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567
뇌신의 전격이 강해지자 안티매직의 충격파가 엄청난 속도로 밀려들었다.
이미 피할 곳은 없었다.
“그래, 몰라! 하지만 포기하면 안 돼!”
뇌신의 목소리를 통해 네이드의 삶이 생생하게 중계되는 현장에서 시로네의 마음도 찢어질 듯 아팠다.
“끝까지 싸워! 끝까지 발버둥 치란 말이야!”
네이드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헛소리하지 마!’
왜 살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치열하게 싸워 봤자 얻는 건 오직 테리아의 만족스러운 웃음뿐, 그의 마음은 더욱 병들어 갈 것이다.
“나는 죽을 거다! 모든 걸 파괴시키고 가장 고통스럽게 죽어 버릴 거다!”
죽을 것이다.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삶에서 도피한 그들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허우적대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나에게 더 싸워 보라고!”
“그래! 싸워!”
“왜! 내가 왜! 나만 고통스러울 뿐인데, 내가 왜!”
뇌신의 전격이 사상 초유의 위력으로 가해지자 강력한 내구력을 자랑하는 시로네의 정신력이 뒤흔들렸다.
“이 멍청아! 왜 모르는 거야!”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이대로 쓰러져 버리면 누구도 네이드의 파멸을 막을 수 없을 것이기에.
“싸우지 않으면…… 발버둥이라도 치지 않으면…….”
시로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네가 가라앉아 버리잖아아아아아아!”
사상 초유의 마법이 시전되면서 수많은 시로네가 하나의 좌표에 중첩되기 시작했다.
퀀텀 슈퍼포지션-공겁의 수레바퀴.
처음에는 2중첩이다.
포스 디멘션을 펼친 시로네는 베이스, 그 상태에서 새로 중첩된 시로네가 다시 한 번 퀀텀 슈퍼포지션을 발동한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그 해답을 알고 있는 미로가 눈을 치켜뜨며 소리쳤다.
“미쳤어! 무슨 생각으로 저걸!”
포스 디멘션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독립적이기에 한 번만 중첩을 되먹여도 통제가 불가능하다.
즉, 공겁의 프랙탈이었다.
‘어떻게 제어할 생각이지?’
얼마나 많은 사건이 중첩되고 있는지는 이제 시로네 본인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어떤 시로네는 중첩을 멈추겠지만, 수천 명 중에 한 명이라도 다른 판단을 내리면 거기서부터 다시 프랙탈 구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결국 중첩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른바 양자 거품 현상에 갇혀 버리게 되는 것이다.
“크으으으으!”
끝없이 중첩되는 사건의 무게에 모든 시로네가 활동성을 잃어 갔으나 필사적으로 통제의 한계를 기다렸다.
‘할 수 있어. 통합시킬 수 있다.’
사건이 늘어날수록 변수 또한 늘어나고, 그 변수는 다시 미래에 발생할 변수의 개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다.
‘지금이다!’
모든 시간을 통틀어서 통제할 수 있는 변수의 한계치에 도달한 순간 시로네가 눈을 부릅뜨며 세상을 노려보았다.
울티마 시스템-엘리시온.
하나로 통합된 시로네가 퀀텀 슈퍼포지션의 발동을 멈추고 동시에 고개를 치켜들자 미로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저런 방법이 있었구나.’
남들이 보기에는 하나의 시로네지만, 미로는 그 안에 담긴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아마도 이것이 맥클라인 거핀의 진정한 능력…….’
양자요동量子搖動.
‘살자! 살자, 네이드!’
하늘로 날아오른 시로네가 광자를 압축시키자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거대한 빛의 구체가 요동쳤다.
공겁의 경지에서 끌어 올린 신의 입자의 위력은 미로가 도달한 경지인 삼매경에 준準.
그 탈인의 경지를 접한 스카우트들은 분석할 의지조차 잃은 채 거대한 현상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아아, 신이시여. 그런 것입니까?’
알페아스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저는…… 이대로도 괜찮은 겁입니까?’
미르히 가문의 빛.
젊은 날에 저질렀던 실수는 신이 준 재능을 배신했다는 죄책감을 남긴 채 그의 평생을 괴롭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마법학교를 세운 뒤로 그토록 기다렸던, 자신을 능가하는 천재가 나타났다.
