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ctious Disease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39
238화 어서 오세요. 남양주 (2)
미사대로와 팔당댐이 교차하는 ‘팔당댐 삼거리’.
나와 북극이는 삼거리에 선 채, 팔당댐 출입구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멍하니 바라봤다.
[자전거·오토바이·보행자 통행 금지 – 남양주 경찰서장]단순히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만 걸려 있는 게 아니라, 두꺼운 철문과 바리케이드가 팔당댐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단단히 틀어막고 있었다.
“…….”
아무래도 ‘수도권의 젖줄’이라 불리는 팔당호의 수위를 관리하는 곳이다 보니, 민간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곳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민간인과 공무원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진 시대.
애당초 국가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무너진 상황에서 공적인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그저 살아남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일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나와 북극이가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북극아. 우린 여길 건너야 하는데, 민간인은 출입 금지래.”
헥- 헥- 헥-
댐을 건너가지 못하면, 팔당대교로 되돌아가 강을 건너거나 팔당호를 빙 둘러서 북한강으로 넘어가는 수밖엔 없었다.
“곤란하군. 안 그래도 시간이 많이 지체됐는데……. 그리고, 돌아간다고 해서 그 길이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잖아?”
헥- 헥- 헥-
“오, 북극이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럼 만장일치로 정해졌으니까, 어쩔 수 없이 팔당댐을 넘어가자.”
팔당댐을 넘어가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굳이 이곳에서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다만, 육중한 바리케이드와 두꺼운 철문 너머에 우리를 적대할 존재가 있는지는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
스윽- 스르릉-
사박- 사박- 사박-
허리춤에 차고 있던 마체테를 뽑은 뒤, 조심스레 바리케이드 사이로 몸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다행히 바리케이드와 철문 사이에 있는 초소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박- 사박- 사박-
팔당댐 위로 진입할 수 있는 철문을 향해 다가가는 순간.
[치직- 멈추세요! 이곳은 민간인 출입 금지 구역입니다!]갑작스럽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
일순간, 지금까지도 국가 수원(水源)시설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
고개를 움직여 출입문 근처를 훑어보니, 철문 너머의 가로등 중앙에 CCTV가 설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 관리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철문 중간에 달린 스피커폰이었다.
“실례지만, 팔당댐 위를 지나갈 수 없을까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그냥 팔당댐을 건너가기만 하면 됩니다. 다른 곳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위험해서 그래요…….”
[안 됩니다. 이곳은 민간인 출입이 불가능한 구역입니다. 경고에 불응하실 경우, 발포할 수도 있습니다.]“왜 안됩니까? 그냥 팔당댐을 지나가기만 하겠습니다.”
[이곳은 국가 보안 시설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민간인 출입은 불가능합니다.]“…….”
단순히 팔당댐을 건너가는 것조차 안된다는 말에 슬금슬금 부아가 치밀기 시작했다.
팔당댐 시설 내부에 머물게 해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뭔가를 나눠 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팔당댐 위를 건너가고 싶다는 부탁을 아무 이유 없이 거부하는 것과 민간인에게 총을 쏘겠다고 협박하는 행태가 굉장히 못마땅했다.
재빨리 눈동자를 움직여 주변을 살펴본 결과, 나를 겨누고 있는 총구는 없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철문과 바리케이드가 세워져 있다고는 하나, 군인이나 경찰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초소를 지키는 사람 없이 스피커폰으로만 말하는 것도 상당히 의심스러웠다.
‘블러핑인거 같은데……. 조금만 더 움직여 볼까?’
저벅- 저벅- 저벅-
[정지! 정지! 정지! 조금 더 접근하면, 발포하겠습니다!]“…….”
또다시 울려 퍼지는 경고에 주변을 살펴봤지만, 여전히 나를 노리는 총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이미 실질적 위협이 없는 경고 따위에 속아 넘어갈 만큼 어리숙한 인간이 아니었다.
저벅- 저벅- 저벅-
발포 경고를 무시한 채 또다시 철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 스피커폰에서는 다급한 목소리의 욕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씨……X발! 멈추라고! 총 맞아 뒈지고 싶냐!]“…….”
나는 아무런 대꾸 없이 철문 앞으로 이동한 뒤.
