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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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행동
세계는 또 한 번 뒤집혔다.
-이건 명백한 테러입니다!
-테러요?
-그렇습니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사람들에게 인위적으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작금의 이 사태는 틀림없는 테러입니다.
-글쎄요.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다르다고요?
-그렇습니다. 특히 이번에 죽은 오마르 알 마시르 같은 자를 생각해 보세요. 국제 형사 재판소에서 이 사람을 기소한 것이 언제인줄 아십니까?
-그건…
-법에 대해 아무리 떠들어 봐야, 스스로가 법인 이런 인물들에게는 의미가 없어요.
-그런 인물이라 해도 언젠가는 법의 심판을 받기 마련입니다.
-할 거 다 하고, 누릴 거 다 누린 다음에요? 그리고 죽은 다음에는 사실은 이 사람도 좋은 사람이었어 하면서 재평가도 좀 하고?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싶으신 겁니까?
-설마요. 법치주의는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법으로 단죄할 수 없는 자들도 존재한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겁니다.
언론들은 죽음의 천사가 벌인 이번 사건들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데려다가 이런 식으로 토론을 벌이는 식의 방송이 거의 대부분의 뉴스 채널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형진은 요안나가 건네주는 맥주를 들이키며 텔레비전 방송을 지켜보다가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테러래요.”
[흥.]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자 이번에는 국제 형사 재판소에 관한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국제 형사 재판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국제 형사 재판소 규정에 대한 비준을 하지 않고 있죠. 게다가 나중에는 서명 철회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고요.
-이유가 뭐죠?
-이게 좀 웃깁니다. 자국의 행위에 대한 무류성을 주장하고 있거든요.
-무류성이요?
-오류가 없다는 얘깁니다. 솔직히 전 이런 단어가 현대에 언급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무류성 같은 건 성서에 관한 논쟁에서나 나오는 단어인줄 알았거든요.
-허… 그건 또 처음 듣는 얘기군요.
-그것만이 아니에요. 아무리 자국 군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아예 미국 군인 보호법을 만들기도 했죠.
-그건 또 무슨 법인가요.
-간단해요. 2국간 면책 협정, BIA라고 해서 국제 형사 재판소에 의해 구속 영장 발부나 재판 회부 결정이 내려진 피의자에 대해 인도 거부를 하도록 하는 협정이 있어요. 미국과 이 협정을 체결하고 있지 않으면서 국제 형사 재판소 규정을 체결하고 있는 나라에 대해 군사 및 경제 원조를 중지하는 법안입니다. 단순히 자국민에게 국제 형사 재판소에 대한 소추 면책을 주는 걸 넘어서는 행위죠.
-그럴수가. 이건 좀 충격적이군요.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조차 이런 식이니 오마르 알 마시르 같은 독재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활보하고 다닐 수 있는 겁니다. 모르긴 해도 지금 전전긍긍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될 걸요.
이건 형진도 모르고 있던 일이다. 국제 형사 재판소라길래 권한이 좀 되는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하기야 이런 상황이니 수천명을 학살한 범인이 석방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해맑게 미소를 지었던 것이겠지만.
그렇게 텔레비전을 보면서 각계의 반응을 살피고 있자니, 문득 공포와 죽음이 말했다.
[야.] “네?”[일 안 해?] “에이… 조금만 쉬고요. 아무리 저라도 휴식은 취해줘야죠.”
[얼른 하고 쉬는 게 나을 텐데?] “게다가, 이런 식으로 뜸을 들이면 들일수록 놈들은 속이 타겠죠. 슬금슬금 다가오는 공포의 그림자에 바짝바짝 속이 타들어가는 그 기분을 최대한 만끽시켜 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냐.] “그런 거죠.”
바로 그때였다.
디디디디디디딩!
마치 옛날 버전의 윈도우즈를 쓰다가 무한 오류창이 터지는 것 같은 느낌으로 형진의 눈앞에 새로운 임무가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우르르 뜨기 시작한 것이다!
