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97
나 혼자 무한 보급! 197화
공간의 균열 너머로부터 달려오는 플레이어들의 군세.
하늘을 가린 아이젠하이드의 그림 자로부터 다나의 목소리가 들려왔 다.
[승함 인원들을 강하합니다. 강하 위치를 설정해 주십시오』
내 주변으로!”
[접수 완료. 강하를 시작합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민수의 주변으 로 빚 줄기들이 내리꽂혔다.
조금씩 사라지는 빛 줄기 안에서 익숙한 얼굴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미 무기부터 뽑아 들고 만전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지도부 플레이 어들.
그 선두에서 시커먼 검을 뽑아 든 은비가 사납게 웃으며 외쳤다.
“뭐 마지막 시나리오래서 기합 잔 뜩 넣고 왔더니만 벌거 없네! 다 때 려죽여 주마!” “은비야!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마 라! 고립되면 구해줄 방법도 없 “구해달라고 안 할 테니까 걱정 마 셔요!”
화르륵!
대답과 동시에 은비의 전신에서 시 꺼먼 불꽃이 솟구쳤다.
극한에 다다른 마기의 방출은 기라 기보다는 화염에 가깝다.
은비의 전신을 휘감은 마기의 불꽃 이 이윽고 하나의 형상으로 화했다.
“예전엔 이거 한 번 쓰고 죽을 뻔 했지만…… 지금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지!”
은비의 전신을 집어삼키며 만들어 진 예리한 검 한 자루.
극도로 응축되어 물질화된 검강으 로 이루어진 육체의 검.
의형강기.
무인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강기를 다루는 절세의 경지.
살아 움직이는 한 자루의 검이 된 은비가 적을 향해 날아들었다.
“일단 기선제압 한 방!”
콰아아아아!
적의 포위망을 헤집는 검은 강기의 칼날.
순식간의 아음속에 달한 은비의 몸 이 적들의 진영 한복판에서 죽음의 행진을 벌였다.
마땅한 검술은 펼치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닿는 족족 베어내고 소멸시키는 칼 날의 맹진.
그 압도적인 맹위에 쏟아져나오던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우우우우우와아아아아!”
“뭘 지켜보고만 있어! 저쪽이 다 해먹게 내버려둘 거냐!”
“돌격! 돌격이다! 전원 돌격이다아 아아!”
“거기 어르신! 저 좀 거기 위에 올 려다 주십시오!”
쏟아져 나오는 플레이어들 사이에 서 한 흑인 청년이 손을 내민다.
벌거벗은 상의. 등에 짊어진 도끼. 두 손에 단단히 움켜쥔 나팔.
그 간절한 모습에 집채만 한 사자 를 타고 달리던 백인 노인이 손을 내민다.
“이거 잡게! 뭐 하려는 건지 모르 겠지만 도와주지!”
“말은 안 통하지만 고맙수다!”
노인의 손을 잡고 청년이 호랑이의 머리 위에 오른다.
거칠게 달리는 호랑이의 머리 위에 서 심호흡 한 번.
이윽고 한계까지 숨을 들이마신 그 가 들고 있던 나팔을 들더니.
“싸워라아아아아아!”
뿌우우우우우우우우 !
전장을 울리는 뱃고동 같은 나팔 소리.
사람의 영혼을 울리는 굉음이 하늘 높이 치솟고.
그와 동시에 현장의 모든 플레이어 들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전사의 투혼이 적용됩니다!] [모든 공격력, 방어력이 20% 증가 되고 피격 시 고통을 절반으로 줄여 줍니 다!]“우와아아아아아아아악! ”
메시지창의 내용을 확인한 플레이 어들이 고함과 함께 호응한다.
전 세계에서 모인 함성의 칵테일. 거기에는 이제 구분 따윈 없다.
백인. 흑인. 황인. 히스패닉. 그리 고 모든 인종.
아시아인. 유럽인. 아프리카인. 아 메리 카인.
남자와 여자.
