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4
나 혼자 무한 보급! 034화
부르르르릉!
우렁찬 엔진 소리와 함께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량 행렬은 3열로.
민수와 병운 3인방이 탄 SUV가 선두에 서고 짐을 실은 중소형 화물 차가 그 뒤를 따르며 비 플레이어들 이 탄 버스를 플레이어들이 탄 화물 차가 둘러싸는 형태.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돌발사 태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였다.
오늘 하루 동안 오크 한 마리 본 적 없다지만.
만에 하나 약탈자들이 꼬일 수도 있으니 그에 대한 대비는 철저히 해 야 했다.
“맘만 같아선 영화처럼 차에 철판 용접 같은 것도 하고 싶었는데.”
“거기까지 가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겠죠.”
운전대를 돌리던 병운이 껄껄 웃었 다.
“애초에 용접할 줄 아는 사람도 없 었고요. 괜한 짓 하다간 차 조질 수 도 있잖아요.”
“하긴 그렇죠.”
“그보다 속도를 못 내니까 영 답답 하네요.”
뻥 뚫린 도로를 바라보던 병운이 쩝 입맛을 다셨다.
사람이라는 게 다 그렇다.
막상 차를 타고 이 시간의 뻥 뚫 린 도로와 마주하니.
한 번 미친 척하고 밟아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쳐 올랐다.
“그냥 확 이대로 엑셀 땡겨서 광명 사거리까지 가면, 크으……
“그냥 상상만 해요. 뒤에 따라오는 차들이랑 진영 유지해야죠.”
“하하. 말만 그렇다는 겁니다. 말 만.”
“근데 저도 답답하긴 하네요. 길이 이렇게 텅 비었는데 시속 30을 못 넘기니……
25 근처에서 오락가락하는 속도계 바늘을 본 민수가 혀를 찼다.
어떻게든 진영을 유지하면서 나아 가려면 별수 없었다.
차간 거리도 최대한 좁게 유지하고 있고.
만에 하나 급정거했을 때 부상자가 발생할 우려도 있었다.
“그래도 급할 거 없으니까 천천히 가요. 말마따나 지금 누가 우릴 막 겠어요?”
“하하! 제 말이 그 말입니……
까앙
“우와, 씨!”
그때, 느닷없는 굉음이 차 안을 강 타했다.
총에 맞은 듯 구멍이 뻥 뚫린 은 색 보닛.
하얗게 질린 병욱이 운전대를 꽉 잡은 채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 이게 뭐야 씨……
“하차! 하차아아아!”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 민수의 입 에서 다급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떠밀리듯 차 문을 열고 허둥지둥 뛰쳐나오는 병욱 3인방.
그들보다 한발 앞서 아슬아슬하게 밖으로 나온 민수가.
가까운 건물 옥상을 향해 냅다 권 총을 갈겼다.
“저 새끼를 또……
퓩퓩퓩퓩퓩!
순식간의 다섯 발의 탄환이 옥상을 향했다.
거리가 워낙 멀어 명중하진 못했지 만.
어쨌든 사격술 스킬이 있으니 그럭 저럭 옥상 난간 정도는 맞출 수 있 었다.
“쿠어어! 쿠르르르르!”
난간에서 풍기는 흙먼지에 깜짝 놀 란 붉은 뭔가가 모습을 감췄다.
느닷없는 습격에 혼란에 빠진 진열 위.
재빨리 화물차 뒤에 몸을 숨긴 민 수 옆으로 은비가 다가왔다.
“오, 오빼H 방금 그거 뭐에요?”
“……너도 그거 봤어?”
“봤어요. 새빨간 오크 같은 놈인데, 허공에서 손가락 튕겨대니까 갑자기 오빠 타고 있던 차에 구멍이……
……망할. 그놈이네.
역시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었다.
작게 한숨을 쉰 민수가 권총을 뽑 고 중얼거렸다.
“백아군락 엘리트 오크 레인저.”
“배, 백아…… 뭐요?”
“저 새끼 이름이야. 투명 화살 쏴
대는 오크 변종 같은 놈인데, X같 이 세.”
환일과 온갖 용을 쓰면서 겨우 잡 았던 놈.
그놈이 지금 또 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사실 상황이 안 좋기로는 그때보다 더하다.
그때 거기 있던 건 환일과 자신뿐.
자기 몸 알아서 건사하면 그만이었 던 그때와는 달리.
