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206
“서번트라고 모두가 이루키처럼 두뇌 회전이 빠른 건 아니에요. 관리만 잘해 준다면 훗날 독보적인 영역에 도달할 겁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이루키의 잔주먹도 무수히 얻어맞자 뼈가 욱신거렸다.
클로저의 얼굴은 엉망진창이었다. 눈두덩은 부었고 코에서는 피가 질질 새어 나왔다. 입술은 터져서 움직일 때마다 아팠다.
6. 마법 격돌 (5)
“가만두지 않겠어! 이제 대결 따위는 상관없다고!”
클로저는 마법을 포기하고 덤벼들었다. 몸싸움이라면 이루키에게 질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생각이야말로 이성을 잃었다는 증거였다.
클로저가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10킬로버스터에 달하는 폭발이 터졌다. 정신력 게이지가 쭉 떨어지면서 무릎이 땅을 찍었다. 싱크로율 50퍼센트가 아니었으면 즉사인 상황이었다.
클로저는 얼이 빠진 얼굴로 이루키를 올려다보았다. 곧바로 정권이 날아와 코를 때렸다. 이제는 손끝만 닿아도 아플 정도였다.
클로저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으아아악!”
“자, 슬슬 오크를 만들어 볼까?”
이루키가 주먹을 어루만지며 말하자 퍼뜩 정신을 차린 클로저가 손을 쳐들었다.
“자, 잠깐! 인정할게! 내가 졌……!”
이루키의 강펀치가 코를 짓이겼다. 클로즈의 묵직한 상체가 뒤로 젖혀지면서 뒤통수를 찍었다.
이루키도 인상을 찡그리며 손을 털었다. 역시나 사람 때리는 짓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아우, 주먹이야.”
에텔라가 승리 판정을 내리자 학생들이 기다렸다는 듯 환호성을 터뜨렸다.
특히나 마크와 마리아는 뛸 듯이 좋아했다. 그토록 얄미운 클로저를 묵사발 내 버렸으니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었다.
‘대단하다. 시로네 선배님은 친구들도 대단하구나.’
이루키는 분명 대단한 선배지만 마음으로 존경한 적은 없었다. 단지 서번트 신드롬. 생물학적 특혜를 받은 흔한 천재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왕국에서 알아주는 클로저를 가지고 놀아버리는 실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에서 인기 꽝인 이루키지만 지금은 수많은 여자들의 추파를 받고 있었다. 마리아처럼 클로저에게 쌓인 사람이 많은 모양이었다.
“멋있어요, 이루키 선배님! 최고예요!”
“맞아요! 우와, 잘생겼다!”
이루키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기절한 클로저의 뺨을 오른발로 밟았다. 그리고 무덤덤하게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승리의 사인을 보냈다.
환호성이 뚝 하고 그쳤다. 아무리 미워도 패배자의 머리를 밟다니. 저 괴팍한 성격은 평생 고치지 못할 터였다.
숨조차 쉬지 않고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세리엘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에이미에게 물었다.
“시로네랑 친구들…… 내년에 올라온다고 그랬지?”
“응. 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그래. 나 어떻게든 올해 졸업해야겠네. 쟤들 전부 졸업반에 올라오면 정말 경쟁 지옥이겠다.”
세리엘도 졸업반에서 나름 안정적으로 정착한 실력자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농담으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졸업반은 웃지 않고 있었다.
앞으로 자신의 졸업을 가로막을 유력한 경쟁자에게 경계와 주의의 시선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하긴, 나도 조심하기는 해야겠네. 예전에도 느꼈지만…… 참 대단한 아이야.’
클래스 파이브 시절에 이루키가 찾아온 적이 있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너무 허무맹랑한 말이라 신경을 껐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의 허무맹랑한 말들이 이루키에게는 현실이었나 보다.
시로네와 네이드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이루키에게 달려갔다. 특히나 시로네는 자신을 이길 비장의 무기라는 게 허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돌아온 유리잔을 계산하기란 극히 어렵지만 일단 분석이 끝나면 어떤 마법사도 이루키와 싸우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루키, 정말 대단하다. 보면서 소름 돋았어.”
“그러게. 우리한테는 비밀로 해 놓고 언제 연습한 거야?”
“실제로 사용한 건 오늘이 처음이야. 방학 때 아버지한테 붙들려서 죽어라 수식만 풀었거든. 실전에 들어가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해 보니 역시나 쉽게 되네.”
다른 때 같으면 잘난 척에 머리를 쥐어박았겠지만 오늘만큼은 미워할 수 없었다.
이것으로 승패는 동률을 이루었고 시로네를 단테에게 보내겠다는 소기의 성과가 달성되었다.
기절한 클로저를 사비나가 깨우는 동안 단테가 걸어왔다. 하지만 그가 말을 건넨 사람은 시로네가 아닌 이루키였다.
