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23)
〈 123화 〉 123.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123.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너 사형.”
내 말에 남자가 악을 질렀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공자님껜 그럴 권한이 없습니다!”
그의 말이 맞다.
내 눈앞에 있는 돌론 준남작은 일반 평민이 아니다. 준귀족. 일반 기사보다 높은 작위다. 내 독단으로 그를 처형할 수 없다.
‘한 달 뒤에는 내가 테브라의 영주가 되니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아니지.’
지금의 나는 테브라의 영주가 아니다. 남작의 작위도 없다. 그냥 대영주의 셋째 아들에 불과했다. 돌론 준남작이 평민이었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는 준귀족의 작위를 가지고 있다.
“증거가 확실해. 어머니에겐 나중에 말하고 당장 여기서 죽이더라도 상관없어.”
사후보고. 썩 좋지는 않지만 증거가 확실하니 내가 엘라인에게 질책 받을 일은 없다. 어차피 여긴 한 달 뒤에 내가 다스릴 영지이기도 하고.
“으윽…. 기, 기다려주십시오. 공자님. 우선 차분하게 생각합시다.”
“차분하게? 난 아까 마차에서 뜨거운 걸 빼고 와서 지금 끝내주게 차분해. 현자라 해도 될 정도야.”
돌론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돌론의 입에서 이빨하나가 책상으로 떨어져 데굴데굴 굴렸다.
“보자. 유리아. 금고 안에 있는 건 장부뿐이야?”
“돈과 마석이 들어있습니다. 돈은 대략 5억 네르 정도 되는군요.”
유리아가 금고에서 옆으로 비켜섰다. 금화와 마석이 들어있고 장부로 보이는 책들이 들어 있다.
장부는 증거이자 무기다. 이렇게 금고 안에 장부를 넣어둔 이유는 블랙 타이거 상단의 배신을 두려워해서겠지.
“마석까지 합치면 10억 네르는 되겠군. 혼자서 많이 모았어.”
내 생각보다는 적었다. 테브라의 전 영주였던 굴티안 남작은 20년 전에 죽었다. 즉, 돌론이 20년 동안 테브라를 지배했다는 뜻이 된다. 20년 동안 10억. 너무 적다.
‘……아니. 테브라의 인구수는 5,000이고 딱히 발달한 것도 아니니 10억도 적은 게 아닌가.’
나야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10억 네르가 우습지만, 돌론의 입장에선 우스운 돈이 전혀 아니다.
“고, 공자님. 거래를 하지 않겠습니까?”
“거래?”
“금고 안에 있는 것들의 절반을 드리겠습니다!”
“절반이라면… 겨우 5억 네르잖아. 네 목숨의 가치가 5억 밖에 안 돼?”
“겨우 5억이라니! 5억 네르는 큰돈입니다! 공자님!”
“하아.”
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영두 대리란 놈이 겨우 5억 네르를 목숨 값이라고 내놓을 줄은 몰랐다. 이놈을 보며 테브라 항구 도시가 얼마나 병신같은 곳인지 새삼스레 깨달았다.
“나랑 딜을 하려면 100억은 가져와야지.”
“100억이라니….”
“숨겨놓은 돈은 또 있지? 그건 어디에 있어?”
“숨겨 놓은 돈은 없습니다! 그 금고 안에 있는 게 제 전재산입니다!”
“전재산을 무슨 집무실 금고에 넣어둬. 당연히 네 집에도 있겠지.”
집무실 금고안에 있는 돈이 전재산? 어떤 머저리가 그렇게 생각하겠나. 당연히 집에도 돈을 숨겨 놓았을 것이다. 어쩌면 다른 믿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 재산을 맡겨 놓았을 수도 있다.
‘그것도 대충 10억 정도 되겠지. 합치면 20억인가. 그래도 적어.’
찾아내서 가질 생각이다. 내 말이 적다는 거지. 다른 사람 입장에선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큰돈인건 맞다.
나는 시선을 돌려 유리아를 쳐다봤다. 유리아는 어느새 책장에 꽂혀 있던 책과 양피지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공자님. 세금 장부를 찾았습니다. 프루커스 저택에 있는 기록과는 다른 부분이 몇 군데 있습니다.”
“아하.”
나는 다시 돌론을 쳐다봤다. 돌론은 당장이라도 울것같은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며 내 시선을 피했다.
“세금에도 장난질을 쳤구나?”
테브라는 정식 영주가 없다. 돌론 준남작은 영주 대리일 뿐이다.
다시 말해 테브라의 세금은 프루커스 백작가가 거두, 테브라의 예산도 프루커스 백작가가 설정한다. 세금을 건드리는 건 빼도 박도 못 하는 중죄다. 좀 냉혹한 영주라면 일가족을 넘어서 친척까지 처형해버릴 정도로.
“고, 공자님. 살려주십시오. 돈은 전부 공자님에게 드리겠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널 죽이고 재산을 몰수하면 그만이잖아.”
