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24
정성공이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든, 조정은 반란군인 서군과 타협하는 것을 선택하였고 그 결과가 바로 나타났다.
“빌어먹을, 역적 놈들을 그냥 보내야 한다니.”
서군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은 채, 장강 이남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다.
이미 많은 이들이 저 배를 탄 채 전장에서 이탈하였다.
지금 정성공의 눈에 보이는 서군들도 곧 전장에서 이탈하여 자신들의 본거지로 돌아갈 것이다.
“조금만 인내하십시오.”
“인내하면? 과연 저들을 응징할 수 있을 거라 보느냐?”
“청과도 강화 협상을 하여 전쟁을 멈춘다면 조정에서도 군사를 몰아 저들을 응징하려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말입니다.”
부관인 양영의 주장은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었다.
그리고 아마 융무제의 생각도 이와 같을 가능성이 컸다.
외부의 적과 내부의 적, 이렇게 두 개의 적을 상대해야 할 때, 가장 먼저 상대해야 할 적은 내부의 적이었다.
청나라는 외부의 적이었고 이정국이 이끄는 서군은 내부의 적이었으니 당연히 우선순위는 서군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성공은 이런 양영의 주장에 코웃음 치며 말하였다.
“우리가 저 역적 놈들을 응징하는 것을 요한이 가만히 구경만 할 거라고 생각하느냐?”
이제 남명의 위정자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명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패배하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요한이란 사실을.
정성공이야 진즉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요한을 견제하려고 하였었다.
요한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진 지금은 당연히 정성공의 우려도 더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요한이라면 역적들이 세울 나라를 뒤에서 지원해 줄 것이다. 그는 우리가 약해지는 것을 바라고 있으니까.”
“······.”
실제로 요한은 그런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대서국을 지원하여 남명을 두 개의 나라로 쪼개려는 생각을.
다만 정성공이 알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융무제가 엄청난 보상을 약속하고 요한을 회유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융무제가 약속한 보상은 어디까지나 청나라와의 강화 협상을 중재해 줬을 때 받는 보상이었다.
하지만 남명으로부터 받은 이권이 워낙 많아졌기에 요한으로선 남명의 국체가 유지되는 것을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즉, 서군의 반란을 무작정 지원하지는 않을 거란 의미였다.
다만 정성공은 이 사실을 모르기에 융무제의 대응을 실망스럽게 생각하였다.
물론 요한과 어떤 거래를 했는지 안다고 해도 실망하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
정성공이 그렇게 분통을 터뜨리고 있을 때, 북벌군 병사들은 마치 전쟁이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긴장이 풀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난 건가?”
“그렇지 않겠습니까? 달단 놈들과도 강화 협상을 한다고 하니 말입니다.”
“빌어먹을. 이럴 거면 전쟁을 왜 시작한 거야?”
“이게 다 윗놈들이 무능해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몇몇 병사들만이 그런 불만을 가질 뿐, 대부분의 병사는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었다.
서군이 장강 이남으로 철수하였고 청나라와도 강화 협상을 시작하고 있으니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회안성에 주둔하던 북벌군 병력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나라와도 강화 협상이 시작된 상황이었기에 회안성 수비군은 잔뜩 방심하고 있었다.
참고로 회안성은 남명이 얻은 영토 중에서 가장 최북단에 위치한 요새였다.
이 회안성의 가치는 대단하였는데, 회안성이 뚫리면 그대로 양주까지 뚫리는 구조였다.
주변 지리가 평탄하였고 오직 회안성이 있는 곳만 약간의 구릉지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북벌군으로선 회안성을 반드시 사수해야 했다.
“돌겨어어억!”
그리고 청나라 역시 이런 회안성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청나라는 평화 분위기를 연출하다가 기습적으로 공성전을 시도하였다.
“뭐, 뭐야?”
“적이다! 성벽을 막아!”
콰아앙!
잔뜩 방심했던 북벌군은 갑자기 시작된 청군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였다.
사실, 방심하지 않았더라도 북벌군의 상태는 청군의 공세를 오래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서군을 상대하느라 북벌군의 정예는 양주로 이동하였고 줄어든 병력으로 청군의 맹렬한 공격을 겪어왔기에 이미 피해가 누적될 대로 누적된 상태였다.