유신론자와 무신론자.
가난한 자와 부자.
현자와 멍청이.
“ 전진해라아아아아!”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앞서, 사람.
망가진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평 범한 사람.
그저 이 ‘게임’의 끝을 갈망하는 이 별의 모든 사람.
그렇게 괴성과 함께 달려든 이들이 드디어 적의 선두와 격돌했다.
“크아악! 아악!”
“너희만…… 너희만 죽이면 끝이 다! 이 씹새끼들아!”
“부상자들은 여기로 올라오십시오! 아무리 잘 싸워도 죽으면 끝입니다! 무리하지 마십쇼!” 세계 각국의 말이 한 전장에서 포 탄처럼 오간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플레이어들은 그 복색만큼이나 능력 또한 제각각 이었다.
누군가는 칼과 도끼를 휘두른다.
마도기갑으로 무장한 병사는 기관 총을 갈겨댄다.
누군가는 거대한 도마뱀을 소환한 다.
날개 돋친 누군가가 하늘에서 화살 을 쏴댄다.
심지어는 스스로 괴물로 변해 싸우 는 이도 있다.
“허어•…”
날붙이. 총알. 전차. 그리고 마법.
세상 모든 상상의 산물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단 하나의 전장.
그 구성들이 너무나도 이질적인 나 머지 현실감조차 없었다.
꼭 싸구려 모바일 게임 트레일러 보는 느낌이랄까.
맥이 풀린 민수가 털썩 주저앉자, 누군가 그런 민수의 머리에 수건 한 장을 올렸다.
“어휴. 땀 좀 봐. 아주 땀으로 샤
워를 했네.” “……예진아.”
“어디 다친 데는 없지?”
불과 몇 시간 전에 헤어졌던 그녀 의 얼굴.
하지만 지금 다시 본 그 얼굴은 이전과는 너무나도 달라보였다.
투박한 갑옷으로도 가릴 수 없는 예쁘고 화사한 미소.
내 여자 친구라지만 얘가 이렇게 예뻤던가.
뚱하니 예진을 바라보던 민수가 갑 자기 입을 열었다.
“……지금 뽀뽀해 달라고 하면 때 릴 거야?”
“얘가 진짜 미쳤나 봐.”
혀를 차며 민수의 옆구리를 쿡 찌 르는 예진.
물론 정작 그러는 그녀의 얼굴에도 안도감 섞인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일단 전투의 흐름은 완전히 이쪽으 로 넘어왔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민수 일행 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 다.
애초에 민수가 한 거라고는 전 세 계의 플레이어들을 이 전장에 초대 한 것뿐이다.
이미 그들 나름대로 제각각의 지휘 체계가 확보되어 있는 상황.
통제하려 한들 말을 들을 리 없고, 잘 싸우고 있으니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즈
“아, 민수!”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표님.”
“반갑습니다. 형님!”
뒤에서 느긋하게 다음 스테이지 준 비를 하고 있어도 된다는 거다.
먼저 인사를 건네는 엘레나, 사카 모리 자매, 왕웨이를 향해 민수가 손을 흔들었다.
“다들 건강해 보여서 다행입니다. 내심 걱정 많이 했는데.”
“민수가 도와준 덕분에 큰일은 없 었어요.”
“형님 뒷배가 있는데 설마 무슨 사 달 나겠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민수의 시선이 왕웨이 옆에 선 무 언가를 향했다.
대충 봐도 키가 3m는 되어 보이는 큼지막한 새 한 마리.
등에는 안장에 등자까지 채워놓은 거로 보아 일단은 승용일까.
생긴 것만 보면 꼭 타조에 닭 섞 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못 보던 사이에 별일 다 있었나 보네요. 갑자기 웬 치킨을 타고 오 네.”
“치킨이라뇨! 산왕입니다. 산왕! 충 칭에서 아는 플레이어한테 선물 받 은 거예요!”
“꾸에 엑!”
