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828
나타냐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리안의 얼굴에 둔탁한 충격이 가해졌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확인한 위치는 이곳으로부터 40미터나 떨어진 지점.
‘소리와 동시에…….’
도달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빠를 수도.’
눈에 담긴 풍경이 좌우로 흔들리고, 어디를 어떻게 맞았는지도 깨닫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거리를 벌려야 해.’
리안은 땅을 박차고 물러섰다.
만약 나타샤가 추격해 오고 있다면 어떤 동선을 갖든 전방에 있을 터.
“이야아아!”
대직도로 땅을 크게 퍼내자 집채만 한 바위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것도 뚫을 수 있을까?’
바위에 발을 가져다 댄 리안이 힘껏 밀었다.
“하압!”
리안에게 돌진하고 있던 나타샤는 거대한 바위가 대포알처럼 날아오는 것을 발견했다.
‘흐음.’
눈앞까지 다가온 순간 벡터가 역전되었고, 뒤로 물러서며 그녀가 오른손 잽을 던졌다.
톡.
주먹 크기로 깨진 바위에서 파편이 튀어 오르기도 전에 왼손 잽이 다시 나갔다.
톡톡.
비행체와 등속도로 움직이는 그녀의 상체가 잔상을 일으키며 빠르게 좌우로 흔들리고.
톡톡톡톡톡톡.
어깨에서 움직이고 있을 두 팔과 주먹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바위를 두드렸다.
톡톡톡톡톡톡톡톡!
갉아먹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했지만, 워낙에 빠른 속도였기에 순식간에 바위가 박살 났다.
“제길!”
리안이 생각이라 불릴 만한 것을 한 시점에는 이미 나타샤가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바위를 부순 속도로 주먹이 왕복하자 리안의 전신에 묵직한 충격이 작렬했다.
연타의 딜레이를 감수하고 크게 주먹을 휘두른 나타샤가 리안의 턱을 돌렸다.
“크윽!”
골이 울리는 고통을 느끼며 리안이 바닥을 미끄러지듯 물러나 중심을 잡았다.
“아야…….”
한쪽 다리를 올린 자세로 정지한 나타샤가 리안을 돌아보며 주먹을 털었다.
“엄청 단단하네. 바위도 깨는 주먹인데.”
리안은 침묵을 지켰다.
이데아의 정보 복원 능력이 아니었다면 이미 근육이 파열되고 뼈가 으스러졌을 터였다.
‘단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 또한 신경의 속도를 따르기에 사고의 범주는 좁아지기 마련이었다.
‘어떻게 된 여자야?’
나타샤에게는 그런 약점이 없었다.
눈꺼풀을 제거한 이유도,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방해가 되는 레벨의 속도이기 때문.
‘소위 천재라는 것인데.’
리안이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운이 나쁘군. 재능으로 싸우는 놈치고 나한테 베이지 않은 놈이 없었지.”
“나는 년인데?”
“…….”
나타샤가 리안을 가리켰다.
“무슨 능력인지 알아. 그거 가이랑 똑같은 거지? 검술도 굉장히 닮았어.”
오젠트 가이.
형을 떠올린 리안의 가슴이 다시 죄여 왔으나 슬픔을 가슴에 묻고 말했다.
“착각하지 마라.”
리안이 자신을 가리켰다.
“내가 원류다.”
그렇지, 형?
“그래…….”
정말로 몰랐다는 듯 나타샤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튼 더 할 거야? 강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너 싸움은 별로 못하는 거 같은데.”
나타샤의 기준에서는 그렇다.
“걱정하지 마라. 그런 소리도 많이 들었으니까. 이번 것은 실망하지 않을 거야.”
리안이 대직도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기마대가 오지 않고 있어.’
테스가 있는 곳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면 빠르게 전투를 끝내야 했다.
‘최고의 일격.’
격투 센스가 얼마나 뛰어나든, 반응조차 하지 못하는 속도로 베어 버리면 그만이었다.
“후우우우.”
마하의 기운이 발산되면서 리안의 주위에 있는 풍경이 어지럽게 일렁거렸다.
“호오.”
두 무릎을 구부린 나타샤의 몸 위로 사신의 화신이 10개의 강선을 빛냈다.
“간다.”
말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리안을 중심으로 한 줄기의 섬광이 탄생했다.
파계의 위력이 지상을 강타하자 굉음을 내며 땅이 수백 미터 길이로 쪼개졌다.
강력한 지진파가 전진하자 멀리 떨어져 있는 기마대의 말들이 혼란을 일으켰다.
“호오?”
하비츠가 뒤를 돌아보았다.
“재미있는 놈이군.”
이데아의 경지는 물리를 넘어 정보 그 자체를 바꾼다는 점에서 율법의 바깥에 있지만…….
“그렇다고 율법을 무시하면 안 되지.”
하비츠는 걱정하지 않았다.
“우주의 장막을 조금 찢을 수 있다고 해서, 우주만큼 빠르거나 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근육이 파열된 두 팔이 빠르게 정보를 복구하는 가운데 리안이 전방을 살폈다.
“크으으.”
몸을 뒤튼 자세를 취하고 있는 나타샤의 발밑으로 직선의 균열이 끝없이 뻗어 나가고 있었다.
“…….”
사신의 해골과 연결되어 있는 10개의 강선 중에 무려 3개가 끊어진 상태였다.
“후아.”