이쪽은 비 플레이어 합쳐서 100명 을 훌쩍 넘기는 대인원이다.
“오크는 다 치워놓고 정작 오크 변 종은 남겨놨네. 어휴, 이 X망겜 진 짜.”
“어, 어떡해요? 우회할까요?”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우회해? 이 속도로 차 돌려서 가면 그것도 한세월인데.”
그리고 우회할 필요도 없다.
이미 한 번 잡아봤던 놈.
패턴도 전투력도 대충 가늠이 되 고.
게다가 이미 그놈 잡고 얻은 것도 하나 있으니까.
“은베야. 예진 씨랑 병운 씨랑 같 이 잠깐 사람들 좀 단속하고 있어.”
“네? 오빠는 그럼……?”
“저 새끼 치우러 가야지.”
보관함에서 물약병을 꺼내 뚜껑을 뽕 열었다.
언제 봐도 수은 같은 그 역겨운 비주얼에 잠깐 인상을 쓰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벌컥벌컥 병을 기울였다.
‘진짜 이 식감 좀……
이전 경매장 기본 제공 식량 건도 그렇고.
GM이란 놈들은 지구인의 입맛 따 윈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지만 이건 진짜 너무하지 않나.
곱게 간 진흙 같은 식감을 참아내 며 겨우 목구멍으로 넘기자.
메시지창과 함께 민수의 전신이 점 점 투명해졌다.
[투명화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남은 시간 : 4분 59초]
“……그거 예진 언니가 말하던 그 거죠? 그 투명화 물약.”
“한 입 줄까? 근데 이거 부작용도 세.”
“부작용이야 뭐 용법 지키면 되는 거고…… 근데 진짜 하나도 안 보이 네. 나중에 저도 쫌만 주면 안 돼 요?”
“말 잘 들으면 나중에 선물로 줄 게.”
“히힛
안도한 은비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화물차 밖으로 나왔다.
그 사이 놈은 난간 밖으로 다시금 몸을 빼내고 있었다.
제법 먼 거리에서 봐도 못생김이 확연히 느껴지는 얼굴.
시뻘건 게 꼭 김치만두같이 생긴 놈의 면상을 한 번 노려보고.
“에휴. 애먹인다.”
냅다 권총을 겨눈 채, 한 방!
[치명적 일격!]“쿠어어어어!” 어깨가 떨어져 나간 놈에게서 우렁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발버둥을 치며 난간 뒤로 몸을 숨 기는 오크 레인저.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민수가 권총을 도로 넣은 채 중얼거렸다.
“거리 때문에 잘 안 맞네.”
소총이었으면 한 방에 머리 맞췄을 텐데.
사소한 불만을 주워섬기며 민수가 건물을 향해 달려갔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팔 날려 버린 서로 충분했겠지만, 상대는 몬스터 다.
이 ‘게임’의 몬스터들이 얼마나 기 상천외한지 생각하면.
설령 사지를 다 잘라버린다고 한들 안심할 수 없었다.
‘확인사살은 필수지.’
[투명화 효과가 해제되었습니다.]꽈앙! 문짝을 걷어차고 냅다 옥상으로 들 이 닥쳤다.
잽싸게 권종을 들어 난간 쪽을 겨 눴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었다.
“쿠 E e 쿠0000……”
I – ■’ -夕 I • — – _ ■ — – — •
피범벅이 되어버린 난간 근처.
거기 기댄 채 팔 하나를 잃고 꿈 틀거리는 시뻘건 오크 한 마리.
끔찍한 광경에도 민수의 시선이 슬 쩍 피바다를 향했다.
피에 잔뜩 물든 활 같은 물건이 그 한복판에 떨어져 있다.
아마 저게 여태껏 놈이 사용해 온 투명 활의 정체이리라.
‘역시 활 쓰는 놈이었군.’
어차피 진작부터 예상하고 있긴 했 지만.
놈이 쓰는 무기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 건 처음이었다.
투명 무기를 쓰는 오크 궁수라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든 설정인지 모르겠다.
작게 혀를 찬 민수가 놈의 머리통 에 총구를 들이댄 순간.
“쿠오오! 쿠르르! 쿠오, 크오오오 오!”
느닷없이 고개를 번쩍 쳐든 놈이 외쳐대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서 총구를 살짝 내리는 민수.
그 모습에 힘껏 고개를 내저은 놈 이 큰 목소리로 떠들어댔다.