“좋은 경기 잘 봤다. 캔슬레이션. 인상적이더군.”
“벌써 그러면 곤란한데? 네 대결에서는 더 인상적일 테니까.”
단테는 코웃음을 쳤다. 캔슬레이션은 프로들도 불가능한 최고의 경지다. 결국 고급반의 1등은 보일도, 시로네도 아니었다. 이루키였다.
“왕립 마법학교를 떠났을 때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재능은 죽지 않는군. 그래서 더욱 아쉬워. 차라리 너랑 붙었으면 더 좋은 대결이 됐을 텐데 말이야.”
마치 시로네는 안중에도 없다는 투였다. 실제로 그는 이루키와의 재대결을 추진하는 게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지만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는 시로네를 이기기 힘들 텐데?”
“하하! 내가? 이 촌닭에게? 너 정도 수준이면 알겠지.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
“내가 바슈카를 떠난 이유가 뭔지 알아? 그곳에는 나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단테의 인상이 구겨졌다. 자신은 물론 왕립 마법학교 전체를 모독하는 발언이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내 머리통에 들어 있는 위험 물질을 통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이야.”
“그래서? 여기에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거야?”
“2명 만났지. 1명은 거절했지만 1명은 받아들였어. 그게 바로 시로네야. 네가 어떤 인상을 받았든 상관하지 않겠지만 고작 이 정도로 최고니 뭐니 생각한다면 다음 주 대결에서 최악의 기분을 맛보게 될 거다.”
단테는 시로네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째서 모두 이 아이를 높게 평가하는 것일까?
처음에는 단순히 언로커이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캔슬레이션을 구사할 정도의 천재라면 그런 저급한 기준으로 판단을 하지는 않을 터였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학생들이 술렁였다.
시로네가 이루키의 폭주를 막을 인물이라는 건 저번 학기의 스피드 건 테스트에서 밝혀진 일이었다. 하지만 이루키는 두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도대체 누구지, 남은 한 사람은?”
“에이미 선배님 아닐까? 전에 그런 소문이 돌았거든. 이루키가 에이미 선배님을 저격하고 있다고.”
에이미 외에도 여러 인물이 나왔지만 이루키가 밝히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거나 두 번째 대결은 이루키의 완승으로 일단락을 맺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학생들의 심장은 두근거리고 있었다. 이제 다음 주면 빅 매치의 하이라이트인 시로네와 단테의 대결이었다.
마음으로는 시로네를 응원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단테의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472전 472승이라는 화려한 전적. 다음 주는 시간이 느리게 흐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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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던 그날이 돌아왔다.
아침부터 학교는 새로운 손님을 맞느라 분주했다.
학생들은 숙소를 정리했고, 몸을 씻었으며, 가장 좋은 옷을 입었다.
교사회의 특파원 킬라인이 영상 기록관을 대동하고 알페아스 마법학교에 입성했다. 이천번 실습장에 미리부터 학생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자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역시 지방 학교라도 단테의 명성은 끝내주네. 시작하려면 몇 시간이나 남았는데.’
킬라인은 줄을 기다리는 마크와 마리아의 사이를 가르고 실습장으로 들어갔다.
“죄송합니다. 특파원이에요. 먼저 들어갈게요.”
마리아가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와, 저 사람이 킬라인이구나. 학술지에서 이름만 들었는데 생각보다 미인이네.”
“흥, 그래 봤자 골수 단테 추종자라던데. 우리에게는 적이나 마찬가지야.”
대결 시간이 다가오자 실습장이 개방되었다. 시로네 또한 입구에서 친구들과 줄을 기다리다가 입장했다.
비공식 대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무대는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어젯밤 이벤트 업체를 불러 꾸몄다는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었다.
매끈한 물리 블록은 먼지 한 톨 없었고 분위기를 내려는 듯 횃불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실습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영상 기록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찰나의 기록을 담는 광학 사진기와 달리 시간의 흐름을 담을 수 있는 장치였다.
네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영상 기록기에 들어가는 광학 수정은 옵스큐라B라는 것으로, 광학 사진기에 쓰는 옵스큐라A보다 무려 200배나 비싸다고 했다.
초저온의 암실에서 발생하는 광물로, 연금술로 연성할 수 없기 때문에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옵스큐라B는 국가에서 취급하고 있으며 사용을 위해서는 관련 기관의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왕국에서 시로네의 대결을 담을 가치가 있다고 결정한 것이지. 이번 대결에서 이기면 정말로 왕국 전체에 이름이 알려지게 되는 거야.”
네이드가 자신의 일처럼 흥분한 반면 이루키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했다.