‘진정한 빛은 어둠에 꺼지지 않음을. 저라는 인간은 저 빛을 밝히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음을.’
백색으로 물들어 가는 세계의 장막 너머에서 신이 손을 내밀고 있는 듯했다.
너의 죄를 사하노라.
수십 년을 기다린 끝에 확신처럼 울리는 음성에 알페아스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었다.
‘아아, 그렇기에 저에게 보여 주는 것입니까, 신이시여. 당신이 만든…….’
최고의 걸작을.
마지막 관문 (3)
어둠을 밝힐 수 있는 것은 전기도 마찬가지였으나, 시로네의 빛 앞에서는 그조차도 어둠에 불과했다.
세상을 통째로 끌어안는 그 성스러움을 네이드는 견딜 수 없었다.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중첩되어 있는 시로네의 존재감은 마력동화 상태의 네이드가 처음으로 느껴 보는 일종의 공포였다.
그 공포가 분노와 맞물리면서 또다시 마력 수치가 새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으아아아!”
이천번 시스템이 과부하에 걸리면서 콜로세움의 조명이 깜박거렸다.
어느덧 어둑해진 탓에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었고, 신경이 예민한 사람들은 대형 사고를 직감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어처구니없는 졸업 시험이군.”
네이드나 시로네, 둘 중 1명만이라면 왕국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진 이천번 시스템이 다운까지 갈 일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두 사람 모두 상식을 초월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고, 그것이 충돌했을 때 과연 시스템이 계산할 수 있을 것인지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너는 모른다, 시로네.’
처음부터 뿌리가 없는 시로네는 뿌리가 썩었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잘라 낼 수도 없고 잘라 내지 않을 수도 없는 그 모순적인 고통을.
“모른단 말이야아아아!”
사방으로 퍼진 전격이 휘어지듯 날아와 시로네를 집중 강타했다.
“크으으으!”
초당 수십 명의 시로네가 감전당해 쓰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겁의 사건은 거품처럼 부글거리며 언제까지고 프랙탈의 한계를 지탱해 나가고 있었다.
‘살자! 사는 거야, 네이드!’
이천번 팔찌가 파괴되기 직전이었으나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양자요동-포톤 캐논.
질량파가 밀려드는 것만으로 공겁의 충격이 안티매직으로 변환되어 네이드의 뇌리를 강타했다.
‘이 정도로 내 분노는 꺼지지 않아!’
애초부터 꺼질 수 있는 분노였다면, 그것만을 부둥켜안고 살아온 자신의 삶이 너무 비참하지 않은가?
마력동화-뇌신전생.
“크아아아아!”
끝없이 치솟는 마력을 제어할 필요도 없이 네이드는 그저 모든 전력을 토해 냈고, 뇌신의 형상이 수만 가닥으로 꼬이면서 시로네에게 뻗어 나갔다.
-경고! 경고! 시스템 과부하. 이천번 시스템이 다운됩니다. 남은 시간 10초. 9초…….
“이런 제길!”
각기 다른 속성의 에너지가 교차하는 가운데 관객들의 절반이 벌떡 몸을 일으키고, 분석관들조차 메인 시스템을 차단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똑똑히 봐 둬! 내 분노를! 괴물이 된 내 모습을!’
네이드의 마음속 외침이 들리는 듯했다.
‘네이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분노는 인간의 희망을 살라 먹으며 커지는 것이라서, 일단 사로잡히면 정말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모르게 된다.
‘하지만…… 이제 거의 다 왔잖아.’
적어도 네이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빛에 의지하며, 결코 돌아오지 않을 부모를 기다리며 그렇게 밧줄을 물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너에게는 우리가 있잖아! 그러니까……!’
양자요동이 뇌신전생으로 소실된 사건을 회복시키며 처음과 똑같은 크기로 섬광을 키웠다.
“살자! 네이드!”
아무것도 가로막을 게 없다는 듯 섬광이 내려오는 순간, 네이드는 경이로운 눈으로 입을 벌렸다.
“아…….”
성스러운 빛이 마력동화의 분노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아아, 시로네.’
피눈물이 투명한 액체로 변했다.
‘너는 아름답다.’
너무나도…… 찬란하다.