“쿠e eel 쿠오! 쿠ooo| 크오! 쿠오오오오!”
“뭐, 뭐야? 이놈……
“쿠오오! 크으으! 쿠오오! 오오! 쿠 으으으으! 쿠으쿠르르르으!” 뜯겨나간 어깨를 붙잡은 채 연신 외쳐대는 붉은 오크.
고통을 못 이겨 제멋대로 소리 지 르는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그런 건 또 아닌 것 같다.
‘그냥 짐승처럼 울부짖는 게 아냐.’
울음소리처럼 들리는 와중에도 확 연히 느껴지는 성조.
자연스럽게 쉬어가고 이어지는 일 정한 호흡.
표정과 몸짓 등에서 느껴지는 비언 어적 표현.
……이거 설마?
“말하고 있는 건가?”
“쿠오오! 쿠오, 쿠르르르르……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힘겹게 외 쳐대는 오크.
그 모습에 잠깐이지만 머리가 띵해 졌다.
생각해 보면 확실히 다른 오크들과 는 다른 면이 있었다.
투명 무기를 쓰고 최적의 자리를 잡고 전략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오크.
그 이전에 활이라는 어느 정도 섬 세함이 필요한 무기를 사용하는 시 점에서 놈들에게 조금이나마 지능 혹은 문화가 있다는 가정에도 무리 가 없다.
‘그냥 때리면 죽는 게임 몬스터가 아니었다.’
출발하기 전 잠깐 생각했던 가설이 다시금 떠올랐다.
이 ‘게임’의 몬스터는 레벨 디자인 에 의해 소모되는 존재.
플레이어들의 성장 동선에 발맞춰 배치되고 죽어간다.
그렇다면 여기에도 어떤 의도가 있 는 거 아닐까?
일반 오크들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남은 백아군락 오크.
만약 이것이 이 ‘게임’의 의도적인 안배라면.
놈들을 남겨놔야 하는 어떤 필연적 인 이유가…….
“쿠오오, 오, 오오……
그사이 바들대던 놈이 힘없이 바닥 에 툭 쓰러졌다.
당황해서 권총을 도로 겨눴지만 그 럴 필요도 없었다.
피바다에 쓰러진 채 힘겹게 숨을 내뱉는 오크.
그대로 신음 같은 한숨을 한 번 시익 내뿜더니.
이윽고 놈의 몸이 빛이 되어 사라 졌다.
[백아군락 엘리트 오크 레인저를 처 치하셨습니다. 500코인을 획득하셨습 니다.]냉정한 메시지창과 함께 놈의 모습 이 빛이 되어 무너져버렸다.
핏자국까지 말끔히 사라져 텅 비어 버린 옥상.
그 모습을 고민스러운 눈으로 노려 보던 민수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확실히 뭔가 있어.”
어쩌면 이 ‘게임’, 그렇게 단순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보닛에 구멍 난 SUV는 더 이상 타고 갈 수 없었다.
완전히 맛이 간 차를 낑낑대며 갓 길로 치워 버린 후.
적당히 다른 차로 나눠 탄 민수 일행은 다시금 실내체육관으로 출발 했다.
“가서 어떻게 할 거예요?”
“둘 중 하나죠. 말이 통한다. 안 통한다.”
예진의 눈앞에서 손가락 두 개를 흔들어 보이며 민수가 대답했다.
지금 민수가 타고 있는 곳은 최후 미의 화물차 짐칸.
어차피 그리 오래 갈 것도 아니었 으니.
적당히 빈자리만 찾아서 비집고 들 어간 결과였다.
“근데 말이 안 통할 리는 없을 것 같아요. 은비 무서워서 추격대까지 보낸 사람들이니까.”
“하긴 그렇죠.”
“생각이 있다면 우리 선두에 은비 가 있다는 것만 보고도 감을 잡겠 죠. 혼자 있어도 무서운 녀석이 이 제 큰 집단까지 끌고 왔으니까.”
전부 다 합쳐 30명이 넘는 플레이 어 집단.
게다가 그 질 또한 대단히 높다.
상점에서 파는 2급 무기 중 최고 만 골라서 무장한 상태.
위업 보상을 들고 있는 은비는 말 할 것도 없고.
시각적 충격으로는 최고인 총을 든 자신은 뭐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그런 녀석들이 한 차 가득 식량 싣고 와서 얼굴 좀 보자고 하면…… 글쎄요. 내가 저쪽 대장이라면 일단 얘기 정도는 들어볼 것 같은데.”
