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208
“드디어 들어갔다. 이번 건 충격이 있어.”
단테는 어떤 상황에서든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단 전투에 들어가면 천재적인 운용으로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다가 카운터로 끝장내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시로네가 철벽과도 같은 방어막을 뚫고 유효 타격이라고 할 수 있는 공격을 성공시킨 것이다.
대결 장소에 모인 500명의 사람들 중 누구도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단테를 봐 왔던 킬라인은 물론이고 친구들조차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472전 472승.
무패의 전적을 자랑하는 단테가 5분 만에 상대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전투의 난폭함을 드러내듯, 거친 바람이 밀려들어와 이천번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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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오퍼레이션 (1)
바람 소리가 지나간 자리에 정적이 찾아왔다.
학생들은 말을 잃었다. 불과 5분 사이에 벌어진 시로네의 폭풍 같은 공세에 왕국 최고의 재능이라고 불리는 단테가 무릎을 꿇은 상황이었다.
“뭐야? 사실이야? 그 단테가…….”
한 학생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시로네가 쓰러뜨렸다! 단테를 쓰러뜨렸어!”
그러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천번 훈련장이 함성 소리로 가득 찼다.
“너무 일방적이잖아? 처음부터 상대가 안 됐던 거 아냐?”
“단테도 시로네에게 걸리면 별 수 없지. 나는 처음부터 시로네가 이길 줄 알고 있었다고!”
학생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던졌다. 왕국 마법학교 학생을 통틀어 단테의 수비력은 최고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런 단테가 시로네의 공세에 반격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당했으니 흥분하는 것은 당연했다.
한 번 뚫린 방어벽이 두 번이라고 뚫리지 않겠는가?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나 여태까지의 전투만 보자면 이미 승기는 시로네에게 기운 것으로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의 감정이 들끓으면서 뜨거운 투기가 하늘 높이 승천했다. 차가운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이번 대결의 숨겨진 주인공인 알페아스와 올리비아였다.
두 사람으로써도 예상하지 못한 초반의 전개였다. 올리비아는 단테가 이토록 쉽게 무릎을 꿇으리라 예상하지 못했고 알페아스는 시로네의 전격적인 공세가 놀라웠다.
하지만 이것이 마법의 세계다. 아니, 비단 마법이 아니더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경쟁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마법사는…….”
알페아스는 마치 중요한 것에 대한 정의를 내리듯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인간답지 않은 인간이지.”
“…….”
올리비아는 말을 아꼈다. 단테가 일격을 당한 시점에서 그와 나누어야 할 대화는 없었다.
“대부분의 인간은 스피릿 존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불가능하니까. 마법학교에 들어온 이상 범인의 경지는 뛰어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야.”
올리비아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알페아스의 말을 뒤집어서 생각하면 천하의 단테라도 고작 마법학교 학생에 불과하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뭐? 아직 단테는 진 게 아니야.”
알페아스는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인간의 범주를 초월한 아이들을 모아 놓으니까 아주 재밌는 현상이 벌어지더란 말이지. 그들 중에서 또다시 누군가가 초월하는 거야. 그렇게 더 높은 곳에서 경쟁을 하게 되고, 거기에서 다시 누군가가 두각을 드러내지.”
올리비아의 예상과 다르게 알페아스는 단테를 폄하하기 위해 말을 꺼낸 게 아니었다. 그는 범인을 초월한 두 학생의 대결을 통해 자기 자신의 삶을 비추어보고 있었다.
“그렇게 올라간 끝에, 더 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제1급 대마법사의 경지 아니겠나?”
알페아스는 웃음기를 머금고 올리비아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새침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모습이었다.
올리비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지금 나 2급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알페아스는 대답하지 않고 이천번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2급의 대마법사를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자리까지 오른 마법사 중에 자신의 위치에 만족할 사람은 없는 것이다.
일단 대마법사의 경지에 들었다면 어느 누구라도 1급을 향해 달리게 된다.
다만 오르지 못한 것뿐.
학생도, 프로도, 제2급의 대마법사도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자신이 몸담은 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평생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하는 게 마법의 세계다.
알페아스도 소싯적에는 제1급의 대마법사를 꿈꿨다.
