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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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행동
꽝!
“억!”
조만간 풀려날 수도 있다는 소식에 기분이 좋은지 껄껄 웃던 블라디치는, 예고도 없이 눈앞에서 섬광과 굉음이 터져 나오며 뒤이어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고통이 육신과 영혼에 동시에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쏟아져 내려 고통을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선사하는 그것의 이름은, 바로 천벌.
“헉!”
“히익!”
대화를 나누고 있던 변호사는 물론이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뚱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교도관 역시 기겁을 하고 놀랐다. 야외라면 몰라도, 이곳은 엄연히 사방이 꽉 막힌 실내. 그 안에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던 블라디치가 갑자기 강력한 뇌전에 두들겨 맞으며 책상 위로 엎어지자, 변호사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다가 다리가 꼬이며 앉아 있던 의자와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다.
교도관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 급히 비상벨을 울리자 문이 열리며 대기하고 있던 다른 교도관들이 면회실 안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해서 달리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벼락은 마치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괘종시계처럼 연이어 내리 꽂히고 있었고, 블라디치는 맹렬하게 터지는 섬광과 굉음 속에서 자지러질 듯한 비명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건…”
“설마…”
꽉 막힌 실내에서 계속해서 떨어져 내리는 벼락. 변호사는 물론이고 교도관들 또한 이 현상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다. 천벌이라 불리는 이 현상이 세상을 뒤집어 놓은지 며칠이나 되었던가. 일리노이의 연쇄 살인범이 이 잔혹한 형벌을 받고 끝내 시체가 녹아내리며 죽음을 맞이한 일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끄아아아악!”
블라디치는 바닥을 뒹굴다가 교도관들을 보며 손을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말을 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할 정도의 끔찍한 고통에 짓눌린 채,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교도관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교도관들이라고 방법이 있겠나. 그나마 교도관중 하나가 급히 블라디치의 몸에 담요를 덮어 씌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내리치는 벼락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렬해진 기세로 이 늙고 추악한 학살자의 몸과 영혼을 짓이겨 버릴 뿐이다.
그 모든 광경은 면회실 안을 비추고 있던 폐쇄회로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고, 구치소에는 곧바로 비상임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상황을 파악한 간부들이 급히 달려왔지만 그들 역시 이래서는 방법이 없었다. 벼락은 계속해서 내리치고 있었고, 블라디치는 정신을 잃지도 않은 채 육신과 영혼을 저미는 고통을 그대로 느껴야 했다.
“그, 그만… 차라리… 죽여줘…”
블라디치는 견디다 못해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교도관들로서는 그 부탁 역시 들어줄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찾아! 이 방 어딘가에 죽음의 천사가 있을 거다!”
“네? 하지만…”
미친! 찾으면 어쩔 건데? 죽음의 천사와 싸우기라도 하라고?
간부 중 하나의 외침에 교도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상소리를 터뜨렸지만, 거듭 명령이 내려지자 마지못한 듯 면회실 이곳 저곳에 물건을 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형진은 유유히 교도관들 사이를 빠져 나가 구치소 안의 다른 방들을 둘러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꽈릉!
그리고 또다른 타깃을 발견하자 어김없이 천벌이 떨어져 내렸다.
“이, 이 소린?”
“설마?”
교도관들은 눈앞에서 버둥거리는 블라디치가 아닌, 다른 방향에서 벼락 소리가 들려오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벼락 소리가 의미하는 바를 모를 이유가 없다.
천벌은 이내 구치소 곳곳에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람의 힘으로는 막을 방법 자체가 없는, 문자 그대로 하늘이 내린 벌이기에 교도관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그저 발만 동동 구르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사태가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도리가 없는 사태임을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벼락을 맞으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수감자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옮기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렇게 셰베닝겐 구치소에 수감된 전쟁 범죄자들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서도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끄아아아악!”
“헉! 대통령 각하!”
오마르 알 마시르. 아프리카 대륙 동쪽에 위치한 나라의 대통령이다. 무려 1993년부터 지금까지 장기 집권중인 독재자로서, 30만명을 학살하고 270만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권좌를 지키고 있는 전대미문의 인물이다.