저벅- 저벅- 저벅-
스윽- 슥-
나는 스피커폰에서 나오는 경고를 끝까지 무시한 채, 출입문을 넘었다.
철컹- 철컹- 휘릭- 탁-!
그러자 출입구 우측에 있는 건물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철컥- 끼이이익- 콰앙-!
손에는 총이 아니라 기다란 막대기 끝에 날붙이를 박아 넣은 조악한 창을 든 채로 말이다.
‘예상했던 대로 총은 없군……. 설마 혼자인 건가?’
창을 든 사내는 오랫동안 굶은 모양인지, 보기 불편할 정도로 앙상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입고 있는 복장이나 말투를 보아하니, 팔당댐을 관리하던 관리인 같지가 않았다.
“X발! 뭐……뭐야? 왜 경고를 무시하는 거야? 주……죽고 싶어?”
마치 궁지에 몰린 쥐가 최후의 발악을 하는 듯한 모습.
딱 봐도 내 상대가 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에게 굳이 살갑게 굴 필요도 없었다.
스윽- 슥-
나는 느긋한 동작으로 등에 메고 있던 활과 화살을 꺼낸 뒤.
틱- 구구구구구구국-
화살을 건 시위를 당겨, 앙상한 체구의 사내를 조준했다.
“히……히익……! 화……활……?”
창을 든 사내는 내가 자신보다 사거리가 긴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자, 안 그래도 앙상한 체구가 더욱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당신이 스피커폰으로 얘기하던 사람인가?”
“네……넵, 마……맞습니다.”
“행색을 보아하니, 이곳의 관리자는 아닌 거 같은데……. 당신 뭐야?”
“저……저는 댐 건너편 느……능내리에 살던 사람입니다.”
눈앞에 겨눠진 활 때문인지 앙상한 체구의 사내는 스피커폰 너머에서 얘기하던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말을 더듬었다.
사실 이곳과 관계없는 사람이 이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내 관심 밖이었다.
그저 내가 무력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만 확실하게 인지시킨 후, 팔당댐을 건너가는 동안 허튼 짓거리를 못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 나는 팔당댐을 건너가기만 하면 되니까, 다시 들어가서 일 봐.”
“아……알겠습니다.”
척컥- 끼이익-
앙상한 체구의 사내는 내 손에 든 활을 한 차례 흘겨보고는 자신이 모습을 드러냈던 문 너머로 무기력하게 모습을 감췄다.
저벅- 저벅- 저벅-
철컹- 끼이익-
나는 철문으로 다가가 북극이가 들어올 수 있을 정도의 틈을 만든 뒤, 바리케이드 뒤에 납작 엎드려 있는 북극이를 불렀다.
“북극아, 가자!”
헥- 헥- 헥-
이윽고 내 목소리에 반응한 북극이가 내 뒤로 바짝 따라붙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저벅-
토도독- 토도독- 토독-
북극이와 함께 팔당댐 위로 발걸음을 옮기자, 팔당댐 너머의 팔당호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산과 산 사이에 이렇게 많은 물이 고여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물이 팔당댐 너머에 있었다.
팔당호의 규모에 감탄하며 팔당댐 위를 걷는 사이, 내 옆에서 나란히 걷던 북극이의 걸음걸이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킁- 킁- 킁-
이윽고 두 귀를 쫑긋 세운 채 먼 곳을 향해 코를 킁킁거리는 북극이.
북극이가 보이는 이상한 행동이 의아하여 주변을 돌아보니…….
“……?”
팔당댐 건너편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만, 현재 우리의 위치에서는 팔당댐 건너편에 있는 존재가 생존자인지 감염자인지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가 없었다.
북극이와 나의 위치는 팔당댐의 1/3 정도를 건넌 상황.
‘후……. 지금 와서 팔당댐을 우회하는 건 말이 안 돼……. 이대로 돌파한다.’
그저 맞은편에 보이는 인영이 변종이 아니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저벅- 저벅- 저벅-
토도독- 토독- 토도독-
저벅- 저벅- 저벅-
토도독- 토독- 토도독-
.
.
조금씩 가까워지는 팔당댐 북단.
곧이어 우릴 맞이하는 이는 생존자 셋이었다.