아직 복군은 복귀하기 전이었으니 청군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퇴각하라! 퇴각하라!”
북벌군의 지휘부는 결국 퇴각 명령을 내렸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성 내부의 민간인들까지 소요 사태를 일으켰기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
청나라의 공세를 지휘한 것은 네 명의 보정 대신 중 한 명인 숙사하였다.
그는 공세를 다시 시작하자마자 회안성을 함락한 일을 두고 굉장히 고무된 상태였다.
“하하하! 이것 봐라. 내 말대로 남만(남명) 놈들의 상태가 처참하지 않느냐!”
숙사하가 통쾌한 웃음을 지었다.
몇몇 이들, 그중에서 특히 ‘오보이’라는 자신의 경쟁자가 이번 공세에 상당히 반발심을 드러냈었다.
남명도 남명이지만 청나라 역시 상태가 그리 좋다고 보기 어려웠다.
작년 한 해에만 20만이 넘는 피해를 본 청나라였으니 상태가 좋으면 이상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대두국에서 전쟁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였다.
사실상 청나라의 후원자나 마찬가지인 대두국에서 전쟁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였건만, 이를 들어주는 척하다가 거절하였으니 그들의 반응이 우려될 수밖에 없었다.
“이 기세를 몰아 양주까지 되찾는다!”
“존명!”
하지만 숙사하는 이 모든 것을 개의치 않는지, 그저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팔기 장수들에게 명령을 내릴 뿐이었다.
‘섬 오랑캐 놈들의 말을 듣는다면 저 남만의 땅은 한 뼘도 얻지 못하게 되겠지. 위대한 만주족이 섬 오랑캐의 노예가 될 수는 없다.’
숙사하의 생각은 이러했다.
기습적으로 공세를 시작한 것엔 다 이유가 있었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대두국의 중재를 받아 남명과 강화 협상을 맺었다면 청나라는 장강 이남으로 진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팔기군의 장수들도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자신들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오보이에게 불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중국 전역을 통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쉬운 건, 재정이 부족하여 남정할 수 없는 상황이란 건데···. 역시 정지룡 그놈을 다시 족쳐야 하나? 요즘 대두국과의 교역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는데 말이야.’
대두국뿐만이 아니라, 복건왕인 정지룡에게도 뒤통수를 치려고 생각하던 그에게 누군가가 찾아왔다.
니오호루 가문의 수장이자, 그와 같은 네 명의 보정 대신 중 한 명인 에빌룬이었다.
“표정을 보니 걱정 같은 건 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에빌룬은 숙사하를 찾아와서는 대뜸 그 같이 말하였다.
“걱정할 게 뭐가 있는가? 대승을 거두었는데 말이야.”
“한 번 대승을 거두었다고 전쟁이 끝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대세가 바뀌었어. 기세를 몰아 공세를 이어간다면, 전쟁에서 이기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네.”
자신감 넘치는 숙사하의 모습에 에빌룬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남만을 상대로 이기면 뭘 합니까. 대두국이 개입할 것인데 말입니다. 대두국의 보복은 어떻게 할 겁니까?”
그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요한이었다.
요한의 요구를 거절한 이상, 대두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 전쟁에 개입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개입은 청나라에 절대 이롭지 않을 영향을 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숙사하는 이에 대해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대두국이 지금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지?”
“교역만 막혀도 우리는 상당한 손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그들과의 교역이 막히면 미곡은 어디서 구합니까?”
숙사하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교역이 막힐 일은 없을 것이다. 대두국은 상인의 나라야. 교역이 막히면 상인들이 피해를 보게 될 텐데, 이 같은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교역을 막으려 들지 않을 것이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대두국에게 내줬던 두 도시(등주항과 천진항)의 가치는 천문학적이네. 겨우 이 정도의 갈등 때문에 두 도시를 포기하겠는가?”
두 도시는 사실상 인질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막대한 가치를 지닌 만큼, 도시를 지키기 위해 청나라와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여 숙사하는 대두국의 개입을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그보다 오보이는 어떻던가?”
