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61
나 혼자 무한 보급! 061화
“우선 앞으로 이 ‘게임’의 진행 방 향에 대해 잠시 설명해드리겠습니 다.”
GM이 플레이어에게 손을 벌릴 정 도라니.
잘은 몰라도 심각한 일임에는 분명 했다.
딱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민 스
답답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로
M이 설명을 시작했다.
“아마 대강은 예상하고 계실 거라 생각됩니다만, 이 ‘게임’은 시나리오 가 개방될수록 채널이 통합되는 방 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
“새로운 시나리오가 진행될 때마다 인근 채널들을 통합하여 새로운 채 널을 개설하고, 궁극적으로는 지구 -117의 모든 채널이 통합된 단일 서 버가 등장하게 됩니다. 그 이후의 진 행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 기에 말씀드리기 힘듭니다만……
작게 한숨을 뱉은 M이 천장을 우 러러 봤다.
“요는 인접한 채널 간의 시나리오 클리어 여부가 ‘게임’의 진행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입니다. 살아 남은 채널들의 수에 따라 다음에 배 정되는 시나리오의 난이도가 변경됩 니다.”
“클리어한 채널의 수가 많으면 어 렵게 하고, 적으면 힘들게 하는 그 런 식?”
“그렇게 딱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난이도는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 지 않고, 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어 려워지지도 않습니다. 설정된 난이 도 하에서 플레이어들이 클리어 가 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그 진행 을 조율하는 것이 GM의 가장 큰 업무입니다.”
망할 자식들.
듣자 듣자 하니까 진짜 사람을 게 임 캐릭터 취급하고 있네.
이쪽도 딱히 착한 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저런 소리를 태연하게 듣 고 있을 만큼 망가진 인간도 아니다.
잔뜩 이맛살을 찌푸린 민수가 불퉁 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래서? 이 ‘게임’ 난이도 널뛰는 거랑 너희가 나 출장 보내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말씀드렸다시피 플레이어 김민수 님께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북미 지역의 채널로 가셔서 시나리오 클 리어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왜 그래야 하냐 고.”
“……여기서부터는 담당자에게 직 접 들으시는 게 나을 것 같군요.”
그렇게 슬쩍 말을 돌린 M이 손가 락을 딱 튕겼다.
빛 한 줌 뿌리지 않고 M 옆에 덜 컥 나타난 검은 그림자.
마찬가지로 모순적이지만 좀 삐죽 삐죽한 존재감에 민수가 고개를 갸 웃했다.
“……어, 걔지? GM-A 라고 했 나?”
“플레이어 김민수.”
확실히 M에 비하면 좀 태도가 뻣 뻣한 놈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처음 만났을 때처 럼 마냥 뻗대고 있지는 않았다.
풀죽은 얼굴로 살살 이쪽과 M의 눈치를 번갈아 살피는 게, 딱 봐도 뭔가 단단히 잘못된 눈치였다.
“먼저 말해두지. 북미 지역은 내 담당이다.”
“아, 책임자 납셨네. 이제 사장 나 오라고 큰소리치면 되나?”
“……그런 건 없고, 설령 있다 해 도 나올 리는 없을 거다. 아무튼, 플레이어 김민수. 지금 북미에 네 힘이 필요하다.”
“싫어. 딴 놈 알아봐.”
한 마디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 민 수가 몸을 돌렸다.
그래도 GM이 불러서 뭐 심각한 일인가 싶었는데.
가만 듣자 하니 내용이 황당해서 들어줄 가치도 없다.
“아니, 다른 지역 시나리오 못 깨 는 건 안타깝긴 한데, 그럼 나는 어 쩌게? 내가 뭐 시나리오 클리어하고 놀고 있는 거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잖아?”
“머, 먼저 시나리오를 클리어하지 않았나? 충분히 여유가 있을 거다.”
“여유는 개뿔. 나도 바쁜 사람이에 요. 앞으로 하안사거리에 드글드글 몰려오는 사람들은 그럼 누가 통제 하게?”
