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358)
EP.2358 2358. 광명승천도
계획 실행 날.
그날은 평소 고요하던 뇌음사가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승려들은 모두 새벽 아침부터 세신 한 뒤, 미리 빨아두었던 깨끗한 옷을 입었다.
오늘은 내가 금강신뢰와 고승들의 보조를 받아 뇌음사 깊은 곳에 있는 명계의 구멍을 없애는 날이다.
“허허. 귀인. 오늘 상태는 어떠십니까?”
전정은 아침부터 나를 찾아와 내 상태를 살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인다.
“보다시피 평소와 같다.”
“이번에는 절대로 실수해서는 안 되니… 어디 뇌혼술(雷魂術)을 펼쳐 감각을 되새겨 보시지요.”
전정이 내게 목탁을 내밀었다. 리허설을 한 번 해보라는 뜻이다. 나는 목탁을 잡고 뇌음나한결(雷音羅漢訣)의 요체 일부를 외우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전류가 목탁 안으로 흘려들어 간다. 목탁은 조금의 손실 없이 전류를 받아들였다. 목탁이 밝은 푸른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쿠르릉….
목탁 내부에서 천둥소리가 낮게 울린다. 짐승과도 같은 뇌음(雷音)이었다.
이어 목탁은 딱딱거리며 청아한 목탁음을 사방에 퍼뜨렸다.
뇌혼술(雷魂術).
제법 거창해 보이는 술법이지만, 전정의 말에 따르면 일종의 정화술이다. 뇌음나한결에는 부정한 것을 깨끗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뇌음사는 그 힘을 뇌혼이라 부르며, 그 힘을 다루는 방법을 뇌혼술이라 한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자면 술법이 아닌 것이다.
“허허. 좋은 소리입니다. 뇌혼술을 완벽히 익히셨군요. 저는 최소 3년을 내다봤습니다만… 1년도 안 되어 터득하시다니. 귀인의 재능은 언제봐도 놀랍습니다.”
“그런 것 치곤 술법은 간단한 것도 익히지 못하지만 말이다.”
“사람이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귀인께선 무공만으로도 천재 중의 천재입니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천재 소리도 지겹군.
그는 나를 수련실로 데려가더니 고급 천으로 포장한 알약을 건넸다.
“의식을 진행하기 전에… 이걸 복용해 주십시오.”
“영단? 뇌기가 느껴지는군.”
“뇌혼정단(雷魂精丹)입니다. 저희 뇌음사의 보물이지요. 뇌혼을 익힌 자만이 복용할 수 있습니다. 뇌혼을 익히지 않은 자가 복용할 경우엔 효과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 영단의 영기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합니다.”
“이런 거까지 내게 줘도 되나?”
“허허. 저희 뇌음사를 도와주시는 귀인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의식에 실패할 가능성은 최대한 줄여야지요. 저는 수련실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귀인께선 뇌혼을 완벽히 익히셨으니 뇌혼정단의 영기를 전부 흡수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테지요.”
전정이 나갔다.
나는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운기행공을 할 때 가장 효율적인 자세였다. 이어서 뇌혼정단을 입에 넣고 삼킨다.
파지지지지지직!
뇌혼정단이 육체 내부에서 폭발하듯 터졌다.
“……!”
-크아아아아아악!
천마신공이 비명을 지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천마신공에 공감했다. 단전에서 어마어마한 격통이 느껴졌다.
원인은 정화의 힘을 가진 뇌기, 뇌혼이 천마신공의 마기와 충돌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뇌혼을 익히거나 사용할 때 이런 일은 없었다. 대체 왜 지금에서야…?!’
퍼뜩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게 있었다.
내가 사용하는 뇌혼은 내 통제하에 있었다. 마기와 충돌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뇌혼정단에서 나온 뇌혼은 통제되지 않은 상태다.
‘해야할 건 하나다. 뇌혼을 통제하는 것…!’
나는 고토을 견디며 정신을 집중했다.
-빨리해라! 크아아아악!
‘정신 사납다. 짖지 마라.’
약 2시간. 나는 뇌혼정단의 뇌혼을 흡수했다.
파직. 파지직.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았는데도 내 몸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육체에서 끓어오르는 힘이 느껴진다. 당장 이 힘을 쓰고 싶었다. 이제 보니 피부에서 은은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뇌광이었다.
