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89
나 혼자 무한 보급! 189화
무려 7개월 만에 쉘터의 디젤 발 전기가 가동하기 시작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쏟아지는 쉘 터 안에서 매튜가 넥타이를 고쳐 매 고는 물었다.
“즉 물자를 지원해 주시겠다는 겁 니까? 저희들에게?”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최종 시나 리오 클리어를 위해서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민수. 매튜와 장관들의 시선이 슬그머니 그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분위기에 위축되어 안절부절 못하 고 있는 금발 여성.
그 옆에서 세상 다 망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는 흑발 동양인 여성.
그리고 그의 뒤에 미동도 않고 시 립하고 있는 갑옷 여덟 벌.
“아, 제가 사적으로 부리는 기계병 들입니다. ‘게임’ 내 보상으로 얻은 건데…… 불편하시다면 좀 치울까 요‘?” “아, 아닙니다. 그냥 좀 신기해 서……
“표정은 전혀 안 그런데요. 아무튼 치우겠습니다. 기계병들. 나가서 주 변 경계하고 있어.”
[명령을 수행합니다.]고개를 끄덕인 기계병들이 그대로 몸을 돌려 회의실을 나섰다.
움직일 때마다 나직하게 들려오는 모터 돌아가는 소리.
설명에 의하면 무슨 강화복 같은 물건이라고 한다.
긴장된 매튜의 눈동자가 그들의 손 에 들린 시커먼 기관총을 향했다.
‘총이라니……
그것도 그냥 소총 따위가 아니다.
무시무시한 탄띠를 전신에 둘둘 둘 러야 할 정도의 기관총.
아무리 봐도 저렇게 소총 휴대하듯 들고 다닐 수 없는 물건.
어쨌든 간에 정치인인 매튜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무릇 과시란 생물을 막론하고 일어 나는 정치적 행동.
그리고 정치인으로 평생을 늙은 그 가 보기에, 저 과시의 이유 또한 달 리 없었다.
“뭘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 네?”
“어찌 되었든 저 또한 한 나라의 대통령입니다. 선생님께서 저것들을 보여주시는 의도조차 모를 만큼 눈 치가 없지는 않습니다.”
중기관총을 들려준 강화복 입은 로 봇 여덟 기는 호위로 삼기엔 너무 거창하다.
결국, 저것들을 보여주는 목적이란 협박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같은 상황에선 협박이 차라리 반가울 지경이다.
정말로 악의를 품었다면 협박이 아 닌 문답 무용 약탈을 자행했을 터. 그런데도 굳이 내려와서 이렇게 대 면까지 한 채 이야기를 진행하고자 한다는 것은.
“말씀하신 최종 시나리오 클리어를 위해 우리 도움이 필요하고, 저희에 게도 도움을 주실 의향이 있다. 이 거 맞습니까?”
“하.”
역시 대통령쯤 되면 눈치가 다르 다.
흐뭇하게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도움을 약속하신다면 필요로 하는 모든 종류의 장비와 물자 를 필요한 만큼 제공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합중국은 위기의 때에 도움을 준 친구를 절대 저버리 지 않습니다.”
굳게 고개를 끄덕인 매튜가 옆을 향해 눈짓했다.
눈치를 살피던 장관 한 명이 얼른 회의실 탁자 위에 커다란 지도를 펼 쳤다.
한 구석에 시뻘건 기밀 도장이 찍 혀있는 널따란 지도.
사람 한두 명 정도는 이불로 덮어 도 될 크기였다.
매튜의 빼빼 마른 손가락이 그 지 도 한복판을 가리켰다.
“국가적 위기 상황 발생 시에 적용 되는 정부 기능재건 계획이 적혀있 는 지도입니다. 지금 여기가 저희가 있는……
“후버 댐이로군요.”
“그렇습니다. 여러 시나리오가 있 었지만, 현재 적용 가능한 건 이 후 버 댐을 중심으로 한 것 하나뿐입니 다.”
후버 댐을 지나친 그의 손가락이 바로 옆으로 움직였다.
