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79
잉그리스는 인간의 수명을 통제하는 장소가 분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단지 정보의 집적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게 가능할까? 어떻게 사람의 수명을 바꾼다는 거야?”
“하아, 이 질문은 진짜 많이 들어오네. 모르는데 여기는 어떻게 찾아오는지 몰라.”
관리인은 마치 선생님처럼 뒷짐을 지고 걸어 다녔다. 패널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애정이 듬뿍 담겼다.
“어떻게 수명을 바꿀 수 있느냐 하면, 이곳이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되어 있기 때문이야.”
아카식 레코드는 카니스도 알고 있었다. 신화를 연구하면서 자주 접했던 단어였다.
우주의 모든 기록이 담겨 있다는 초자연적인 정보 집합체.
천국에서도 같은 단어가 쓰인다는 것은 신화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이론이었다.
“불가능해. 네 말은 거짓이야.”
“호오? 어째서?”
“세상의 전부를 담은 기록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할 수 없으니까. 그것이 전부인지 어떻게 검증하지? 결국 어느 정도는 과장이 되었다는 얘기야.”
“흐음, 확실히 인간은 인간이네. 뭐, 너희 수준의 사고방식으로는 그 말도 맞아.”
카니스는 조금 울컥했다.
“그렇다면 아니라는 거야?”
“아카식 레코드는 그런 거창하고 대단한 게 아니야. 이 세계가 그냥 아카식 레코드인 거지.”
“알아듣게 말해 봐.”
관리인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눈을 빛냈다.
“너도 인간이니까 메카인의 설명을 빌릴게. 2에 3을 곱해, 그런 다음 1을 더하면 몇이지?”
“당연히 7이지.”
“그래. 바로 그것이 인간들의 사고방식이지. 인간은 문제를 찾아야 답을 구할 수 있어. 수식을 알아야 답을 얻을 수 있는 존재라고.”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그럼 너희는 다르다는 건가?”
“다르지. 그럼 천국의 방식대로 문제를 내 볼게. 나는 방금 7이라는 답을 얻었어. 내가 어떤 수식을 거쳐서 7에 도달했는지 맞혀 봐.”
카니스는 입을 다물었다. 알 수가 없다. 7에 도달하는 방법은 무한히 많기 때문이다.
“이제 알겠어? 아카식 레코드는 그냥 정답이야. 이번에는 노르인의 말을 빌릴까? 어떤 표현을 써도 좋으니까 잉그리스에 대해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겠어?”
언어는 본래의 의미를 완전하게 전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카니스도 아카식 레코드가 뭔지 깨달았다.
“잉그리스.”
관리인은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야. 잉그리스는 잉그리스인 거야. 네가 오기 전에도 잉그리스는 존재했어. 하지만 너에게 이곳은 어디에도 없는 존재였겠지. 어째서일까?”
“이름을…… 몰랐으니까.”
이건 심각한 사태였다. 카니스는 라가 수명을 조절하는 데 이름이 필요한 이유를 깨달았다.
이름. 그것이 전부다.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돌이나 바람에게 세상은 존재하지 않아. 완전한 무라고. 실제로 이렇게 존재하는데도 말이야. 의미를 부여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야. 우주에 우주라는 이름을 부여했을 때, 비로소 우주가 생겨나는 거라고.”
천국은 정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정답은 없거나 혹은 전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히려 정답에 도달하는 수식을 바꾸어 진리를 왜곡시키고 있었다.
7이라는 정답이 8로 변하든 9로 변하든 상관없는 것이다.
어떤 정답이 나오든 그것은 세상의 전부일 것이고, 그렇기에 완벽할 테니까.
“인간은 언제나 유일한 진리를 찾아 헤매지, 바보같이. 유일한 진리가 어디 있어?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그게 전부인 거야.”
관리인은 패널들을 가리켰다.
“잉그리스는 메카 시스템을 이용해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해 있어. 수식을 뒤틀어서 진리를 바꾸지. 이것을 해킹이라고 부르는데, 인간의 수명쯤은 금방 고칠 수 있다고.”
카니스는 위기감을 느꼈다. 메카의 능력으로 진리를 파괴하는 기술력은 인류의 패러다임이 혁신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관리인이 손가락으로 딱딱 소리를 내며 주의를 끌었다.
