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Leveling: Murim RAW novel - Chapter 279
279화 – 외전 14. 복마전(伏魔殿)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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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여지 없이,
서울 헌터 특성화 고등학교는 전국에서 가장 센 고등학교다.
조가치는 그런 헌특고의 학교짱이다.
반대로, 도천하는 그 헌특고의 누구나 인정하는 왕따다.
둘이 부딪힌다면?
후자는 고개를 조아리고 전자는 짓밟는 게, 당연한 거다.
항상 그래왔고 그런 구도는 평생 바뀌지 않을 것이다.
……라고 후자, 왕따, 도천하는 생각해왔다.
그런데…….
“전학생이냐? 졸업할 때 다 돼서 왔으면 그냥 못 본 척하고 가라.”
“내가 왜?”
“뭐?”
“나도 끼워주라. 재미진 것 같은데?”
오늘은 평소와 조금 다른 전개가 펼쳐지고 있었다.
도천하는 눈치를 보며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조가치와 그 일당들, 일명 ‘조가치 패밀리’들은 이미 자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좀 나이 들어 보이는 전학생(?)에게 정신이 팔려 있었다.
헌터 특성화 고등학교는 전학생이 많았다. 오는 사람도 많았고, 가는 사람도 많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말이다.
3학년이라고, 학년말이라고 해서 예외가 있는 건 아니었다.
적응을 못해서, 성장하지 못해서, 무서워서 등등.
도천하 또한 수도 없이 많이 전학을 생각해왔지만, 집안 사정상 자신이 헌터 같은 걸 하지 않으면…… 도저히 집안이 제대로 유지될 수가 없었다.
없는 형편에 빚까지 내서 헌특고 같이 비싼 학교에 보내주신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엔 그런 인내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각성한 능력……이 너무도 보잘것없기도 했고,
조가치 패거리들이 항상 지껄이는 소리에 너무 세뇌급으로 시달리기도 했고.
― 졸업만 하면 인생 끝나냐?
― 헌터 바닥 좁아.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거 알지?
― 너 같은 것들은 평생 우리 발바닥이랑 똥꼬나 핥으면서 살아야 돼.
― 명심해. 바닥 헌터라는 것들은 우리가 흘린 부스러기나 주워 먹는 인생이란 말이야.
틀린 소리가 아니었다.
조가치는 헌터협회의 부협회장인 조두호의 아들이었기에.
조가치가 있는 한 도천하는 제대로 된 헌터 생활을 해나가기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SHAT에 지원할 작정이었다.
헌터판에 몸담고 있는 한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미래를 조금이나마 바꿔보려고.
SHAT의 요원은 헌터지만 헌터가 아닌 공무원이니까.
‘최근에 전학 온 앤가?’
쟤도 SHAT에 지원하려는 건가?
아니, 그런 건 지금 중요하지 않다.
나도 끼워달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설마 자기도 날 때리는 데 껴달라는 건가? 젠장.’
도천하가 침을 꼴딱 삼키며 눈치를 보고 있는데, 자신을 밟아대던 녀석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오며 전학생에게 물었다.
“왜 너도 좀 밟아보게 해달라고?”
조가치의 똘마니 중 서열 3위.
문준호였다.
전국 30대 길드 안에 드는, 절대길드 길드장의 아들.
전학생도 작은 키는 아니었는데, 문준호는 머리 하나가 더 컸다. 게다가 신체강화 계열 각성자인지라 더 위압적이기도 했고.
하지만 뭐가 웃긴지, 전학생은 문준호를 코앞에서 대면하자마자, 고개를 슬쩍 들고 눈을 주시하며 클클거렸다.
“어. 나도 좀 밟아보자, 같이.”
문준호의 광대가 재밌겠다는 듯 껄떡거리자,
도천하는 심장이 덜커덕 내려앉는 것 같았다.
아, 오늘도 편하게 자기는 글렀구나, 싶어서.
그런 도천하의 속도 모른 채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야, 그런 거야 어렵지 않은데, 왜 그렇게 기분 나쁘게 처 쪼개냐? 어?”
착각인가?
“아까 옆동네 섬나라에 잠깐 갔다 왔는데 말이야.”
도천하는 순간 전학생이 자신을 향해 눈을 깜짝한 것처럼 보였다.
“세상 어딜 가든지 비슷한 거 같아서.”
“뭔 개소리야.”
“왜놈들이나 학관 쓰레기들이나.”
“학교 쓰레기?”
학관과 학교는 미묘하게 단어가 달랐지만, 느낌은 흡사했다.