네바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까지.
거침없이 댐 주변 지역들을 단계별 로 가리키며 매튜가 설명을 이어나 갔다.
“후버 댐의 송전 기능을 복구하여 미 남서부에 전력 공급을 활성화하 고, 그렇게 남서부를 시작으로 단계 적으로 미국 전역의 정부 기능을 복 원한다는 계획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진작 미 서부에 한해서는 완전히 복 구되었어야 합니다만……
“후버 댐도 맛이 갔죠?”
“……발전소 터빈의 주요 부품 몇 개가 망실됐습니다. 터빈 자체가 사 라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단시간 내에 복구는 힘듭니다.” ‘게임’ 시작 초기에 사라졌던 거겠군. 하긴 수력발전소까지 셧다운되려면 저런 뒷사정 정도는 있어야지.
고개를 끄덕인 민수가 다음 설명을 재촉했다.
“그 다음은요?”
“저희 쪽에 전기를 다룰 수 있는 플레이어 병사들이 몇 있습니다. 이 를 통해 일부 기초적인 공업 시설을 활성화한 뒤 기술자들을 통해 시설 복구를 시도하고 있습니다만, 솔직 히 말해서 가망이 없습니다.”
“후버 댐만 복구되면 어느 정도 가 능한가요?”
“적어도 한숨 돌릴 정도는 될 겁니 다. 물론 그렇다곤 해도 제법 시간 이 걸릴 테지만요. 정부의 비축유도 모조리 사라진 상황이라 차량 굴릴 방법도 마땅치 않고……
“유류가 필요하시다면 제공해드리 죠.”
재빨리 끼어든 민수의 발언에 매튜 의 말문이 막혔다.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모든 종류 의 지원을 무제한으로 약속해드리겠 습니다. 총기, 탄약, 식량, 건축자재. 이외에도 유류를 사용하지 않는 ‘게 임’ 내의 기갑장비의 지원 또한 가 능합니다.”
“유류를 안 쓰는 기갑장비……!”
“그, 그건 그러니까 전차나 장갑차 “필요하다면 항공기도 지원해드릴 수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시간 이 없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에 최소한의 정부 체계를 복구하고 최종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합니다.”
다행히 미국은 행정부 수반을 포함 한 주요 장관들이 전부 생존했다.
기본적인 체계가 남아 있으니, 지 원만 따라주면 복구도 금방일 것이 다.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천조국이 어디 가지 않는 것이다.
속으로 새삼 혀를 찬 민수가 매튜 를 바라봤다.
“필요한 장비와 물자 리스트를 1시 간 내로 정리해서 보내주십시오. 저 도 여기 오래 있을 생각은 없으니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다른 필요한 거 있나요?”
“……저기. 선생님.”
그 때 슬그머니 눈치를 살피던 구 석의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방금 전부터 입을 꾹 다물고 있던 흑인 여성.
할 말 있으면 해보라는 듯 민수가 그녀를 향해 턱을 까딱였다.
“말씀하시죠.”
“혹시 물자 보급이 완료되면…… 선생님의 전함에 잠깐 신세를 질 수 있겠습니까?”
“제 전함에요?”
“네. 병사들과 기술자들을 뉴욕으 로 보낼 생각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눈이 의욕 으로 번뜩였다.
“동서 간 통신망 복구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성공한 다면 정부 재건도 그만큼 빨라지겠 죠.”
모든 요청 사항은 30분 내로 이행 되었다.
애초에 가만히 서서 손가락만 튕기 면 되는 일이었으니 걸릴 것도 없었 다.
“터, 터빈 복구됐습니다!”
“각 터빈 발전량 양호! 송전 재개 합니다!”
복구된 후버 댐의 터빈이 기운차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전 병력 집합! 지금부터 총기 보 급을 시작한다!”
“잘 들어라!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지급되는 것은 강화복이다! 게임 같 은 데서 너희가 굴리던 캐릭터들이 입고 나오는 그거다!”