숙사하는 오히려 대두국보단 오보이의 반응을 걱정하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네 명의 보정 대신 중에 군권을 담당하는 게 오보이였다.
숙사하가 공세를 지휘한 것은 사실상 오보이의 권위를 짓밟는 행위와 다를 게 없었다.
즉, 선전포고한 셈이었다.
당연히 오보이가 어떤 반응을 보여도 이상하지 않았다.
“굉장히 분노한 기색이기는 합니다. 다만, 너무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어서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거 같습니다.”
“하하하하! 그 금수 같은 놈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감히 나를 치지는 않을 것이야. 명분이 없을 테니 말이지.”
에빌룬의 말에 숙사하는 기분 좋게 웃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오보이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
팔기의 장수들이 은연중에 숙사하를 지지하고 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복건왕 같은 상인 놈들이랑 놀아나다 보니 제법 계산적으로 바뀌었군. 예전 같았으면 다짜고짜 군사를 이끌고 나를 공격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숙사하가 그 같은 생각을 하며 입가에 미소를 그릴 때, 에빌룬은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혀를 찼다.
이번 승리로 숙사하의 권력이 오보이보다 강해질 것을 우려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또 다른 보정 대신인 색니가 있었기에 숙사하 정도는 얼마든지 견제할 수 있었다.
애초에 에빌룬은 권력욕이 그리 강한 성격이 아니기도 했고 말이다.
다만 그가 표정을 굳힌 이유는 바로 요한 때문이었다.
‘대두국의 왕을 너무 무시하는군. 지금 남만(남명)이 저런 상황에 부닥친 것이 누구 때문인지 잊기라도 한 것인가?’
에빌룬은 요한의 보복이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그가 아는 요한이라면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청나라에게 어떤 식으로든 응징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
장강 이북의 상황은 마치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라가 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생기고는 했던 춘추 전국시대처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남명의 북벌군이 기세 좋게 북진하였다.
마치 북경까지 점령할 거 같은 기세였다.
그러다 요한에 의해 보급이 막히면서 주춤하더니 갑자기 내분을 겪었다.
이정국이 이끄는 서군이 반란을 일으킨 것인데, 계속 밀려나던 청나라는 남명이 내분을 겪는 상황을 절묘하게 이용하였다.
서군을 상대하느라 정신없는 남명을 향해 맹렬한 공세를 시도하여 남명에 엄청난 피해를 강요하였던 것이다.
이 같은 청나라의 공격과 이정국의 반란에 남명은 사실상 북벌을 이어 나갈 동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었다.
하여 타협을 선택하였는데, 청나라는 남명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가 싶더니 남명이 방심한 틈을 타 다시 공세를 시작하였다.
그러자 남명은 순식간에 양주 이북의 땅을 모조리 상실하였다.
이제 남명에게 남은 장강 이북의 영토는 양주와 그 일대뿐이었다.
“남명의 상태를 보면 오래 버티기 힘들 거 같습니다. 아마 곧 장강 이북의 땅을 포기하고 장강 이남으로 철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과연 청나라가 장강 이북의 영토를 되찾는 것으로 만족하겠습니까?”
두 국가 간의 전쟁 소식은 국무회의에서 거의 매일 언급되었다.
그만큼 대두국은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었다.
오늘 역시 청의 공세 소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요한은 장관들의 대화를 듣다가, 갑자기 헛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리듯 말하였다.
“설마 했더니 청나라가 이렇게 나를 배신 때릴 줄은 몰랐군.”
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분노가 일렁였다.
사실 청나라가 다시 공세를 재개하여 장강 이북의 영토를 되찾는 것 자체는 대세에 큰 영향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어차피 요한이 원하는 그림도 장강을 국경으로 삼아 두 나라의 영토가 나누어지는 것이었으니.
‘문제는 내 위신이 떨어졌다는 거지.’
이미 요한은 남명 황실에 호언장담한 상태였다.
청나라라면 자기 말에 따라 즉각 전쟁을 중단할 것이라는 호언장담을 말이다.
그런데 청나라는 요한의 요구를 따르는 시늉을 하더니 갑자기 뒤통수를 때렸다.
당연히 요한으로선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