물론 엄밀히 말해 자신까지 끼어들 필요는 없다.
예진을 위시로 한 다른 플레이어들 도 이제 두 사람 몫은 충분히 해내 고.
다른 걸 다 떠나 이쪽엔 인간 믹 서기 은비가 있지 않은가.
설령 내가 없어도 몇 달은 너끈히 버틸 사람들.
단지 사람을 무슨 해결사 취급하는 GM들의 태도에 빈정이 상한 것뿐 이다.
“딱 봐도 너희들 실수 같은데. 아 냐? 그럼 너희가 책임져야지.”
“프, 플레이어 김민수! 중요한 일 이다!” “아, 그렇게 중요한 일이거든 GM 님들께서 알아서 하셔! 애먼 플레이 어 붙잡고 애걸복걸하지 말고.”
그보다 이 자식들 진짜 GM 맞나?
지들이 똥 싸놓고 플레이어한테 손 을 빌려?
대체 무슨 놈의 GM이 이따위로 무능한 건지 모르겠다.
한숨을 쉰 민수가 단호하게 몸을 돌리려 할 때였다.
“아무튼, 볼일 끝난 거로 알고, 나 도 바쁜 몸이라 이만 실……
“플레이어 김민수!”
꽈악.
갑작스레 바짓자락을 잡는 손길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대번에 얼굴을 구긴 민수가 고개를 돌린 순간, 민수의 눈앞에 경악스러 운 광경이 펼쳐졌다.
“부탁이다! 플레이어 김민수! 네가 어떻게든 해줘야 한다!”
“어•…”
꿇었다.
이놈이 무릎을 꿇었다.
처음 만났을 때 한껏 틱턱대던 놈 이었는데.
그놈이 지금 울 것 같은 얼굴을 한 채, 무릎을 꿇고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선.
“네가 안 도와주면! 다음 시나리오 가 전부 다 터져 버릴 수도 있단 말이다!”
터무니없는 소리를 입에 담…… 뭐?!
“뭐가 어쩌고 어째?”
민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진지해졌 다.
어쩌다 부탁을 넘어 통사정까지 가 버린 분위기를 수습한 후.
가까스로 A에게 전해 들은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북미 지역에는 내 직권으로 별도 의 시나리오가 적용됐다.”
“별도의 시나리오?”
“지구-117의 주도 종족인 인류종 이 아닌, 타 서버의 주도종인 요정 종들을 주도로 진행되는 시나리오 다. 충분히 클리어 가능하다고 판단 해서 적용했지.”
요정종이라고 하니 떠오르는 건 몇 개 없었다.
미국 애니메이션 같은 데에 나오는 날개 여러 장 달린 팅커벨이라거나.
그런 게 아니라면.
‘엘프? 에이, 설……
설마 싶어 웃어버리려 했지만, 이 윽고 얼른 생각을 고쳐먹었다.
M의 발언에 의하면 트롤 같은 놈 도 있다고 하지 않은가.
엘프가 있다고 해도 딱히 이상할 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데…… 조금 문제가 생겼다. 인류종에 요정종 시나리오를 적용한 탓인지 시나리오 클리어 확률이 지 나치게 낮아졌어. 사실상 주요 시나 리오는 거의 다 실패했다고 봐도 된 다.”
“그러게 왜 그런 억지를 부려서 느……”
“L三 * * * ’•
“네놈들이 덜떨어져서 그런 거다!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시나리오인데 클리어 확률이 30%를 밑도는 게 말이 되나?! 하여튼 이래서 인류종 “어허. 주둥이.”
합죽이가 된 A가 꾹 입을 다물었다. 이야, 이 맛에 사람들이 갑질, 갑 질 노래를 부르나 보네.
실실 웃으며 민수가 대답을 재촉했 다.
“자, 하던 얘기 계속해 봐.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됐는데?”
“……말했다시피 주요 시나리오가 적용된 채널들이 전부 공략에 실패 했다. 이대로 1차 시나리오 진행 기 한인 15일을 넘기게 되면, 앞으로 북미 지역의 시나리오 진행에 차질 이 불가피하다.”
