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600)
1601.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미궁의 핵.
순수한 에너지 덩어리.
위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안정되어 있다.
내가 이걸 취하면 미궁은 무너진다. 문득,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궁은 돈이 된다. 미궁을 중심으로 도시가 만들어질 정도로. 유리아가 미궁의 관리자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 미궁을 원하는 대로 관리해 돈을 쓸어모을 수 있지 않을까.
“유리아. 이 미궁으로 어느 정도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그렇게 큰 이득을 얻진 못할 것입니다. 미궁의 힘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몬스터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고, 그 힘은 시체로부터 얻습니다.”
“…모험가. 미궁에서 죽는 모험가들이 미궁의 힘이 된다는 거군.”
“이번 일로 인해 미궁은 오랫동안 쌓아둔 힘을 대부분 소모했습니다. 원래의 미궁으로 수복하기까지 최소 300년 이상은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야 뭐, 어쩔 수 없지. 이건 내가 취해야겠군. 근데 라비트가 허락한 거야?”
내 옆으로 라비트가 불쑥 나타났다. 쉐도우 마스터 그리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유리아 님께서 정식으로 관리자가 되셨기에 제 허락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사냥터와 저의 주인은 관리자이신 유리아님입니다.”
“네 의견은 없나? 이걸 정말 내가 가져도 돼?”
“상관없습니다.”
“미궁이 무너진다는 건, 네가 죽는다는 뜻 아니냐? 죽음이 두렵지 않나?”
“저는 이 사냥터를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림자 사역마입니다. 그저 주어진 의무를 끝낼 뿐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라비트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일말의 두려움도, 회한도 없었다.
나는 미궁의 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미궁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직접 경험해봤기에 안다.
“근데 이걸 어떻게 취하지?”
“주인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관리자층에서 미궁의 핵을 취하시지요. 미궁의 핵을 완전히 흡수하기까지 며칠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며칠이라. 미궁이 곧 무너진다고 하지 않았나?”
“미궁의 층을 천천히 없앨 생각입니다. 미궁의 핵의 힘이 주인님에게 완전히 흡수되어 사라지기 전까지 미궁 일부는 유지될 테죠.”
“이걸 지금의 내가 완벽히 흡수할 수 있을까?”
미궁의 핵을 취하더라도 그랜드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한다. 그랜드 오러 마스터는 쉽게 오를 수 있는 경지가 결코 아니니까.
“미궁의 핵의 힘을 주인님의 육체를 조정하는 것에 집중할 것입니다.”
육체의 조정.
그 말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과거 유리아가 골드웨이 아카데미에서 얻은 프록신의 마도서. 지금 유리아의 육체는 프록신의 마도서 덕분에 완벽한 상태였다. 마도서의 가장 큰 특혜는 그녀의 심장이 드래곤 하트랑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좋아. 부탁할 게 유리아. 근데 신경 쓰이는 게 있어. 그 육체 조정이란 것도, 완전 회복을 사용하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거 아니야?”
“괜찮은 겁니다. 주인님은 완전 회복을 쓰시더라도 환골탈태를 겪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가진 않았습니다.”
“그렇긴 하네. 쇠뿔도 단번에 빼라고 했겠다… 지금 바로 시작하자.”
“알겠습니다.”
관리자층은 물 대신 그림자가 가득 차 있는 수영장 같았다.
“저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두려워할 것 없습니다.”
그림자에 들어갔다. 미지근한 물 속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겉보기와 달리 꽤 편안했다. 몸이 풀리는 느낌이다.
“이제 내가 뭘 하면 돼?”
“아무것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눈을 감고 푹 쉬세요. 나머지는 제가 하겠습니다. 주인님께서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육체 조정이 끝나 있을 겁니다.”
허공에 빛이 나타나더니 내게 천천히 내려온다. 미궁의 핵이었다.
빛은 따뜻했다.
나는 두 눈을 감으며 그 따뜻함을 즐겼다. 어느 순간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유리아는 잠든 성유진을 바라봤다. 다행히 표정은 평온했다. 그림자가 불편하지 않은 모양이다.