나란히 항의하듯 왕웨이와 함께 언 성을 높이는 산왕.
변종 타조 주제에 이름 한 건 거 창하기 짝이 없다.
혀를 차는 민수 앞에서 왕웨이가 산왕의 부리 밑을 살살 긁었다.
“뭐 호랑이나 사자에 비하면 좀 뽀 대는 안 날 수 있는데, 그래도 이놈 참 기똥찬 놈입니다. 속도도 빠르고 맷집도 좋고, 게다가 사람 말을 얼 마나 잘 듣는데요!” “꾸에엑!” “등자에 발 딱 붙이면 위에서 총도 마음대로 쏠 수 있습니다. 아, 형님 도 한 번 태워드릴까요?”
“됐어요. 전 그거보다 더 쩌는 게 있어서.”
가볍게 대답한 민수가 등 뒤에 선 아크라이트 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정작 민수의 자랑과는 달리 아크라이트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 았다.
왼쪽 날개와 오른쪽 눈을 잃고, 온 몸에서는 피를 흘리는 처참한 모습.
피로 물든 금빛 비늘을 본 엘레나 가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세상에. 가엾어서 어떡해……
“다나. 아크라이트 회복시킬 수 있 어?”
[아크라이트는 아카라트가 보유하 고 있는 드래곤 중 유일한 전략급 드래곤입니다. 모든 드래곤의 원형 이며 그 존재 자체만으로 정치적 교 섭물로서의 가치를 지닙니다.]
“말이 길어. 필요한 것만 설명해.”
[아크라이트의 육체는 단순한 물리 적 형체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거대한 전신을 유지시키는 데에도 막대한 양의 마력이 필요합니다.] 마력. 썩 안 좋은 예감이 든다.
민수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 말인즉슨……
[아크라이트의 물리적 형체를 복구 하는 것과는 별개로 복구된 신체에 투입될 마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복구 가능성은?”
[가장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상황이 전개된다고 가정했을 때, 육체 복구 까지 70시간. 드래곤 하트의 통상 임계치 복구까지 200시간 이상 소 요될 예정입니다.]육체 복구와 마력 복구를 동시에 수행해도 200시간.
이쯤 되면 절대 제 시간에 맞출 수는 없다.
지금 내 능력으로는 마력까지 복구 해줄 수는 없으니까.
낙담한 듯 고개를 저은 민수가 아 크라이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하다. 아크라이트. 그간 수고 많았어.”
“……괜찮습니다. 초월자시여.”
한 짝만 남은 날개를 펄럭이며 아 크라이트가 힘겹게 대답했다.
찢어진 날개 피막에선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제 모든 걸 다해 싸웠고, 그로 인 해 최선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초월 자께서 가시는 길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그래. 알았다. 그럼……
“하지만 벌써부터 저를 내치지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말을 마친 아크라이트가 천천히 몸 을 일으켰다.
말라붙은 피딱지가 떨어지며 다시 금 황금의 비늘이 드러나고.
네 다리로 대지를 딛고 선 아크라 이트가 외날개를 얌전히 접었다.
“비록 이젠 공격수단을 상실하였으 나, 아직 제겐 이 몸뚱이가 남아있 지 않습니까?”
“몸뚱이……?”
“초월자와 그 동료분들을 태우고 이 시나리오의 끝까지 모시겠습니 다. 부디 마지막까지 봉사하게 해주 십 시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온몸이 누더기인데 대체 왜 이렇게 까지 헌신하려는 건가.
깜짝 놀라서는 다나가 있는 아이젠 하이드를 올려다보는 민수.
내심 다나가 말려주길 바랐지만, 정작 돌아온 대답은 그의 바람과는 달랐다.
[비록 공격수단은 상실했으나 아크 라이트의 육체는 그 자체로도 대단 히 강력합니다. 날개 피막 등의 취 약점만 주의한다면 지상전에서도 막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다나, 너까지……
[평범한 기갑 장비보다 훨씬 유용 하고 강력한 활용성이 예상됩니다.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할 때라고 여 겨집니다.]“초월자시여. 부디.”
