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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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맹세를 받다.
사실 요한의 생각과 달리, 정은봉은 대만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이미 깜짝 놀란 상태였다.
“이곳이 무슨 복주도 아니고 정씨 깃발을 단 상선이 왜 이렇게 많지?”
항구에는 수백 척의 배가 정박해 있었다.
그 중엔 정씨 깃발을 단 배도 많이 보였는데, 그가 처음 요한과 함께 안평을 왔을 때는 보지 못했던 중국의 상선이었다.
물론 중국 상선만 많은 것이 아니었다.
안택선, 관선 등 일본 상선도 많이 보였고, 영국이나 스페인의 것으로 보이는 함선도 십수 척 보였다.
“오히려 전쟁 이전보다 더 번화한 거 같습니다.”
“내 말이. 도대체 장군께서 무슨 일을 벌이신 거지?”
그는 안평(타이오완)이 아직 전쟁의 상처를 다 회복하지 못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복주에서 식량을 가득 싣고 온 것도 요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식량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안평에 오니, 전쟁의 상처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았다.
항구는 멀쩡하게 제 기능을 하고 있었고, 창고나 숙박 시설도 너무나 멀쩡하였다.
불과 몇 달 전에 전쟁을 겪은 도시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저기 색목인 병사들이 보입니다.”
“색목인 병사라고? 화란군이냐?”
“아닙니다. 복장을 보면, 김요한 장군이 이끄는 흑기군 병사들로 보입니다.”
안평의 치안을 관리하는 병사 중 일부는 놀랍게도 한때 이 항구의 주인이었던 네덜란드인이었다.
요한은 항구뿐만이 아니라, 그 항구를 지키던 병사까지 자신의 것으로 삼은 셈이었다.
‘장군의 능력은 보면 볼수록 놀랍게만 느껴지네.’
애초에 어떤 군사적인 지원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 거대한 섬을 점령한 것도 놀랍기 그지없었다.
겨우 200명이라는 얼마 안 되는 군대만 가지고 대만에 상륙한 요한이 몇 달 만에 이 거대한 섬을 장악한 것이다.
그런데 요한은 마치 자신의 재능이 군대를 조련하고 지휘하는 능력만 있는 게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항구를 너무도 완벽하게 다스리고 있었다.
‘저 수많은 상선이 장군께 바칠 세금이 얼마일까? 장군에게는 내가 일본에서 벌어들인 돈이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지겠어.’
***
정은봉이 요새로 가자 요한이 그를 성대하게 맞이하였다.
“드디어 왔구나. 처남!”
“장군, 제가 너무 늦게 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때 잘 왔어. 마침 처남에게 소개하고 싶은 손님들이 잔뜩 와있거든.”
그날 저녁, 요한은 정은봉을 환영하기 위해 연회를 열었다.
연회의 첫 시작은 21세기식 세련된 뷔페였다.
‘이런 식의 식사는 처음인데···.’
이 시대의 사람인 정은봉에게 뷔페는 낯설기 그지없는 문화였다.
하지만 그만큼 신선하였다.
정은봉은 원하는 음식을 자유롭게 뜨고는 자신의 테이블로 돌아갔다.
참고로 음식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였는데, 동양식 음식과 서양식 음식, 그리고 요한이 아는 미래의 음식들도 진열되어 있었다.
‘이 닭고기는 기름으로 튀긴 건가? 이런 자리 아니라면 쉽게 먹기 힘든 요리겠어.’
요한이 개발한 요리 중에는 치킨도 있었는데, 마침 정은봉이 치킨 한 조각을 집어들고 입에 넣었다.
“헉!”
치킨 한 조각을 입에 넣은 정은봉은 곧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입속에서 터져 나온 이색적인 맛에 놀란 것이었다.
“어때, 치킨의 맛이?”
“맛있습니다! 이런 맛은 처음입니다!”
“기본 맛도 맛있지만, 양념이 깃든 치킨이 더 맛있으니까, 그것도 먹어 봐.”
요한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도 치킨을 뜯어 먹기 시작하였다.
물론 맥주와 함께였다.
정은봉은 그런 그를 따라 맥주를 마셔보았다.
맥주는 처음 마셔봤지만,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내가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이 이렇게 많았을 줄이야.’
놀람의 연속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마카오에 머물며 다양한 음식문화를 경험하였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일본을 오가며 더 많은 음식문화를 경험하였었고.
하지만 그리 크지도 않은 안평이란 곳에서 지금껏 먹어보지 못했던 여러 음식을 먹게 되었다.
그것도 상당히 맛있는 음식들을 말이다.
***
식사가 끝난 뒤, 요한은 정은봉을 여러 사람에게 소개해주었다.
