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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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만나다.
추장들을 배웅한 요한은 여행 준비, 정확히는 복주로 갈 준비를 하였다.
“남명의 상황은 어때?”
“조금 심각한 상황입니다. 제가 복주를 떠날 때 들은 소식인데, 청나라의 이성동이란 장수가 수만의 군대로 국경을 위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명은 어떻게 대비하기로 하였는데?”
“황도주 장군이 1만의 군대로 이성동을 막기로 하였는데,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위기를 봤을 때, 승리는 요원할 것처럼 보입니다.”
요한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1만의 병력을 가지고도 승산이 없다고 하냐.’
그는 억지로 병력을 늘려서 간신히 5천의 병력을 만들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청이고 남명이고 죄다 만 단위의 병력을 아무렇지 않게 동원하였다.
황도주라는 장군이 이끄는 1만의 병력도 남명 전체의 병력이 아닌,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
남명의 영토는 여전히 넓었고 각지를 수비하는 병력만 10만이 넘었으니까.
“이번에도 지면 진짜 복주도 위험한 거 아닌가?”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황도주 장군은 황제 폐하께서 신임하는 장수이니 설령 이기지는 못해도 목숨을 다해 청의 진격을 막아낼 겁니다.”
정은봉은 애써 최악의 상황을 부정하였다.
사실 누구라도 부정하고 싶을 것이다.
청나라의 공격에 수도를 잃게 되는 상황을 말이다.
하지만 요한은 회의적이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미래를 알았다.
청나라가 중국 전역을 일통하는 미래를.
다만 그 시기를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요한은 내심 그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였다.
애초에 정성공이 대만에서 나라를 건설한 것만 떠올려도 당대에 명나라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남명이 당연히 더 오합지졸일 텐데, 숫자라도 많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청나라는 수만의 군사를 이끌고 진격하였으니, 남명은 최소 10만은 동원해야 했다.
그런데 정작 남명이 동원한 군사는 1만.
정은봉이 중국인 특유의 허풍을 섞어서 설명한 것일 수도 있으니 어쩌면 1만이 채 안 될 수도 있었다.
1만이 안 되는 병력으로 청나라의 수만에 달하는 군대를 막아낸다?
설령 요한이 미래를 알지 못했다 해도 승산이 없다고 여길 것이다.
‘이러다 진짜 국경이 뚫리기라도 하면 답이 없는데···.’
이미 너무 많은 땅을 빼앗긴 남명이었다.
여기서 영토를 더 잃는다면 아무리 강남이 부유하다고 해도 더는 버틸 수가 없으리라.
“아마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장군을 찾는 분이 많을 거 같습니다.”
“내 명성이 벌써 복주까지 퍼진 건가?”
“···적어도 높으신 분들은 장군의 명성을 들어보지 않았겠습니까?”
“쯧, 내가 보고 싶은 건 은지뿐인데 말이야.”
정은봉은 요한의 말을 듣고 입을 떡 벌렸다.
너무 노골적인 표현이라 당혹감을 느낀 것이다.
“···그렇습니까?”
“그나저나 요즘 은지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 복주에서 왔으니 소식은 들었을 거 아니야?”
“요즘은 장군께서 지시한 일이라면서, 실력 있는 사기장을 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정은봉뿐만이 아니라, 정은지 역시도 요한과 사업 파트너라고 할 수 있었다.
무려 ‘지분’을 나누기로 한 관계였으니.
뭐 가족이 될 사이고 장인을 구하는 건 전적으로 정은지의 몫이었으니 지분을 조금 나누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했지만 말이다.
‘잘하면 올해 안에 도자기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겠어.’
유럽 상인들이 찾아올 때마다 제대로 된 상품을 소개하지 못해 얼마나 아쉬웠던가.
정은지가 사기장을 구하는 것에 성공했다면 더는 그런 아쉬움을 느끼지 않아도 될 거 같았다.
***
남명의 황제, 융무제.
지금은 황제가 된 융무제지만, 사실 그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
그의 부친은 주기성으로 당왕 주석황의 장자였으나 정작 주석황은 주기성을 매우 싫어하였다.
얼마나 싫어했느냐면 융무제와 그의 부친을 감옥에서 굶겨 죽이려 들 정도였다.
융무제는 이때 감옥에서만 16년을 머물렀다.
마침내 감옥에서 나왔을 때, 그의 부친이 삼촌의 손에 독살을 당하였다.
이때 그는 피의 복수를 맹세하였다.