“푸웁!”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안주를 챙겨들고 자신을 향해 사뿐사뿐 걸어오는 요안나의 각선미를 바라보고 있던 형진은 갑작스런 사태에 놀라 입안에 든 것을 그대로 뿜어 버리고 말았다.
“뭐, 뭐, 뭡니까. 이거!”
그러자 공포와 죽음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긴. 임무지.] “네?”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하는 심정으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와중에도 새로운 임무가 도착했다는 메시지는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와 형진의 시야를 가로 막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지 이러다 블루스크린이 뜨는 거 아닌가 싶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진?”
왜 그러나 싶은 표정을 지은 요안나의 얼굴이 눈앞에서 얼쩡거려도 제대로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맙소사! 이걸 저보고 다 처리하란 말입니까?”
형진의 외침에 공포와 죽음은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듯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러길래 얼른 하고 쉬는 게 나을 거라고 그랬잖아.] “이건 애초에 얼른하고 쉴 수 있는 양이 아니라고요!”갑자기 이런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별 게 아니었다. 형진이 몇몇 지역에서 학살의 만행을 저지른 범죄자들의 처형을 집행하고, 그것이 매체등을 통해 알려지자 세계 각지에서 저마다 다른 감정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오마르 알 마시르처럼 스스로를 법으로 규정하며 심판 자체를 거부한 자부터, 법이라는 그물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던 자들까지. 지금껏 지은 죄에 대한 심판을 어떤 식으로든 회피하고 있던 자들의 마음속에 피어오른 공포가 스스로의 죄와 위치를 공포와 죽음에게 알려왔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죄에 대한 공포를 지니고 있는 자들이 스스로 위치를 드러낸 경우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죽어 마땅한 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은 채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공포와 죽음이 펼쳐 놓은 그물을 피하지는 못했다. 바로 희생자들이나 다른 관계자들의 분노 어린 기원이 공포와 죽음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형진의 눈앞에 나타난 수많은 임무들은 그렇게 생겨난 것이었다.
“무립니다. 제가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이걸 혼자 다 처리하는 건 절대 무리라고요.”
[그래? 하긴, 이 세상에 죽어 마땅한 놈들이 이렇게 많을 거라고는 나도 미처 몰랐으니까.]
“그렇죠?”
[하지만 어쩌겠어. 그렇다고 아직 스킬도 제대로 못 익힌 프리츠를 데려다 무작정 임무를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끙…”
결국 어찌 되었든 혼자 다 처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형진은 절로 눈앞이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리다. 절대로 무리다. 이런 식으로 끝도 없이 쏟아지는 임무를 혼자 처리하라니. 아무리 그가 초월적인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한들, 이건 절대로 무리다. 무리! 무리! 무리!
“어, 어떻게… 다른 방법이 없겠습니까?”
[흠… 잠시만.]
그 순간에도 형진의 시야에는 딩딩거리는 소리와 함께 새로운 임무가 시작되었다는 메시지가 한도 끝도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자 그 임무 창들은 일단 하나둘씩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고,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요안나의 얼굴이 시야에 드러난다.
“요안나!”
“꺅!”
악몽 같은 임무창 도배의 지옥에서 벗어난 감격에 형진은 얼른 요안나를 껴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진?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아. 아이구, 우리 예쁜이.”
“…”
그렇게 서로 얼싸 안고 있자니 다시금 공포와 죽음의 말이 들려왔다.
[일단 따로 새로운 임무창을 만들어 빼냈다.] “아… 감사합니다.”형진은 여전히 요안나를 품에 안은 채로 다시 말했다.
“하지만 역시 이걸 전부 혼자 처리하는 건 절대로 무리에요.”
[그래서?]
“그래서… 다른 이들의 도움을 좀 받아야겠습니다.”
[네 식구들?]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역시 왕성 라이언하트에서 함께 지내는 식구들이다. 그들이라고 해서 맘편하게 탱자 탱자 노는 건 아니고 각자 맡은 일이 있었지만, 지금 같은 위급 상황이라면 역시 가장 믿을 만한 건 그들 정도다.