돌론의 얼굴 안색이 창백해졌다.
굳이 이놈을 살려둘 필요는 없다.
만약 내가 오늘 테브라 영지에 찾아오지 않고 한 달 뒤에 왔다면 이놈은 장부를 비롯한 증거들을 모조리 없애고 가증스럽게 웃으며 나에게 아부를 떨었을 것이다. 장담할 수 있다.
“유리아. 이놈하고 연관된 놈들은? 블랙 타이거 상단이 전부야?”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더 조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2명은 더 있을 것 같습니다만….”
여기 온지 10분도 지나지 않았다. 유리아니까 장부를 훑어보는 것만으로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거다.
“크으….”
내 눈치를 보던 돌론은 내가 유리아를 보는 틈을 타 창문 밖으로 넘어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는 가만히 서서 그를 쳐다봤다. 너무 느려서 쫓아갈 마음도 들지 않는다.
“어떻게 할까요. 주인님.”
나는 잠시 고민했다.
저 놈을 당장 죽이지 말고 써먹을까?
‘도망치는 걸 보면 답이 없어. 유능해보이지도 않고.’
유능했더라면 영주대리로서 20년 동안 고작 20억 밖에 모으지 못 했을 리 없다.
“죽여 버려. 그리고 목을 잘라서 도시 중심에 걸어두자. 한 달 뒤에 이 도시의 주인이 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미리 알려줘야지.”
“네.”
유리아는 치마 주머니에서 단검을 꺼내 돌론을 쫓아 창밖으로 달려 나갔다. 영천류의 보법을 밟으며 순식간에 돌론에게 접근해서 푸른 오러가 이글거리는 단검으로 돌론의 목을 베어버렸다.
‘……달려가는 움직임은 보였는데 단검을 휘두르는 동작은 너무 빨라서 안 보였어.’
유리아는 나보다 더 강했다. 지금 경지는 아마 오러 익스퍼트 하급에서 중급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경지일 것이다.
‘더 경악스러운 건 영천류 뿐만이 아니라 그림자 마법도 동시에 익히고 있다는 거지.’
유리아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상자를 꺼내는게 보였다. 그녀는 장갑을 낀 손으로 돌론의 머리를 상자안에 넣었다.
‘온전히 영천류에 집중했더라면 오러 익스퍼트 중급은 이미 훨씬 전에 달성했겠지. 진짜 무서울 정도의 재능이라니까.’
이날.
돌론 준남작을 포함해 3명의 도시 관리자가 죽고 그 머리가 도시 중심에 걸렸다.
•••
테브라 도시에 자리 잡은 최대 상단. 블랙 타이거 상단의 상단주가 시청을 찾아왔다.
시청에서 자료를 보고 있던 나는 집무실에서 블랙 타이거 상단주와 마주앉았다.
블랙 타이거 상단주. 베칸 드록.
그는 커다란 키에 우락부락한 근육을 갖춘 남자다. 얼굴을 비롯한 몸 곳곳에 흉터가 있었다.
본래 블랙 타이거 상단은 용병단이었다. 10년 전에 테브라 항구 도시에 자리를 잡으면서 상단으로 바꾼 것이다. 시청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들은 정보다.
“설마 직접 찾아올 줄이야. 예상 밖이군. 난 너희 상단이 도망칠 줄 알았다.”
유리아가 홍차를 내왔다. 나는 느긋하게 홍차를 마셨다. 딱 내 취향의 홍차다.
“그래서 경비병들을 시켜 저희 상단을 감시하라 명령하셨습니까?”
블랙 타이거 상단이 저지른 모든 불법적인 일을 알아낸 뒤에 밤에 찾아갈 생각이었다. 찾아가서 죄를 들먹인 뒤에 재산을 빼앗고 사형으로 끝내는 게 계획이었다.
그런데 베칸이 먼저 나를 찾아왔다. 상단주로서 쌓은 경험인지 몰라도 선택을 잘했다. 직접 찾아오는 것으로 나는 베칸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머리가 제법 돌아가는 것을 보니 그냥 죽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온 목적이 뭐야?”
“……살려주십시오. 전 돌론 꼴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그렇게 말해봐야 짜증만 날 뿐이야.”
“유진 공자님이 한 달 뒤에 테브라의 주인이 되심을 알고 있습니다. 저희 블랙 타이거 상단은 테브라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상단입니다. 저희는 유진 공자님과 좋은 관계를 구축해 상부상조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여기의 영주가 된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나는 여기와서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한 적 없다. 테브라의 경비대장인 로크는 물론이고 여기까지 마차를 끌고 온 마부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저희 블랙 타이거 상단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보력입니다.”
“그 정보력의 정체가 뭐지?”
“……정보 길드를 이용했습니다.”
내가 피식 웃었다.
“돈 주고 쓰는 정보력이군.”
