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62
나 혼자 무한 보급! 062화
“자리를 비운다고요?”
“네. 길면 6일 정도.”
그렇게 GM들을 상대로 한 칼만 안 든 강도짓이 끝난 후, 식당을 나 선 민수는 그 즉시 대표 플레이어들 을 불러모아 선언했다.
“이젠 좀 체계도 잡혀가는 모양이 고, 제가 자리 좀 비운다고 큰일 일 어나지는 않을 거라 믿습니다.”
“우릴 믿어준다면야 고맙긴 한 데……
“근데 오빠는 또 어딜 가려는 거예 요‘?”
잔뜩 인상을 쓰고 있던 은비가 불 쑥 손을 들고는 물었다.
이 자리의 플레이어 중 가장 강하 다고 평가받는 은비였지만, 아이러 니하게도 이 자리에서 민수의 존재 에 가장 구애되는 건 그녀였다.
“동네 밖으로 나가는 길은 다 막혀 있잖아요. 간다고 해봐야 광명시 안 인데.”
“다 사정이 있어. 자세한 건 비밀 이라 말 못 해주고.”
“……오빠는 볼 때마다 비밀이 너 무 많은 것 같아.”
“왜? 그래서 아쉬워?”
“아쉽다기보단, 좀……
저 사람이 없으면 뭔가 개운하지 않다.
아무리 잘 될 일도 어디선가 꼬일 것 같고 없던 사고도 갑자기 불쑥 일어날 것 같다.
물론 그런 불안에도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사실상 이 생존자 집단의 존재 기 반이나 마찬가지인 남자.
그런 사람이 며칠이나 자리를 비운 다니 마음이 안 놓이는 건 당연하지 만.
‘뭔가…… 아, 뭔가 답답한데.’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한담.
켕긴다거나 찝찝하다거나 그런 것 과는 다른.
뭔가 좀 더 깊고 본질적인 불안에 뿌리내린 이…….
“자자, 은비야.”
“예진 언니……?” “그냥 그런 줄 알고 보내줘. 민수 씨가 언제 생각 없는 짓 한 거 본 적 있어?”
타이밍 좋게 끼어든 예진이 은비의 말을 갈랐다.
머뭇대는 은비를 꽉 끌어안아 옆구 리에 끼운 후.
이상할 정도로 상쾌한 미소와 함께 예진이 대답했다.
“이쪽은 걱정하지 말고 볼일 보고 오세요. 여기는 저랑 다른 사람들이 꽉 잡고 있을게요.”
“그거야 고마운데, 일단 은비 말이 나 마저 들어보죠? 보니까 뭐 할 말 있는 것 같은데.”
“아마 별거 아닐 거예요. 걱정 마 요. 제가 은비랑 잘 얘기해 볼게요.”
“……잘<?”
이거 뭔가 수상한데.
둘이서 뭐 못할 말이라도 하려는 거 아냐?
하지만 이윽고 포기한 민수가 어물 어물 고개를 돌렸다.
없는 자리에선 나라님도 욕하는 게 사람 심리인데.
나 몰래 둘이서 뒷담을 까건 뭘 하건 말릴 수 있단 말인가.
“……뭐. 그럼 그건 예진 씨가 알 아서 하시고.” 어차피 전달할 사항은 이거 말고도 잔뜩 있었다.
흠흠 헛기침을 한 민수가 팔짱을 낀 채 말을 이었다.
“제가 자리 비운 동안은 다소 조직 의 운영 방식을 바꿔볼까 합니다.”
“바꿔본다고요?”
“보급고, 다 거두겠습니다. 6일 동 안은 보급고 없이 살아보십시오.”
웅성웅성!
방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웅성 거림이 번지기 시작했다.
하나 같이 깜짝 놀라 서로를 돌아 보는 플레이어들.
그중에서도 유독 깜짝 놀란 얼굴의 남자가 번쩍 손을 들며 외쳤다.
“서, 선생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 니까?”
“아아, 철재 아저씨.”
“보급고를 거둬 가신다니요? 아이 고,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쇼. 보급 고가 없으면 여기 사람들 다 쫄쫄 굶는다고요!”
철재 입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소리 였다.
여기 사람이 몇이고 먹을 입이 몇 개인데.
거의 유일한 식량 나올 구석을 자 기 손으로 직접 끊겠다니!
‘안 돼. 그것만은 안 돼!’
작긴 하지만 나름 집단을 이끌어봤 던 철재였기에, 보급의 중요성을 이 자리의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바짓가랑이를 붙 잡아서라도 말려야 한다.
하지만 그런 철재의 절박한 심정에 도 민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어디까지나 6일입니다. 그것도 가 장 길어서 6일이라는 거고요. 저기 무한 던전 외에는 몬스터도 없는 상 황인데 6일간 보급고 없이 살아남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그, 그거야 못할 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그리고 이건 비 플레이어들의 플 레이어 각성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기도 합니다.”
