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215)
2215. 다크 문
카싱이 유리아를 시간의 틈 속에 가두고 10분 이상이 지났다. 시간의 틈 세계에선 거의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것이다.
본래라면 정신이 무너지다 못해 미쳐야 정상이었다. 허나 카싱이 보기에 유리아의 정신은 멀쩡했다.
‘멀쩡한 게 맞나? 처음부터 정신이 뒤틀려 있었던 건 아닌가? …어쩌면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일지도 모르겠군.’
카싱은 삶을 포기했다.
그의 능력은 한 번 사용하면 상대의 정신이 무너질 때까지 그만둘 수 없다는 제약이 있었다. 당연히 능력의 대가와는 별개다. 그에겐 젊은 따윈 없었다.
“베키. 도망쳐라.”
“…뭐?”
“작전은 실패다. 나는 늙어 죽을 거다. 가서 그분께 알려라. 유리아 그레이스는 천재 이상의 괴물이다. 저딴 괴물을 품 에 안는 건 미친 짓이다.”
카싱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그의 머리카락은 이미 백발이었고, 얼굴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에 주름이 졌다. 노화라는 대 가가 곧 자신의 생명을 거둬갈 것이다.
“알았어. 네 말은 그분께 전해줄.”
키이이이잉.
날카로운 소리가 숲 중심에서 울렸다. 베키는 입을 다물었다. 알 수 없는 불길함이 그녀를 덮쳤다.
“말도 안 되는…. 그 공간에서 자기 힘으로 빠져나왔다고?”
카싱은 경악한 눈으로 숲의 중심을 바라봤다.
그림자가 있었다.
어두운 밤인데도 불구하고 새까만 그림자가 불꽃처럼 넘실거렸다.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다크 문 같은 그림자였다.
그림자는 이윽고 꽃봉오리처럼 변하더니 서서히 피어났다. 그 속에는 메이드복을 입은 여인이 있었다. 유리아 그레이스 였다.
피어난 그림자는 먹물처럼 사방에 퍼져나갔다. 저 넓은 숲을 그림자다 뒤덮은 것이다.
유리아가 구두를 신은 오른쪽 발로 지면을 때리듯 밟았다.
촤라라라라라라라락!
그림자 속에서 수천, 수만 개의 그림자 사슬이 치솟아 숲의 망령들을 꿰뚫었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귀신들의 단말마가 숲을 가득 채운다.
“베키. 도망가라!”
카싱이 외쳤다. 베키는 몸을 돌리려고 했으나… 그림자 사슬에 발목이 붙잡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앞에 유리아가 나타났다.
그림자에서 치솟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공간 이동이었다. 카싱은 확신했다. 유리아 그레이스는 최소 7급 이상의 초인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힘을 숨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유리아는 카싱과 베키를 빠르게 훑어봤다.
“우리 구면이군요. 이 일의 배후에는 윌리엄 왕자가 있었습니까. 좀 더 자세히 묻고 싶지만… 당신은 곧 죽겠군요.”
“…왕자 전하를 모실 생각이 정말 없나? 그분께서 네 능력을 안다면 네오 런던의 최고 권력자 중 한 명이 될 수 있을 거 다.”
“관심 없습니다.”
유리아가 단검을 휘둘렀다. 새까만 그림자가 날카로운 검기가 되어 늙어 죽기 직전의 카싱의 목을 베었다.
카싱의 머리가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절벽 아래에서 치솟은 그림자 사슬이 그 머리를 꿰뚫었다.
쩌엉.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허공에서 들렸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이 부자연스러워 확인 사살을 했는데… 공간 이동으로 동료를 이동시키려 했었군요.’
유리아의 시선이 홀로 남은 베키에게 향했다. 베키는 이를 악물며 권총을 쥐고 유리아의 머리를 겨눴다.
“움직이지 마! 이건 그냥 총알이 아니야. 고위 흑마법사가 자신의 손가락을 바쳐서 만든 저주탄. 널 죽일 순 없어도 몇 달은 골골거리게 만들 순 있어.”
“저라면 그 말 할 시간에 쐈습니다.”
탕.
베키가 방아쇠를 당겼다. 터져 나오는 총알. 일반적인 탄환보다 배는 빨랐다.
그 이상으로 유리아의 그림자가 반응했다. 발아래의 그림자가 아닌 옷 사이에 있는 작은 그림자가 앞으로 나가더니 그대 로 탄환을 삼켜버린 것이다.
탕탕탕!
탄창이 빌 때까지 방아쇠를 당겨도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베키는 빈 권총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망연자실 유리아를 바라 봤다. 그녀의 다음 수는 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전투 전문도 아니었다.
유리아는 단검을 들고 가까이 다가갔다.
“당신은 그때 윌리엄 왕자의 뒤를 따르던 메이드였지요. 물어볼 게 많습니다. 부디 많은 것을 알고 계시기를.”
유리아의 단검은 무자비하게 그녀를 베어 갈랐다. 그녀의 전문가 수준을 뛰어넘은 고문은 베키에게 고통만을 선사했다. 베키는 3분도 버티지 못하며 정보를 털어 놓았다. 유리아는 정보를 모두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뱉은 정보에 연관성이 없군요. 하나, 하나 놓고 보면 꽤 그럴싸해 보이지만, 정보를 한데 놓고 연관성을 찾아보면 실속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나, 나는 진실만을 말했어!”
“네. 압니다. 그래서 조금 감탄했습니다. 설마 스스로에게 세뇌를 걸어 정보를 통제하는 방법을 쓸 줄이야. 누구 의견이었나요? 당신 아니면 윌리엄? 어느 쪽이든 그 철두철미함은 감탄스럽습니다.”