미래는 모르는 것이지만, 십중팔구는 그렇게 되리라고 자타가 예상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아내인 에리나를 잃고 10년을 방황하는 동안 총기는 사라졌다.
만약 그때부터라도 다시 시작했다면 제1급의 마법사가 될 수 있었을까?
알페아스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제1급이란 그런 게 아니다. 10년을 허비한 주제에 수많은 천재들을 제치고 노려 볼 자리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올리비아는 어떨까?
그녀는 똑똑한 여자였고 자신처럼 방종하게 살지도 않았다. 오히려 사랑에 실패한 이후 복수의 일념으로 더욱 독하게 마법을 가다듬어왔다.
알페아스는 알고 싶었다. 과연 올리비아는 그 자리의 찬란한 영광을 얼마나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을까?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
알페아스의 질문은 두서가 없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금세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 또한 마법사이기 때문이다.
올리비아는 긴 속눈썹을 깜박거리며 차분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
“제1급이라. 그건 최선을 다한다고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야. 아니, 모르겠어. 어쩌면 나보다 더 노력한 사람이 세상에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내 생각에는, 절대적인 재능의 영역이야.”
올리비아는 자신의 대답이 얼마만큼 신빙성이 있는지 지나온 세월을 되짚어 보았다. 그리고 간과한 사실을 떠올리고 천천히 말을 보탰다.
“혹은…… 광기의 영역이든가.”
알페아스의 눈이 반쯤 감겼다. 짙은 눈주름이 새겨지고 눈동자의 빛이 심연으로 빨려 들어갔다.
“가올드 말이군.”
알페아스 마법학교의 졸업생이자 토르미아 마법협회 협회장인 미케아 가올드.
학창 시절에 그가 제1급의 대마법사가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정말로 착한 아이였다. 절실한 신자로서, 세상에 사랑을 설파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던 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은 왕국 최고의 대마법사가 되어 레드 라인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
마법사에게는 더없는 영광이겠지만, 가올드 자신에게는 끔찍한 일일지도 모른다.
올리비아는 기억 속의 아련한 일을 끄집어냈다.
세계 권력자들의 시선이 알페아스 마법학교에 집중되었던 날이 있었다.
인간사의 경중을 초월한 일이었고, 올리비아 또한 그 자리에 참석했던 인물 중 하나였다.
“미로의 일은 유감이야.”
알페아스는 침묵했다. 아드리아스 미로. 그리고 미케아 가올드. 두 제자를 떠올리면 여전히 가슴이 욱신거렸다.
올리비아가 문득 기억을 떠올리고 물었다.
“초자연 심령과학 연구회, 라는 이름이었나?”
알페아스는 씁쓸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를 뒤흔들었던 모든 사건이 그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미로와 가올드, 두 사람 모두 초장기 멤버지. 사고뭉치들 같으니라고. 당시에는 정말로 골칫거리였어. 말도 안 되는 사건들만 저지르고 다녔었거든. 하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겠지.”
“아직도 있어? 연구회 말이야.”
알페아스는 입꼬리를 올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얄궂은 인연이었다.
“시로네, 이루키, 네이드. 이번 대결의 주인공들이자 천하의 말썽쟁이들이 지키고 있지. 미로의 직속 후배들이야.”
시로네를 바라보는 올리비아의 눈이 빛났다.
초자연 심령 과학 연구회는 지성을 추구하는 마법학교와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깊이 생각할수록 그 진의의 거대함에 전율하게 된다.
당시에 연구회의 중심에 미로가 있었다면 지금은 시로네가 있다. 어쩌면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교내 유일한 언로커인 그가 미로의 연구회를 결정한 데에는 인과로는 분석할 수 없는 미지의 끈이 연결되어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환호성이 단테의 신경을 긁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일어나 시로네를 패대기치고 싶었지만 안티매직의 충격에서 회복되려면 최소한 2초가 더 필요했다.
‘미치겠군. 아직도 일어설 수가 없어.’
시로네의 공격은 난폭하다는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었다. 방어 마법진을 시전하는 게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이미 승부가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버텨 냈다. 그것만 생각하면 되는 거야.’
수비적인 성향의 마법사에게 위험은 친숙하다. 상대의 공격을 받아 내야만 이길 수 있는 그에게 한 번의 다운은 다른 성향의 마법사만큼이나 심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에 새겨진 수치심은 상당했다.