하지만 형진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럼?]
“새로운 환경에서도 놀라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과 판단력을 갖춘 인재들을 좀 빌려 주셨으면 합니다.”
[흠…]
공포와 죽음은 잠시 대답이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 형진은 자신과 함께 지내는 식구들조차 지구의 임무에는 투입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이 뛰어난 집행자임은 인정하더라도, 지구는 환경이나 문화는 물론이고 사용하는 무기마저 다르기 때문에 자칫 한 번의 실수로 되돌리기 어려운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상황이 바뀌긴 했어도 이런 위험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새로 지구에서도 집행자를 뽑기 시작했지만, 그들이 한 사람 몫을 하려면 앞으로도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터.
그래서 형진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된 실력을 갖춘 뛰어난 집행자의 도움을.
[구체적으로?]공포와 죽음의 물음에 형진은 씩 웃으며 답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곳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특별한 인재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 그 정도의 인재는 타나토스에도 그리 많지 않죠.”
[그거야 그렇지.]
“그래서 감히 청합니다. 단기간이라도 좋으니, 타나토스의 지부장급 집행자들을 불러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지부장급을?]
“그렇습니다.”
[그건 조정자로서의 요청인가?]
“네.”
지부장들은 각 지역의 집행자들을 통할하고, 자신들이 섬기는 신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허락 받은 자들이다. 또한 이들은 새로운 집행자들의 선발과 그들의 단련 등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그 중 유명한 몇몇은 허세와 망상 같은 신들조차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로 강대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라야바르트의 총괄 지부장인 탁스 두겐 같은 이는 전대 황제를 직접 암살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형진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최상급 수준의 집행자들이었다.
[흠…]공포와 죽음은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서로 다른 두 세계에 강력한 충격을 선사할 수도 있는 일이다. 게다가 그런 식으로 지부장들을 불러 쓰게 되면 타나토스에 만들어둔 집행자의 체계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것은 지금껏 지부장이라는 자리에 얽매여서 제대로 그 실력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던 최상급 집행자들의 능력을 유감없이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었다.
사실 타나토스에서는 공포와 죽음의 이름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터라 지부장급이 나설 정도의 일은 별로 일어나지도 않는다. 어지간한 수배자들은 지부장이 거느린 집행자들만으로도 처리가 가능하다. 예기치 못한 대규모의 페스타 정도는 되어야 지부장급이 직접 나서게 되는데, 그나마도 최근에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커다란 전쟁이나 돌림병 같은 것이 일어나지도 않고 있기 때문에 지부장들은 손가락만 빨며 놀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확실히, 탁스 두겐 같은 실력자를 계속 서류 작업 같은 것만 시키는 건 역시 낭비다. 게다가 칼이란 건 쓰지 않으면 녹이 슬고 무뎌지기 마련. 가끔이라도 날을 갈고 담금질을 해줘야 오래오래 쓸 수 있는 법 아니겠는가.
[좋아. 허락하겠다.] “정말이십니까? 야호!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지금 바로 불러 모을까?]
형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죠.”
[그럼?]
“간단하게나마 현재의 상황을 설명할 필요 정도는 있지 않겠습니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어찌 보면 다른 세계로의 원정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니까.”
[하긴. 그렇겠지.]
형진은 잠시 상의를 거친 다음, 지부장들을 일단 왕성 라이언하트로 불러 모으기로 했다. 잠시 단체로 휴가를 준다는 명목 하에 그들을 불러 모은 다음, 그곳에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고 지원자들을 모아 본격적인 임무를 하달하기로 한 것이다.
결정이 내려지자 곧바로 각 지역을 담당하고 있던 지부장들에게 연락이 취해졌고, 공포와 죽음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그들은 생전 처음 주어진 것이나 다름없는 휴가에 들떠서 하나둘씩 신전을 통해 왕성 라이언하트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런 지부장들 중에는 바니걸 슈트가 잘 어울리는 그란웰의 지부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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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