유리아는 베키의 세뇌를 풀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세뇌. 그 자체가 악마의 힘이다. 평범한 방법으로 그 세뇌를 풀 수 없다. 유리아의 단검이 베키의 미간에 정확히 박혔다.
유리아가 뒤를 돌아봤다. 엘자 공주의 경호 실장 리타가 경계하는 눈으로 유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허리춤에는 봉인된 월석이 있었다.
“힘을 숨기고 있었어?”
“아니요. 운이 좋아 이번에 이능을 각성하게 됐습니다. 그림자를 다루는 이능입니다.”
“이능을 각성하자마자 7급 수준이 되었는데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믿지 않으셔도 그게 사실입니다. 오늘은 다크 문이 뜬 날이잖아요.”
이런 말이 있다.
다크 문이 뜬 날에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래. 오늘은 다크 문이 뜬 날이었네. 줄곧 지켜봤어. 전투 실력도 실력이지만, 고문 실력이 보통이 아니던걸. 그건 나라도 오래 못 버틸 수준의 고문이었어.”
“칭찬 감사합니다.”
“……공주 전하를 해칠 목적으로 공작가에 온 건 아니지?”
“제 목표는 프라임급 메이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입니다. 공주 전하껜 아무 관심도 없습니다.”
“너무 단호하네. 공주 전하께서 실망하시겠어.”
“…….”
“프라임 칭호는 힘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후, 됐어. 이 일은 공주 전하께 보고할 거야. 그리고 이 시체들은….”
파스슷.
카싱과 베키의 시체는 검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악마 계약자의 최후지. 영혼은 악마의 먹이가 되거나, 악마의 장난감이 된다고 하던데. 이래선 증거로 쓸 수 없잖아.”
이번 일로 윌리엄 왕자를 압박할 수 없게 됐다. 증거 없이 주장해봤자 윌리엄 왕자는 코웃음 치며 부정할 것이다.
유리아는 리타와 함께 사냥터로 돌아갔다.
다음 날.
원래라면 일해야 하지만, 유리아는 엘자 공주로부터 휴가를 받았다. 유리아는 휴식을 취한 다음 날에 리디아 멧커프와 함께 메이드 아카데미로 돌아갔다.
리디아 멧커프의 얼굴은 수척했다.
“일이 많이 힘드셨나요?”
유리아가 예의상 물어봤다. 그러자 리디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토해냈다.
“힘들었어요. 원래는 제가 이런 말 잘 안 하는데… 비서실의 일은 정말 갈려 나가는 수준이었어요. 첫날에 했던 경호실의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CCTV를 확인하고 순찰만 했으면 됐으니까요. 관리실 일도 괜찮았어요. 사용인들을 관리하는 법은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 집안에서 배웠거든요.”
“비서실 일이 그렇게나 힘드셨나요?”
“네. 첫날은 하루 종일 서류만 들여다봐야 했고…. 이튿날에는 사업체를 확인하러 들렸는데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리디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유리아 양은 이번 현장 실습이 어땠나요?”
“저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얻는 것도 있었기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죠. 얻는 것도 있었죠. 조금 힘들다고 목표를 포기할 순 없죠.”
아카데미로 돌아간 유리아는 이번 실습에서 만점을 받았다.
나는 저택 정원 중심에 있는 벚나무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벚나무가 1.5배 이상 커졌다. 벚나무는 자신의 성장을 기뻐하듯 벚꽃을 피워내며 아름다움을 뽐냈다.
‘다크 문의 영향인가? 기분 좋은 모양이군.’
의지가 있는 환수게 벚나무의 성격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나뭇가지를 흔들거나, 벚꽃잎을 흩뿌려 정원을 망치는 건 애교 수준이다. 진짜 지랄은 벚나무인 주제에 전기를 뿜어내 주변 전자기기를 먹통으로 만드는 것이다.
주변 저택에 피해 보상금으로 3억 크레딧이 깨진 걸 생각하면 지금도 짜증이 난다.
어쨌든 오늘도 교감을 위해 벚나무에 다가갔다. 나무 몸통 위에 손을 올린다.
-왔어? 콜라가 먹고 싶으니 가져와.
“…….”
벚나무가 급격히 성장했다. 자신의 의지를 내게 전달하긴 했어도 이렇게 또렷하게 전달하진 않았다. 다크 문은 대부분 악 영향을 주는데… 벚나무는 환수계의 생물이라 그런 걸까. 수혜를 받은 것 같다.
“나무가 콜라 맛을 안다고?”
-난 평범한 나무가 아니란 걸 알잖아. 전기 마사지도 해줘.
“아주 상팔자로군. 네 말을 들어줄 이유는 없다.”
-상팔자? 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거야.
“뭐가 정당하다는 거지?”
-내가 이 저택을 지켜주고 있잖아.
“글쎄. 그건 네 주장일 뿐이지. 아직까지 그럴싸한 활약은 없지 않나.”
-메이드와 집사 중에 스파이가 있어. 저택을 매일 지켜보고 있으니 알아.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
“저택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부 알고 있는 거냐?”
-여긴 내 영역이니 대충은?
안 그래도 초전도체 때문에 보안에 신경 쓸 예정이었다.
“좋아. 원하는 대로 주지. 배신자는 누구지?”
-콜라부터 가져와. 한 박스로.
콜라를 가져와 나무에 뿌렸다.
-이 짜릿함! 정말 최고야!
“그래서 배신자는?”
배신자는 총 셋이었다. 처음부터 스파이였던 건 아니고 기업의 제안을 받아 초전도체에 관한 기밀을 찾고 내 일거수일투족을 기업에 보고했다고 한다.
배신자는 마법으로 찢어 죽여 벚나무의 거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