 버전 투의 최측근임이 분명한 것 같은 어떤 여인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분은 카르린 백작 영애셔요! 어쩜, 제국에서 가장 미인으로 소문난 카르린 백작 영애를 모를 수 있담?”
카르린이 누구인지 알려 주는 동시에 그녀에게 아부하고, 상대인 나는 깔아뭉개다니.
‘화술이 제법인데.’
속으로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며, 대충 고개를 꾸벅했다.
오, 백작 영애셨어? 그럼 에반로아르처럼 한미한 자작가의 영애보다 훨씬 계급이 높으시네.
‘그럼 아까 그 미야랑 비슷하겠네.’
내가 살짝 고개를 숙이기만 하고 별말이 없자, 신호등 버전 투가 살포시 입술을 무는 게 보였다.
난 딱히 어울리고 싶지 않아서 인사만 하고 만 건데. 내 의도를 어떻게 해석한 건지, 그녀가 한층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아이가 에반로아르 영애의 아들이라던데, 맞나요?”
“네, 그런데요.”
얌전히 내 품에 안겨 있는 악시온을 정면으로 마주한 그녀가 살짝 멈칫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알 것 같았다.
‘이런, 젠장. 생각보다 너무 귀엽게 생겼는데?’ 뭐 이런 거 아닐까.
입술이 살짝 씰룩거리는 게, 그런 생각을 한 게 분명했다.
그녀가 재빨리 악시온에게서 시선을 떼더니 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애써 사납게 말했다.
“이…… 이 아이가 아들이라니. 언제 결혼을 하신 거죠? 에반로아르 영애께서 사교계에는 통 발을 들이질 않으셔서, 저희는 몰랐네요.”
아하. 이제 알겠다.
신호등 버전 투도 나에게 무슨 원한이 있나?
그들도 나를 곤란하게 하러 온 게 분명했다.
아니. 기억을 뒤져 봐도 전혀 이 여자에 대한 게 나오지 않는 거로 보아, 원한보다는 그냥 사교계에서 한 건 하려고 온 것일 수도 있겠다.
‘날 조롱해서 주목을 받고, 뭐 그런 걸 원하는 건가.’
연회장의 귀족들이 안 그런 척하고는 있지만, 몰래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는 걸 보니, 가능성이 커 보였다.
다들 날 흉보고 싶겠지.
나는 코끝을 살짝 추어올렸다.
“결혼 안 했는데요?”
“어머.”
신호등 버전 투가 걸려들었다는 듯 씩 웃으며 주황색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실베스타인 자작님도 이 사실을 아시나요?”
음. 내 오라버니께서는 미스터리와 모험에 흠뻑 빠진 상태라 모르고 계시지.
가주의 허락 없이 몰래 애를 만들고, 안식의 장에서 대형 사고를 친 귀족 영애로 만들려는 심산인가.
그녀의 속이 뻔히 보였지만, 딱히 도망치거나 거짓을 꾸며 내어 넘길 생각은 없었다.
“모르죠. 오라…… 버니께서는 악시온이 에반로아르 자작가의 가족이 되기 전에,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라.”
“어머, 어머.”
신호등 버전 투가 눈을 가늘게 뜨며 살짝 내게서 멀어졌다.
저건 분명히 계획된 몸짓이다. 혐오스럽다는 눈빛을 채 지우지 않은 채 어색하게 미소 짓는 저 얼굴이라니.
꽤나 고단수라고 생각하던 바로 그때였다.
“실리아!”
응?
누가 날 여기서 이름으로 부르지? 그것도 여자의 목소리다.
내게 여자 사람 친구는 렛시밖에 없고, 그녀는 지금 입장 준비로 바쁠 텐데.
의아함을 가득 안고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의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여기 있었구나!”
아까 나와 옥신각신하고 결국 엉엉 울음을 보였던 미야였다.
그녀가 초록빛 머리카락을 우아하게 넘기며 내게 다가와 팔짱을 꼈다.
뭐지. 이 엄청난 스킨십은.
평소 여자 사람 친구도 없는 나에게, 이런 스킨십은 조금…….
“어, 어. 미야 영애?”
심장을 콩닥콩닥하게 했다.
“우리 말 놓기로 했잖아. 어머. 다른 분들이 함께 계셔서 그랬구나?”
미야가 실수했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입가를 가리더니, 눈을 찡긋했다.
그러며 내게 들릴 정도로 빠르게 속삭였다.
언제 가져온 건지, 그녀도 부채를 들고 있었다.
“카르린 영애는 하이에나예요. 언제나 사교계에서 제 먹이가 될 이들을 찾아 헤매죠. 같이 있는 이들은 그녀의 추종자들이고요.”
“어…… 네.”
마치 랩을 하듯 속사포로 속삭이는 모습을 보니 한국의 모 힙합 예능이 떠올랐다. 저 정확한 발음과 빠르기라니. 거기다 묘한 리듬까지.
하지만 가장 대단한 건 시작부터 끝까지 웃는 얼굴이라는 것이다.
‘한국에 가면 우승은 그냥 하겠는걸.’
시답잖은 생각하는 사이, 미야는 계속해서 말했다.
“카르린 영애에게 잘못 물려서 사교계 활동을 접은 이들이 한둘이 아니에요. 조심해야 해요.”
“아하…….”
그녀가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나를 돕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진지한 모습을 보니 맞장구를 쳐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카르린인지 뭔지 하는 신호등 버전 투는 딱히 내게 위협이 되지 않는데.
눈을 끔벅이며 서로를 물어뜯기 시작한 두 백작 영애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카르린 영애 아니세요? 실리아와 인사 중이셨군요. 놀라셨겠어요. 누구나 다 영애를 안다고 생각하셨을 텐데, 실리아는 영애를 몰라서.”
“어머……. 두 분이 친구 사이인 줄 몰랐네요. 아, 공통점이 있군요. 두 분을 떠난 남자가 있다는 거?”
“떠나긴요. 우리가 버린 거죠.”
호호.
미야가 부채를 살랑이며 받아치자 카르린이 눈썹을 까딱였다. 미야의 가장 큰 약점인 떠난 약혼자의 이야기를 기껏 꺼냈는데, 그녀가 별 반응이 없어서 놀란 듯했다.
“카트린 영애는 남녀가 헤어지면 그 원인을 여자 쪽으로 돌리는 습성이 있으신가 봐요? 그러면 안 돼요. 그건 여성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습관이라고요.”
아까 나와 싸우며 엉엉 울던 여인은 어디 갔는지, 미야는 제법 똑 부러진 말을 뱉었다.
“저도 과거에 그런 실수를 했지만, 실리아가 깨닫게 해 줬죠.”
과거라고 해 봤자, 한 시간 전이려나…….
그녀의 아련한 눈빛을 보며 나는 괜스레 뻘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