“강화복 받고 허튼짓하는 새끼 있 으면 즉시 장비 압수다! 힘 좀 세졌 다고 주먹 함부로 휘두르는 애새끼 는 장비를 받을 자격이 없다!”
대량의 총기류와 탄약, 그리고 마 도기갑 생산 설비가 지원되었으며.
“유류 보급 완료! 가까운 도시부터 차례대로 순찰한다!”
“보급품이 무제한으로 제공되지만, 결코 함부로 낭비하지 마라! 이쪽의 통제를 따르는 이들을 우선하여 순 차적으로 제공한다!”
유류 창고와 인근 소도시의 대형 슈퍼마켓이 보급고로 지정되었다.
그렇기 필요 최소한의 조치가 끝난 후, 민수 일행은 다시금 동쪽으로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대릴 그레이엄 대령입니다. 협조 에 감사드립니다. 미스터 킴.”
“수고하십니다. 그레이엄 대령님. 병력들 탑승은 완료됐습니까?”
“병사들과 기술자, 의료진 포함 총 원 200명 이상 없습니다. 즉시 출발 하셔도 무방합니다.”
같이 뉴욕으로 향하게 된 병사들의 책임자.
대릴 그레이엄 대령은 절도 있는 경례만큼이나 견실한 군인이었다.
듣기로는 이 후버 댐 쉘터의 실질 적인 경비 책임자였다고 했다.
그런 사람을 보내는 것만 해도, 미 정부가 이번 건에 사활을 걸고 있음 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놀랐습니다. 설마 미스 요 한슨께서 뉴욕 시의회 의원님의 따 님이셨다니.”
“본인은 그렇게 부르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지만 말이죠.”
“이해합니다. 가족에게는 여러 사 정이 있는 법이죠. 아무튼, 가시죠. 뉴욕에서도 선생님 일행의 안전을 보장해드리 겠습니 다.”
그렇게 예정이 없던 200여 명의 승객을 태운 채.
다시금 뱃머리를 돌린 순양함이 뉴 욕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썰렁하기만 하던 배에 그래도 사람 이 늘어나니 적적함이 가시는 기분 이었다.
그렇게 병사들을 태운 순양함이 한 껏 속도를 높이길 잠시.
이윽고 함교 유리의 구름 너머로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랜만이네요.”
“그러네요.”
엘레나의 중얼거림에 심드렁하게 대답한 민수가 다가오는 뉴욕을 바 라봤다.
구름 너머의 뉴욕은 마지막으로 봤 던 때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기껏해야 특이한 점을 꼽자면 무너 진 자유의 여신상 정도.
세계의 수도는 그 명성만큼이나 쉽 사리 망가지지 않았다.
“설마 이런 식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엘레나는 어때요?”
“잘 모르겠다…… 고 하면 무책임 할까요?”
“무책임하죠. 당연히.”
단호하게 고개를 젓자 엘레나의 눈 이 복잡하게 흐려졌다.
함교의 유리 위에 올려놓은 그녀의 가느다란 손이 오그라들 듯 쥐어졌 다.
“……막상 다가오니 조금 기분이 그러네요.”
“어머님 때문인가요?”
“그렇죠. 아마도 살아계실 거라고 생각하지만……
딸인 자신이 생각해도 참 지독하고 끈질긴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죽었을 리는 없겠고, 설령 뭔가 잘 못됐다고 해도 살아는 있겠지.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한들 그녀의 얼굴을 볼 엄두가 나질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니, 만나 서 인사는 나눌 수 있을지. 그럴 수 있다면 얼굴 안 보는 게 최선이긴 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사람들만 내려놓고 돌아가는 걸로 할까요? 어차피 민수도 할 일 많을 테니까……
“그러고 싶어요?”
힐끔 눈만 돌려 엘레나를 돌아봤 다.
할 말을 잃고 머뭇거리던 그녀가 이윽고 맥빠진 웃음을 지었다.
“……역시 절 남겨둘 건가요?”
“그건 엘레나가 하기 나름이에요. 저로서는 엘레나가 남아줬으면 하지 만, 그건 제가 강요할 수 없는 거 죠.”