“설명은 그만하고 거래하러 온 거면 저쪽으로 가자. 중앙 통제장치에서 수명을 바꿀 수 있으니까.”
관리인이 은밀한 시선을 보내며 교차로의 중심에 서 있는 기계장치를 가리켰다.
카니스는 과거 라둠에서 봤던 암거래상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자 문득 이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마라는 천국 소속이고 자신은 이단이다. 어째서 그녀는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것일까?
“거래를 하자고? 지금 바깥의 사정이 어떤지는 알고 있을 텐데.”
“응? 바깥의 사정? 천국에 무슨 일 있어?”
“설마 모르는 거야?”
“당연히 모르지. 나는 무려 잉그리스의 관리인이라고. 여기 있는 정보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수만 년 동안 바깥으로 나가 본 적도 없단 말이야.”
카니스는 그녀의 말이 사실일 것이라 직감했다. 바빠서 신경을 안 쓰는 것처럼 얘기한 부분만 빼고.
그녀는 이곳에 격리된 것이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아카식 레코드를 수정할 권한이 있는 관리인이 세상의 정보를 접하게 되면 어떤 참괴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어쩐지 고작 일각 마라가 관리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하긴, 나한테는 차라리 잘된 일인가?’
어쨌거나 관리인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거래만 하고 돌아간다면 모를까 제불의 보안장치를 해제하는 걸 그녀가 지켜볼 리는 없기 때문이다.
“거래라면 어떤 거래를 말하는 거지?”
“아이, 참. 다 알면서 왜 그래? 수명 말이야, 수명. 누구라도 수명을 늘려 줄 수 있어.”
“내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관리인이 엄지와 검지를 살짝 떼며 윙크를 날렸다.
“아주 저렴하지. 단어 하나면 돼.”
“단어? 단어를 지불하라고?”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언어를 수집하는 마라거든. 덕분에 똑똑하지. 그래서 잉그리스 관리인도 하는 것이고. 어떤 단어든 상관없어. 네가 알고 있는 단어 하나만 나에게 팔면 돼.”
“단어를 팔게 되면, 나는 그 단어를 모르게 되는 거겠지?”
“그렇지. 평생 그 단어를 알 수가 없지. 아카식 레코드에서 지워지게 되니까. 하지만 상관없지 않아? 단어 하나 없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
관리인의 말대로 세상에는 알면서도 쓰지 않는 단어들이 널리고 널렸다.
쌍욕 같은 것도 된다면 하나 정도 안 쓴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하지만 값이 너무 싸다는 생각에 오히려 불안해졌다.
4. 천국의 진실 (4)
“이해할 수가 없군. 어째서 이런 계약을 하지? 잉그리스 관리인이 천국의 일에 끼어들 수 없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너 또한 율법을 따르잖아. 이단에게 수명을 파는 게 정상적인 임무는 아닐 텐데 말이야.”
관리인은 멍하니 눈을 깜박거렸다.
“너 되게 직설적이다. 보통 이런 건 알면서도 모른 체해 주는 건데. 아무튼 좋아. 나는 개념을 습득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잉그리스 사서를 맡았어. 수만 년 동안 말이야. 이게 무슨 뜻이겠어? 여기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그래서 나에게는 단어가 필요해. 이곳을 탈출하려면 말이야.”
황당한 소리였다. 하지만 이론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마라의 수명은 영생에 가까울 것이다.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단어를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도달하게 된다.
“네가 직접 아카식 레코드가 되려는 거로군.”
“호호! 바로 그거야! 이곳에서 정보를 통제하면서 깨달았지. 나도 신이 될 수 있겠구나. 하지만 하나가 빠졌어! 내가 이곳을 나가는 정보만 빼 버렸다고. 그걸 채워야 해! 그래서 이단은 내 주요한 고객이야. 여기만 나갈 수 있다면, 나는 라보다 위대해질 테니까!”
하비스트가 정신 채널을 통해 말했다.
-카니스, 이 여자, 위험하다.
카니스의 생각에도 약간 맛이 가 있었다.