“이쪽은 무토 헤이가쿠. 일본에서 온 상인으로 곧 대상인이 될 자니까 친해지면 좋을 거야.”
정은봉은 불과 얼마 전까지 일본에 머물며 많은 상인을 만났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요한은 그런 정은봉보다 인맥이 넓어 보였다.
무토 헤이가쿠를 시작으로 일본의 여러 상인을 소개해주었는데, 그 중엔 거물도 꽤 많았다.
“시랑 제독, 이렇게 다시 보게 되어 대단히 반갑습니다.”
“하하하, 아직도 저를 제독이라고 불러주시는 겁니까?”
“내게 시랑 제독은 영원히 제독이요.”
“영광입니다. 하하.”
“이쪽은 정은봉이란 상인이요. 내 처남이기도 하지.”
“각하의 처남이라 하시니, 잘 모셔야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하겠습니다. 하하.”
요한은 중국의 상인들도 소개해주었는데 놀랍게도 하나같이 쟁쟁한 이들이었다.
정씨 가문에서 한 자리씩 하는 이들이었던 것.
사실 정은봉도 정씨 가문의 일원이기는 하나, 그는 방계에 불과하였다.
정지룡은 형제만 십수 명에 자식도 많아 방계는 제대로 된 취급을 받지 못했다.
반면 정지룡의 부하 중, 능력이 있는 자는 오히려 정지룡의 형제보다 더 윗줄로 취급받았다.
대표적으로 요한이 제독이라 부르는 시랑이 그러했다.
시랑은 젊은 나이에 정지룡의 신임을 받아 20척의 선단을 이끄는 선장이 되었다.
일개 방계에 불과한 정은봉보다 서열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시랑이 정은봉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요한의 처남이란 이유 하나로 말이다.
‘어떻게 이 거만한 자들을 휘어잡으신 걸까?’
상인들을 다스린 방법이야 정은봉도 얼핏 듣기는 했다.
네덜란드가 남기고 간 자산을 바탕으로 상인을 회유했다던가?
하지만 아무리 네덜란드가 남기고 간 자산이 크다 해도 이런 전략이 꼭 통하리란 법은 없었다.
특히 정씨 상단 소속의 상인들은 말이 상인이지, 해적이나 다를 게 없는 자들이었다.
가진 게 많다면 오히려 그게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듯.
그런데도 정씨 상단 소속의 상인들은 요한에게 저자세로 일관하였다.
그럴 만한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압도적인 힘.
즉, 요한에게 압도적인 무력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도대체 장군께서는 얼마나 강한 군대를 소유하고 계신 것일까?’
상인들의 태도를 보면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한에게 다짜고짜 당신의 자랑인 흑기군을 보여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속으로만 궁금해하였는데, 마침 다음 날이 되자 정은봉은 요한이 가진 무력의 실체 일부를 보게 되었다.
요한이 열병식을 열었기 때문이다.
***
안평엔 네덜란드 건축가가 설계한 광장이 있었다.
온통 붉은빛 건축물로 가득한 광장이었는데, 이곳만 보면 마치 유럽에 온 거 같았다.
평소에도 번화했던 이 광장이 오늘은 유독 발 디딜 곳 없을 정도로 번잡하였다.
다만, 특이하게도 대로에는 사람이 없었다.
마치 대로에서 올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보였다.
“각하께서 무슨 구경을 시켜줄지 궁금하네.”
“그냥 폭죽 같은 거 하지 않으려나?”
“폭죽은 너무 비싸지 않은가.”
“하긴, 안평이 그 정도로 부유하진 않겠지.”
광장에 모인 인파 중에는 상인도 많이 보였다.
그중 거물들의 경우, 광장이 한눈에 보이는 붉은빛 건물에 있었는데 곧 개최될 행사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붉은빛 건물에서 구경하는 이들 중엔 상인이 아닌 자들도 있었다.
요한의 초대를 받아 대만 각지에서 온 여러 부족의 추장들도 있었던 것.
“인구가 이리도 많을 줄이야. 대두국 섭정이란 자가 거느린 세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거 같습니다.”
“글쎄요. 이 많은 인구 중 대부분은 바다 너머에서 온 자들 아닙니까? 섭정의 세력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인데, 첫날에 봤던 요새도 그렇고 어제 연회에서 나온 음식들도 그렇고, 섭정이 만만치 않은 자인 건 분명합니다.”
“설령 그자가 만만치 않은 자라고 해도 우리를 강제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해선 안 됩니다.”
“물론이지요. 화란인(네덜란드인)의 폭정이 끝나고 간신히 되찾은 자유를 잃을 순 없습니다. 그가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힘을 써서라도 막아야 합니다.”
