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One With Genius DNA RAW novel - Chapter 160
159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유행했던 사건은 불과 5년 전이다.
하지만 그 사이 피험자 넷 중에서 둘이 죽었다.
에볼라 때문은 아니다. 국제백신연구소에서 혈청을 뽑았기 때문도 당연히 아니다.
그저 고령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이슨 사무총장이 류영준과 미팅한 후 부하 직원들을 통해 전화를 걸었을 때, 연락이 닿은 사람은 둘뿐이었다.
그마저도 한 명은 혈액 기증을 거부했다.
-끈질기게 설득했는데 그래도 완고하시더군요. 이제 안 한다면서. 강요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니 결국 포기했습니다.
류영준에게 전화를 건 제이슨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혈청을 충분히 뽑으려면 최소한 혈액을 5리터 정도는 모아야 합니다. 저희는 지난번에 20 리터를 가지고도 실패했죠.
“한 번 채혈할 때 얼마씩 뽑나요?
-1회 50 밀리리터를 뽑는 게 백신 개발 연구용으로 표준입니다. 하지만 전에 실험할 땐 일반 헌혈 기준으로 1회 500 밀리리터 정도 까지도 뽑았습니다.
제이슨이 말했다.
-근데 그 만큼 하더라도 지금은 한 달에 한 번씩 뽑을 때 피험자가 한 명이니까 적어도 열 달은 걸리겠는데요.
“너무 오래 걸립니다.”
류영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죠.
제이슨이 답했다.
사실 제이슨이 혼자서 하는 일이라면 열 달 기다려서 채혈했을 것이다.
에볼라는 2014년에 유행한 이후로 그 정도로 심하게 퍼지고 있지는 않으니까.
갑자기 미셀이 류영준에게 에볼라 연구를 요청했다는 게 좀 마음에 걸리지만, 아직까지 국제 보건기구에 보고된 질병 유행 소식은 없다.
하지만 제이슨은 류영준이 그만큼 긴 시간을 기다리지 않으리라는 것도 예측했다.
지난 1년 사이에 닥치는 대로 질병들을 잡아 박살내던 그 무시무시한 기세.
그런 인물이 혈청 하나 구하는 데 열 달씩 소모해야 한다고 하면 속 터져 쓰러질 것이다.
-게다가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제이슨이 말했다.
“하나 더요?”
-마지막 남은 피험자도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아서 채혈을 한 번에 많이 할 수 없습니다.
“…….”
-사실 지금 남은 유일한 피험자가 아니라면, 저희 측에서 헌혈을 하지 마시라고 권고하고 싶을 정도예요.
“그렇게 몸이 안 좋으신데 왜 헌혈을 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돈 때문에요?”
검체를 기증받는 대가로 돈을 주는 것은 연구 윤리적으로 약간 민감한 부분이다.
피험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유인책이지만 금액이 커지면 문제가 생긴다.
물론 그것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국제백신연구소는 비영리 국제공익기구고, 에볼라에서 자연 회복된 피험자 수가 매우 적으니 웬만큼 액수가 커져도 어느 정도는 용인 되는 것이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에볼라 피험자의 헌혈 한 번에 50만 원을 사례비로 지급하고 있었다.
보통 적십자에서 헌혈의 대가로 영화 티켓 정도나 나눠준다는 걸 생각하면 꽤 적지 않은 액수였다.
하지만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었다.
-조현병 임상 때문이에요.
제이슨이 말했다.
***
피험자는 91세 고령의 할아버지였다. 이름은 피막수.
159 센티미터의 키에 44 킬로그램의 매우 왜소한 체격이었다.
적십자에서 헌혈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체중이다.
게다가 나이가 많아 노인성 질병들을 이것저것 달고 있었다. 근육도 상당량 감소해서 걸음도 굉장히 느린 사람이다.
자신의 건강이 나쁘다는 것은 피막수 본인이 가장 잘 알았다.