뭔가 농락당한 것처럼 느낀 것인지, 문준호가 시커먼 눈썹을 역팔자로 꺾어들며 물었다.
“이 새끼 봐라? 그 말은 우리가 쓰레기라는 거야?”
“찔리면 뭐…… 쓰레기지.”
“이 새끼가!”
참다못한 문준호가 달려들려는데, 조가치가 그의 어깨를 붙잡고 앞으로 나섰다.
“너, 어느 학교에서 왔어?”
전학생이 가볍게 하품을 하고는 답했다.
“무림대학관.”
무림대학관?
조가치뿐만 아니라, 둘러싼 헌특고 애들이 그게 뭐냐, 어디냐 웅성이다가 결국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자,
“야, 전학생.”
조가치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말했다.
“너, 안 되겠다. 뒤뜰로 따라와라.”
뒤뜰로 따라와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웅성거림이 심해졌다.
헌특고에서 그 말은 ‘한판 붙자’라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헌터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는, 어느 정도의 대결이나 싸움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학교였다.
미래에 헌터세계라는 정글에서 살아가려면 학창시절 드잡이는 좋은 훈련 정도로 여기는 것이었다.
학교에 상설결투장이 설치되어 있을 만큼.
게다가 조가치는 학교짱일 뿐만 아니라, 헌터협회 부회장이자 십덕의 한 명인 조두호의 아들.
녀석의 뒤뜰로 따라오라는 말은 한판 붙자보다는, 한번 제대로 처맞자는 문장의 변형에 불과하였다.
역시 말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전염병 창궐지역에서 최대한 멀어지려는 것처럼 우르르 갈라질 뿐.
도천하만이 ‘이, 이거 아닌데.’, ‘내, 내가 잘못한 건데.’하다가, 조가치 패거리에게 밀쳐질 따름이었다.
전학생은 뒤뜰로 향하는 조가치 패거리를 보다가, 쓰러진 도천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임마.”
“어, 어…….”
엉거주춤 일어난 도천하의 어깨를 툭툭 치며, 전학생(?)이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이러고 살고 있냐?”
도천하가 전학생을 올려다보았다.
“……내 능력을 알아?”
“알지. 아마 이 세상에서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걸?”
“나는, 나는…….”
“됐다. 가면서 생각하자.”
휘적휘적, 걸어가는 전학생의 뒤를 도천하가 쭈뼛쭈뼛하면서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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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생, 너 이름이 뭐야?”
조가치와 일당 열 명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전학생을 에워쌌다. 얼떨결에 따라온 도천하 또한 그 안에 갇혔고 말이다.
“단유성.”
“좋아, 단유성.”
“…….”
“네가 전학 온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나 본데, 우리 아버지가 헌터협회 부회장이다.”
“그게 뭐?”
“알아서 기라고.”
하지만 눈썹 터럭 하나 꿈쩍이지 않는 전학생……이라고 오해받은 단유성.
마치 새끼 고양이들한테서 우리 아빠는 발톱이 졸라게 길거든, 이라는 말을 들은 호랑이처럼.
그에, 오히려 조가치가 눈을 부라리며 이를 드러냈다.
“부모님이 좀 되시나 봐? 어디 한 번 풀어 놔봐. 니네 아빠랑 엄마가 뭐하시는지.”
피식.
단유성이 웃었다. 웃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노새 새끼냐?”
“뭐?”
“노새들이나 자기 부모가 말이라고 자랑하는 법이다. 이 수정란 새끼들아.”
“이 씨발럼이 뒤질라고!”
결국, 옆에 있던 문준호가 참지 못하고 먼저 달려들었다.
신체강화 계열 스킬, Lv. 7 [아이언 스킨]을 쓴 채 득달같이.
전광석화.
고등학생 수준을 한참 넘어선 것 같은 그의 주먹이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빠르게 뻗어 갔다.
그러곤,
퍽! 퍽!
쐐애액-!
전광석화처럼 날아갔다.
어디로?
뒤뜰 모래바닥으로.
콰작!
현대조형물처럼 머리가 아래로 된 채 상반신 전부가 모래에 파묻힌 문준호.
탁탁, 단유성이 가볍게 손바닥을 털었다.
그에 문준호의 앞니도 같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평소에 ‘내 이는 아이언 티쓰다!’라고 자랑하던 이빨 3개가.
“꽃꽂이 좋네.”
조가치뿐만 아니라 모든 조가치 패밀리들이 입을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다음 꽃.”
콱! 콱! 콱! 콱! 콱!
