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073
“아빠! 아빠!”
“오지 마!”
감정병에 대한 분석이 거의 끝나 간 시점에서 도움을 받지 못한 가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안 돼! 절대로 안 돼!’
참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참을 수 있는 상태로 자신을 몰아세우는 것.
‘내 가족은 절대로 안 돼.’
고통을 버티지 못해, 잠시의 안락을 위해 가족을 죽이는 경우가 파다했다.
“으아아아아!”
너무 아팠고, 밧줄에 묶여 있는 그의 피부는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의자 바닥에 박은 못이 흔들거렸다.
“가! 오지 마!”
고통에 의식이 멀어지는 와중에도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내가 묶여야 한다.’
남자이고, 가장 힘이 세니까.
‘그래, 이걸로 된 거야.’
그때 잠긴 문이 쾅 하고 열리면서 두 아이와 엄마가 울면서 들어왔다.
“아빠.”
손에 칼이 들려 있었다.
“아빠, 나 너무 아파요.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아요.”
몇 달의 고통 속에서 이미 인간의 몰골을 잃어버린 가족의 모습에…….
‘사랑해.’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을 잃은 가족은 그로부터 3일 뒤, 다시 감정병이 발발하자 목을 맸습니다.”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멍청한 놈들. 사탄교를 믿으면 되는데.’
세리엘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극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하십니까? 전 세계에는 여전히 정보가 부재하고 구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낙후된 지역들이 존재합니다.”
“보면 볼수록 괜찮네. 좋아, 87점.”
왕자가 작게 내뱉은 말이 공기 중에 스며들자 페르미가 고개를 돌렸다.
서늘한 눈빛을 본 왕자가 입 모양으로 말했다.
뭐, 새끼야?
“…….”
그로부터 한참이나 왕자를 노려보던 페르미가 고개를 돌리고 중얼거렸다.
욕이었다.
케시아의 국왕 마놀카가 어깨를 들썩였다.
“클클! 살다 보니 네가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보는구나. 내버려 둬. 아직 먹을 만한 음식이 안 나오니 지루해서 저러는 게지. 너도 마찬가지고.”
“잠이나 자요.”
“세계 평화? 자기 마음의 평화조차 도모하지 못하는 게 인간이야. 욕심은 끝이 없고, 불만은 가득하지. 화장실에 가고 싶어 죽겠는데 저 영상이 눈에 들어오겠어?”
“그냥 자라니까.”
“아니면 뭐야? 저 처자랑 뭐라도 있냐?”
“…….”
페르미의 입이 닫혔다.
“세계를 선도하는 여러분! 인류를 위해 더 많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젠장, 뭐만 했다 하면 돈이야.’
“사랑하는 가족을 잃지 않도록!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도록!”
‘보너스 나오면 대출금 갚고, 어머니 좀 드리고, 교육 환경 좋은 곳으로 이사를…….’
“모두가 간직하는 소중한 추억, 관계, 사랑을 스스로 저버리지 않도록!”
‘문 왕국 쪽 장식 예쁘다. 부장님에게 말해서 하나 구해 달라고 할까.’
“여러분의 힘이 모이면 세계를 바꿀 수 있습니다!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곧 모두 발언 시간이다. 천사들의 연출이 중요해. 일단 카샨부터 견제하고…….’
세리엘이 단상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뜻을 모아 주십시오!”
“브라……!”
기스가 벌떡 일어나 박수 자세를 취하려는 그때, 정신 나간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히히히!”
분위기가 싸해지고, 회의장의 모두가 소리를 따라 고개를 틀었다.
“큭큭, 크크크크.”
하비츠가 목을 한쪽으로 꺾은 채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아, 미안. 미안합니다. 으흐흐흐!”
세리엘은 정신이 혼미했다.
“뭐가 그렇게 웃기죠?”
“그게 아니라, 큭큭큭!”
“뭐가 웃기냐고 묻잖아!”
벼락같은 고함에 비로소 공기가 무거워지고, 하비츠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아.”