얼추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때문에 민수의 추가 설명에도 거침 이 없었다.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보급고에 서 식량이 펑펑 쏟아져 나온다면 어 떻게 될까요? 비 플레이어들은 스스 로 플레이어로 각성해서 코인을 벌 지 않고 보급고에만 의지하려 할 겁 니다. 노약자라면 모를까, 사지 멀쩡 한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되죠.” “언제까지 제가 뒤를 봐줄 수는 없 습니다. 스스로 코인을 벌고,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 리고 마침 저 무한 던전과 새로 추 가된 시설들은 제 보급고를 그럭저 럭 아쉬운 대로 대체할 수 있습니 다.”
코인과 함께 식량 재료를 뱉어내는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무한 던전.
그 재료를 바탕으로 식료품과 무기 를 제공하는 식당과 대장간.
비 플레이어들에게 플레이어 각성 을 유도하는 동기로는 최적이다.
비록 엿새라지만 굶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
밥벌이를 위해서라도 수많은 비 플 레이어들이 무한 던전으로 뛰어들 것이다.
“저도 그렇고, 이 자리에 계신 모 든 분이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 니다. 저희는 자원봉사자가 아닙니 다.”
“물자가 무제한인 거지 방위력이 무제한인 게 아닙니다. 적어도 스스 로 자기 몸 지킬 방법은 강구하게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입니다.”
먹이 받아먹는 새끼 새 마냥 보급 고에서 물자만 퍼줘서 연명시키면 그거야말로 무책임하고 생각 없는 짓이다.
앞으로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닥쳐올 재난에서 스스로를 지킬 방 법을 찾게 하는 것이야말로 생존자 들에게 베풀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이 다.
‘물론 겸사겸사 미래의 고객들도 확보할 수 있겠고.’
슬쩍 떠오른 사적인 속내는 얼른 미소 뒤에 숨겨 버렸다.
새삼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눈앞의 플레이어들.
그들 앞에서 빙긋 웃은 민수가 친 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불만 있으신 분?”
언제나 그러했듯, 불만 따윈 없었 다.
그렇게 플레이어들을 붙잡고 회의 와 지시를 반복하길 약 5시간.
아슬아슬한 시간까지 투자해 확실 히 방침을 정한 후.
민수는 나브와 함께 건물 안의 으 슥한 빈방을 찾았다.
“할 일 다 마무리 짓고 왔어.”
“수고하셨습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방 안에선 이미 당사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나와 같이 덤덤한 표정으로 고 개를 숙이는 M.
그 옆에서 짜증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A를 보자 민수가 대번에 혀를 쯧 찼다.
“그쪽 선생님께서는 조금 전부터 어이하여 그리 표정이 안 좋으신 지?”
“……넌 양심도 없는 거냐?”
“먼저 거래를 청하신 건 선생님이 고 전 성심성의껏 임했을 뿐입니다 만?”
“그딴 건 거래라고 하는 게 아냐! 이건…… 이건 말도 안 돼. 이딴 선 례를 남기면 난 앞으로 어쩌라는 거 냐?!”
얄팍한 짜증이 벗겨진 얼굴 위로 울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사실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
플레이어 김민수가 어떤 놈인가.
제멋대로 시나리오 박살 내서 새 엔딩 만들어놓는다.
심지어는 노련한 GM인 M까지 한 번 가지고 놀았던 놈 아닌가.
‘쉽지는 않겠지. 쉽게 풀릴 리가 없지. 하지만……
M도 A도 간과한 게 있었다.
민수는 그냥 덮어놓고 깽판만 치고 싶어 하는 놈이 아니었다.
찌질할 정도의 보신주의에 그보다 더 투철한 반골 정신.
여기에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비겁 함에 의심병까지 더해지니.
세상에 둘도 없을 칼 안 든 강도 가 탄생하고 말았다.
‘아이고오, 선생님! 그게 말이 됩니 까? 겨우 2+급 장비만 가지고 거기 가면 그냥 단칼에 맞아 죽습니다! 요정종 시나리오 듣기만 해도 빡센 데 걍 가서 맞아 죽으라고요?!’
생떼는 기본.
‘아니, 생각을 해보자. 그럼 난 거 기 있는 동안 광명시에서 아주 손 떼고 있으라고? 사람을 보낼 생각을 했으면 그런 케어 정도는 그쪽이 어 련히 알아서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닙 니까? 네?!’
억지는 옵션.
‘못 줘? 못 준다고 했지? 에이 씨, 몰라! 니들 알아서 해! 안 가! 아, 뭐! 안 간다니까! 바짓가랑이 물고 늘어져도 안 돼!’