달맞이꽃 열 송이가 헌터 특성화 고등학교 뒤뜰에 피었다.
아주 예쁘게.
“…….”
도천하라는 해바라기 한 송이만이 넋을 잃은 채 단유성을 보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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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소정희는 단유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 경비실에서 단유성이 왔다는 연락을 받아서였다.
“아, 이 아저씨 왜 아직 안 와?”
한 5분쯤 더 기다렸나?
그제야 상담실 문이 열리며 단유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라도 묻었는지 손을 탁탁 털면서.
“아저씨! 왜 이렇게 늦게 와요?”
“그 아저씨 소리는 어떻게 안 되겠냐?”
“그럼 뭐라고 해요?”
“아, 뭐 됐다. 할아버지 아닌 게 어디야.”
훗, 귀엽게 웃는 소정희.
“암튼. 여긴 웬일이에요?”
“동생이 늦게 오는데, 오빠가 돼서 당연히 와봐야지.”
“관심 없어요.”
“뭔 관심?”
“어허~ 이 양반 보소? 나, 학교에서도 따라다니는 애들 넘나 많아서 피곤한 사람이거든요?”
“뭔 헛소리야?”
“나한테 관심 가지지 말라구요. 그거 범죄예요.”
뒤에 낮게 ‘곧, 미자 풀리긴 하지만’이라는 추임새까지.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딱콩.
단유성이 가볍게 소정희의 이마에 딱밤을 먹이고는 히죽 웃었다.
“아얏-. 뭐하는 거예요?”
“아서라고.”
“뭐가요?”
“너 같은 꼬맹이한테 관심 없다.”
“…….”
“그리고 난 임자가 있단다. 좀 먼 데 있지만.”
“흥, 나도 그러니까 상호 그런 걸로 칩시다.”
“그러든지 말든지.”
단유성은 어깨로 그녀의 어깨를 툭 부딪으며 물었다.
“근데 누군데? 너 좋다는 놈이?”
“조가치나, 조가치라거나, 조가치 등등. 아무튼 있어요. 날파리 같은 놈.”
“하하.”
“왜 웃어요?”
“이젠 날파리가 아니라 꽃 정도로 업그레이드됐거든, 그놈.”
“뭔 소리예요?”
“아, 뭐 그런 게 있어.”
“아나!”
그렇게 티격태격대며 걸어가던 둘의 눈에 SHAT의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소정희가 문득 물어왔다.
“아저씨가 보기에 저기 어때요?”
“SHAT?”
“네.”
“관심 있냐?”
“네.”
단유성은 잠시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래북이 놈이 좋아하겠네.”
“네?”
“아주 뛰어‘날’ 녀석 둘이 SHAT 지망이라서.”
‘난’이 아닌 ‘날’이지만.
“둘……이요?”
“아, 뭐 있어. 너 말고 다른 녀석도 하나 더 있거든.”
“…….”
고개를 갸웃하던 소정희가 다시 채근했다.
“암튼, 아저씨가 보기에 SHAT이 어때요?”
“어떻긴. 적혀 있잖아.”
“…….”
“세계로, 미래로, SHAT으로.”
“…….”
“개소리잖아. 그냥 네가 끌리는 대로 하라고. 세계로 가든, 미래로 가든, SHAT으로 가든.”
훗.
소정희는 웃음이 났다.
역시 이 아저씨는 뭔가 달라도 단단히 다르다.
아까 헌터 위클래스의 상담선생님이랑 했던 얘기는 완전 별 필요 없는 얘기였다.
모나 윷이 아닌 도.
생각해보니 그랬다.
모든 윷이든, 도든…… 뒷도든 뭐가 중요할까.
이미 SHAT에 완전 꽂혀버렸는데.
“그런데 말이야.”
단유성을 바라보는 소정희.
“네가 SHAT으로 가는 건 안 말리겠는데, 거기 가든 말든 혹시 안 할래?”
“……뭐, 뭘 안 해요?”
단유성이 은근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그에 잔뜩 움츠러드는 소정희.
왠지 비릿하게 느껴지는 단유성의 미소가 입가에 번져갔고, 둘 사이의 간격이 사라졌다.
“뭐, 뭐예요? 나, 나 아직 주, 준비 안 됐다구요!”
“괜찮아. 고딩이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아니, 이미 많이 늦었지.”
고딩이면 충분히 할 수 있고, 이미 많이 늦었…….
“내 제자.”
엥?
“……네?”
“아, 아니구나.”
“…….”
“정확히 하면, 내 제자 2호.”
무한 레벨업 in 무림
지은이 : 곤붕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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