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64
“찾았다, 여황.”
나타샤가 배관 라인에 매달려 있고, 그 아래 어둠에서 복면 검사가 다가왔다.
토르미아의 근위대장 라이였다.
‘그것도 3명이나.’
안찰이 말했다.
“나름 머리를 썼지만 머리는 당신만 달린 게 아니지. 포기해. 카샨은 끝났어.”
키도는 우오린이 답하게 하지 않았다.
“흥, 너희 같은 것들이 노린다고 눈이나 깜빡할 것 같아? 죽기 싫으면 꺼져.”
물론 적의 강함은 알고 있다.
‘희망은 있어. 하비츠의 암살 게임까지 남은 시간은 13분. 그때까지만 버티면…….’
안찰이 물었다.
“누가 먼저 할래?”
나타샤와 라이가 대답이 없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땅을 박찼다.
‘잡은 쪽이 임자다.’
전투가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우오린을 제외한 모든 곳에 충격파가 터졌다.
“풍란.”
마정안이 빛나자 허공에서 수백 개의 칼날이 키도를 향해 날아들었다.
“크으으으!”
화신술보다 관철력은 떨어지지만 응용력은 무한대에 가까운 능력이었다.
‘진짜 까다롭다.’
마음의 안찰, 속도의 나타샤, 기술의 라이.
‘앞으로 10분.’
3명의 공격을 동시에 받아 내는 키도의 몸에 자잘한 상처가 쌓여 갔다.
‘이게 고블린의 경지라고?’
안찰은 경탄했다.
‘아니, 이미 종의 한계를 넘어섰어. 이건 인간도 고블린도 아닌 그 무언가다.’
키도의 눈에 불이 켜졌다.
‘부동심.’
불가의 깨달음으로 환영을 파괴하고 지박령으로 나타샤의 속도를 묶었다.
라이가 후미에서 침투했다.
‘내가 잡는다.’
공격을 옆으로 흘린 키도가 눈을 번쩍 뜨더니 회전하며 창을 휘둘렀다.
‘근원의 지배.’
원자와 원자 사이를 베는, 즉 모든 물질을 베어 버리는 최강의 일격이었다.
“큭!”
거리를 벌린 암살자들은 공기 중에 뱀처럼 전기가 흘러 다니는 것을 보았다.
‘모르고 막았으면 죽었겠군.’
거친 숨을 내쉬는 키도가 우오린의 앞을 막아섰다.
‘앞으로 2분.’
안찰이 다가왔다.
“기괴하구나. 아니, 역겹다고 해야 하나?”
“…….”
“대정화기의 미味여, 너는 진리가 아니다. 온갖 깨달음이 뒤섞인 괴물이지.”
그녀의 시선이 우오린을 겨누었다.
“카샨의 여황은 인륜이란 게 없는 것인가? 대체 이 짐승에게 무엇을 먹인 것이냐?”
‘내 살점 빼고 전부.’
그녀의 권력으로 조달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키도의 몸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뭐? 내가 내 개한테 뭘 먹이든 무슨 상관이야? 너희들도 먹여 줄까?”
안찰의 마정안이 번뜩였다.
“수치심도 없군.”
사방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나타샤와 라이가 기동할 준비를 끝내는 그때.
엘리키아의 빛이 성전을 감쌌다.
‘하비츠는?’
이미 경험한 그들은 특별히 놀랄 것도 없이 사탄의 위치부터 확인했다.
‘……그런가.’
안찰이 물러서자 귀사문이 열렸다.
“당장 성전을 떠나라, 여황이여.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
꿈결처럼 귀사문이 사라지고, 나타샤와 라이가 어둠으로 스며들었다.
키도가 무릎을 꿇었다.
“후우, 당분간은 괜찮겠지.”
하비츠의 위치가 공개되었기에 우오린을 죽이는 건 국제법 위반이었다.
“방심하지 마. 금방 돌아올 테니까.”
“물론 너는 제거 1순위지. 하지만 제거하는 쪽은 지도국 탈락이야. 함부로 못 움직여.”
엘리키아가 있는 한.
‘최악의 상황은 엘리키아가 발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가 죽는 것이다.’
그럴 경우 하비츠가 누굴 죽였는지 모르기에 범인을 특정 지을 수 없게 된다.
‘고맙다, 시로네.’
우오린을 위한 선택은 아닐 테지만.
“가자. 힘들어도 미래시를 유지해. 이번처럼 안찰에게 뒤를 밟히면 안 되니까.”
“그래.”
기관실을 걸어가며 키도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또 1명의 사망자.’
명복을.
***
엘리키아 발동 10분 전.
제타로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구스타프 섹터로 걸어가고 있었다.
‘스모도가 제일 먼저 집에 갔네.’
왜 스모도일까?
‘나랑 더 놀고 싶어서? 아니, 처음부터 나는 안중에도 없었던 건가? 대체 왜……?’
진실은 알 수 없다.
‘슬슬 또 시작하겠군. 하비츠를 생각한다는 건 배니싱 발동 전이라는 얘기. 다음에는 누가 타깃이 될까. 혹시 이번에야말로 나를…….’
제타로의 걸음이 멈췄다.
입술이 터진 하비츠가 혼잣말을 내뱉으며 복도 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쳇, 한 방 먹었어. 그런 전략을 쓰겠다 이거지? 좋아, 그렇다면 나는…….”
그 순간 둘의 시선이 충돌했다.