언젠가는 단어를 모아 아카식 레코드를 완성시키겠지만 그것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심정은 이해가 되었다.
자신이라도 수만 년 동안 도서관에 처박혀 있었다면 미쳐 버리고 말았을 테니까.
관리인의 눈동자에서 점차 광기가 배어 나왔다.
“할 거야 말 거야? 아까부터 계속 뜸만 들이고 말이야. 너 혹시 다른 속셈이 있는 거 아냐?”
마라의 몸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어렸다. 강력한 적개심이 전해져 왔다.
거래를 하지 않는다면 바로 전투다. 하지만 이길 수 있을까? 여기서 죽으면 친구들의 노력이 허사가 된다.
-카니스, 위험한 일이다. 신중해야 돼.
카니스도 이제는 리스크를 짐작했다.
단어 하나만 팔면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제안은 어떤 인간에게도 유혹적이었다.
솔직히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자신과 아린이었다.
수명이 300년으로 늘어난다면 세상 부러울 게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하지 않았다.
200년 전에 이곳에 온 언로커들은 계약대로 카둠의 수명을 늘리고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왔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름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카니스가 수명을 걸지 않은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마라에게 이름을 알려 주는 게 과연 안전한 일일까?
카니스라는 단어를 알게 되면 반쯤 미쳐 있는 마라가 어떤 요구를 해 올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알고 있어. 하지만 언제까지 시간을 끌 수는 없어. 메카 시스템도 해제해야 하고.
카니스가 침묵을 지키자 관리인의 얼굴이 괴물처럼 일그러졌다.
폭주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일각 마라라도 정면 대결은 불리하다. 계약을 하면서 시간을 끄는 수밖에 없어.’
단어 하나를 넘긴다고 심각한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200년 전에 왔던 자들은 분명 수지맞는 장사가 아니라고 했다.
역사에 사관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큰 손해를 봤다는 얘기였다.
‘어쨌거나 그들은 계약을 했다. 그건 확실해. 단어를 팔면 대체 무슨 일이 생긴다는 거지?’
카니스는 200년 전의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번뜩였다. 분명 스승님도 잉그리스에 왔다면, 대체 어떤 선택을 한 것일까?
‘그렇구나! 바로 그거였어!’
카니스는 작전을 지시했다.
-내가 시간을 끌어 볼게. 너는 메모에 적힌 일련번호의 패널을 찾아봐. 무언가 적혀 있을 거야.
-어쩌려고? 설령 암흑 마법의 강화법이라고 해도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아니. 스승님은 잉그리스에 관리인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도 일련번호만 남겨 놨다는 건, 우리가 찾던 게 아닐지도 몰라.
-그렇군. 알았어. 하지만 번호가 복잡해서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거야.
카니스의 그림자로 사라진 하비스트가 어둠에 흡수되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
“좋아, 거래를 하지.”
카니스가 포기했다는 듯 말하자 관리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잘 생각했어! 그럼 누구? 네 수명을 늘려 줄까?”
“아니. 이번에도 카둠이야.”
“호오, 그래? 그 사람 누군지는 몰라도 참 복 받았네.”
“대신에…… 이번에는 늘리는 게 아니라 원래대로 돌려놔 줘. 잉그리스라면 가능하겠지?”
관리인이 어이없다는 듯 눈을 깜박였다.
수명을 늘려 달라는 사람은 부지기수여도 수명을 되돌려 달라는 건 처음이었다.
그녀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재밌겠다. 뭔가 사정이 생겼나 보네?”
카니스는 같은 미소로 화답했다.
케르고의 족장 카둠은 자신의 영생을 위해 부족민을 굶겨 죽이고 있다. 기아의 고통을 잘 아는 카니스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차피 부족민에게 뜯어낸 돈으로 300년이나 더 살아온 인간이다.
여기서 바로 죽여 버리지 않고 원래의 수명대로 되돌려놓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좋아, 좋아. 나 이런 거 좋아해.”
관리인은 중앙 통제장치를 정신없이 두드려 댔다.
카니스는 호감을 드러내는 척을 하며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았다. 기계는 문외한이지만 일단 봐 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었다.