때문에 국제백신연구소에서 온 연락을 피막수 역시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의 책임자가 류영준으로 변경되었다는 얘길 듣고 마음을 바꿨다.
“내 손주가 조현병이었습니다.”
마침내 류영준을 만나게 된 피막수가 말했다.
“임상시험을 받았나요?”
조현병‘이었다’는 과거형 문장에 류영준이 물었다.
하지만 피막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아……. 그럼 아직 병을 앓고 계신 겁니까?”
“아니요. 죽었습니다.”
“…….”
피막수는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류 박사님 덕을 좀 본 편이요. 에이젠생명 보험에도 가입했고, 진단키트도 쓰고 있고, 당뇨가 있었는데 에이먹을 먹으면서 많이 좋아졌지요.”
“그러셨군요.”
“하지만 내 손주는 운이 나빴습니다. 그 애는 류 박사님이 약을 개발하기 전에 자살해버렸어요.”
“…….”
“류 박사님. 저는 뭐 과학이나 약 같은 건 하나도 모르는 못 배운 늙은입니다. 근데 내 생각에, 이제 앞으로 사람들 죽고 사는 건 류 박사님 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
“류 박사님 일하는 데 필요한 걸 제가 해줄 수 있다면 뭐든 해야지요. 제 몸에 피를 다 뽑아가도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하지만 소량만 받겠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나온 그는 국제백신연구소의 의료진을 만났다.
“10 밀리리터. 채혈 부탁드립니다.”
류영준이 요청했다.
피를 뽑는다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주사를 꽂고 플라스틱 백에 혈액이 똑똑똑 떨어지자 간호사가 잠금장치를 채웠다.
“끝났습니다.”
간호사의 말에 피막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뭐가 벌써 끝이에요?”
“채혈 끝났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가셔도 됩니다.”
플라스틱 백의 혈액은 손가락만한 크기의 멸균 시험관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검체 수송 업체를 통해서 이튿날 에이바이오로 전달됐다.
피막수에겐 안전하지만 실험에 쓰기에는 굉장히 적은 양이다.
“10 밀리리터요?”
제이슨은 얘길 듣고 당황했다.
“류 박사님, 그렇게 하면 실패할 것 같습니다. 피험자가 워낙 고령이라 정량을 채우기 전에 돌아가실 수도 있어요.”
“추가 헌혈은 필요 없습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필요 없다고요?”
“10 밀리리터로 진행하겠습니다.”
“네?”
제이슨이 잘못 들었다는 듯 되물었다.
“그걸로는 항체를 못 뽑아요. 항체 양은 혈액 내에 굉장히 적습니다. 대량의 혈액으로부터 항체를 정제해야 ‘분석 가능할 정도’의 양이 나옵니다.”
제이슨이 안타까운 듯 말했다.
“아닙니다. 혈액 내에는 항체가 충분히 많이 있어요. 문제는 정제 효율이죠.”
“네?”
“1리터에 들어있는 항체를 10 퍼센트만큼 정제하는 것과 100 밀리리터에서 100 퍼센트 정제하는 건 결과적으로 같으니까요.”
“……. 그렇다고 해도 그 정도로 정제 효율을 하루아침에 높이는 게 됩니까?”
“해보겠습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그는 제이슨과 헤어진 후 실험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직접 실험을 할 시간은 없었다.
미셀이 급하게 미팅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에볼라 발병 관련 긴급 미팅이 필요합니다. 콩고로 입국 가능하신 가장 빠른 날짜로 일정을 잡아두겠습니다.
류영준은 항체 정제를 직원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겨우 10 밀리리터밖에 안 되는 중요한 샘플이니까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
로잘린이 짚어준 방법으로 가더라도 몇 번 실험할 양이 안 되기 때문에 가급적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
류영준은 연구자 중에서 실험을 날카롭게 수행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을 물색했다.
