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936)
1949. 다크 문
“마이어 준남작 님. 잠깐 시간을 내주실 수 있습니까? 유리아 양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유리아에 관한 대화?
유리아가 뭔가 실수를 하거나, 사고 쳤을 리는 없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아카데미의 학장인 마리아 힐턴이 그 일로 내게 접근한 것도 이상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나와 유리아의 관계를 생각하면… 무슨 대화일지 감이 잡히는군.’
껄끄럽다. 마리아 힐턴은 7급 초인. 그것도 메이드 아카데미의 학장이다. 네오 런던에 끼치는 영향력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메이드 아카데미의 졸업생들은 모두 네오 런던에서 알아주는 엘리트인 만큼 그녀의 인맥은 최상위 귀족급이라 봐도 될 것이다.
‘거부할 수 없군.’
마리아 힐턴은 네오 런던에서도 손꼽히는 인격자라는 소문이 있으나, 나는 소문을 맹신하지 않는다.
“힐턴 님과 대화라니 영광이로군요. 근데 여기서 말입니까?”
“아카데미에는 손님을 위한 접견실도 마련되어있습니다. 그곳으로 가시지요. 안내하겠습니다.”
마리아가 앞장서서 걸었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강철과도 같았다.
‘음….’
얼마 전에 6급에 오르면서 내 감각은 한층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이 날카로워진 감각으로도 마리아 힐턴의 빈틈을 찾을 수 없었다.
‘어떤 방식으로 싸워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군. 마법사는 아닌 것 같은데…’
마리아 힐턴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적었다.
‘아니지. 그녀는 내게 적대적이지 않다. 싸울 생각부터 할 필요는 없어.’
그녀가 원하는 건 대화라는 걸 다시 한번 상기한다.
접견실에 도착했다.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접견실이었다. 귀족의 접견실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홍차로 괜찮으십니까?”
“차 중에선 홍차를 가장 좋아합니다.”
“저랑 취향이 같으시군요.”
느긋하면서도 여유롭게 찻주전자로 홍차를 우린다. 어쩐지 유리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곧 그녀가 찻잔을 내밀었다. 감사 인사를 표하고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유리아가 우린 홍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맛이었다.
“홍차를 마시고도 놀라시지 않는군요. 홍차가 익숙하신 모양입니다.”
“…홍차를 마시는 데 놀라야 합니까?”
“보통은 놀라곤 합니다. 사람들의 말로는 제가 우린 홍차는 남들이 우린 홍차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하더군요.”
“뛰어난 맛이긴 합니다. 입맛이 까다로운 저는 특히 홍차 쪽으로는 더 까다로운데 이 홍차는 흠잡을 곳이 없군요.”
“입맛이 까다로워진 이유가 유리아 양 때문입니까?”
“…아뇨. 저는 원래부터 입맛이 까다로웠습니다. 그리 말씀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유리아 양의 요리와 다도 실력은 이미 교관들을 넘어섰습니다. 저마저도 유리아 양의 실력을 따라가긴 힘들 것 같더군요.”
“…….”
설마 마리아 힐턴이 인정할 정도라니. 유리아의 실력은 내 생각보다 더 뛰어난 것 같았다.
“유리아 양과 어떻게 만나셨는지요? 따로 조사해봤습니다만, 깊은 관계는 아닌 것 같더군요.”
“이미 조사를 끝낸 모양인데, 제 입으로 들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조사는 이미 끝났다.
예측했던 일이었다. 그녀 정도 되는 인물이 아무런 자료도 없이 내게 접근하지 않았을 테니까.
“이해가 안 돼서 그렇습니다. 유리아 양은 뛰어납니다. 기사수련원 시절에도 좋은 성적을 유지했었지요. 그런데 돌연 탄탄대로라 할 수 있는 미래를 포기하고 당신의 메이드가 됐습니다.”
“저와 유리아는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다른 질문을 하겠습니다. 유리아 양을 협박하고 있습니까?”
“……네?”
너무 뜬금없는 질문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만의 농담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유리아 양은 당신 아래에 있을 인재가 아닙니다. 유리아 양은 어딜 가나 대우받을 수 있습니다. 아마 유리아양 본인 또한 알고 있겠지요. 그런 그녀가 당신의 메이드가 되기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다른 어떤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반박할 수 없었다. 가끔 그런 의문이 들었으니까. 유리아의 실력만으로도 이미 – 좋은 곳에 취직할 수 있었다.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굳이 내 밑에서 일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의심도 했었지. 처음 만난 것 치곤 묘하게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된 게 나보다 더 나를 잘 알고 있는 느낌이었지.’
유리아의 요리는 내 입맛에 완벽했고, 내가 모르는 취향까지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말이 되는 한 가지 결론이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호오. 그 이유를 꼭 들어보고 싶군요.”
“유리아는 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게 이유입니다. 아마도 저를 보고 첫눈에 반한 것 같습니다.”
“…….”
마리아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나는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날 향한 사랑이 아니라면 유리아의 행동은 말이 안 되니까. 대놓고 나를 유혹했던 것도 나란 남자에게 첫눈에 반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첫눈에 반했을까?