그가 수염을 꼬며 말했다.
“음. 아, 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그렇게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다니.”
“그게 웃겼다고?”
하비츠가 손을 흔들었다.
“아니. 그건 슬픈 일이지. 내가 웃긴 이유는, 여기 있는 사람들 말이야…….”
신의 주파수.
“뭐, 알겠어. 힘들고 어렵고, 사는 게 다 그렇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탄이 물었다.
“너희들 지금 여기서 뭐 하냐?”
“…….”
사탄의 시선이 좌중을 훑고 지나갔다.
“응? 응? 응?”
누군가는 외면했고, 누군가는 똑바로 쳐다보았으며, 누군가는 분노했다.
‘짜증 나네.’
마음을 읽힌다는 것.
다시 시선을 되돌린 하비츠가 세리엘을 가리키며 깊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맞부딪혔다.
짝. 짝. 짝. 짝.
“…….”
건조한 박수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루피스트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아슬아슬했군.”
성전이 끝날 뻔했다.
“충분해요.”
미소를 지은 시로네는 눈물로 화장이 번진 세리엘을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
거대한 꿈 (3)
하비츠의 박수는 어떤 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이로서 분명해졌다.
‘저건 죽여야 돼.’
마음의 파동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어떤 의미로 배니싱보다 짜증 났다.
그렇게 성전의 발의가 끝나고 각국의 대표들이 발언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차피 오늘 밤이 핵심이야.’
암살, 로비, 청탁, 은밀한 거래까지, 모든 게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질 터였다.
“자이브에는 천사가 있습니다. 이 힘이야말로 세계를 지탱할 능력. 모든 국가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연설은 평이했다.
‘젠장, 신경 쓰여서 몰아붙일 수가 없잖아.’
강도 높은 책략으로 하비츠를 자극하기라도 한다면 우스운 꼴을 당할 터였다.
“자이브에게 가르토를 주십시오. 물론 롬을 준다면 굳건한 동맹일 겁니다.”
기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물론 테미카는 정중하게 사양하겠습니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신의 주파수를 신경 쓰는 각국 대표들은 최대한 속마음을 감추는 전략을 사용했다.
12개 국가는 정석적으로 자국이 세계를 지도해야 하는 이유를 설파했다.
성전의 본경기라고 할 수 있는 자유 발언이 남은 가운데 20분간 휴정했다.
구스타프 4기예, 스모도가 말했다.
“다들 하비츠를 너무 신경 쓰는군. 무슨 마음을 품고 있든 상관없잖아? 자신이 그런 인간이면 관철시키면 되지.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야?”
발칸이 말했다.
“인간은 선을 아름답다고 여기니까. 하지만 전략적으로 튀지 않으려는 국가도 있어.”
제타로가 말했다.
“어차피 탐색전일 뿐이야. 오늘 밤 모종의 결탁이 이루어지면 내일부터는 펀치를 날리겠지.”
“그래서 어때? 힘의 균형은.”
“흐음.”
발칸은 군중기를 읽었다.
기운이라는 것은 상대적이라, 두 마리의 맹수를 가두어 놓아도 강자와 약자는 갈라지는 법이다.
12개의 국가, 수백 명의 두뇌들이 펼치는 심리전 속에서 특별한 흐름이 느껴졌다.
“승률로 따지면 대략, 자이브 86퍼센트, 카샨 92퍼센트, 토르미아 78퍼센트, 진천 66퍼센트…….”
제타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하비츠가 세군. 토르미아가 3위 안에 든다는 게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야훼 때문인가? 최강의 마법사이긴 해도, 사실 까다로운 상대는 아니야. 하비츠도 별로 신경 안 쓰잖아.”
발칸이 말했다.
“악의 입장에서야 쉽지. 도박판의 호구랑 비슷한 거야. 문제는 그 호구의 재산이 무한이기 때문에 쉽게 뒤통수를 못 치는 것이지만…….”
그의 시선이 옆으로 흘렀다.