‘그래서 나는…… 너와 친구가 되고…….’
거대한 빛이 번쩍하고 확장하면서 네이드의 모습을 송두리째 지워 버렸다.
기나긴 정적을 지나 마치 세상이 처음 탄생이라도 한 듯, 콜로세움의 모든 사람들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장시간에 걸친 빛의 질주는 마치 여태까지의 과정이 꿈인 것처럼 느끼게 했고, 어쩌면 사실이라는 듯 이천번 시스템이 다운되었다.
당연히 안내 음성은 들리지 않았고 사람들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전장을 두리번거렸다.
“저, 저기!”
콜로세움의 중심에 대자로 쓰러진 네이드와 멀리에서 그것을 지켜보며 숨을 헐떡이고 있는 시로네.
졸업 시험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자 사람들의 마음속에 뜨거운 것이 북받쳤다.
“우와아아아!”
저마다 함성을 내지르며 벌떡 일어나고, 기립 박수가 파도를 치며 콜로세움을 순환했다.
“시로네! 시로네! 시로네!”
크레아스 도시 전역으로 퍼져 나가는 연창 속에서 네이드의 이름은 단 한차례도 들리지 않았다.
‘이런 거구나…….’
피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해도, 힘든 삶을 살았다고 괴물처럼 울부짖어도, 세상 사람들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끝까지 싸워! 끝까지 발버둥 치란 말이야!
시로네는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기에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을 알면서도 그토록 간절히 소리쳤던 것일까?
“네이드.”
무릎을 꿇고 있던 시로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천번 시스템이 정확히 언제 다운되었는지 모르는 데다 안티매직의 충격량 또한 엄청났을 터였다.
“네이드!”
온몸에 힘이 빠진 탓에 시로네는 일어서지 못했고, 기다시피 사지를 허우적거리며 네이드에게 다가갔다.
“미안해……. 미안해, 네이드.”
오직 졸업 시험만을 겨냥하던 사고가 풀리자 비로소 감정이 밀려들었다.
펑펑 눈물을 쏟아 내며 흐느끼는 그때, 네이드가 허파를 들썩거렸다.
“크크, 크크크.”
시로네가 멍한 표정을 짓는 그때 네이드가 자조적인 얼굴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뭐야, 이러고도 져 버렸잖아?”
친구도, 가족도, 자신의 삶조차도 외면한 상태에서 마력동화의 모든 것을 토해 냈다.
마음만 먹으면 세상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기에, 시로네라는 벽에 막혀 버린 지금의 상황이 황당하고 민망할 따름이었다.
“네이드, 괜찮아?”
네이드는 훌쩍거리는 시로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외면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친구라는 명함을 파낼 각오조차 없이 맨얼굴을 드러냈던 것은 아니었다.
이천번 시스템이 재가동되면서 마침내 안내 음성이 들렸다.
-웨스트 네이드. 졸업 최종 순위 차석 확정.
관객들의 목소리가 일시에 사라졌다.
-알페아스 마법학교 졸업 시험 수석 합격자, 아리안 시로네. 이상 참가자 30명의 데이터를 레드 라인에 전송합니다.
“여보, 우리 아들이…….”
빈센트와 올리나는 더 이상 놀랄 기력마저 소진한 채 멍하니 입을 벌렸다.
왕국 역사상 가장 강렬했던 졸업 시험이었기에 관객들이 감정이 북받치는 시간 또한 오래 걸렸다.
“리안, 들었어? 방금 들었어?”
동생의 어깨를 두드리던 레이나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자 리안이 주먹을 움켜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어린 소년이었다.
검술 사범 카이트를 피해 도서관에 숨었을 때 단호하게 일러바칠 만큼 얄밉고, 생전 처음 잡아 보는 목검으로 검살을 성공시킬 만큼 탁월하며, 진검 승부에서 자신을 꺾을 만큼 강직한 소년이었다.
-네가 책임져야 할 것은 네가 책임져라.
이 말보다 그의 성격을 정확히 대변하는 게 또 있을까?
-하지만 책임져야 하지 않을 일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어.
심장이 선택한 일에 후회는 없다.
-설령 내가 죽는다고 해도, 너와 친구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아.
그 소년이 바로 시로네이기 때문이다.
“시로네에에에!”
리안이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