“자, 됐다. 원래대로 수명을 복구시켰어. 물론 사람에 따라 차이는 좀 있어. 시간을 받아들이는 게 다르니까. 그래도 이 사람 아마 오래 못 살 거야. 300년을 빼 버리니까 거의 생물학적 한계에 다다르는데?”
“상관없어. 살 만큼 살았잖아.”
“호호호! 인간치고는 많이 살았지. 자, 그럼…….”
카니스는 화들짝 놀라며 물러섰다. 어느새 관리인의 눈빛이 변해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정신 상태가 휙휙 바뀌는 것을 보자 소름이 돋았다. 하비스트가 조금 더 빨리 움직여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계약 완료! 그럼 단어를 빼앗아 볼까?”
“크윽!”
두통을 느낀 카니스는 인상을 찡그렸다. 어떤 능력인지는 모르지만 규정외식이다.
문제는 대가가 아닌 계약이라는 점이었다.
상호 간의 계약으로 맺어진 규정외식이라면 해지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등가교환에 위배되지 않는다.
“젠장! 단어는 내가 정하는 거 아니었나?”
“깔깔! 물론 그렇지! 그냥 간 좀 보는 거야. 응? 괜찮잖아. 어떤 단어를 가지고 있는지 볼까? 아, 이거 좋다. 이것도 좋아! 다 마음에 들어서 미치겠어!”
황홀한 표정으로 소리치는 관리인을 보며 카니스는 자신의 착각을 바로잡았다.
약간 맛이 간 정도가 아니다. 숫자에 미친 너드에게서 보이는 집착증과 흡사했다.
-하비스트, 아직 멀었어?
-기다려! 두 번째 항목까지는 찾았어.
두 번째 일련번호라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는 얘기였다.
카니스는 마법으로 시간을 끌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법이 발동되지 않았다. 어떤 개념을 떠올리면 그녀가 곧바로 삭제해 버리고 있었다.
‘제길. 이런 능력이었군.’
관리인의 규정외식 ‘머릿속 편집부’는 계약한 대상의 생각을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다.
관리인이 카니스에게 시전하는 능력은 ‘권고’라는 것으로, 그의 생각을 편집하여 제안하는 것이다.
거부권을 발동하면 원래의 생각을 되찾을 수 있지만 짧은 시간 논리적 사고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전투에 치명적이었다.
“어때? 정신이 없지? 눈. 분노. 동료. 집중. 또 무엇을 편집해 볼까?”
“빌어먹을!”
카니스는 생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단어 하나가 빠져나갈 때마다 그와 연관된 언어 구조가 무너지는 바람에 머리 한쪽이 텅 비어 버리는 느낌이었다.
“깔깔깔! 이제 알았어? 단어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200년 전에 그 인간은 나에게 모기라는 단어를 팔았지! 싫어한다나 뭐라나!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알아?”
-하비스트!
-거의 찾았어! 마지막 항목이야!
카니스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마음먹고 헝클어 버리는 통에 의식이 날아갈 지경이었다.
충분히 만족했는지 관리인이 카니스의 목을 붙잡고 들어올렸다.
연약해 보이지만 일각 마라의 완력은 타부를 능가했다.
“그 인간은 며칠 동안 모기가 나오는 악몽을 보다가 미쳐 버렸지. 상상이 가? 꿈에서는 나오는데 그게 뭔지를 모르는 거야. 어떤 인간이든 미쳐 버리지 않고서는 못 견딜걸. 깔깔깔!”
카니스는 역사가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깨달았다.
수지맞는 장사가 아니었다고? 그들은 동료를 잃은 것이다. 단어 하나의 가치는 결국 목숨이었다.
“사기꾼…… 같으니라고.”
“어머? 그러는 자기도 꿍꿍이속이 있었으면서.”
관리인은 카니스의 목을 움켜쥔 채로 고개를 돌렸다.
하비스트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의 패널이 모두 빠져나와 있었다. 아마도 패널을 뒤져 자신이 모르는 단어를 찾은 다음 그걸 팔려고 했을 것이다.
“후후, 나름 머리 썼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네가 팔 수 있는 단어는 의미가 부여된 것만 가능하거든. 아까 그렇게 설명해 줬잖아. 학습 능력이 없구나,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