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75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75화 –
다자르가 그렇게 잡혀 들어가고 난 후, 예정되었던 안식의 장이 끝날 때까지 나는 바닐라와 함께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시오오온!”
“꺄아!”
며칠 동안 방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바닐라와 악시온은 아주 행복해 보였다.
바닐라가 짧은 두 팔을 잔뜩 벌려 악시온을 꼬옥 끌어안으며 헤헤 웃었다.
“누나라고 해 바! 웅?”
“우?”
“누나라고 해 바아! 웅? 웅?”
“우우!”
바닐라와 악시온은 연신 해맑게 웃는 얼굴로 나와 소꿉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다자르는 언제 와아?”
“두 밤만 더 자면 올 거예요, 바닐라.”
“우웅…….”
간혹 다자르가 없어 풀이 죽은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금방 돌아올 것처럼 떠난 다자르는 우리가 소꿉놀이에 질려서 마법사 놀이를 하고 여관 놀이를 한 뒤, 시아스터가로 돌아갈 때까지도 돌아오지 못했다.
‘뭐야. 금방 돌아올 것처럼 사라지더니.’
나는 한 손은 바닐라의 손을 잡고, 한 손에는 악시온을 안아 든 채 마차에 올랐다.
다자르가 없으니, 아이들과 다 같이 마차에 타도 자리가 남았다. 칼은 다자르와 함께 타고 왔던 작은 마차를 타고 따라올 예정이었다.
바닐라가 “영차!” 하며 의자에 올라앉고는 두 발을 까딱였다.
“집에 가눙 고야?”
“그래요. 이제 안식의 장도 끝났으니 돌아가야죠?”
“후웅! 왠지 사라미 별로 업서!”
바닐라의 말대로 주변은 한적했다.
분명 황궁에 도착할 때쯤에는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마차로 가득했는데.
“다들 먼저 떠나서 그래요.”
안식의 장이 끝나자마자 귀족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황급히 황궁을 떴다.
“왜애?”
“다들 일이 있나 봐요.”
대충 얼버무리긴 했지만, 실제로 사람이 줄기도 했다.
황궁의 방에만 있어서 몰랐지만, 언뜻 마주치는 귀족들이 하는 말을 듣자 하니 꽤 많은 사람이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고 한다.
귀족들은 분명 황궁 깊숙한 곳에 위치한 지하 감옥에 잡혀 들어간 게 틀림없다고 수군댔다.
그러면서 혹시 자신도 잡혀 들어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얼굴이었다.
더불어, 생각해 보니 사라진 이들의 최근 행보가 수상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어제부터 안 보이는 그 영식, 요새 종말론인가 뭔가 하는 강의를 듣겠다며 매일 저택을 나섰다지?’
‘그 영식의 삼촌이 먼저 종말론에 빠졌다던데?’
종말론이라.
학술의 장에서 우연히 보았던 종말론자의 강연이 생각났다.
그때 은근 그의 말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았지.
‘잡혀간 사람들은 그 사람들인가.’
그럼 그 사람들도 루벤의 추종자들?
나는 무릎에 앉혀 둔 악시온을 꼬옥 끌어안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문득 모로카닐의 말이 떠올랐다.
‘루벤의 추종자…… 일지도 모를 이에게서 그녀를 보호하는 중입니다만.’
다자르가 루벤의 추종자라니.
“말도 안 돼…….”
다자르가 루벤의 추종자일 리는 없었다.
그들에게 악시온은 유용한 ‘도구’라고 했으니, 그랬다면 그가 악시온을 이대로 두고 있을 리 없었다.
‘오히려 숨겨 주었잖아.’
거기까지 생각하던 나는 멈칫했다.
어라.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게 있었다.
‘그렇게 보면, 초월자인 다자르에게 악시온은 큰 위협이 되는 존재이지 않나……?’
마룡의 드래곤 하트를 심장에 박은 아이.
다자르의 말에 따르면 루벤의 추종자들에게 도구가 될 수 있기에, 이 세계의 평화를 생각한다면 제거 대상 1순위였다.
분명 악시온이 마룡의 드래곤 하트를 지니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도 이렇게 말했지.
‘마룡의 심장을 박은 인간 아이라니. 그거, 사살 대상 일 순위야.’
다자르는 루벤의 추종자에게 악시온이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초월자라면, 악시온을 제거해야 함이 옳았다.
하지만 죽일 생각은 없다고 했다.
‘걱정 마. 난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왜요?’
‘그야, 재밌잖아.’
단순히 재미있어서?
“……이상해.”
정말 그런 일차원적인 이유일까.
제거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서, 오히려 보호를 해 주었는데.
확실히 이상하긴 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스쳤다.
‘혹시 다자르는 악시온이 루벤인 걸 이미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는 정말 루벤의 추종자고?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뒷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나조차도 아직 확실히 악시온이 루벤이라고 단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혹시 악시온이 정말로 루벤이라면…….
그리고 다자르가 루벤의 추종자라면.
루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품을 내주고 있었다는 게 된다.
‘하지만 그는 초월자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다시 원점이다.
아니야. 혹시 다자르가 초월자들을 배신한 걸 수도 있지 않나.
예전에 어디서 시아스터가의 핏줄은 마기에 쉬이 먹힐 수 있다고 들었던 것도 같고.
그럼 다자르가 마기에 미친 건가?
“으으. 어떻게 생각하든 나쁜 놈이잖아.”