추장들은 요한을 고운 눈으로 보지 않았다.
아무리 요한이 네덜란드를 쫓아냈다고 해도, 그 역시 외부인인 건 똑같았다.
네덜란드가 그랬듯, 언제 그들을 지배하려 들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었기에 더더욱 거부감을 가졌다.
대두국에서 온 아슬라미에의 조카이자 유력한 왕위 계승자로 인정받는 카마찻 말로에 역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저런 자를 섭정으로 임명하다니. 삼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말로에는 요한에게 정치적 위협을 느꼈다.
요한의 현재 직책은 대두국 섭정이었다.
그리고 그의 삼촌은 그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요한을 섭정으로 임명하였다.
섭정 자리도 줬는데 후계자 자리까지 주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실제로 보면 알게 될 거라고? 흠, 전혀 모르겠는데 말이지.’
아슬라미에는 그런 말로에에게 요한을 직접 보면 자신의 결정을 이해할 거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정작 말로에는 요한을 보고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요한이 전사로서 대단한 기량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외형만 따졌을 때, 전사로서의 기량은 대두국에서 가장 강한 전사인 카우종이 더 출중해 보였다.
“온다! 큰 게 온다!”
“와, 저게 흑기군인가?”
“규모가 왜 저렇게 커? 몇천 명은 될 거 같은데?”
그때였다.
갑자기 관중이 소란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말로에와 각 부족의 추장들은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는 알아듣지 못하였지만, 본능에 따라 광장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한 명도 빠짐없이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헉! 저, 저게 다 뭐야?”
“섭정의 군대, 흑기군입니다!”
“저 엄청난 수의 사람이 하나의 군대라고?”
“말도 안 돼!”
부족 추장들은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서로 같은 감정을 공유하였다.
그것은 바로 ‘두려움’이었다.
‘저 많은 숫자의 전사가 우리를 지배하려 한다면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각 부족의 추장들이 흑기군의 규모를 보고 두려움을 느낄 때, 말로에는 다른 것을 보고 두려움을 느꼈다.
병사들이 들고 있는 무기, ‘총’을 본 것이었다.
무려 500.
천 명의 병사 중 절반이나 되는 이가 총을 들고 있었다.
대두국의 사람치고 총의 위력을 모르는 이가 없었기에, 말로에는 흑기군의 열병식을 보고 큰 두려움을 느꼈다.
***
원주민 부족의 추장들은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애써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런 추장들의 반응과 달리, 광장에서는 연신 환호가 터져 나왔다.
“멋있다! 이게 진짜 군대구나!”
“네덜란드군보다 더 강해 보이는데?”
상인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복주에서도 저런 군대는 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저 통일된 발걸음을 보게! 하하, 얼마나 훈련을 해야 저런 군기를 보일 수 있을까?”
“김요한 각하께서 남명의 군대를 지휘한다면 동북의 오랑캐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중국 상인뿐만이 아니었다.
일본 상인, 동남아 상인, 심지어 영국 상인들까지 감탄을 거듭하였다.
“이렇게 조직적으로 잘 훈련된 군대라니. 마치 유럽의 군대를 보는 거 같지 않은가?”
“아니, 이런 군대는 유럽에서도 볼 수 없네. 에드워드. 이 흑기군이란 군대엔 아주 특별한 점이 있거든.”
“특별한 점? 그게 뭔가?”
“바로 다양성일세.”
영국 상인, 에드워드는 병사들의 피부색을 눈여겨보았다.
흑인과 동양인, 거기에 대만 원주민으로 보이는 문신 사내들도 많이 있었다.
유럽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인종이 하나의 군대로 조직된 일이 드물었다.
애초에 다른 인종은 같은 인간으로 취급도 하지 않는 게 백인이었으니.
“저들은 모두 다른 곳에서 왔지만, 하나의 군대로서 훈련되고 있다네. 그리고 저들의 동일한 군복, 행동, 표정은 저들은 하나의 목적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지.”
다른 인종을 하나의 군대로 만드는 포용성.
그 포용성은 실로 엄청난 무기였다.
네덜란드가 아시아에서 이만한 성세를 보이는 것도 바로 그 포용성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네덜란드조차 다른 인종에 대한 차별은 존재하였지만 말이다.
“어쨌든 우리에게도 좋은 거 아니겠어? 그만큼 이 도시가 안전하다는 뜻이니.”
영국의 상인들도 흑기군을 높게 평가하였다.
따지고 보면 흑기군이 보여준 거라고는 행군뿐이었다.
하지만 유럽에서 온 그들은 알았다.
저 통일된 발걸음이 전쟁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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