다시금 재촉하며 아크라이트가 민 수를 향해 머리를 숙였다.
저렇게까지 나오는데 계속 물리는 것도 못할 짓이다.
결국, 답답한 얼굴로 민수가 고개 를 저었다.
“……정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감사합니다.”
“대신 죽지 못해 안달 난 것처럼 굴지 마. 위험이 있으면 피하고, 불 리하다 싶으면 도망쳐. 내 말 이해 했지?”
“이 해했습니다.”
물론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 바보 같은 드래곤은 내게 뭔가 문제가 생긴다면 또 자기 목숨을 바 치려 들겠지.
초개처럼 자기 목숨을 바치려는 그 모습이 오히려 갑갑했다.
만들어진 생명체에게 자기 목숨이 란 그 정도의 가치인 걸까.
그런 민수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아크라이트의 눈매가 슬쩍 내려앉았 다.
“꼭 살아남는 게 삶의 전부가 아닌 생명도 있지요.”
“아크라이 트.”
“스스로에게 당당하도록 가치 있게 살아가는 것도 나름의 방식입니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이쪽도 이젠 할 말이 궁해졌다.
투명하게 깜빡이는 아크라이트의 황금 눈동자를 들여다보길 잠시.
결국 고개를 내저은 민수가 아크라 이트의 목 뒤로 올라탔다.
“……가치 있는 죽음 같은 거 난 안 믿긴 하지만.”
“그렇다고 가치 있게 살 기회까지 저버리게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아크라이트의 역린 밑 콕피트에 몸 을 실었다.
조종간을 몇 번 당겨보고 좌우의 시야를 확인.
오른쪽 눈을 잃은 여파인지 우측 시야의 화질이 눈에 띄게 저하되어 있었다.
“그래도 알아보는 데에 문제는 없 군. 바깥의 전원! 아크라이트에 올 라타세요!”
“오, 올라타라고?”
“이 녀석과 함께 저곳으로 향할 겁 니다!”
살짝 조종간을 당기자, 아크라이트 의 머리가 눈앞의 현장을 바라봤다.
아직도 곳곳에서 함성과 폭발음이 들려오는 전장.
저 지평선 너머에서 빛나는 황금의 성채.
녹색 정지장으로 둘러싸인 도시가 잿가루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아마도 저곳이 이번 시나리오 마 지막 전장일 겁니다. 우리라도 먼저
가서 길을 뚫어놔야죠.”
“……좋아! 하하! 이제 좀 일다운 일이 들어오는군!”
호탕하게 웃으며 환일이 가장 먼저 아크라이트에 올라타고.
뒤이어 다른 플레이어들 또한 아크 라이트의 뒷목으로 기어올랐다.
이번만큼은 자리를 갖고 다투는 일 따윈 없었다.
직접 전투능력이 전무한 엘레나와 미즈키가 남은 콕핏 두 자리를 채웠 다.
뒷좌석을 힐끔 돌아본 민수가 어깨 를 으쓱하고는 물었다.
“안전벨트 착용하셨죠?” “아, 안전벨트요?! 그, 그런 거 안 보이는데……
“뻥입니다. 원래 그런 거 없어요.”
“ O 으……”
—=7 •
맨 뒷좌석에서 노려보는 미즈키의 시선이 귀여웠다.
껄껄 웃은 민수가 다시금 아크라이 트의 조종간을 잡았다.
“전원 착석하셨습니까?”
“네!”
“최대한 조심스럽게 몰아볼 테니까 준비들 하십쇼. 그럼…… 그와 동시에, 힘껏 밀어붙이는 조 종간.
황금 비늘로 뒤덮인 네 다리가 천 천히 일어나고.
목을 뻣뻣이 편 아크라이트가 눈앞 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갑니다아아아!”
전장을 가로지르는 황금 드래곤의 질주.
저 멀리서, 황금의 도시가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