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55
“간다!”
파우러의 메가 건이 불똥을 튀기는 것을 시작으로 헌터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마음이 먼저 베고.
“이야아아!”
검이 니케를 베어야 마땅할 것이다.
쿠우우우웅!
대직도가 땅에 찍힌 방향으로 검의 율법이 발동하면서 건물들을 쓰러뜨렸다.
“크윽!”
하지만 이번에도 니케는 회피했고 여지없이 심타가 리안의 마음에 충격을 가했다.
“마음의 기술인가?”
리안의 정수리 위에 니케가 거꾸로 선 채로 회전하자 채찍들이 모여들었다.
“어때? 사는 게 녹록하지 않지?”
피할 수 없는 상태에서 채찍이 휘감기면서 리안의 살점을 발라냈다.
“으아아아!”
육체의 살점이 40퍼센트 이상 소실된 리안이 골격을 드러내며 무릎을 꿇었다.
“어디까지 가 봤는지 궁금한가?”
니케가 가볍게 착지하며 채찍을 휘돌렸다.
“너는 거기까지다.”
“끄으으으…….”
이미르의 어금니와 싸운 이후로 이 정도로 잦은 심타를 경험하는 건 처음이었다.
-스밀레, 스밀레.
여지없이 환청이 들리면서 잘려 나간 부위에서 살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마치 뱀파이어 같군.”
니케가 그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죽고 싶은 순간에도 죽을 수 없는, 자비를 빼앗긴 생물의 몸뚱이가 아닌가.”
-스밀레, 스밀레.
‘아직…… 아직 싸울 수 있어.’
리안이 이를 뿌드득 갈며 정면을 노려보는 그때, 갑자기 육체의 재생이 멈췄다.
‘뭐지?’
어쩌면 정말로 여기가 끝인가,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환청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밀레. 마음이 먼저 벤다는 것은, 반드시 그것이 베인다는 뜻은 아니야.
리안에게 전하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 세계에 반드시라는 말은 쓸모가 없어. 내가 움직이는 동안 다른 것들도 움직이기 때문이지.
처음으로 여자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럼 절대적인 것은 뭐야? 오빠는 항상 절대적인 것을 원하잖아.
-내 마음. 신념. 먼저 베어 버린 마음은, 반드시 그것을 베겠다는 신념으로 변하고…….
리안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 신념이 절대적이 되는 순간, 내 검의 움직임은 세상의 움직임과 별개가 된다.
환청이 말했다.
-그것이 나, 오젠트다.
스밀레, 스밀레 (2)
***
왕립 공동묘지.
입을 다문 자들의 안식처에 수많은 비명 소리가 탄생하고 있었다.
인가에서 하나둘씩 불이 켜졌으나 어느 누구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돌진! 돌진!”
제니아는 계속 전진을 종용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머리털이 전부 곤두설 정도로 강렬한 파장이 실버 본의 본능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으아아! 이 개자식들아!”
파우러가 메가 건을 사방으로 휘돌릴 때마다 구름처럼 뭉쳐진 연기에서 퍽퍽! 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죽어라! 인간!”
순혈 중에서 가장 낮은 위치인 베시카지만 잡종들하고는 무력의 차원이 달랐다.
“파워 팩!”
약효가 떨어지자 카테인이 즉석에서 약을 조제하여 헌터들의 목덜미에 꽂았다.
머리가 핑 하고 돌더니 잠시 후 세상이 전보다 느려진 기분이 들었다.
“간다!”
통증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금속기를 갖춘 헌터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길을 열었다.
피비린내 나는 혈투 끝에 위인들이 묻힌 무덤에 도착하자 피가 빨린 경비대원들의 시체가 보였다.
‘석션.’
단지 피를 빨아들이는 것으로는 뱀파이어가 되지 않는다.
“더 많은 피가 필요하다.”
묘비 위에 우산을 쓴 노인이 서 있었다.
“너희들이라면 충분하겠지.”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알아? 왕립 공동묘지의 관리자들을 죽인 거야.”
뱀파이어가 아무리 강해도, 인간은 태양의 힘을 빌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종족.
여태까지 이 정도로 막나가는 일은 없었기에 제니아는 오히려 불안했다.
“왕을 잃은 백성의 비참함을 아는가?”
“무슨 소리야?”
“어둠에 숨어, 나약한 너희들에게 세상을 빼앗긴 수모도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제니아의 머리털이 모조리 곤두섰다.
‘뭐, 뭐야?’
엄브렐라 맨의 뒤편에 있는 비석 중의 한 곳에서 어마어마한 투기가 발산되고 있었다.
“로드…….”
피가 모조리 빨려 나간 시체들, 혈액은행, 이제야 아귀가 맞아떨어졌다.
엄브렐라 맨이 비죽 입꼬리를 올렸다.
“오늘 우리들의 왕이 부활하신다.”
“도망쳐!”
무덤이 들썩거리는 것을 본 제니아가 소리쳤으나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으아아아!”
파우러가 메가 건을 쏘자 엄브렐라 맨이 빠르게 하늘로 치솟았다.
“저, 저게 뭐야?”
마치 가스가 분출하는 것처럼 무덤의 균열에서 시커먼 연기가 수십 미터 높이로 솟구쳤다.