뭐만 하면 배 깔고 드러눕는 건 다반사.
‘……아, 진짜? 진짜 주는 거지? 하하하! 아이고, 죄송합니다. 선생 님. 제가 요즘 허리가 너무 아파서
좀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보 니…… 에이,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시고. 하하! 자, 계속하죠!’
심지어 그 와중에 뻔뻔하기까지.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GM이건만, 이 간땡이 부은 놈은 그 앞에서도 당최 겁먹은 기색이 아니었다.
“지금껏 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너 같이 요구하는 게 많은 놈은 처 음 봤다. 적어도 ‘게임’의 룰은 지켜 야 할 거 아니냐!”
“룰은 네가 먼저 깬 거고요. 자기 가 실수해서 설사똥 지려놓고 나한 테 닦게 시키는 주제에 룰은 무슨
얼어 죽을 룰이야?”
“나, 난 GM이야! 관리자라고! 인 류종이고 요정종이고 이전에 최소한 의 경외심은 가져야 할 거 아니냐! 대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 래?!”
“GM이고 나발이고 존중받을 가치 가 있어야 존중을 해드리지 않겠어? 그리고……
살짝 말꼬리를 흐린 민수의 시선이 슬쩍 M을 향했다.
여전히 차분한 빛을 한 채 민수와 마주친 M 의 눈동자.
도저히 색깔을 형용할 수 없는 그 녀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도망치듯 시선을 피한 M이 입을 열었다.
“……잘 마무리 짓고 오셨다니 다 행이군요.”
“그쪽도 고생이 많아.”
“제가 무슨 고생이라고. 요청하신 요구사항은 제 선에서 승인되었습니 다.”
짧게 지친 한숨을 뱉은 M이 도로 고개를 돌렸다.
“일단 첫 번째입니다. 북미 지역으 로 향할 때 당신이 지정한 플레이어 인과 함께 가실 수 있습니다.”
“오케이.”
“물론 플레이어 서은비와 같이 지 나치게 강력한 플레이어는 불가능합 니다. 뭐…… 누구랑 같이 갈지는 대충 알 것도 같습니다만.”
“크르르릉……
민수의 옆에 바싹 붙은 나브가 이 를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하긴 이 녀석이 GM들에게 좋은 감정 가질 리 없겠지.
바짝 곤두선 나브의 빨간 머리를 쓰다듬으며 민수가 말을 이었다.
“그래. 나브랑 같이 갈 거다.”
“그럴 것 같았습니다. 플레이어 나 브와의 동행을 승인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요청입니다만.”
딱!
말을 멈춘 M이 손가락을 딱 튕겼 다.
그와 동시에 민수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
내용을 읽을 새도 없이 메시지창이 확 커지더니 새로운 화면이 떠올랐 다.
[플레이어 김민수의 단체 채팅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방장 : 김민수]
[참여자 : 없음]
[도움말 – 단체 채팅방은 최대 25 인의 플레이어와의 동시 채팅을 지원 합니다. 플레이어들과 정보를 공유하 고, 동맹을 맺고, 집단을 형성하세 요!]
“당신의 본래 요청은 일대일 거래 창에서 채팅 시 들어가는 수수료를 영구적으로 면제해 달라는 거였습니 다만…… 유감스럽게도 그건 제 권 한 밖의 일입니다. GM은 이 ‘게임’ 의 설정값에 손을 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신 준 게 이 단체 채팅 방?”
“그렇습니다. 거래 기능이 없긴 하 지만 커뮤니케이션에 한해서는 일대 일 거래창의 상위호환입니다. 수수 료는 없고, 채널 간 채팅도 지원하 며, 25인의 동시 채팅 또한 가능합 니다.”
와. 설마 이런 걸 줄 줄은 몰랐네.
생각도 못 한 소득에 민수의 입이 죽 찢어졌다.
‘역시 M이야. 거래할 줄 안다니 까!’
자신이 북미로 가 있는 사이에도 광명시의 소식을 들을 수 있고.
그 이후로도 긴밀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필요 했다.
그랬기에 급한 대로 일대일 거래의 채팅 수수료라도 면제해 달라고 했 는데.
M은 용케 자신의 의중을 꿰뚫어 보고 그보다 더 훌륭한 걸 선물해 줬다.
“참고로 향후 시나리오상 지구-117 에 이 전체 채팅방 기능이 적용될 예정은 없습니다. 지구-117에서 전 체 채팅방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는 앞으로도 당신이 유일할 겁니다.”
“거 고맙기도 해라.”
“변명까진 제가 만들어드릴 수 없 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는 적 당히 얼버무리십시오. 그리고 다른 거로는……
이후 M의 입을 통해 거래 내역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북미에서 얻은 모든 종류의 소득은 그대로 가지고 돌아올 수 있다.