“그런가요……
“다만 제 개인으로서는 엘레나가 남아줬으면 해요. 저와 미국을 이어 줄 수 있는 인적 파이프 역할도 부 탁할 수 있고, 엘레나 정도의 강력 한 플레이어라면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억지력이 되어줄 수 있죠.” 사실 그걸 노리고 엘레나를 데리고 온 거기도 하다.
어쨌든 뉴욕 시민인 그녀는 현지에 서 적절한 파이프가 되어줄 수 있 다.
게다가 이제는 그녀를 지켜줄 병사 들도 수백 명씩이나 붙은 상황.
그녀의 실력까지 감안하면 아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뭐,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 라고 제가 강요할 수 있는 건 아니 겠지만……
“……만약에요.”
“ 네?”
“만약에…… 남기 싫다고 하면 어 쩔 건가요?”
그때, 몸을 돌린 엘레나가 민수를 똑바로 바라봤다.
짙은 눈꼬리가 경련하듯 바르르 떨 리고 있었다.
“제가 민수를 따라간다면…… 민수 옆에 남고 싶다고 한다면.”
“엘레나……?”
“어디로도 가지 않고, 그냥 민수 옆에 남겠다고 하면……
만약 그렇다면.
그가 그걸 허락해 준다면.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 도.
“제가 당신을 선택한다면, 민수 는……
[목적지 전역 스캔 완료되었습니 다.]미묘해지려는 분위기를 깬 건 다나 의 무기질적인 보고였다.
화들짝 놀란 얼굴로 허둥지둥 물러 나는 엘레나.
기다란 귀가 빨갛게 물든 걸 애써 외면하며 민수가 물었다.
“ 결과는?”
[뉴욕 전역에서 다수의 생명 반응 검출. 상당한 수의 생존자들이 거주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다행이군.”
만에 하나 뉴욕이 시나리오 클리어 에 실패하진 않았을까.
일단 그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병력 상륙시키고 상 황을 정리하는 것 뿐.
살짝 구겨진 코트 옷깃을 정리한 민수가 허공을 향해 외쳤다.
“다나. 함내 안내방송으로 상륙 준
비하라 전파해.”
천천히 속도를 줄인 순양함이 센트 럴파크 위에 멈춰섰다.
육중한 그림자가 무색하게 허공에 서 빛나는 찬란한 금색 선체.
뒤이어 전방의 해치가 열리더니 일 단의 무장 병력들이 사뿐하게 지면 을 향해 내려앉았다.
“빨리! 빨리! 진지 구축하고 상황 전파해!”
“친애하는 뉴욕 시민 여러분! 저는 미 해병대의 대릴 그레이엄 대령입 니다. 미합중국 정부의 허가 하에 뉴욕 내 치안 유지를 위해 상륙했습 니다! 부디 협조 부탁드리겠습니 다!”
발을 디디기 무섭게 주변을 경계하 며 진지 구축을 시작한 병사들.
뒤이어 십여 대의 경전차들이 착지 와 동시에 바로 엔진의 시동을 걸었 다.
쿠르르르릉!
시원한 마력 엔진의 굉음을 뿌리며 사방으로 경전차들이 내달렸다. 온갖 쓰레기로 뒤덮인 도로를 위협 하듯 오가는 전차들.
마지막으로 지면에 착륙한 민수가 그 꼴을 보고는 눈매를 찌푸렸다.
“시작부터 너무 요란한 것 같은 데.”
“기선제압입니다. 필요한 과정 중 하나죠.”
팔짱을 낀 채 고함치던 대릴이 고 개를 저었다.
영 못마땅한 표정을 보니, 자기가 내렸음에도 자기 지시가 마음에 안 드는 기색이 역력했다.
“저도 시민들을 협박하는 것 같아 서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뉴욕은 오랜 시 간 동안 무질서 상태에 노출되었고, 시민들 또한 그사이에 무질서에 익 숙해진 뒤입니다.”