아무리 심각하지 않더라도 여태까지 누군가와 싸우면서 이토록 빠른 시간에 다운을 당한 적은 처음이었다.
‘2초. 1초. 됐다.’
단테는 비로소 충격에서 벗어나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방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방심보다 무서운 긴장감이 그에게서 빠른 판단력을 앗아갔다.
어떤 일이든 닥치기 전이 가장 두려운 법. 시로네의 역량을 몸으로 느낀 이상 지금처럼 허무하게 쓰러지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터였다.
“칭찬해주지. 나를 여기까지 몰아붙인 건 왕국 전체를 통틀어 손에 꼽거든. 대충 20위권 안에는 넣어주마.”
시로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같은 학생끼리 순위를 매기는 단테의 오만한 태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모탈 펑션을 개방한 상태에서의 전력 공세였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대결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그 사실이 시로네를 분하게 만들었다.
단테가 스피릿 존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를 거야. 각오해두는 게……”
“단테.”
시로네는 더 이상 들을 필요 없다는 듯 말을 끊었다.
조금 더 끌어 올려야 한다. 단테가 절대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위력이 필요했다.
“말해 주고 시작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시로네가 섬광으로 돌변하여 다가오자 단테는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며 황급히 순간 이동을 시전했다.
물고 들어오는 시로네의 이빨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한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거리로 보건대 조금만 늦게 물러섰어도 충돌했을 것이다.
공멸을 원했던 것일까? 아니,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전투의 주도권은 여전히 시로네가 쥐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되돌린다.’
후퇴를 거듭하던 단테가 방향을 틀자 시로네의 섬광 또한 급격히 각도를 꺾어 쫓아왔다.
순간 이동 1회의 거리인 10미터 반경 안에서 두 줄기의 섬광이 무지막지한 움직임으로 하늘을 수놓았다.
학생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시로네가 건널 수 없는 다리에서 순간 이동으로 진급 시험을 치렀던 게 불과 1년 전이었다.
물론 당시에도 시로네는 10단계 난이도인 용의 미로를 통과한 전적이 있지만 지금 선보이는 기술들은 하나같이 프로들이 구사하는 고등기술이었다.
단테 또한 같은 수준의 기술을 구사하고 있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왕립 마법학교에서 꾸준한 수련을 쌓은 전공자였다.
한마디로 시로네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의 시간은 남들과 다르게 흐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도대체 언제 저런 경지까지……?”
마크가 중얼거리는 순간 시로네와 단테가 동시에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학생들의 심정이 똑같은 시점에 멈췄다.
아마도 시로네와 단테는 서로가 돌진을 선택할 줄 몰랐던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들 중에 누구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 명이 포기하지 않으면 둘 다 목숨을 잃게 되는 치킨 게임이었다.
두 개의 섬광이 수평선으로 맞물렸다. 학생들이 끝장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는 순간 수평선의 중심에서 두 사람이 정확히 같은 타이밍에 다른 방향으로 각도를 꺾었다.
마크는 누가 먼저 회피했는지 눈으로 측량할 수 없었다. 치킨 게임에서조차 두 사람은 박빙이었다.
“마법적 센스는 동급이라는 건가?”
이루키는 순수한 마음으로 감탄했다. 비록 한 번 다운을 당하기는 했지만 단테의 무브먼트는 왕국 최고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시로네와 단테는 서로의 환영을 쫓고 있었다.
눈꺼풀은 굳은 듯 고정되어 있었고 동공은 시야의 전부를 통째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와중에도 시로네는 단테의 수비력에 혀를 내둘렀다.
‘수비적인 센스가 정말 엄청나다. 도저히 물고 들어갈 수가 없어.’
작정하고 방어하는 단테의 무브먼트는 예술의 경지였다. 10미터를 전진하면 10미터를 물러서고, 9.8미터로 변화를 줘도 정확히 같은 간격을 유지하며 빠져나가고 있었다.
시스템 오퍼레이션 (2)
하지만 시로네는 순간 이동을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정밀한 수비라고 해도 선자극 후반응의 메커니즘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지금이다!’
시로네가 광자화 상태에서 몸을 기울이는 순간 단테가 빛으로 변해 후진했다.