손에는 들고 있는 무기의 구조가 팔당댐 남단에서 마주친 앙상한 체구의 남성이 갖고 있던 것과 비슷한 걸 보니, 이들은 앞서 만났던 생존자의 동료들인 게 분명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팔당댐 남단에서 만났던 남성에 비해 눈앞의 생존자 셋은 상당히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다는 정도.
이윽고 우리 앞을 가로막은 세 사람 중 가장 덩치가 좋은 남성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이, 여기는 민간인 통행 금지라는 말 못 들었어?”
“…….”
“저 아래 비실이가 이리 지나가면 안 된다고 안 알려 주디?”
“…….”
“아니, 이 X끼가…….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
“…….”
언행을 보아하니, 이들 역시 이곳의 관리인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저 이곳에 터를 잡은 떠돌이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덩치 셋을 바라보며 삐딱한 태도로 말했다.
“아……! 그 삐쩍 마른 친구 말하는 건가? 그 친구는 별말 안 하던데?”
“……가? 데……? 이 X끼가 어디서 반말이야? 나이도 어린 X끼가 버릇없게……. 너 지금 우리 셋이 농담 따먹기나 하려고 여기서 널 기다린 줄 알아?”
“아니, 반말은 너희가 먼저 했잖아? 지금 같은 시대에 존댓말이 듣고 싶은가……?”
“후우……. 아니다. 됐다. 곧 있으면 살려 달라고 애걸복걸할 놈한테 신경질 내는 내가 잘못이지……. 얘들아, 저 새끼랑 옆에 있는 개X끼 잡아! 오늘 저녁은 보신탕이다.”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양측에 서 있던 사내 둘이 무기를 돌리거나, 손바닥을 짧게 치는 위협적인 행동을 하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여길 지나가려면 통행세를 내야지! 네 목숨으로 말이야.”
“오랜만에 보신탕 맛 좀 보자!”
저벅- 저벅- 저벅- 휘릭- 휙- 휙-
저벅- 저벅- 저벅- 타악-! 탁-! 탁-!
하지만, 이들의 위협은 내가 겪었던 생사의 고비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나는 앞서 팔당댐 남단에서 했던 것과 같은 여유로운 동작으로 등에 메고 있던 활과 화살을 꺼내 들었다.
스윽- 슥-
그리고는 화살을 건 시위를 당겨, 다가오는 녀석들을 향해 조준했다.
틱- 구구구구구국-!
그러자, 느닷없이 등장한 활과 화살에 놀란 양아치들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
“……!”
아무래도 새로 만든 컴파운드의 크기가 워낙 작았기 때문에 배낭 옆에서 뽑아 들기 전까지는 내가 활을 갖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게 분명했다.
순식간에 고조된 긴장.
아무리 3대 1의 싸움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적게 맞더라도 셋 중 하나는 화살에 맞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운이 나쁘게 치명적인 급소라도 맞으면, 하나뿐인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
물론 녀석들에게는 내가 못 맞출 수도 있다는 경우의 수도 있었지만…….
거리가 워낙 가까운 탓에 빗맞힌다는 경우는 기대할 수도 없는 확률이었다.
“그냥 지나가게 해 주면 안 되냐?”
“…….”
“…….”
앞으로 나선 양아치 둘은 내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뒤에 서 있는 대장의 눈치만 살폈다.
“X랄 났다. X랄 났어! 이 X끼들아! 쪼끄만 활 하나에 쫄아서 X랄들을 한다. 그냥 달려들어 이 X끼들아! 처맞기 싫으면!”
“아……알겠습니다.”
“네……넵.”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의 으름장에 두 양아치 녀석들은 눈빛과 손짓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하면 동시에 덤비자는 사인이었다.
하나.
둘.
셋.
“끄아아앗! 죽어……라……?”
타다닷-! 부우웅-
하지만, 세 번째 박자에 창을 휘두르며 달려든 녀석은 하나뿐이었다.
심지어 달려드는 놈조차 믿었던 동료가 동시에 덤비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반 박자 망설이다가 덤벼든 상황.
‘누가 양아치들 아니랄까 봐…….’
이제는 원만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넘어 버린 셈.
결국, 시위를 잡고 있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티잉- 쇄애애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