현재 북미 지역의 시나리오 클리어 확률은 30%.
지구-117 전체로 미루어 봐도 퍽 낮은 확률이라고 한다.
아무튼, 일이 이렇게 굴러가니 GM들도 고민이 커졌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간 2차 시나리오 진행 에 차질이 생기는 건 물론이고, 설 령 잘 넘긴다고 한들 그다음 시나리 오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설명하겠습니 다. 만약 북미 지역이 2차 혹은 3차 시나리오까지 버티지 못할 경우, 향 후 당신에게도 상당한 악영향이 가 게 됩니다.”
“악영향이라니?”
“말씀드렸다시피 시나리오의 난이 도는 일정 이하로 내려가지 않습니 다. 그런 상황에서 시나리오를 진행 할 플레이어의 절대 수가 줄어든다 면, 그만큼 난이도 또한 상대적으로 폭등하게 되죠.”
정리하자면 그냥 똥도 아니고 설사 똥을 지렸다는 거다.
스케일 아득해지는 민폐에 민수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북미에 사람이 몇 명인데 그 사람 들이 다 탈락할 판이라니……
“저희도 부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플레 이어 김민수.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 니다.”
“M. 너는 이렇게 될 때까지 뭐 한 거야? 어쨌든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형식상 네가 상급자 같은데.”
“원칙적으로 저희 사이에 직급 따 위의 상하관계는 없습니다. 그리 고……
잠시 말을 멈춘 M이 A를 노려봤 다.
그 와중에도 할 말 많은 표정으로 씩씩대고 있는 A.
가타부타 말은 없었지만, A를 바 라보는 그 미지근한 시선에서 참으 로 많은 감정이 느껴졌다.
“……제가 꼭 말씀드릴 필요까진 없겠죠?”
“어…… 미안하다.”
그래. 생각해 보면 얘가 무슨 잘못 이겠냐.
부하직원 잘못 두고 싶어서 둔 것 도 아닐 테고.
위에서 까이고 아래에서 들이받고.
GM들의 세계도 가운데 낀 사람만 고통받는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 다.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협조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는 비단 북미 지역 의 존망뿐만이 아닌, 당신이 속한 광명시 채널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 제입니다.”
“꾜응•…”
“저희 쪽의 관리 실수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하여 깊이 사과드리 겠습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GM 은 이 ‘게임’에 직접적인 관여가 불 가능하기에, 이런 식으로밖에는 개 입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한 M 또한 민수에게 깊 이 고개를 숙였다.
적어도 민수가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M이 정중하긴 해도 먼저 고개까 지 숙이는 건 처음이었다.
‘이거 간단한 문제가 아니네.’
안 그런 것 같으면서 은근슬쩍 뒤 를 봐준 M의 체면은 그렇다 쳐도 저 설명이 사실이라면 결코 가만있 을 수 없다.
한참 후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북 미 지역의 뒤를 봐줘야 한다.
지금이야 압도적으로 클리어했다 치더라도,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 장은 또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여기서는 도와 주는 게 맞아. 문제는…… 어쨌든 이쪽도 며칠간 자리를 비워 야 하게 된다.
내 일도 아니고, 하물며 GM의 실 수를 메꾸기 위해.
물론 그렇다고 마냥 손해만 보는 일이냐고 묻느냐면.
‘그건 또 아니지.’
플레이어도 아니고 자그마치 GM.
GM에게 은혜를 두고두고 은혜를 입힐 좋은 기회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 태를 미연에 방지하면서 저 GM들 을 대놓고 벗겨 먹을 수 있는 절호 의 찬스인 셈.
“말씀하십시오.”
“어제 내가 했던 말 기억하지?”
민수의 질문에 M의 입술이 움찔 떨렸다.
참 많은 대화가 오간 밤이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하나뿐이었다.
“당신의 그 포부…… 말씀이신가 요?” “그래.” 고개를 끄덕인 민수가 다시금 대답 했다.