“시로네가 아니라 단테를 담으려고 승인이 떨어진 거겠지. 정보 마법을 단테만큼 다룰 수 있는 마법사는 흔하지 않아. 왕립 마법학교의 교보재로 사용할 생각일 거야.”
“쳇! 어쨌거나 상관없잖아? 시로네가 이길 거니까. 그렇지 시로네?”
시로네는 웃어주고 싶었지만 입꼬리가 잘 올라가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단테와 겨루게 된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는 있지만 결과를 확신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가는 길에 카니스와 아린을 만났다. 입버릇처럼 관심 없다고 말하더니 오늘의 대결만큼은 흥미가 생기는 모양이었다.
이천번의 앞 좌석은 교사와 관계자의 자리였기에 마크와 마리아는 두 번째 열에 자리를 맡아 두었다. 에이미와 세리엘도 일찍부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시로네가 걸어오자 마크가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시로네! 시로네가 왔다!”
주인을 맞는 강아지처럼 달려간 세리엘이 시로네의 손을 붙잡고 데려오자 에이미는 시로네의 얼굴을 살폈다. 긴장하지는 않았지만 여유롭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시로네를 뒤따라 걸어오던 카니스가 에이미를 보고 손을 들었다. 천국에서 돌아온 이후로 서로 바빴기 때문에 지나가다 알은체는 했어도 한자리에서 보게 되는 건 처음이었다.
“여어, 호박. 오랜만이네.”
“이게 어디서 졸업반에게. 선배님이라고 안 불러?”
천국에서도 앙숙이던 두 사람은 학교에서도 똑같았다.
“너무 쫀쫀하게 굴지 말라고. 그러면 아린도 선배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실제로 아린은 어떻게 인사를 건네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아린은 예외지! 너 가만 보면 자꾸 아린이랑 엮이려고 하는데, 나한테는 안 통하거든!”
시로네가 중재에 나섰다.
“자, 자. 다들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 그런데 너희 둘은 어째서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거야?”
카니스와 에이미가 서로를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먼저 성질을 긁잖아!”
시로네는 대결의 긴장감도 잊고 웃어 버렸다. 하긴, 아케인이 학교에 침입했을 때부터 생긴 악연이었다.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뒤끝이 없는 편이었다.
까마득한 후배인 마크와 마리아는 대화에 끼지는 못하고 먼 발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한곳에 모아 놓고 보니 시로네 라인도 학교에서 내로라하는 톱클래스였다. 적어도 마크의 눈에는 저들 7명이 걸어 다니는 군단처럼 느껴졌다.
그때 또 하나의 군단이라고 할 수 있는 단테 일행이 건너편에서 다가왔다.
그들을 노려보던 마크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 전학을 왔을 때의 기세와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사비나는 어딘가 기운이 없어 보였고 클로저는 얼굴에 반창고를 치덕치덕 붙인 상태였다.
‘크크크. 꼴좋다, 바보들. 그러게 시로네 라인은 건드리면 안 된다니까.’
단테는 가장 먼저 에이미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의식했다기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예뻤다. 실제로 빛이 나지는 않지만 그녀만이 선명한 기분이었다.
홍안의 카르미스 가문. 게다가 졸업반에 들어가기 전에는 보일과 판도라를 압도적으로 누른 1위. 이곳에서 누군가를 여왕으로 맞이해야 한다면 그녀만큼 제격인 인물은 없었다.
“안녕하세요. 카르미스 가문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에어하인 단테라고 합니다.”
“그래.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 얻기를 바랄게.”
6. 마법 격돌 (6)
단테는 어리둥절했다. 딱히 호의적인 태도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전국 1등의 인사를 받았으면 좋든 실든 특별한 반응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에이미는 다른 후배들을 대할 때처럼 평범한 덕담만 건넸다.
“그게 전부입니까? 솔직히 칭찬 정도는 듣고 싶군요. 결과야 어차피 제가 이길 테니까요.”
그 말에 분노한 세리엘이 에이미와 시로네의 손목을 붙잡고 강제로 손을 잡게 만들었다.
“웃기는 소리 하네! 남자 친구랑 싸우는 상대에게 그 정도 했으면 된 거지 뭘 더 바라? 에이미는 무조건 시로네 편이니까 꿈 깨셔!”
단테로서는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러고 보니 시로네의 여자 친구가 누구인지는 물어본 적이 없었다. 딱 봐도 여자랑 어울릴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정말인가요, 에이미 선배님?”
“응. 정말인데.”
에이미의 확인 사살에 단테는 똥 씹은 얼굴이 되었다.
“시로네 학생! 단테 학생! 이쪽으로! 인터뷰 따야 되니까 빨리 오세요!”
교사회 관계자가 두 사람을 불렀다. 대결을 펼치기 전에 인터뷰를 하기로 되어 있는 일정이었다.
시로네가 관계자를 따라가며 말했다.