국제 형사 재판소에서 기소를 했어도 여전히 세계 각지를 국가수반으로서 유유히 활보하고 다니며, 한국에도 2008년에 방문해 후하게 대접을 받고 간 사례가 있다. 참고로, 이 인간이 벌인 아프리카 최악의 인종 청소인 달프르 학살이 벌어진 것은 2003년. 더구나 그 시기에 한국은 국제 형사 재판소의 초대 재판관을 배출했었고, 그 재판관은 2009년에 2대 재판소장이 되기까지 했다. 뻔히 그런 인물인 줄 알면서도 초대해 선물을 주고받으며 파티까지 벌였다는 얘기다.
당시 정부가 내세웠던 것은 다름아닌 자원 외교. 금 광산과 유전에 빨대라도 꽂아볼까 싶었던 모양이지만, 결과는 글쎄올시다.
회의를 주재 중이던 대통령이 그렇게 난데없는 벼락을 맞고 쓰러지자 각료들은 기겁을 하고 놀랐지만, 그들이라고 달리 손 쓸 방법이 있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저 어딘가에 다가와 있을지도 모르는 죽음의 천사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주위를 돌아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각하!”
갑작스런 천벌 세례에 놀란 호위병들이 급히 달려오더니 회의실 주위에 대고 무작정 총을 쏘기 시작했다. 교도관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딘가에 모습을 감추고 있을지도 모르는 죽음의 천사를 찾아내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그들의 이러한 대응은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얼씨구.”
아바타로 맵을 찍던 와중에 근처에 화살표가 찍히자 다가와서 천벌을 내리고 있던 형진은, 대놓고 마구잡이로 총을 쏴대는 호위병들의 모습에 얼굴을 찌푸리다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총알을 막아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헉!”
“저기다!”
호위병들은 검은 날개를 두른 형진의 모습에 크게 놀라면서도 발작적으로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의미 없는 일. 형진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손을 휘저었고, 그 순간 불과 바람의 속성력으로 증폭된 용오름이 연이어 터져 나오며 실내 공간을 화염이 소용돌이 치는 지옥으로 뒤바꾸어 버렸다.
호위병들의 몸이 불덩이로 변하며 창문과 문을 통해 나가떨어지는 와중에도 대통령의 몸에 떨어지는 벼락은 멈추지 않았다.
“끄으으윽… 네, 네놈은…”
형진은 조금은 감탄한 어조로 대답했다.
“대단해. 아직도 입을 나불거릴 정신이 남아 있다는 건가.”
“나는… 나는…”
“닥쳐.”
형진은 뭔가 나불거리려 드는 대통령의 입을 걷어찼다. 그러자 대통령의 입에서 이빨과 피가 우수수 쏟아져 나왔고, 둔중한 몸뚱아리는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커윽… 컥!”
피를 토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내리꽂히는 벼락에 바들바들 몸을 떨던 마시르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물러가라! 이곳은… 내 나라다! 알라여! 저 악마를…”
“시끄러.”
“켁!”
다시 한 번 배를 걷어차자 놈은 그대로 창문을 뚫고 나가 정원 밖으로 나뒹굴었다. 때맞춰 달려오던 새로운 호위병들은 창밖으로 튕겨나가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는 형진을 향해 다짜고짜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이번에 그들이 발사한 무기는 총이 아니었다.
“얼씨구.”
형진은 자신을 향해 로켓탄이 발사되는 순간 라이언하트를 발동했다.
순간 주위 모든 사물의 움직임이 느려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느려진 공간 안에서 형진은 로켓탄의 움직임을 또렷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될 것 같다.
본능적으로 환영의 반딧불을 사용해 몸을 피하려던 형진은 그렇게 또렷하게 움직임이 드러난 로켓탄을 보는 순간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었던 어떤 행동이 가능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행동했다.
순간 날개처럼 펼쳐져 있던 꼬리 가운데 하나가 로켓탄을 향해 움직인다.
꼬리는 명확하게 드러난 로켓탄의 어떤 점을 가격했고, 순간 약점을 가격당한 로켓탄은 파괴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연결점들이 흩어지며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인스턴트 킬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그 권능에 가까운 위력을 발휘했다.