정신을 차린 나타샤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빠르네.”
칭찬을 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뜻이고, 그렇기에 리안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피했다, 파계의 검을.’
진마 파우스트도 피하지 못했던 일격이었다.
‘어쩌면…….’
리안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자는 세상에서 손에 꼽을 것이기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이 여자가 최강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 행성 안에서는.
“너, 리안이지? 마하의 검사.”
나타샤의 눈에서는 적개심을 읽을 수 없었지만, 어차피 수많은 인간을 죽였을 때도 그랬다.
“왜 인간을 죽이지?”
리안이 물었다.
“전쟁을 하는 이유가 뭐야? 하비츠란 놈은 재미로라도 한다지만, 너에게는 어떤 신념도 느껴지지 않아.”
“흐음.”
나타샤는 입술에 손을 대고 생각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 사실 재미도 없고. 그냥 내가 잘하는 거니까? 하비츠도 잘한다고 했고.”
그녀가 활짝 웃었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춤추는 거야.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어.”
“어째서? 너의 운동 능력은 최강인데.”
“최강이 아니야.”
나타샤의 눈동자가 옆으로 움직였다.
“나는 꼭두각시일 뿐인걸.”
정적이 흘렀다.
“인간을 위해 싸울 수는 없는 건가?”
“네 편이 되라고?”
“말하자면 그렇지. 너도 인간이니까, 인류의 편에서 마족과 싸우는 게 낫잖아?”
정말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지, 나타샤는 장고 끝에야 고개를 저었다.
“미안. 하비츠를 배신하고 싶지 않아. 너보다 먼저 알았거든. 사실 의미도 잘 모르겠고.”
확실히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말이었지만, 그렇기에 리안은 답답했다.
‘뭔가 실마리가 있을 것 같은데.’
언변이 뛰어나지 못한 게 한이었다.
“리안!”
저 멀리서 테스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한 무리의 기마대가 이곳으로 달려왔다.
테스의 뒤에 하비츠가 타고 있었으나 아무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나타샤가 여전히 건재함을 확인한 테스가 크게 우회하여 리안에게 도착했다.
“괜찮아?”
말에서 내리려고 했으나 하비츠가 허리를 꽉 움켜쥐고 있어 불가능했다.
끝없이 내리려는 시늉을 하는 테스를 바라보던 리안이 고개를 돌렸다.
기마대의 대부분이 한쪽 팔이 잘려 있었고 어떤 자는 발목이 없었다.
피를 철철 흘리는 모습을 보고도 리안의 뇌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했으나…….
‘뭐지?’
속이 조금 울렁거렸다.
‘내가 뭔가 놓치고 있나?’
의심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
이데아의 경지?
혹은 다른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을 처음 대하면서 생기는 신선한 감각?
‘기분 탓이겠지.’
하지만 결국 인간은 뇌를 포기할 수 없다.
“리안, 왜 그래? 얼굴이 창백하잖아.”
하비츠가 허리를 풀어 주자 테스는 그제야 말에서 내려 리안에게 다가왔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하비츠가 테스의 어깨 너머에 있는 남자의 목을 베자 리안의 말이 뚝 끊어졌다.
‘대체 뭐냐고!’
하비츠가 미소를 지으며 돌아보았다.
“빨리 결정하는 게 좋을걸. 전부 다 죽이면 다음에는 여자 친구 차례니까.”
그렇게 말하며 또 다른 병사의 등에 칼을 쑤셔 넣자 가슴으로 칼날이 튀어나왔다.
리안의 망막에는 분명 그 칼날이 비춰지고 있지만, 뇌는 없던 것으로 처리했다.
“돌아가자. 너, 지금 상태가 안 좋아.”
나타샤의 위치를 확인한 테스가 리안의 팔을 잡아끄는 와중에도 병사들이 죽어 가고 있었다.
“테스…….”
리안은 주저했다.
‘말을 해야 하나? 아니, 설명할 방법이 없어.’
미쳤다고 할 것이다.
마치 박수를 쳤는데 소리가 났고, 그것이 너무나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3명 남았다.”
기마대를 죽이고 있는 하비츠가 테스에게 점차 접근하며 검을 빙빙 돌렸다.
“2명.”
병사의 목이 뚝 끊어지는 것을 똑바로 지켜보는 리안의 어깨가 부들거렸다.
‘중요한 걸 놓치고 있어.’
살다 보면 문득 안 좋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것을 수만 배 증폭시킨 것 같았다.
“마지막 1명.”
기마대가 전멸하고, 하비츠는 테스의 등을 향해 검을 늘어뜨리고 다가왔다.
“……테스.”
“응?”
미쳤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엎드려!”
하비츠가 검을 수평으로 세운 순간, 리안이 테스의 어깨를 아래로 짓눌렀다.
“이야아아아!”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주위를 전부 쓸어버릴 만큼의 일격을 허공에 날렸다.
퍼어어어어엉!
마하의 율법을 담은 거대한 충격파가 하비츠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 사건의 0.666초.
“오오오오오오오!”
12명으로 이루어진 시옥이 땅 밑에서 올라와 하비츠를 둥그렇게 에워쌌다.
0.666초를 제외한 모든 시간에 공격이 가해지고, 나타샤가 빠르게 자리를 옮겼다.
세상이 쪼개지는 소리가 고막을 진동시키자 테스가 눈을 질끈 감았다.
“크윽!”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린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