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28
청나라는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아직 양주 일대의 남명군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
여전히 장강 이북에 30만에 달하는 남명군이 진주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의 대군이 북경을 노리고 진격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막아야 할 북경의 병력은 8만 명뿐이었다.
이미 청군은 요양 회전에서 동수의 조선군에게 대패를 당한 적이 있었다.
당연히 8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병력을 불러와야 했다.
문제는 청나라에게 그럴 여력이 있느냐였다.
“흑기군이 오고 있다는군. 수만에 달하는 대군이 말이야.”
“뭐? 흑기군? 그놈들까지 온다니, 말도 안 돼!”
“젠장. 조선군이야 그렇다 쳐도, 흑기군은 어떻게 감당해야 하지? 그것도 10만에 가깝다던데.”
“10만이라니. 흑기군을 상대하려면 못해도 두 배의 병력이 필요할 텐데···.”
이런 상황에서 흑기군이 천진항에 상륙했다는 소식까지 퍼졌다.
그리고 이 소식은 청군의 사기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쳤다.
안 그래도 청군이 두려워하는 상대가 흑기군이었다.
그런 흑기군의 병력이 천진항에 상륙했다고 하니 청군이 공포를 느끼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병력의 수가 최소 수만 명에다 어쩌면 10만이 넘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소문이 났기에 더욱더 사기가 떨어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웃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청나라의 최고 권력자 중 한 명이었다.
바로 보정 대신인 오보이였는데, 그가 웃는 이유는 단순하였다.
자신이 ‘거사’를 일으킬 명분이 차곡차곡 만들어지고 있었기에 기뻐했던 것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숙사하, 그놈이 결정적인 패배를 당한다면 그날이 바로 거사를 일으키는 날이 될 것이야.’
물론 오보이가 노리는 대상은 숙사하뿐만이 아니었다.
세 명의 보정 대신이 모두 그를 견제하고 있었다.
한때 친했던 어빌룬 역시 이제는 정적이 된 상태.
하여 오보이는 거사를 일으켜서 이들을 모두 숙청할 생각이었다.
***
카를은 북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후, 대두국으로 이주한 이민자였다.
그가 대두국으로 이주한 이유는 다른 이주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30년 전쟁의 여파로 북독일 지역은 극도로 피폐해졌다.
전쟁이 끝난 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피해를 복구하지 못할 정도였다.
일개 농민이었던 카를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이주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선택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었다.
“아침 식사하세요.”
이른 아침.
잠에서 깬 카를은 아내가 해준 아침 식사를 먹었다.
곡물, 채소, 그리고 생선 요리까지.
다양한 반찬이 그의 입을 즐겁게 하였다.
그는 문득 고향에서 먹던 식사를 떠올렸다.
돌처럼 딱딱한 호밀빵.
오직 그것이 전부였다.
가끔 이상한 냄새의 스튜를 먹기도 했지만, 지금 그가 먹는 식사처럼 다양한 반찬을 먹는 일은 아예 없었다.
“다 드셨으면 이빨 닦으셔야죠.”
“음.”
낯설지만, 이제는 제법 적응이 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카를은 돼지털로 만든 칫솔로 이를 닦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런 칫솔 역시 대두국에 와서 처음 사용하였다.
애초에 대두국이 아니라면 칫솔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설탕만 먹지 않으면 칫솔을 사용하지 않아도 치아가 의외로 건강했으니까.
다만 대두국의 사람이라면 칫솔은 필수였다.
대두국에는 설탕이 워낙 흔했기 때문이었다.
전통적인 중국 요리나 조선 요리에도 설탕이 들어갈 정도였다.
카를도 이런 대두국의 문화가 낯설었지만, 곧바로 적응하였다.
정부에서 모든 것을 지원해 주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글이나 조선어 역시 정부에서 교육해 준 덕에 어느 정도 할 줄 알게 되었다.
“오늘은 일요일이니, 교회에 가시겠네요?”
“교회 간다. 이장도 만난다.”
“이장님을요?”
아내의 질문에 카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장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처음 이장을 봤을 때, 굉장히 젊어 보인다고 생각했었다.
이장은 마을의 촌장이나 다름없었으니, 그로선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단순히 이장이 동양인이라 어려 보이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실제 이장의 나이는 카를보다 몇 살은 더 어렸다.
그의 고향에서 20대 후반의 촌장은 본 적이 없었기에 꽤 놀라웠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이 있었으니, 이장이 외팔이라는 사실이었다.
이장은 상이군인 출신이었고, 전장에서 한쪽 팔을 잃었었다.
팔을 잃었으니 당연히 군에서 전역할 수밖에 없었는데, 군에서는 이런 그에게 여러 선택지를 제시하였다.
대표적으로 선생의 길과 마을 이장의 길이었다.
그리고 이 선택지들은 하나같이 나쁘지 않았다.
학교 선생이든, 마을 이장이든, 모두가 원하는 직업이었으니까.
그래서 카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개 병사 출신조차도 이리 대우를 해주는 나라라니.’
아무런 의미 없이 죽어간 동료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전장에서 누구보다 용감하게 싸웠던 그의 동료들은 그 누구의 인정도 받지 못한 채 씁쓸히 전장에서 퇴장하였다.
물론 카를 본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엄청난 공을 세웠지만, 전혀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는 일개 병사였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의 상관만 공을 인정받은 채 더 높은 곳으로 갔을 뿐이었다.
‘이런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단순하게 군인에 대한 대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카를은 이 나라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 이 나라에 도착했을 때는 불편하게 느껴진 게 상당히 많았었다.
이를테면 고향 사람들과 찢어져서 각각 다른 마을로 가야 한다는 것도 그랬다.
마을이란 곳이 백인보다 동양인이 더 많다는 사실도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다.