유리아의 의지에 따라 그림자가 출렁이며 움직였다. 성유진의 몸이 그림자 위로 떠 오른다.
“…….”
무방비한 성유진을 보는 유리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강렬한 충동이 찾아왔다. 질척하고 어두운 충동이었다. 그녀는 충동을 조용히 억눌렀다. 그녀의 손은 성유진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떨어졌다.
‘역시 주인님의 육체 밸런스는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하군요.’
완벽하다.
그건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조금만 건들어도 밸런스가 무너지니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육체의 밸런스는 완벽하나, 그 이상으로 주인님의 정신이 뛰어납니다. 육체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도 더 강해지시겠지요.’
육체의 밸런스를 해치지 않고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법.
떠오르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환골탈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들여다보고 조정해야 하니까. 귀찮고 손이 많이 간다. 어려움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조금이라도 완벽하지 않으면 실패할 것이다.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작업에 들어갔다.
유리아가 관리자층에서 밖으로 나왔다. 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과 똑같은 작업은 8번 더 해야 한다. 시간으로 따지면 보름 이상은 걸릴 것이다.
잠시 성 밖으로 나온 유리아가 본 것은 누군가를 빙 둘러싸고 있는 멜리사와 전투 메이드들이었다.
멜리사가 유리아를 발견했다. 그녀가 유리아에게 이리 오라는 듯 손짓한다.
“마님. 여기다. 라비트라고 했던가? 그 그림자 인간이 미궁을 정리한다면서 흥미로운 걸 가져왔다.”
물건처럼 말했으나, 그 정체는 인간이었다. 그것도 안면이 있는 인간이다.
구릿빛 피부에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여자. 한쪽 팔이 없고 밧줄로 몸이 묶여 있었다. 온갖 고생을 했는지 몸 곳곳에 잔 상처가 있다. 머리카락은 엉겨 붙었고 옷에는 더러운 오물이 묻어 있었다. 그녀는 모험가 길드 마스터인 타타리였다.
“프루커스 백작 메이드들이군. 백작 각하를 데려와라. 나는 백작 각하와 이야기하고 싶다.”
타타리는 붙잡혀 있음에도 당당한 얼굴로 말했다. 이곳에 그 당당함을 마음에 들어 하는 인물은 한 명도 없었다. 멜리사는 노골적으로 혀를 찼다.
“그냥 죽여버리죠?”
“쯧. 자기가 우리에게 무슨 저질렀는지 잊어버린 건가?”
“교수형이 좋을 것 같아요.”
타타리는 건방졌다.
메이드들이 웅성거린다. 몇몇 메이드들은 노골적으로 살기를 내뿜었다. 이렇게 생고생을 하게 된 건 마왕의 탓이지만, 타타리에게 뒤통수를 맞은 사실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메이드 주제에 시끄럽군. 너희 주인에게 불러와라. 그게 아니라면 나를 너희 주인에게 데려가든가.”
성유진과 협상할 자신이 있어 보였다.
“마님. 죽여버리자. 어차피 주인님도 이 여자를 죽일 거다.”
맞다. 성유진의 성격상 99% 죽여버릴 것이다. 하지만 1%의 확률로 변덕을 부릴 수도 있었다.
“안 됩니다. 이 여자를 죽이는 건 주인님의 선택에 따라야 합니다. 어쩌면 살려둘지도 모르지요. 주인님께서 어떤 결정을 내려도 우리는 따라야 합니다. 여러분의 본분은 잊지 마십시오.”
메이드들은 침묵했다. 무엇이 됐든 그녀들은 한 사람을 모시는 메이드였다.
“마님은 주인님의 아내가 될 분이 아닌가. 이 여자를 처분할 권한 정도는 있다고 본다만? 주인님도 뭐라 하지 않을 거다.”
“주인님은 이 여자의 목숨을 거두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즐거움을 제가 빼앗을 수 없습니다. 1층 동쪽 구석에 있는 방에 이 여자를 데려가 가두고 물과 식량을 먹이십시오.”