정보 길드면 그럴 만하다. 내가 테브라의 영주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프루커스 가문의 가신들을 비롯해 본가의 하인들도 알고 있을 테니 알아내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돌론이 금고에 애지중지 보관하고 있던 장부를 보니 너희들은 허가되지 않은 밀무역을 했다. 여기에 대해서 할 말 있나?”
“……없습니다. 세금을 좀 아끼려고 했을 뿐인데 설마 이렇게 발목을 잡을 줄 몰랐습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밀린 세금의 5배로 지불하겠습니다.”
“그간의 무역세는 얼마 안 되니 8억 정도 겠군. 고작 이 정도 돈을 아끼겠다고 뇌물을 쓴건 말이 안 되지. 뭘 가지고 온 거지? 마약인가?”
마약이란 말에 베칸이 깜짝 놀랐다. 이 세계에서도 마약은 중죄다. 소지도 당연히 안 되고 유통은 더 심각하게 처벌한다.
“아닙니다! 저희는 그런 상단이 아닙니다!”
“그럼 뭐지?”
“……무기입니다. 검과 창, 갑옷을 가져와 팔았습니다.”
“대량으로?”
“……네.”
“누구한테?”
“…….”
나는 느긋했다. 칼자루를 들고 있는 건 나다. 베칸이 숨기려고 해도 결국 내가 그의 상단으로 쳐들어가서 조사하면 다 나온다. 완전히 숨기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니까.
“갤리어드 자작에게 팔았습니다.”
“……우리 가문의 가신이군. 얼마나 팔았어?”
“지속적으로 거래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간 검과 창을 합쳐 800개 정도 팔았고 총 3000개 팔았습니다. 갑옷은 1,000개 정도입니다.”
나는 갤리어드 자작의 정보를 머릿속에서 꺼냈다. 원작에서 나오지 않는 인물이고 북쪽 끝의 도시를 지배하는 영주다.
‘반역은 아니야.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야.’
이 세계에서 반역은 극히 어렵다. 평범한 인간의 힘을 아득이 상회하는 힘을 가진 기사들의 존재 때문이다. 병사 1,000명이 있어도 숙련된 기사단 하나면 압도적으로 병사들을 유린할 수 있다.
‘곧 전쟁이 일어날것이란 걸 눈치 챈 건가. 대륙 정세를 잘 읽었군. 자기보존 혹은 사재기가 목적이겠지.’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물품의 가격이 폭등한다. 특히나 무기와 갑옷은 최소 2배 이상으로 폭등할 것이다. 전쟁이 심해질수록 강철은 황금처럼 귀해질테고,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도 값이 뛴다.
‘갤리어드 자작은 젠트 쪽에 선 가신이 아니야. 중립이지. 기억해둬야겠어.’
일단 포섭해보고 안 되면 암살이다. 갤리어드 자작처럼 유능한 인간이 적이 되면 골치 아파지니 처음부터 없애는 게 낫다.
“좋아. 살려주지. 내가 제안하는 조건만 잘 지켜준다면 말이야.”
“……어떤 조건입니까?”
“첫 번째. 세금. 내가 뭐라하지 않더라도 꼬박꼬박 잘 내야 할 거야.”
“아까 말했던 대로 밀린 것 까지 5배로 내겠습니다. 앞으로도 세금이 밀리는 일이 없을 겁니다.”
“그건 됐고. 두 번째는 상단을 내게 바쳐.”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도 안 됩니다!”
베칸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유리아가 움직였다. 시퍼런 오러가 맺힌 단검의 검날이 그의 목을 겨눈다. 베칸이 주춤거렸다. 조금만 움직여도 검날이 목안으로 파고들 것이다.
베칸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메이드가 정예 기사급의 실력을 가진 것에 당황한 모양이다.
“널 죽이진 않아. 넌 쓸만한 것 같으니 상단을 경영해줘야겠어. 급료는 네가 일하는 만큼 줄게.”
“블랙 타이거 상단은 저와 동료들이 키운 상단입니다! 그걸 느닷없이 바치라고 한다면 바칠 것 같습니까?! 유진 공자님은 저희를 너무 얕보시는군요. 공자님은 실수하시는 겁니다! 이 일을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겁니다!”
그가 쏘아내듯 내게 말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후회는 네가 할 것 같다만.”
“……아아아악!”
베칸의 왼팔이 팔뚝에서부터 잘라져 툭 떨어졌다. 절단면에서 피가 떨어진다.
유리아의 짓이었다. 베칸이 눈치 채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그 왼팔을 잘라버린 것이다.
“주인님은 당신이 함부로 대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부디 말투에는 신경 써 주십시오. 다음에는 왼쪽 눈을 파내겠습니다.”
“크으으윽…!”
베칸이 이를 악물며 오른손으로 잘린 왼팔을 부여잡았다. 용병 출신이란 게 틀린 말은 아닌 듯 능숙하게 지혈을 하더니 떨어진 왼팔도 챙겼다. 절단면이 깔끔하니 마법사나 사제의 도움을 받으면 왼팔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조건은……. 음. 듣기 싫으면 지금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