투두둑!
다음 순간 로켓탄을 이루고 있던 잔해들은 형진의 몸에 힘없이 부딪히며 바닥을 나뒹굴고 만다.
“헉!”
“이, 이게 무슨…”
알라신의 요술봉이라 불리는 대전차 미사일을 쏘는 순간 그들은 불길한 검은 기운으로 몸을 감싼 이 악마가 어떤 식으로든 타격을 입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형태로 나타났고, 뒤이어 날아든 거대한 불의 기운이 담긴 용오름에 그들 역시 불덩이로 변해 회의실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끄으으…”
형진이 부서진 창문 밖으로 나갔을 때, 대통령은 꿈틀거리며 어딘가를 향해 필사적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계속해서 육체와 영혼에 가해지는 타격은 그에게 남아 있던 마지막 한 방울의 힘까지 모두 태워 버렸고, 더 이상 움직일 힘이 남지 않은 상태가 되자 벼락이 내리칠 때마다 꾸물거리며 몸을 뒤트는 것이 고작인 상태로 전락해 버렸다.
“아프냐.”
형진은 그에게 다가가 꼬리를 사용해 강제로 목덜미를 잡아 일으키며 물었다.
“끄으으으…”
이미 입술이나 혀를 움직일 기력도 남지 않은 상태라 그렇게 신음을 흘리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채로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려고 하는 그 행동에는 명백하게 애원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래. 아프구나.”
“…”
형진은 그의 목덜미를 잡은 채로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죽음의 천사가 씻을 수 없는 죄악으로 점철된 추악한 범죄자를 그대로 하늘로 끌고 올라가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멈춰라!”
“거기 서!”
어느 틈엔가 또 다른 호위병들이 우르르 몰려왔지만, 그들은 앞서와는 달리 함부로 무기를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형진의 손아귀에 대통령이 붙잡혀 있는 것을 발견한 탓이다.
형진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무기를 겨누며 뭐라뭐라 을러대는 호위병들의 모습에 피식 웃고는 그대로 천천히 하늘로 올라갔다.
마치, 줄이 끊긴 풍선처럼. 그렇게 계속.
“어? 어어?”
쉴 새 없이 벼락을 얻어맞는 와중에도 대통령은 뭔가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그런 의미불명의 소리를 냈다.
“내가 뭘 하려는 건지 알겠어?”
“으….”
대통령은 이제 극도의 공포에 몸을 떨어야만 했다. 상승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어느 틈엔가 자신이 지내던 대통령궁이 까마득하게 보이는 고공으로 올라서자 그 공포는 더욱더 진해졌다.
그렇게 까마득한 하늘로 날아오른 형진은 와들와들 떨고 있는 독재자를 바라보며 마침내 선언했다.
“아디오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독재자는 거부할 수 없는 중력의 손길에 사지를 결박당한 채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으아아아악!”
대통령은 전신을 향해 쏟아져 내리는 바람 속에서도 그렇게 찢어져라 비명을 터뜨렸다. 온몸을 허우적거리며 빠르게 다가드는 거대한 건축물과의 충돌을 필사적으로 회피해 보려 했지만, 그의 전신을 결박한 중력의 손길은 무정하게도 더욱더 빠른 속도로 그의 몸을 가속시켰고, 보이지 않는 그 강력한 손길에 결박당한 대통령은 자신의 권위를 상징하는 거대한 건축물과 그대로 격돌했다.
콰직!
다행히도 머리보다 몸이 먼저 떨어졌다. 하지만 그래봐야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더 의식이 남아 있는 것이 고작. 충격으로 인해 폐가 압축되며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을 느끼는 순간, 전신의 뼈들이 조각조각 부서지며 박살이 나버렸고 내장들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동시에 터져 나가 버렸다.
“각하!”
호위병들이 기겁을 하고 달려가 봤지만, 이미 그들의 독재자는 공포라는 이름의 거대한 손가락에 짓눌려 터져 버린 모기처럼 뒤틀린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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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째.
마시르나 달푸르 역시 오타가 아닙니다. 소설 내용중에 언급된 이름들은 현실과 관계가 있을라나 없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