마침내 3년이 지나 그는 복수에 성공하여 당왕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왕이 된 이후의 그는 더 큰 고난을 겪어야 했다.
명나라 곳곳에서 전쟁과 반란이 일어나는 상황.
그는 숭정제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수천의 병력을 이끌고 반란군 토벌에 나섰다.
오로지 명나라를 구원하기 위한 일념 하나로 말이다.
숭정제는 이런 융무제를 용서하지 않았다.
주체가 일으킨 반란, 정난의 변이라는 역사가 존재하기에 번왕이 군대를 이끌고 번속지를 벗어나는 건 허락되지 않았다.
분노한 숭정제는 융무제를 봉양 감옥에 가두었다.
융무제는 그렇게 명나라가 멸망할 때까지 감옥에 갇혀 지내야 했다.
도합 그는 24년이라는 시간을 감옥에서 보냈다.
남명의 초대 황제, 홍광제가 풀어주지 않았다면 그는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을지도 몰랐다.
이처럼 융무제는 일반 백성과 비교했을 때,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고난과 역경을 감당하였다.
그래서일까?
융무제의 정신력은 대단히 강하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한 모습을 연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융무제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냈다.
그가 드러낸 감정은 바로 비통함이었다.
“···이게 무엇이냐.”
융무제는 괴로운 얼굴로 자신이 유일하게 신뢰하는 환관인 백관수란 자에게 물었다.
사실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지금 그가 든 서신에 모든 내용이 적혀있었으니.
하지만 융무제는 서신의 내용을 믿고 싶지 않았다.
“이신(貳臣) 홍승주가 태사 정지룡에게 보낸 서신입니다.”
“도대체 태사가 왜···.”
홍승주는 한때 명나라의 병부상서였던 자로, 수많은 명나라 장수가 그의 회유에 넘어가 청나라로 귀순하였다.
그는 지금도 직접 군사를 이끌기보단 막후에서 청나라의 대륙 장악을 돕는 전략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바로 그 홍승주가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서신이 융무제의 손에 들려있었다.
명나라 입장에서는 매국노 그 자체인 홍승주와 서신을 주고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남명의 진짜 황제라 불리는 정지룡이었다.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일국의 태사가 적장과 몰래 내통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역모를 저지른 것과 다를 게 없다.”
서신은 그의 두 손에서 떨어져 바닥으로 추락했다.
융무제는 무력한 표정으로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은 고통과 분노, 그리고 배신감으로 뒤섞였다.
하지만 가장 그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폐하! 태사가 역모를 저지른 것을 확신하신다면, 외면하지 마시고 천자로서 흔들림 없는 판결을 내리시옵소서!”
“······!”
그때 백관수가 놀라운 말을 꺼냈다.
정지룡을 벌하라는 이야기를 하였던 것.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융무제가 이내 허탈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태사를 벌하려고 해도, 누가 짐의 말에 따르겠느냐. 이 나라가 누구를 위한 나라인지 정녕 모르는 것이냐?”
백관수는 그런 융무제에게 한 장수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 장수는, 융무제가 잠시 잊고 있던 인물이었다.
***
“와···.”
“이곳이 남명의 수도군! 아주 멋지다!”
요한을 따라온 문신 사내들이 복주를 돌아보며 감탄하였다.
몇 달 동안 안평에서 생활하며 도시는 나름대로 익숙해진 그들이지만, 복주는 또 달랐다.
일단 규모부터 복주가 압도적으로 컸다.
마닐라가 이 시대의 도시치고 상당한 인구를 자랑한다지만, 복주는 그 마닐라의 인구를 가볍게 능가하였다.
얼핏 봐도 10만은 넘어 보였으니.
“복주는 여전히 활기차네.”
하지만 정작 요한은 심드렁한 얼굴이었다.
사실 요한은 내심 실망하고 있었다.
그의 뒤에 무려 수백 명의 흑기군이 뒤따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요한을 바라보는 복주 시민들의 얼굴에는 그저 호기심이나 경계심만 엿보일 뿐, 그를 알아보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대만 정복이라는 엄청난 위업을 달성한 그지만, 복주에선 술자리에서의 안줏거리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다.
“장군,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상단으로 가는 건가?”
“예. 다음 상행을 준비하려면 서둘러야 할 거 같습니다.”
요한은 정은봉에게 무려 3만 냥의 은자를 투자하였다.
기존 투자금인 2만 3천 냥도 재투자하였으니, 총 5만 3천 냥을 그에게 맡겼던 것.