“하긴……
“나름의 자경세력에 의한 최소한의 질서는 구축되어 있을 테지만, 그 세력들이 이제 와서 정부의 통제에 따를 지는 미지수입니다. 괜한 충돌 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무력시위로 기선을 제압해놓아야 합니다.”
직접 목격한 게 있으니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당장 그 대령, 저스틴만 봐도 순순 히 시키는 대로 할 인상은 아니었으 니까.
내가 저 입장에 있었어도 딱히 다 른 행동을 취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게 대충 납득한 민수가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에, 엘레나! 그리고…… 미, 민 수?”
“미라! 그리고 제이크 맞죠?”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민수! 머리 염색 멋진데요?”
“하하하! 이거 뭔가 했더니 반가운 친구가 타고 왔구만!”
인파를 헤치며 나타난 반가운 얼굴 들이 셋.
구경하려 모여든 사람들을 비집고 나타난 그들이 민수와 엘레나를 향 해 달려왔다.
제이크, 미라, 그리고 케인.
뉴욕 시나리오 클리어에 공헌한 3 인의 현지 플레이어.
꾀죄죄한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띈 그들이 얼른 민수와 엘레나를 에워 쌌다.
“세상에, 엘레나 피부 좋아진 거 봐! 가서 뭘 얼마나 잘 먹었기 에……
“황금 전함이라고 하기에 바로 감 이 왔죠. 하긴 민수 아니면 저런 거 타고 올 사람이 없으니까.”
“그보다 나브는 어디로 간 거야‘? 언제나 너랑 꼭 붙어 있던 거 아니 었냐?”
“나브는 잠깐 집 보게 시켰어요. 뭐 맨날 데리고 다닐 수도 없고.”
“저런. 아쉽게 됐구만.”
아쉬운 듯 혀를 차는 케인.
그 때 슬쩍 끼어든 대릴이 민수의 귀에 속삭였다.
“미스터 킴. 옛 동료분들을 뵙게 되어 반가운 건 알겠습니다만……
“ 음?”
“아무래도 현지 자경단 대표들이 도착한 것 같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릴의 손가락 이 맞은편 인파를 가리켰다.
불안한 눈으로 날붙이를 들고 있는 수십 명의 플레이어들.
그들 앞에서 놀란 표정을 짓고 있 는 작은 체구의 흑인 노인.
익숙한 얼굴의 등장에 눈을 살짝 치켜뜬 민수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대령님. 그간 건강 하셨나요?”
“누군가 했더니 자네였구만? 보급 관.”
놀란 표정도 잠시.
이윽고 그, 저스틴 우드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하긴 저 전함 볼 때부터 왠지 자 네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 못 보 던 사이에 많이 출세했군.”
“뭐, 그렇게 됐습니다. 운이 좋았죠.”
“운도 실력이니 자신감 가져도 된 다네. 그나저나……
끼릭 돌아간 저스틴의 눈동자가 엘 레나와 마주쳤다.
딱딱하게 굳은 그녀의 얼굴을 응시 하길 잠시.
주름진 저스틴의 얼굴이 달관한 듯 복잡하게 흐려졌다.
“……안 올 것처럼 굴더니만 결국 돌아왔군. 하긴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지.”
“대령님. 저는……
“나한테 인사하기에 앞서 인사할 사람이 있지 않나?”
그렇게 대꾸하고는 옆으로 한 발 비켜서는 저스틴.
뒤이어 그의 등뒤에 시립해 있던 플레이어들이 한 걸음씩 좌우로 비 켜 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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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서 나타난 얼굴에 엘레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깡마른 얼굴. 거친 피부. 툭 튀어 나온 광대뼈. 푸석푸석한 머리.
구부정한 자세. 떨리는 손끝. 실룩 실룩 경련하는 뺨.
“오랜만이다, 우리 딸.”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욕과 경악으로 시퍼렇게 불타는 눈동자.
“그래, 그래야지. 돌아와야지. 아무렴.”
“••••••엄마.”
그녀, 루시를 부르는 엘레나의 목 소리는 덤덤했다.
너무나도 뜻밖에도. 본인조차도 놀 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