“설득할 생각이에요?”
“그럼 좋겠지만…… 뭐, 그것까지 는 기대 안 하고.”
은비에게 들어본 바로는 여러모로 사정이 복잡한 곳이다.
자경단 축출 건으로 인한 불만이 내부적으로 축적되어 있을 거라던 가.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시각적 시위를 선택한 것이다.
죽은 줄 알았던 은비가, 더 크고 강한 조직과 풍부한 물자를 가지고 돌아왔다.
이 정도면 내부 플레이어들을 심리 적으로 동요하게 하기에는 충분할 터.
“피 안 보고 곱게 넘어가는 게 좋 죠. 물론 은비 축출하는 데에 한 몫 거든 양반들은 그만한 대가를 치러 야겠……
끼이 익!
그때, 갑작스러운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차들이 멈춰섰다.
요란하게 출렁거리는 화물차의 짐 칸.
얼른 자세를 낮춘 민수가 밖으로 고개를 빼고 외쳤다.
“무슨 일이에요?!”
“오, 오빠! 저기……?!”
화물차 위에서 새파랗게 질린 은비 가 앞을 가리켰다.
심상치 않은 기색에 얼른 차 밖으 로 뛰어내리는 민수.
우르르 뒤따르는 플레이어들과 함 께 앞으로 향하자,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거•…”
“아, 씨발.”
허겁지겁 따라온 수찬의 입에서 욕 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완전히 무너져 뚫려버린 잡동사니 방벽.
사방으로 흩어진 온갖 쓰레기와 잔 해들.
그리고 코를 찌르는 역한 시체 썩 는 냄새.
“……뭔가에 물어 뜯겼어요.”
방치된 시체를 살펴본 재욱이 하얗 게 질린 얼굴로 보고했다.
벌써 악취를 뿜어내는 두 동강 난 시체들.
하얀 구더기가 꾸물거리는 단면이 거칠게 뜯겨나가 있었다.
“커다란 짐승이 강제로 잡아당긴 것 같은…… 이거 설마.”
“간밤에 뚫린 거야?”
은비의 얼굴에 동요가 번지기 시작 했다.
비록 조잡하긴 해도, 한 달을 버텨 왔던 나름 든든한 방벽이다.
이게 이 모양으로 박살 나 있다는 건, 설마 진짜로……?!
“말도 안 돼. 차라리 후퇴라면 모 를까 뚫릴 리가……
“전원 승차! 승차!”
날카로운 민수의 외침에 플레이어 들이 허겁지겁 차에 올라탔다.
낑낑대며 화물칸에 기어오른 민수 가 차체를 퉁퉁 치며 외쳤다.
“속도 올려요! 진영 유지 필요 없 습니다! 최대한 빨리 실내체육관으 로 가요!”
“속도 올려어어어!”
부와아아앙!
날카로운 엔진 소리와 함께 멈춰있 던 차들이 일제히 속력을 올렸다.
불도저처럼 방벽을 부수고 달려드 는 중소형 화물차.
그 뒤로 소형 화물차와 버스, SUV 가 줄줄이 따라붙었다.
극도로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모두 가 침묵을 지켰다.
민수도. 예진도. 은비도. 재욱도.
심지어 언제나 낄낄대며 잘 웃는 병운 3인방도.
그렇게 오로지 엔진 소리만 들으며 달리기를 약 수십 초.
선두 차량이 천천히 속도를 늦줄 즈음.
날카로운 비명이 긴장한 민수의 고 막을 꿰뚫었다.
“아아아아악!”
비명에 반응한 민수가 허겁지겁 차 위로 올라갔다.
저 너머로 보이는 너른 운동장과 거대한 체육관 건물.
조잡한 쓰레기들로 힘겹게 막아놓 은 정문.
아스라이 고약한 악취가 풍겨 나오 는 그곳에서.
각자 무기를 들고 죽을 각오로 싸 우고 있는.
“이 개새끼들이!”
“어억! 컥, 커헉!”
……사람과 사람들.
몬스터가 아닌, 플레이어와 플레이 어들.
그제야 비로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바보처럼 입을 벌린 민수가 황당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몬스터가 아니라 내분이었어……?”
때론 사람이 귀신보다 무서울 수도 있는 법.
하지만 어쨌든 내버려 둘 수는 없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