그저 재미로 사살 대상 1순위인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 초월자나,
루벤일지도 모르는 아이를 몰래 숨기고 있는 변절자이자 루벤의 추종자인 초월자나.
그거나 그거나 나쁜 놈이었다.
내가 머리를 감싸 안고 끙끙거리고 있던 바로 그때.
푸드득!
난데없이 날갯짓 소리가 들리더니, 열린 창문으로 붉은 새가 날아와 마차 창틀 위에 앉았다.
“어……?”
“우웅? 왜 구래애?”
가끔 다자르의 어깨 위에 있는 걸 봤던 그 붉은 새다.
내 놀란 목소리에 바닐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했다. 바닐라 쪽에서는 이 붉은 새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썩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갑자기 나타난 새 때문에 웃어 주진 못했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우우웅…….”
바닐라는 내가 다자르를 걱정한다고 생각한 듯했다. 당차게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걱정 마! 실리아! 내가 지켜주께. 나 다자르보다 쎄!”
그러며 코끝을 쓱 올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알았어요. 바닐라가 있으니 마음이 놓이네요.”
그렇게 답해 주고, 창틀에 앉아 있는 붉은 새를 빤히 바라보았다.
붉은 새는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듯 날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눈이 마주치자 붉은 새는 고개를 휙휙 저어 보였다.
왠지 그 몸짓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네 생각은 틀렸어.’
……새마저 지금 나를 농락하는 건가.
문득 주먹이 우는 느낌이 들었지만, 귀여운 바닐라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래. 틀리면 좋겠다.’
다자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좋을 텐데.
이제껏 나름 미운 정이 든 모양인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바닐라와의 관계도 애매해진다고.
‘혹시 원작에서 다자르가 나오지 않았던 건, 다른 모종의 사건이 있었기 때문일까?’
단순히 바닐라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인 줄 알았는데.
문득 그런 생각도 스쳤지만, 지금 상황에서 명확히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우선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았다.
혹시 모를 상황도 대비해 두고.
* * *
“누니임-!!”
시아스터 가로 돌아왔을 때, 우릴 반긴 것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흑매들이었다.
그들의 앞에 대표처럼 선 레온이 특유의 멍한 눈으로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누님.”
“어…… 네. 다들 여기 이렇게 웬일이에요?”
칼의 손에 바닐라와 악시온을 먼저 들여보내고,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그들을 마주했다.
혹시 다자르가 잡혀 들어간 소식을 접하고 걱정이 되어서 이러는 걸까.
조금 측은해진 마음에 그들을 짠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쓰레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주군에 대한 충심이…….
“이러다 저희 이곳에서 잘리면 어떡하죠? 누님께서도 저희와 같은 고용인이시니, 함께 노동조합을 설립하시죠.”
“그래요! 혹시 시아스터가가 망하더라도, 저희의 고용 안정은 보장해야 합니다!”
“옳소! 옳소!”
……충심 따위, 이들에겐 존재하지 않는구나.
다자르가 붙잡혀 갔다는 소식을 전해 듣긴 한 모양인데. 그 반응이 아주 괘씸하기 이를 데가 없다.
“좋아요. 노동조합에 저도 끼워 주세요.”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오오오! 그렇게 나오실 줄 알았습니다. 우선 대표는 저희 단장인 레온이…….”
그들이 황급히 내민 노동조합 관련 서류에 사인을 쓱쓱 했다.
다자르가 잘못되면, 식량을 개발한 후 받기로 한 보상을 못 받을 수도 있지 않나.
‘그래선 안 되지.’
악시온을 잘, 건강하게, 모자람 없이 키우기 위해서는 역시 돈은 필요했다.
지금이야 생활에 필요한 건 모두 시아스터가에서 해결하고 있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면 들어갈 돈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이로써 노동조합이 완벽해졌다며 환호성을 지르는 흑매들을 뒤로하고 내 방으로 향하려던 찰나였다.
레온이 슥 따라오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주군께서 남기신 말씀은 없으셨습니까?”
“음…….”
별다른 걱정이 담기지 않은 평온한 목소리였지만, 나는 그가 다자르의 안위를 확인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마찬가지로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네. 딱히요. 그냥 집에서 잘 기다리라던데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레온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 흑매들과 사라졌다.
누군가 “좋아! 주군이 오기 전까지 죽어라 마시자!”라고 외치는 거로 보아, 저들끼리 광란의 나날을 보낼 예정인 듯했다.
“……쓰레기들.”
……라고, 나도 모르게 중얼대긴 했지만. 그들이 다자르에게 보내고 있는 신뢰가 절대적이라는 것을 방금 상황을 통해 깨달았다.
‘다자르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네.’
당연히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오리라 생각하는 듯했다.
흑매의 저런 모습을 보니,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도 조금 가벼워졌다.
나도 모르게 그의 귀환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었나 보다.
“아무래도 노동조합으로 투쟁해서 보수를 얻는 것보다는, 그냥 고용주한테 받는 게 마음 편하지?”
어깨를 으쓱이고는, 내 방으로 향했다.
“실리아 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그리고 내 방에 도착하자마자, 칼의 난감한 목소리를 마주했다.
칼은 별관에 마련된 응접실에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
지금 이 와중에 웬 손님이지?
고개를 갸웃하며 응접실로 향한 나는, 오랜만의 얼굴을 마주했다.
“엘스턴!”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마탑주 엘스턴이 미묘한 얼굴을 한 채 손을 들어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영애. 안식의 장은 잘 다녀오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