‘사랑은 이해하는 게 아니다. 느끼는 거지.’
그렇기에 사랑이 아닌가.
나는 아련한 눈빛으로 홍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나란 남자란….
“…알겠습니다.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유리아 양과 맺은 후원 계약을 파기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손해는 제가 감당하겠습니다. 덤으로 당신에게 10억 크레딧을 보상으로 드리겠습니다.”
“후원 계약이 거슬리십니까? 유리아와 한 후원 계약은 딱히 특별한 계약이 아닙니다만. 당연히 부당한 계약도 아닙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유리아 양이 왕실에서 일했으면 합니다. 왕실 또한 유리아 양을 원하고 있습니다. 장래를 생각했을 때나, 커리어를 고려했을 때도 종합적으로 유리아 양은 왕실에서 일하는 게 맞습니다.”
왕실.
유리아가 말했던 대로 왕실에서 영입하려 하나.
“후원 계약이야 얼마든지 파기할 수 있습니다. 딱히 중요한 계약도 아니니까요.”
“……중요한 계약이 아니다?”
“설마 그런 계약으로 유리아가 제게 충성을 맹세했다고 보십니까? 저는 유리아를 협박한 적 없습니다. 내 아래에서 일하라고 강요한 적도 없습니다.”
“…….”
“아, 유리아의 의중은 확인하셨습니까? 계약이 파기되면 유리아가 메이드 아카데미를 자진해서 나갈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유리아 양이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할 리 없습니다. 지금 그녀는 메이드 아카데미에서 그 누구보다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마리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리아 양이 왕실에서 일하도록 설득해주실 수 없겠습니까? 이 보답은 반드시 하겠습니다.”
“싫습니다.”
나는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살짝 경멸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유리아의 미래는 나나 당신이 선택하는 게 아닙니다. 유리아 본인이 선택해야 합니다. 당신은 제가 아니라 유리아를 설득해야 합니다. 설득할 자신이 없었기에 이렇게 저와 대화하는 것이겠지만요. 오늘 전 마리아 님에게 실망했습니다.”
“…하아. 변명할 수도 없군요. 네. 당신 말이 맞습니다. 당신을 설득하기 이전에 유리아 양을 설득해야 하는 게 올바른 순서지요. 하지만 당신을 설득해야 유리아 양을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유리아 양은 당신을 진심으로 섬기고 있으니까요.”
“오늘 나눴던 이야기는 당사자인 유리아를 빼놓고 진행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저는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만약, 유리아 양에게 억지로 밀어붙인다면… 유리아 양은 어떻게 나오시리라 보십니까?”
“그만두겠지요. 메이드 아카데미를 졸업해야만 메이드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니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유리아 양을 위해 설득을 도와줄 생각은 정말 없으십니까?”
“후. 그게 정말로 유리아를 위한 일이라면 그랬겠습니다만…. 나와 유리아의 관계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친밀합니다.”
나는 워치에서 사진 한 장을 띄웠다. 사진을 본 마리아의 두 눈이 커진다.
침대 위에 유리아가 내 품에 안겨 있는 사진이었다. 그것도 알몸으로. 땀에 젖은 얼굴을 보면 알겠지만 거사를 치른 뒤였다.
“저와 유리아의 관계가 이 정도입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기를.”
“네.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무례를 저질러 죄송했습니다.”
접견실 밖으로 나와 교관의 안내를 받아 아카데미 밖으로 나간다. 손이 조금 떨렸다.
‘마리아 힐턴이 인격자라는 소문이 사실이었군.’
그녀는 나와 대화하는 도중 단 한 번도 기세를 일으키지 않았다. 내 말투가 다소 무례했음에도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했다.
이런 세상에서 그녀와 같은 인격자는 매우 드물었다.
[유희를 종료합니다.]털썩!
소파에 드러누운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크 문에서의 기억과 경험. 특히 마법에 대한 경험.
‘시발. 아는데 하나도 모르겠다.’
마법 지식이 머릿속에 있다. 그런데 사용할 수가 없다. 술식을 계산하려고 해도 시작부터 막힌다.
‘수학책을 봤을 때와 같은 느낌이잖아.’
술식을 계산해서 염력 마법을 사용한다? 그것보다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게 더 빠르고 확실하며 편했다.
‘다크 문 세계의 마법과 현실의 마법은 전혀 달라. 현실에는 아스트랄이라는 개념이 없으니까.”
소설로 치자면 세계관이 달랐다. 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가령 [현신]을 사용한다던가.
‘다만, 현신은 엔딩 세계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서 당장은 다크 문 세계의 내가 될 순 없어.’
생각에 잠겼다가 마법에 대한 미련을 털어냈다.
지금까지 마법이 없어도 잘 살아왔으니, 마법을 사용할 수 없어도 딱히 상관없었다.
‘유희 생활 어플이 있는데 그깟 마법이 대수랴.’
그런 의미에서 유희 생활 어플 실행해 포인트를 확인했다.
[성유진레벨: 91
근력: 123 체력: 116 민첩: 113 지능: 113 정력: 123 마나: 123] [사용 가능 포인트: 55,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