소상인이었던 정은봉에게 5만 3천 냥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자금이었다.
배도 사야 했고 항해사나 선원도 대규모로 고용해야 했으니, 한창 바쁠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병력을 너무 많이 데려왔나? 숙박만 해도 돈이 많이 깨지겠는데?’
이번에 데려온 흑기군 병사는 전부 대만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었다.
그들의 식견을 넓혀주기 위해 복주로 데려온 것인데, 돈을 생각하면 조금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요한은 그런 속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시원하게 숙소를 결정하였다.
물론 정작 그는 따로 숙소를 구하지 않고 정지룡이 준 저택에서 묵기로 하였다.
굳이 집이 있는데 따로 숙소를 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장군, 오랜만에 뵙습니다.”
저택에 도착하니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환관 백관수였다.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폐하께서 장군을 찾으십니다.”
“지금 바로 말입니까?”
“예.”
원래는 짐을 내려놓고 바로 정지룡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정지룡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 정도 예의는 지켜줘야 했다.
하지만 황제가 부르는데 거부할 수는 없는 일.
요한은 속으로 혀를 차며 백관수의 뒤를 따랐다.
‘아직도 나를 잊지 않은 건 고맙긴 한데, 무슨 일이지? 이렇게 급하게 나를 찾다니 말이야.’
복주에서 그 누구도 요한을 반겨주지 않았다.
그런데 남명의 황제인 융무제가 그를 직접 찾아주니 요한은 내심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융무제가 그를 찾는 목적을 알 수 없어 조금 꺼림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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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오느라 고생했다.”
“아닙니다.”
“어떤가? 짐이 장군을 위해 준비한 만찬이네.”
“화려해 보입니다.”
“눈요기가 됐다니 참 다행이군. 맛도 나쁘지 않을 걸세.”
융무제는 그에게 식사를 권하였다.
요한은 내심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떨떠름하였으나, 황실의 요리사가 직접 요리했을 황제의 만찬을 맛있게 먹어주었다.
‘맛은 있네. 조금 기름지긴 하지만 말이야.’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다만 이보다 더한 식사도 해본 경험이 많은 요한이었기에 엄청난 감동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일까?
식사하는 내내 요한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만약 진정한 융무제의 충신이었다면 감격에 젖은 얼굴이 되었을 것이리라.
융무제는 그런 요한의 모습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봤다.
“장군이 이주에서 놀라운 승전보를 거두었다고 들었네.”
“대만입니다.”
“음?”
“섬의 이름을 대만으로 바꿨습니다.”
“···그래? 태사가 지시한 일인가?”
“소장이 점령한 땅이라 소장이 직접 이름을 바꿨습니다.”
요한은 대수롭지 않다는 목소리로 그와 같이 말하였다.
명나라 때야 천하의 모든 땅은 천자의 것이라, 황제의 허락 없이 지역의 이름을 바꾸는 건 용납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명나라는 멸망했고 명나라의 후신 국가인 남명은 사실상 봉건제나 다를 게 없는 국가였다.
작년에는 사진이라 불리는 네 명의 장수가 국토의 절반 이상을 다스렸을 정도였다.
“맞는 말이야. 태사의 도움을 크게 받지 않았는데 지명을 변경하는 것까지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겠지.”
“금전적인 지원을 받긴 했습니다만.”
“그 정도야 태사에게는 큰 도움이 아니지 않은가.”
그거야 맞는 말이다.
근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은 융무제가 그런 말을 하니 요한으로선 떨떠름하기만 할 뿐이었다.
“장군을 부른 이유는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서야.”
“하명하십시오.”
어디서 본 건 있는 요한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물론 남명의 예법에 맞는 행동은 아니었으나 융무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융무제는 감옥 생활만 수십 년을 한 탓에 그 역시 예법에는 문외한이었다.
설령 황실의 예법에 박식하다 해도 허례허식을 따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짐이 가꾸고 있는 장원이 썩어가고 있네. 단 하나의 병든 나무 때문에 장원 전체가 썩어가고 있지.”
“······!”
“정원을 지키기 위해 병든 나무를 없애려고 하는데 장군의 생각은 어떠한가?”
요한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융무제의 얼굴을 바라봤다.
융무제의 얼굴에는 단호한 결의가 엿보였다.
그리고 그 결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요한은 금세 알아차렸다.
‘설마 내 손을 빌려 정지룡을 팽하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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