제타로의 심장이 터질 듯 뛰는 것과 달리 하비츠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음, 그렇지. 정말 재밌겠어. 이 게임의 묘미는 질 수도 있다는 거니까.”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곁을 지나가는 모습에서 제타로는 깨달았다.
‘이제 나는 재미가 없구나.’
절교 선언이었다.
“벌써 1시간이 지났나.”
위저드에 대한 생각을 접은 하비츠는 배니싱 상태에서 복도를 내달렸다.
‘빨리 끝내 주지.’
코로나 섹터의 국왕 집무실이었다.
“마족의 힘이 너무 강해졌어요. 이대로는 상아탑이 궤멸할 겁니다. 빨리 수를 써야…….”
문을 거칠게 열었는데도 내부의 관리들은 회의를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카드 게임을 하는 사람들과 아르민, 상아탑의 별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하비츠는 콧방귀를 뀌었다.
“누굴 죽일까?”
엘리키아에 두 번이나 당한 하비츠는 미리 와서 기다리는 전략을 택했다.
“너다.”
회의를 지켜보는 국왕 우들라이의 목에 칼을 겨눈 채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4초. 3초. 2초…….’
그 순간 우들라이의 눈이 갑자기 커지더니 의자를 박차고 몸을 날렸다.
“전하!”
그의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붉은 구슬이 둘로 쪼개지며 바닥을 굴렀다.
.
이제는 몇 개 남지 않은, 그래서 돈이 아무리 많아도 구하지 못하는 오브제.
“이것들이 진짜…….”
하비츠가 도끼눈을 치켜뜨며 달려가는 그때, 엘리키아의 빛이 찬란하게 퍼졌다.
‘하비츠!’
정상 범주를 초월하는 속도로 깨달은 상아탑의 별들이 동시에 몸을 틀었다.
“죽여!”
엘리키아가 사라지기 전에.
아르민이 스톱 마법을 시전하자 시옥이 회전하며 올라와 시간을 파괴했다.
‘완전체.’
초고속 접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하비츠는 우들라이 국왕을 돌아보았다.
이미 경비들이 보호하고 있었다.
“…….”
게임에서 패한다.
사탄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 앞에 하비츠는 이성을 잃은 채로 돌진했다.
“막아!”
별들이 우들라이를 가로막았으나 하비츠가 노린 것은 엎드려 있는 시녀였다.
“허억!”
시녀의 목에 칼이 박히자 별들은 물론이고 시옥조차 전투를 멈췄다.
‘이건…… 유희가 아니다.’
게임에 패하지 않기 위해 저지른 살인이야말로 사탄이 쫓기고 있다는 증거.
별들은 무의미한 희생에 분노했다.
“삼류도 안 하는 짓을……!”
“그게 뭐?”
시녀의 목에서 칼을 뺀 하비츠가 말했다.
“나쁜 결과는 아니잖아? 내가 게임에 패하면, 그때부터는 학살을 저지를 테니까.”
과연 그렇다.
‘게임을 제안한 건 하비츠. 패배의 대가는 없어. 그런데 어째서 이 게임에 집착하지?’
다시 배니싱이 발동되었다.
“지금 증명해 볼까?”
하비츠를 놓친 상태에서도 별들은 초유의 정신력으로 스피릿 존을 펼쳤다.
‘제길! 뭔가 놓쳤어. 집중해라, 집중.’
“흥.”
비웃음을 날린 하비츠는 협박했던 것과 달리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게임을 끝낼 수는 없지.’
적어도 ‘사실과 거짓’ 게임이 종료되는 자정까지는 룰을 유지해야 한다.
“똥줄 좀 타고 있으라고.”
별들을 돌아보며 하비츠가 문을 여는 순간, 옆구리에 충격이 밀려들었다.
“커억!”
수 미터를 밀려난 그가 배를 움켜쥔 자세로 아픈 얼굴을 쳐들었다.
“크으으으!”
정신을 차린 별들이 눈을 크게 떴다.
“너는?”
“죄송합니다. 잠시…….”
문틈 사이로 들어온 위저드가 무심하게 내뱉었다.
“숨바꼭질 중이라서요.”
오메가 999년 (3)
***
구스타프 섹터.
발칸은 제타로의 표정을 보고 깨달았다.
“벌써 죽은 것 같군.”
살을 맞은 발칸도 정상은 아니었으나 제타로의 얼굴은 마치 시체 같았다.
“나타샤는?”
“우오린 잡으러 보냈어. 놀면 뭐 해? 어차피 하비츠도 우리 손을 떠났는데.”
“날 보고 그냥 지나쳤어.”
하비츠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게임메이커는 너야. 네가 직접 하비츠를 죽이지는 못해도, 위저드를 엮은 것으로 충분해.”
제타로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는 그때 나타샤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혀를 삐죽 내밀었다.
“놓쳤다.”
“그 여자도 보통은 아니지. 쉽게 잡혀 주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계속 괴롭혀.”
“왜? 성전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잖아. 우리는 하비츠만 죽이면 되니까.”
“바로 그거야.”
제타로가 고개를 들고, 발칸이 말을 이었다.
“술래잡기는 작은 게임일 뿐이야. 물론 위저드는 강하지만, 나에게 돈을 걸라고 한다면 아무 데도 걸지 않을 거야. 도박사의 감으로 봤을 때 50 대 50.”
박빙이었다.
“하지만 도박에 무승부는 없어. 판돈을 쪼개거나, 거기서 2배로 뛰는 거지. 근데 본전이나 찾으려고 여기 온 인간이 있을까? 판이 커질 거야. 하비츠로 인해 성전은 엉망진창이 될 거라고. 따라서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