‘지금 사내에 생체 물질 정제 전문가들 대부분은 새 프로젝트를 진행할 여유가 없다.’
하지만 마침 폐 오가노이드를 제작하는 데 성공하면서 잠깐 휴식기에 들어간 팀이 있었다.
오가노이드와 인공 장기 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생명창조 팀이다.
물론 그들은 에이젠에 있었을 때도 생체 물질 정제를 메인으로 하는 부서는 아니었다.
‘대신 여러 부서에서 사람들이 몰려온 유배지였지.’
정혜림은 생명창조 부서로 유배오기 전에 생체 물질 정제 팀에 있었다.
그리고 그쪽으로 상당한 실력자다.
“혜림 씨.”
류영준은 생명창조 부서원들을 모아놓고 정혜림을 불렀다.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뿐이다.
이쪽 장비 이용률이 포화상태라서 에이젠 실험실을 써야한다는 것.
“혜림 씨. 혹시 에이젠 제3 연구소의 생체 물질 정제법 개발 부서랑 함께 다시 일해볼 생각 있어요?”
류영준이 물었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정혜림의 표정이 순간 썩어 들어갔다.
“대표님 지시니까 시키면 하죠. 근데 제 의향을 물으시는 거면 전 그 사람들 너무 싫어서…….”
“어떤 사람들인가요?”
뭐 좋게 나왔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정혜림의 이야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정혜림.
그녀는 생체 물질 정제 개발 부서에서 은근슬쩍 터치하며 희롱하던 부장을 받아버리고 부서를 나온 사람이다.
처음에는 실험을 가르쳐주겠다는 명목이었다.
뒤에서 백허그를 하는 것 같은 모양새로 슬쩍 안으면서 정혜림의 양손을 더듬는 것부터 시작했었다.
정혜림이 술 먹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자, 자꾸 회식 자리를 만들면서 불러내고 옆자리에 앉혔다.
그런데 술 먹는 거 좋다는 사람들의 전제 조건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이지 않은가.
정혜림은 부장의 시야에서 빠져나가려고 발악했지만 쉽지 않았다.
부서원들 중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시점부터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저 여우같은 애가 술 마시고 부장한테 꼬리치면서 승진하려고 한다.’는 것.
처음 그걸 들었을 땐 진짜 귀를 의심할 정도로 믿어지지 않았다.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입사 동기 중 하나였다. 정혜림에게 고백했던 다른 팀 직원이다.
앙심을 품고 악담을 퍼뜨린 것이다.
점점 사람이 궁지에 몰리고 스트레스가 극한에 오르면 빡 돌아버리는 법이다.
특히 정혜림 같이 뒤 없는 화끈한 성격이라면.
그녀는 엉덩이를 툭툭 건드리는 부장을 사내 고발하는 정도가 아니라 성추행으로 경찰서에서 고소장을 접수해버렸다.
그러나 결과는?
직원 전원의 일치된 진술로 인해 고소는 기각.
부장은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일주일 근신 처분.
정혜림은 한 달 정직과 생명창조 부서로 전근.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빡쳐서 머리카락 곤두서요.”
정혜림이 말했다.
“저희 팀 부장이 송판섭이라고 하는사람인데. 그 놈이 생체 물질 정제법 개발에 있어서 세계적인 권위자 중 하나였거든요.”
연구소장도 그의 요구사항이면 좀 접어주는 경향이 있었다.
워낙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이 모여 있는 부서니까.
“그래서 저 잘 때도 제3 연구소 반대 방향으로 돌아누워 자잖아요.”
정혜림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렇군요.”
“근데 어떤 일인가요?”
정혜림이 물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항체를 정제하는 일입니다.”
정혜림의 눈이 커졌다.
“표준 혈청 만드는 거요? 그거 몇 년 전에 생체 물질 정제법 개발 부서에서 했던 일이에요. 국제백신연구소가 항체 정제에 연속으로 실패한 끝에 저희한테 의뢰했었어요. 근데 저희도 실패했죠.”