“그럼 갔다 올게. 끝나면 보자. 먼저 가지 말고 기다려.”
단테는 시로네의 뒤에서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솔직히 한 방 먹은 기분이라 도발할 기분도 나지 않았다. 어떻게 에이미가 시로네 같은 촌놈이랑 사귈 수가 있는 것인가?
‘흥, 그래 봤자 결국은 내 여자가 되겠지. 이번 대결에서 묵사발을 내 줄 테니까.’
클로저처럼 여자를 밝히는 성격은 아니지만 아름답고 지적인 여자를 곁에 두는 것은 남자를 돋보이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에이미는 자신의 옆에 있어야 어울리는 여자였다. 시골뜨기와 어울릴 급이 아닌 것이다.
단테는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시로네를 살폈다.
그동안 여러 정보를 수집하러 돌아다녔지만 물어본 사람마다 시로네가 최고라고 했다.
무엇보다 인상에 남은 것은 그런 말을 하면서도 자존심이 상하거나 불쾌해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런 순해 빠진 녀석이 어째서 최고라는 거지? 혹시 아직도 뭔가 감추고 있는 게 있나?’
카니스는 시로네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고 했다. 이루키는 오직 시로네만이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했다.
학교 최고의 수재인 에이미는 시로네의 여자 친구였다.
마크와 마리아는 단테라는 이름 앞에서도 시로네에게 존경의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그 순간……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겪어 본 적이 없는 종류의 긴장감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정보를 얻으면 얻을수록 시로네라는 사람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도대체 시로네는 누구인가?
단테는 심란한 마음으로 실습장의 뒤편에 도착했다. 교사들의 인터뷰가 끝나지 않았는지 킬라인이 사드의 옆에서 질문을 던지고 영상 기록관이 녹화하고 있었다.
질문이 들어올 때마다 사드의 얼굴은 백지를 닮아가고 있었다. 저러다가 피부가 투명해져서 뼈가 보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테와 시로네의 승률은 5 대 5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변수가 생긴다면 6 대 4 정도라고 봅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킬라인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내용의 영양가도 떨어질뿐더러 긴장한 사람의 얼굴을 담아 봤자 쓸모가 없었다.
게다가 5 대 5라니. 그녀의 생각에는 단테가 10이고 시로네가 0이었다. 물론 기사로는 9 대 1 정도로 내보내겠지만.
킬라인은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에텔라에게 다가갔다. 그녀 또한 이런 상황은 처음인지 서툰 티를 드러냈다.
“아하하! 그렇죠. 시로네는 참 착한 아이예요. 아, 단테도 훌륭한 학생이고요. 모두가 하나가 되어서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아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좋은 말씀 잘 들었구요.”
킬라인이 단칼에 인터뷰를 끝내자 에텔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망했다는 걸 깨달은 사드가 에텔라에게 다가와 우는 시늉을 했다.
그들의 기사는 영원히 실릴 일이 없을 것이다.
킬라인은 슬슬 짜증이 났다. 5대 명문이라고 해서 만반의 준비를 했건만 만나는 교사마다 하나같이 센스가 없었다.
마지막 차례인 시이나에게 기대를 걸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교사 인터뷰는 통으로 들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시이나 선생님. 교사회의 킬라인입니다.”
“네, 올리페르 시이나입니다.”
시이나는 예의 차가운 표정으로 영상 기록기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킬라인은 이제야 제대로 잡았다는 듯 눈을 빛냈다.
‘오호, 인물 좋고, 표정 좋고. 이건 딸 수 있겠다.’
시이나는 들어오는 질문에 막힘없이 답했다.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니 긴장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심판을 맡으셨는데요. 단테와 시로네, 과연 승자는 누구라고 보십니까?”
교사에게 제자의 승패를 묻는 건 잔인한 일이지만 이런 질문을 생각하는 게 킬라인의 일이었다.
잔인할수록 보는 사람은 재밌다. 이런 기사를 읽기 위해 전국의 학생들은 학술지를 구매하는 것이다.
시이나는 잠시 생각하더니 여유롭게 대답했다.
“개인적으로는 단테가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7 대 3 정도? 하지만 누가 이기든 그것이 마법사의 수준을 가르는 건 아닙니다. 마법을 전투에 국한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야만적인 생각이라 할 수 있겠죠.”
“아…… 그렇군요. 오늘 인터뷰 감사했습니다.”
시이나는 가볍게 목례하고 영상 기록기의 포커스 밖으로 사라졌다. 퇴장마저 세련된 모습에 사드는 더욱 울고 싶어졌다. 반면에 에텔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와, 대단하네요. 저는 긴장돼서 아무 말도 못 하겠던데.”
“쳇, 올리페르 학파 출신이잖아요. 저 같은 이름 없는 교사의 간절함을 어찌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