앞으로 6일간 GM과의 언제든지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설령 공략이 실패한다 해도 자신과 나브의 안전한 송환을 보장한다.
그리고.
“아마 이걸 가장 기다리고 계셨을 겁니다.”
내뻗은 M의 손바닥 위에 하얀 무 언가가 나타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가죽으로 만든 코트 한 벌.
눈을 휘둥그레 뜨며 코트를 받아들 자, 그 옆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백기사의 코트]
[등급 : 4급]
[엘판리트 제국의 정예병, 99명밖에 없는 백기사단에게 지급된 코트. 와이 번의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어 매우 질기고 철갑보다 튼튼하다. 또한, 착 용자에게 일정 이상의 근력 강화 효 과 또한 제공한다.]
[특이 사항 : 모든 공격(마법 공격 포함)에 대한 중상급의 방어력 상승. 체온 및 청결 유지 효과. 착용 시에 한해 근력 강화 제공.]
[가격 : 비매품]
“근접전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4급 이상의 방어구. 요구조 건 이상 없습니까?”
“훌륭해.”
“새삼 어처구니가 없군요. 다른 플 레이어들은 이제 겨우 2급인데 혼자 서 4급 장비를 들고 다닌다니……
질린 한숨을 쉬는 M은 무시한 채 입고 있던 로브를 벗었다.
살짝 넉넉하지만 그래도 몸에 잘 맞는 코트를 걸치자, 바로 근력 강 화 효과가 적용되어 몸이 훨씬 거뜬 해졌다.
‘그래. 이거지.’
원래대로라면 총이 있으니 근접전 은 고려할 필요조차도 없었지만, 천 사의 눈물을 손에 넣으면서 근접전 또한 중요한 옵션으로 떠올랐다.
몇몇 특수한 국면에선 근접전이 상 당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도 있 다.
그 때문에 근접전에서도 유용한 가 벼운 고급 방어구를 부탁했고, M은 역시나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근데 이것도 색이 흰색이네?”
“우연히 그렇게 됐군요. 요구조건 을 만족하는 장비를 찾다 보니.”
“흐음.”
“마음에 안 드신다면 약간 타협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마침 3급 방어구 중에 17종의 색상을 지원하는 유사 한 방어구가 있으니 차라리 그쪽을 선택하시는 것도……
“워워. 약 팔지 마.”
이게 어디서 은근슬쩍 눈탱이를 치 려 들어?
국물도 없다는 듯 눈을 부라린 민 수가 박수를 짝하고 치며 웃었다.
“오케이! 거래 완료되었습니다. 선 생님. 성심성의껏 깽판 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안 돼…… 이런 선례가 남으 면 난…… 앞으로 다른 GM들이 날 뭐라고 생각할……
“아, 거 시끄럽네.”
그 와중에 정신 못 차리는 A에게 한 마디 쏘아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 다.
들고 있던 로브를 보관함에 도로 넣은 후.
뒷짐을 진 민수가 씨익 웃으며 M 을 향해 말했다.
“이쪽은 준비 끝. 자, 어디 한번 가보자고.”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럼…… 마지막으로 고개를 꾸벅 숙인 M 이 손을 들었다.
아마 저 손가락을 튕기면 저쪽으로 넘어가는 거겠지.
마음을 굳게 먹은 민수가 옆에 있 던 나브의 손을 잡고 마지막으로 심 호흡을 뱉은 채 눈을 질끈 감은 순 간.
“플레이어 김민수. 플레이어 나브. 채널 변경 작업 실시.”
마치 고꾸라지듯. 무언가에 떠밀려 떨어지듯.
온몸의 감각이 바닥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멀어지…….
“……아.”
기묘한 낙하감은 채 3초를 더 가 지 않았다.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잡고 있던 나브의 손을 부리나케 놓은 민수가 주변을 돌아봤다.
“……도착했나.”
울창하게 우거진 콘크리트 마천루.
부옇게 먼동이 터오는 하늘을 가린 까만 연기.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만 보던 곳이 었고 앞으로도 평생 연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설마 이런 일로 해외여행이라니.”
머리를 벅벅 긁고는 고개를 들어 저 너머를 바라봤다.
전 세계인이 다 아는, 이 도시의 가장 유명한 상징물.
비록 머리가 있을 곳에 흉물스러운 탄 자국만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번쩍 치켜든 횃불 모양의 조각상은 알아볼 수 있었다.
“자유의 여신상.” 곳곳에서 치솟는 까만 연기도.
벌써 피부를 찌르는 절망과 죽음의 냄새도.
그 모든 암울한 지표로도 그 화려 함을 가릴 수 없는.
전 세계인의 로망. 명실상부한 지 구의 수도.
“뉴욕.”
시나리오 종료까지 앞으로 6일.
멸망을 앞둔 뉴욕에 보급관이 나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