가히 초인적인 반사 신경.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것이 독이 되었다. 시로네는 페이크 모션을 거두고 뒤로 물러섰다.
‘아차!’
단테가 시로네의 전략을 깨달은 시점은 이미 순간 이동이 발동되어 멀어지는 중이었다.
한순간에 거리가 20미터로 벌어지자 시로네는 곧바로 포톤 캐논을 쏘았다.
피할 공간을 잠식하며 다가오는 광자의 화망 앞에서는 단테의 무브먼트도 무용지물이었다. 유일한 퇴로인 지상을 선택한 단테는 착지와 동시에 방어 마법진을 머리 위로 펼쳤다.
시로네는 이를 앙다물고 연속으로 마법을 시전했다.
이모탈 펑션은 마법사의 정신을 무한으로 확장시키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무한의 자물쇠를 완전히 풀어버리면 자아가 해체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언로커는 스피릿 존이라는 구멍을 통해서 무한의 힘을 끌어다 쓴다. 스피릿 존이 현실과 무한의 경계를 지탱하는 장벽이 되어주는 셈이다.
결과적으로는 끝없는 정신력이라 칭해도 되겠지만 스피릿 존의 내구력이 무한의 무게를 버텨줄 정도가 되지 않으면 순식간에 휩쓸려버리는 위험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로네는 가용한계치 이상의 정신력을 소모하고 있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내구력의 경지를 넘어선 금강태의 정신 상태에 도달한 덕분이었다.
‘더! 더! 더!’
거대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포톤 캐논이 쉬지 않고 지상으로 쏟아졌다.
“크으으윽!”
단테는 10개의 방어 마법진을 지붕처럼 머리 위에 펼쳐놓고 사력을 다해 버텼다. 그러면서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떤 인간이라도 연속으로 마법을 시전하면 위력이 조금씩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로네의 공세는 약해지기는커녕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제기랄! 대체 어떻게 되먹은 공격력이야?’
왕국의 내로라하는 하드 펀처들을 상대로도 이렇게 기가 죽은 적은 없었다.
단테는 퍼뜩 깨달았다. 이모탈 펑션. 수도승의 정신 유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경지가 자신을 처참하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무려 2분 동안 폭격이 이어졌다.
단테는 막은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장기인 회피능력도 우박처럼 쏟아지는 공격에는 도리가 없었다.
학생들이 뜨거워지는 이천번의 팔찌를 불안한 눈초리로 흘끗거렸다. 이천번의 정보교환을 통제하는 팔찌가 피부로 느낄 만큼 뜨겁다는 것은 시로네와 단테 사이에 오가는 정보량이 급격히 치솟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러다가 폭발하는 건 아니겠죠?”
마크의 겁에 질린 물음에 에이미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 졸업반에서도 문제없었으니까. 이천번 시스템이 과열된다고 해도 최악의 상황에서는 안전장치가 가동될 거야.”
마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그렇군요.”
에이미가 한마디를 더 보탰다.
“물론 이렇게까지 뜨거워지는 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시로네는 슬슬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벌써 3분이 넘어가고 있는데도 단테의 방어는 뚫리지 않았다. 하지만 단테의 거친 저항은 오히려 시로네의 투지를 더욱 불붙게 했다.
‘그렇다면……!’
시로네는 포톤 캐논의 연사를 중단하고 레이저를 시전했다. 한 줄기의 붉은 섬광이 단테의 마법진 위로 떨어졌다.
예상보다 위력이 약하자 단테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코웃음을 치며 마법진의 보수를 시작했다.
10여개의 마법진이 순식간에 완전한 상태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잠시 후 단테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지더니 처음과 달리 포톤 캐논보다 더욱 강력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 이게 무슨……!”
단테가 경악에 질린 말을 토해내는 순간 시로네는 전심력을 다해 레이저를 증폭시켰다.
레이저의 굵기가 급격하게 커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무한의 영역에서 끌어온 힘이 모조리 투입되면서 거대한 적색 섬광이 단테가 있는 자리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학생들은 불에 타고 있는 듯한 단테의 그림자를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레이저의 굵기가 줄어들면서 마침내 종적을 감추자 양팔로 얼굴을 가린 단테가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포톤 캐논을 막아냈던 방어 마법진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