“중요한 건 토르미아는 3위가 아니라는 거야. 군중기의 흐름이 가장 크게 모이는 곳은…….”
독사를 목에 두른 키트라가 보였다.
“파라스 왕국이다.”
무심하게 정면을 바라보던 키트라는 독사가 혀를 내밀자 입을 맞췄다.
“쪽. 쪽.”
천천히 고개를 돌린 그가 발칸과 눈을 마주치더니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
스모도가 나직하게 물었다.
“승률이 얼만데?”
“모르겠어. 비정상적. 이런 흐름은 본 적이 없어. 수치로 계산하자면 아마도…….”
발칸이 한쪽 눈을 찡그렸다.
“128퍼센트?”
제타로가 눈을 깜박였다.
“100퍼센트가 넘잖아. 그런 승률도 있나?”
“그러니 이상하지. 카드 게임에서 패를 조작한다고 해도 이런 승률은 나오지 않아. 따라서 100퍼센트를 넘을 수 있는 경우의수는 단 하나.”
스모도가 말했다.
“시스템이 조작될 경우로군.”
“그래. 승률이라는 것은 동일한 룰에서 계산되는 거야. 그런데 만약 낮은 패를 가졌는데도 그 낮은 패가 이기도록 시스템이 조작된다면 어떻게 될까? 수치로 표현하려면 100퍼센트를 넘기는 수밖에 없어.”
제타로가 중얼거렸다.
“흐음. 100퍼센트는 전체를 뜻하고, 전체를 넘는 건 개념적으로 불가능하지. 하지만 그 전체를 초월하는 새로운 개념이 열렸을 경우…….”
머릿속에 무언가가 퍼뜩 떠올랐다.
“바깥 세계. 파라스는 어떤 루트를 통해서든 그 비밀에 접근했다는 거로군.”
시로네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키트라의 속셈을 알 수 없어. 최대한 빨리 피라미드 탐색을 끝내야 하는데.’
현재 카니스와 아린, 줄루 등 피라미드에 있는 모두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회의를 재개하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자유 발언으로 의장의 개입을 최대한 줄이겠습니다.”
각국 대표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자이브의 기스가 일어나 포문을 열었다.
“전쟁을 끝냅시다. 이 자리에 계신 천사장 사티엘 씨와 공조하여 최대한 빠르게 평화를 도모하는 게, 인류에 있어 큰 수확입니다.”
진천 제국의 진강이 말했다.
“전쟁을 멈춘다고 끝나는 게 아니오. 현재 진천의 국민은 방사능의 돌연변이로 고통받고 있소. 천사들이 그 문제를 수습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소만.”
사티엘이 코웃음을 쳤다.
“흥, 인간이 나약한 것을 어쩌라는 것이냐? 고작 방사능 따위에 육체가 변하다니.”
기스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으나 사티엘을 통제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람파가 말했다.
“듣자 하니, 천사장께서는 인류와 공존할 생각이 없는 것 같군요. 자이브가 지도국이 된다면 또 다른 파국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닙니까?”
“아닙니다. 그건…….”
사티엘이 기스의 말을 끊었다.
“걱정하지 마라. 나는 누구처럼 구질구질하게 인간을 괴롭힐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 나면, 군대를 이끌고 떠나겠다.”
문 왕국의 문룡이 물었다.
“원하는 게 뭐요?”
“개인적인 일이다. 물론 내 업무를 방해한다면 너희에게 재앙이 닥치겠지만.”
그렇게 내뱉은 사티엘은 시로네를 쳐다보았다.
‘이카엘. 어디에 있는 거지?’
굽어보기로 행성 전체를 뒤졌는데도 이카엘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나를 피하고 있는 거야.’
이카엘의 은신 능력은 앙케 라조차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다만 이카엘이 은신하는 이유는 본인이 아닌 웨나 위저드를 감추기 위해서였다.
하비츠를 죽일 수 있는 인류의 희망을 대놓고 불러들일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