가장 불편했던 것은 이곳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밖에 그의 집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다른 사람의 집에 함께 묵어야 한다는 점이나, 교회가 없다는 것.
그리고 마을 회관에서 주기적으로 회의가 열려 보름에 한 번씩은 참석해야 한다는 점도 그를 불편하게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 모든 것에 적응하면서 그는 만족감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일단 마을은 어떤 외부의 위협도 받지 않았다.
카를의 고향에서 있었던 일처럼 영주가 고용한 용병들이 갑자기 약탈하려 든다던가, 산적이 쳐들어온다던가 그런 일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다른 마을을 갈 때 무기를 소지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치안이 안전하였다.
세금에 관해서도 마음에 들었다.
이주민은 3년 혹은 5년이란 시간 동안 세금을 걷지 않았다.
아니, 정부에서는 오히려 온갖 물자를 지원해 주었다.
빌리는 형태도 아니고, 그냥 말 그대로 무상 지원이었다.
카를 역시 생활에 필요한 여러 물품을 지원받았고 거기에 1년 동안 먹을 곡식까지 지원받았다.
새로운 개척 마을이란 이유로 세금도 무려 5년이나 내지 않아도 됐다.
고향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세금을 뜯겼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는 무척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농사를 짓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땅은 이기작이 가능할 정도로 농사가 잘됐다.
심지어 농산물의 가격도 상당한 편이라 수익이 절대 적지 않았다.
겨우 2년 차에 그는 10년 동안 낼 세금보다 더 큰돈을 벌어들였다.
올해는 아마 그보다 큰돈을 벌 거 같았다.
‘사람들도 다 좋다. 나를 이방인 취급하지 않고 따뜻하게 대해주었어.’
이 용미촌이란 이름의 마을에 백인은 겨우 다섯 명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전부 아시아인이었으니, 이방인 취급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어떤 차별도 당한 적이 없었다.
마을의 최고 권력자라 할 수 있는 이장조차 그의 과거를 듣고는 존경을 표해주었다.
이러니 카를로선 이 나라가 좋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한참 상념에 잠겨있던 그는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이내 정신을 차렸다.
참고로 그의 아내도 아시아인이었다.
정확히는 대두국의 주류 민족으로 통하는 세 개의 민족 중 하나인 한족 출신이었다.
조선계 다음으로 입김이 센 이들이 중국계였는데, 그는 아내에게 단 한 번도 무시를 당한 기억이 없었다.
무시하거나 우습게 보는 일은 한 번도 없었고 오히려 그를 남편으로서 무척이나 존중해 주었다.
카를은 당연히 이런 아내가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스럽게 아내를 바라보던 그는 이내 고개를 내렸다.
날씬한 것을 넘어 무척 마른 몸매였던 그녀의 배는 산처럼 부풀어 있었다.
‘나는 비록 후회로 점철된 삶을 살았지만, 내 아이는 다를 것이야. 대두국의 신민으로 태어나 행복한 삶을 살게 되겠지.’
딸이든, 아들이든 그의 자식은 카를이 그토록 바라고 꿈꿔왔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아버지인 카를이 열심히 살아야 할 테지만 말이다.
“과거 회상.”
“아. 옛날에는 어땠을지 궁금하네요. 기회가 되면 옛날이야기를 해주세요.”
“나쁜 놈이었다.”
카를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리 말하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갔다 올게.”
“다녀오세요!”
***
집 밖을 나가자마자 아는 얼굴을 만났다.
그가 ‘리’라고 부르는 20대 청년이었다.
“교회 가세요?”
“간다.”
“저도 같이 가요.”
리는 종교가 없었지만, 마을에 교회가 생긴 뒤로 자주 교회를 방문하였다.
카를도 교회에서 그와 친해졌다.
“저도 강철 형님처럼 벼만 심을 걸 그랬습니다. 괜히 여러 종류의 작물을 심어서 생각보다 적게 이익을 본 거 같아요.”
교회로 향하는 길에 리가 부럽다는 얼굴로 그리 말을 걸었다.
두 사람 모두 직업이 농부였다.
당연히 주로 나누는 대화도 농사에 관련된 것일 수밖에 없었다.
하긴, 마을 회의에서 주로 나오는 주제도 새로운 농사법이나 농작물이 대부분이었다.
“다음 농사 때도 벼를 심으실 거예요?”
“그럴 거다.”
“신문을 보니까, 중국의 전쟁이 곧 끝날 거 같던데요? 전쟁이 끝나면 미곡의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까요?”
농사에 관련된 대화만 한다고 바깥소식에 어두운 것은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바깥소식에 관심이 많았고, 심지어 비싼 돈을 주고 신문을 사서 읽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바깥소식이라는 게, 마을 바깥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나라 바깥의 소식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런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카를은 낯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바로 이웃 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졌는데 이리 여유롭다니.’
고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전쟁의 참화가 언제 자신들을 들이닥칠지 두려워하는 반응이 일반적이었으니까.
그런데 이 마을의 사람들은 이웃 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일을 두고 두려워하거나, 경계심을 갖지 않았다.
돈을 밝히는 몇몇 이들은 오히려 전쟁이 길어지길 바라였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미곡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었고, 농부들은 이득을 보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이 나라가 전쟁에 휘말렸을 때도 이렇게 평화로웠었지.’
옛날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두국이 전쟁을 벌인 것은 지금으로부터 고작 1년 전의 일이었다.
심지어 유럽에서도 강국으로 알려진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와도 전쟁이 벌어질 뻔하였다.
보르네오 섬을 점령한 일을 두고 마찰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 사실에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카를은 이런 그들의 모습이 여전히 적응이 안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꺼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이 나라가 그만큼 안전하다는 증거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