그녀가 말했다.
“그때 제가 그 일을 직접 했었어요. 그 경험으로 미루어보자면, 음, 혈액이 한 50 리터 정도 있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요.”
“10 밀리리터로 할 겁니다.”
“켁!”
정혜림이 기침을 했다.
“10 밀리리터요? 대표님? 10 밀리리터라고요? 거기서 뭐가 나오긴 나오나요?”
“약간 황당한 방법이 되겠지만 가능은 합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정제 효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항체가 자기들끼리 자꾸 테트라머 이상의 응집 구조체를 만들기 때문이에요. 아미노산 서열도 헬릭스 반복 상태가 매우 지저분하고요.”
“얼마나 지저분한데요?”
“헬릭스 20개가 연속으로 나오는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하면 전부 뒤엉켜 있습니다.”
“…….”
정혜림이 착잡한 표정이 됐다.
그런 걸 고작 10 밀리리터에서 백신 개발에 쓸 정도로 생산하겠다고?
류영준이 말했다.
“기존 방법대로면 수득를이 0.001 퍼센트 이하가 될 겁니다. 혈액을 10킬로그램 뜯어야 생체 물질 0.1그램이 나오죠. 하지만 우린 이걸 대량으로 뽑아야 해요.”
“음…….”
정제법 개발 역시 ‘연구’다.
하나의 정답을 찾아내기 위해서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류영준이 설명한 생체 물질은 수백 번 정도로 안 될 것이다.
생체 물질 정제법 개발 부서의 부장인 송판섭이 직접 해도 수천 번은 시도해야 간신히 성공할까 말까하는 난이도였다.
“그 정도로 복잡한 물질이면 솔직히 저도 못할 것 같은데요…….”
정혜림이 자신 없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뇨. 방법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대로 실행만 하시면 돼요. 다만 손을 좀 타는 실험이 될 겁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그래요?”
“제가 정제법을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류영준은 곧장 컴퓨터를 켜고 메일 박스를 연 다음 두두두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타이핑에 막힘이 없었다.
로잘린이 띄워준 걸 보고 받아쓰기하는 것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13,000 rpm centrif니gation 2H. 이후 혈장을 분리하여 HaloLink resin이 binding된 column을 이용해 affinity chromatography로 1 차 정제. 이때 사용하는 버퍼의 조성은 다음을 따를 것 : 1. binding b니ffer : 140mM NaCI, 3mM KCI, 10mM Na2HP04…….
“…….”
그 모습을 옆에서 입을 벌리고 지켜보던 정혜림이 물었다.
“혹시 원래 전공이 생체 물질 정제 쪽이었나요?”
“아뇨. 무슨 소리에요. 전 항암제 쪽이잖아요.”
메일 전송 버튼을 눌렀다.
***
콩고민주공화국에 도착한 류영준은 공항에서 미셀의 안내를 받아 수도 킨샤사로 이동했다.
긴급 미팅 요청을 보고 상황이 심상치 않을 거라 예상했는데 그 예상이 적중했다.
“에볼라가 다시 확산됐나요?”
“그렇습니다.”
미셀이 말했다.
“심각한가요?”
“그건 아닙니다. 근데 미팅을 급히 요청드린 이유는 감염지가 좀 이상해서입니다.”
“감염지요? 땅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그리고 제가 알기로 그런 건 에볼라의 특성이 아닙니다. 하지만 인근에서 감염된 박쥐 등의 동물들은 전부 에볼라 증상이었어요.”
미셀이 말했다.
“왜 그런 거죠?”
류영준이 물었다.
미셀을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도 모릅니다. 류 박사님. 다만 제가 아는 것은.”
그녀가 침을 삼켰다.
“감염 지역의 토지를 오염시켜 지속적인 유행을 일으키는 병증은 탄저균의 성질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