메이드 두 명이 타타리를 잡아 세웠다. 타타리는 메이드들의 강압적인 행동과 태도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따위로 나를 대해? 너희들은 후회하게 될 거다.”
짜악.
멜리사가 타타리의 뺨을 후려쳤다. 타타리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타타리는 바로 머리를 원래대로 돌리고서 멜리사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멜리사의 목소리는 살벌했다.
“눈에 힘 푸는 게 좋을 거다.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몰라도, 주인님이 널 살려둘 일은 없을 거다. 만약 주인님이 널 살린다는 결정을 내린다면… 너를 죽여달라고 주인님께 직접 내가 무릎 꿇고 부탁하지.”
결과적으로 타타리의 배신과 함정은 메이드들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허나 운이 나빴다면 다치거나 죽는 메이드가 나올 수도 있었다.
“데려가세요.”
오러 마스터의 기세를 받은 타타리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녀는 멜리사에게 지지 않도록 이를 꽉 물었다.
“미안하군. 잠깐 추태를 보였다.”
유리아가 재차 지시했다. 메이드 2명이 타타리를 데리고 복도를 걸어갔다. 타타리가 보이지 않게 되자 멜리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습니다. 메이드들을 위해 나섰음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추태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주인님은 어떻지? 일은 잘되어 가나?”
“으음.”
“순조롭습니다. 보름은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겁니다.”
멜리사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만지작거렸다. 스마트폰이었다. 통화나 인터넷을 할 수 없어도 게임 같은 걸 이것저것 할 수 있었다. 다른 메이드들도 스마트폰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클로디아라는 모험가분은 어떻습니까?”
“응? 그 여자 모험가? 주인님이 눈독 들이고 있는 건 확실하다. 미색이 뛰어나니 놓치지 않겠지. 주인님을 보는 눈이 묘한 것을 보아 이미 주인님에게 반쯤 넘어온 것 같더군.”
“능력적인 면에서 말입니다.”
“평범하게 유능하다. 전투력은 AM부대의 평균 이상이다. 차분하고 길을 특히나 잘 찾는다. 뛰어난 저격수가 될 것 같다.”
“평가가 좋군요.”
“직접 확인해봐도 좋다. 2층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거다.”
“아뇨, 됐습니다. 아직 주인님의 여자가 된 것이 아니니 미뤄두겠습니다. 그나저나… 그 사진은 뭐죠?”
아까부터 멜리사는 유리아에게 보란 듯이 스마트폰을 들고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유리아도 무시했을 것이다.
허나 방금 무시할 수 없는 사진이 스쳐 지나갔다. 멜리사는 씨익 웃는다.
“아, 이거 말인가? 작아진 주인님과 함께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다.”
“작아진 주인님?!”
유리아가 스마트폰을 채갔다. 멜리사는 어안이 벙벙했다. 유리아의 손이 너무 빨라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눈 뜨인 채로 코 베인 느낌이다.
‘이래 보여도 오러 마스터인데….’
멜리사가 자괴감을 느끼거나 말거나 유리아는 사진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요정 성유진과 광란의 떼씹을 벌이는 미녀 메이드들의 사진!
화룡점정은 요정 성유진을 딜도처럼 이용해 자위하는 사진이었다.
“이, 이건….”
“그건 주인님도 허락한 일이다. 주인님이 직접 내 안으로 들어와 즐겁게 해주었지. …화났나?”
“이, 이렇게 부러울 수가…! 저도 요정 주인님을 잘 안아줄 수 있습니다!”
“뭐, 그렇겠지. 후후. 그런데 어쩌나. 요정 주인님 이벤트는 끝났다.”
“…….”
“끝났다니까. 잠깐. 위험한 생각하는 건 아니지? 주인님을 요정으로 만들거나 말이야.”
“사람을 요정으로 만드는 방법은 없습니다.”
“아니, 방금 표정은 진짜 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고. 마님이라면 또 성공할 것 같아서 더 놀랐다니까.”
“…….”
“진짜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