“이것으로 두 분.”
3명의 로드 중에 2명이 부활하는 시점이었다.
“깔깔깔! 깔깔깔깔!”
듣는 것만으로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여자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연기가 뭉쳤다.
유성처럼 지상에 추락하자 땅이 물결처럼 진동했고, 마침내 아름다운 여성의 나신이 그곳에 자리했다.
엄브렐라 맨이 옆에 착지해 무릎을 꿇었다.
“피의 지배자, 아그네스 님을 뵙습니다.”
전신의 수분을 털어 내 신체 활동을 정지시키는 동면은 오직 로드만이 가능한 능력.
그리고 그 동면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인간 300인분의 피가 필요했다.
“로드라고…….”
그 어떤 생물도, 니케나 리안에게서조차 느낄 수 없었던 강력한 기운이었다.
단지 그런 율법일 뿐.
진마로부터 물려받은 로드의 정체성은 탄생부터 생물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파우러의 눈에 실핏줄이 터지고 카테인의 관자놀이에 힘줄이 올라왔다.
사자를 마주친 토끼 꼴이지만, 그 토끼는 분노에 공포를 상실한 상태였다.
“죽여 버리겠다아아아아!”
어떤 것으로도 위로할 수 없었던 그들의 마음이 비로소 돌파구를 찾아낸 것이다.
정면에서 달려드는 헌터들을 노려보며 아그네스가 하얀 손가락을 내밀었다.
“블러드 컨트롤.”
동면에서 깨어나고 남은 피가 모조리 일어서면서 그녀의 머리 위에 거대한 구체로 뭉쳤다.
압력에 의해 냉각된 피가 한 자루의 검이 되어 그녀의 손에 쥐였다.
“2천 년 만이로군.”
헌터들을 향해 튀어 나간 그녀의 몸이 어느새 그들을 지나 먼 곳에 착지했다.
“커억!”
가공할 속도에 피의 검이 증발해 버리고 헌터들의 몸에 상처가 새겨졌다.
“블러드 컨트롤.”
그녀가 두 손을 교차하며 능력을 발동하자 그들의 몸속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
“빨리! 더 빨리!”
도심지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 폭발 소리에 베노프는 뱀파이어 특수전담 팀을 이끌고 마차를 달렸다.
“이런 빌어먹을…….”
도착했을 때는 마치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모든 건물들이 폭삭 주저앉아 있었다.
콰아아앙!
먼 곳에서 들린 폭음성에 베노프가 고개를 틀었다.
“저, 저건…….”
길게 늘어진 두 줄기의 그림자가 허공과 지상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충돌하고 있었다.
“크으으으!”
니케의 채찍을 뚫고 들어가는 리안의 육체는 걸레처럼 너덜해진 상태였다.
엄폐물은 신경조차 쓸 수 없는 초고속의 공방전 속에서 리안이 심검을 휘둘렀다.
‘반드시 벤다!’
신념의 한계를 담아 검을 내리치는 순간 니케의 어깨가 예리하게 절단되었다.
‘화신술은 통하지 않아.’
를 부술 수 없는 이상 반신반혼의 육체 또한 물질에 불과.
‘하지만 죽지 않지.’
강력 재생으로 순식간에 육체를 복구시킨 니케가 리안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키아아아아!”
베고, 찢기고, 살점이 하늘로 치솟고 비처럼 핏물이 쏟아지는 지점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리안은 생물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 순간 몸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이야아아!”
신적초월.
그 순간에도 는 움직였고 니케의 육체 또한 수십 조각으로 분해되었다.
여기까지가 찰나.
“…….”
베노프는 펑, 하는 환청을 들었다.
수백 미터 밖에서 관전했기에 볼 수 있었던 두 줄기의 잔상이 충돌과 동시에 폭죽처럼 터져 버린 것이다.
“대, 대장님. 저거…….”
사람이 저렇게 터질 수가 있나?
“뭣들 하고 있어! 빨리 출발해!”
베노프조차 넋을 잃고 있었으나 지금의 감정을 토해 낼 대상이 필요했다.
“리안…….”
아마도 리안일 것이다.
“흐으으으.”
조각으로 분해되어 버린 리안과 니케의 육체가 한자리에 마구잡이로 엉켰다.
콧날 위로 절단되어 버린 상태로 리안이 시선을 돌려 니케를 노려보았다.
하늘에서는 벨 것을 잃은 가 여전히 칼춤을 추고 있었다.
목만 덩그러니 남은 니케가 하늘을 바라보는 방향에서 눈동자를 위로 치켜올렸다.
“네가 이겼다.”
신의 피조물, 이단 사냥꾼이었던 니케가 생물의 본질에 의문을 품은 건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네가 더 멀리까지 갔다.”
니케의 육체가 검은 연기로 뭉치더니 한 마리의 박쥐가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너…….”
리안의 잘려 나간 손이 니케의 얼굴을 붙잡았다.
눈을 찌르는 압박 속에서도 니케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전했다.
“신을 버린 순간부터, 우리에게는 자비가 없어.”
끝없는 고통만이 전부였다.
“끝에 도달한 자만이 신을 죽일 수 있다.”
-스밀레, 스밀레.
또다시 지긋지긋한 환청이 들리는 가운데 박쥐가 리안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꽂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