“난 너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다. 너희가 생각하는 답을 찾지도 않을 거고, 너희가 바라는 결말을 내놓지도 않을 거야.”
“난 내 방식대로, 내가 생각하는 대로만 움직일 거다. 아마 북미에 가서도 그럴 거고. 어떡할래? 감당 할 수 있겠어?”
“……상관없습니다.”
약간의 침묵 후, M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물론 플레이어 김민수의 판단은 대 단히 야망 넘치고 위험하긴 하지만, 이미 그 정도 위험은 M 또한 감수 하고 있었다.
“당신이 뭘 하든 간섭하지 않겠습 니다. 설령 시나리오의 의도와 다른 결말을 찾아도 상관없습니다. 당신 이 말한 소위…… 깽판을 놓는다고 해도 말리지 않겠습니다.”
“호오.”
“저희가 바라는 건 단 하나입니다. 시나리오의 클리어.”
민수를 부른 순간부터 이미 결단은 서 있었다.
이대로 북미 지역이 터져 버리는 것보단 차라리 플레이어 한 명의 깽 판을 감수하는 게 낫다.
“그거 외에는, 당신이 무엇을 하건 말리지 않겠습니다.”
“오케이.”
바로 그거지.
역시 M은 말이 잘 통한다.
민수의 입가에 씨익 미소가 떠올랐 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내가 더 할 건 없네.”
“그 말씀은……?”
“까짓거 가주지. 그렇게까지 말하 는데 거절하는 것도 모양새가 안 살 고.”
“정말 감사합니다.”
진심 어린 감사와 함께 재차 M이 고개를 숙였다.
하도 이리저리 튀어 다니는 사람이 라 애 좀 먹을 줄 알았는데.
역시 위험을 감수하고 향후 시나리 오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한 게 정답 이었다.
“플레이어 김민수 님의 협조에 다 시 한번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앞으 로도 ‘게임’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저희 또한 전력을 다해 협조하겠습 니다.”
“흠.”
“출발 준비를 마치실 때까지 잠깐 이나마 시간이 필요하실 겁니다. 앞 으로 6시간 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 다. 아, 물론 시간이 더 필요하시다 면 얼마든지……
“ 잠깐.”
그때.
활짝 웃으며 돌아가려던 M과 A를 민수가 잡아 세웠다.
“아직 내 얘기 안 끝났는데?”
“ 네?” “자자, 다리 아프게 거기 서서들 뭣해? 일단 여기 좀 앉으셔.”
어물어물 머뭇대는 M과 A의 등을 떠밀어서는 가까운 탁자 앞에 앉혀놓 고 자기 몫의 의자까지 끌어다 놨다.
그냥 앉혀만 놓긴 뭐해서 급한 대 로 음료수도 준비했다.
보관함에서 꺼낸 차가운 콜라 세 캔.
갑자기 싹싹해진 민수의 반응에 당 황한 두 GM이 서로의 얼굴을 돌아 봤다.
“저기, 플레이어 김민수?”
“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호, 혹시나 싶어 말하는데 이런다고 국 물도 없……?!”
“어허. 결정권 없는 쪽은 좀 조용 히 계시고.”
딱 자른 무시에 A의 얼굴이 붉으 락푸르락 일그러졌다.
물론 A가 체면을 구기건 말건 민 수가 알 바는 아니었다.
어색할 정도로 친절한 미소를 지은 채.
여전히 당황하는 M 앞에서 민수 가 입을 열었다.
“자, 그럼 고객님?”
갈 때 가더라도 계산은 확실히 해 야지.
GM 벗겨 먹을 기회가 앞으로 다 시 올 리 있겠는가.
이렇게 먼저 약점 보이고 고개 숙 인 것도 기회.
‘빼먹을 수 있는 거 다 빼먹어야 지!’
무릇 장사의 기본은 흥정 아니겠는 가.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두 GM 앞에서.
손바닥을 싹싹 비비는 민수의 두 눈이 사악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