수련실 밖으로 나가니 전정이 양손을 합장한 상태로 웃었다.
“허허. 뇌음사의 비전인 뇌혼나한(雷魂羅漢)을 얻으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뇌혼나한은 뇌혼정단을 복용한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비전입니다. 신체 능력이 극대화된 것이 느껴질 것입니다.”
“확실히 몸에서 힘이 흘러넘치긴 하는군. 부작용은 없나?”
“뇌혼나한은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과 뇌혼나한이 끝나면 체력손실이 크다는 점을 제외하면 없습니다. 안심하십시오.”
“미리 말해줬으면 더 수월했을 거다.”
“뇌혼정단을 복용한다고 무조건 뇌혼나한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혹여 실패할 경우 귀인께서 크게 실망하실까 우려스러워 말하지 못했습니다.”
“뭐, 실패하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군.”
“의식을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좀 남았군요. 중요한 일일수록 때와 시간을 맞춰야 하는 법이니… 잠시 차라도 한잔하시죠.”
약 1시간 뒤.
나와 전정. 그리고 뇌음사의 장로와 정예 무승들이 모두 모여 명계의 구멍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싱크홀처럼 뚫린 지하의 구멍과 그 위를 막고 있는 제석천의 법패인 금강신뢰를 중심으로 금강팔뇌옥(金剛八雷獄)을 실행 중인 8명의 고승.
“제석천의 금강신뢰는 삼라만상을 꿰뚫는다고 하나, 금강신뢰의 본질은 법구(法具). 술법을 보조하고 술식을 저장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저와 장로들이 적멸뇌혼술(寂滅雷魂術)의 술법을 펼칠 것입니다. 귀인께선 술법의 중심이 되는 금강신뢰에 뇌혼을 불어넣어 주십시오.”
“알겠다. 지금 시작하면 되나?”
“뇌혼나한이 유지되는 지금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나는 금강신뢰가 있는 허공을 향해 걸어갔다. 황금빛의 금강저는 언제봐도 영롱했다. 이걸 가지고 튀어야 하는데 지금은 아니다.
‘뇌음사의 결계 때문에 공간 이동 주문서를 쓸 수 없다. 그리고 결계가 아니더라도 뇌음사의 다른 것도 훔쳐야지. 그동안 뇌음사에서 고생한 걸 생각하면… 금강신뢰 하나만으로는 부족하지.’
이미 계획을 세웠다. 무영신투를 끌어들인 이유가 무엇인가. 다 따먹기 위해서다. 아, 보리수나무는 제외다. 그건 딱히 필요 없었다.
발아래, 명계의 구멍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온다. 어떤 목소리 같은데 너무 희미해서 뜻을 알 수 없었다.
-들리지 않느냐. 지옥이 너를 부르고 있다. 만마가 너를 갈구하고 있다. 너의 힘이 저 아래에 있다. 자, 내려가자.
‘시끄럽다. 지금은 좀 바쁘니 좀 닥치고 있어라.’
금강신뢰를 손에 쥐었다. 내 손에 딱 맞게 들어온다. 나는 뇌혼을 금강신뢰에 밀어 넣었다.
우우우웅.
금강신뢰가 진동했다. 금강신뢰가 나를 기꺼워하는 게 느껴졌다.
“허허. 과연 귀인이시다. 금강신뢰가 전혀 거부하지 않는구나.”
전정이 감탄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그는 평소와 달리 두 눈을 치떴다. 휜자위 밖에 없는 눈에서 안광이 흘러나왔다. 그가 승려들에게 명령했다.
“무승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뇌음나한진을 펼쳐라. 장로들은 본승이 미리 말했던 대로 적멸뇌혼술을 시작하시오.”
그들은 금강팔뇌옥을 해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전정과 함께 염주를 굴리며 불경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들의 불경은 영성(靈性)이 되었고, 영성은 번개의 모습으로 변해 금강신뢰로 모여들었다. 뇌음사의 방장과 장로 13명이 술법에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의념이 금강신뢰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금강신뢰에서 전류가 튀어나왔다. 평범한 전류가 아니다. 뇌혼의 기운을 가득 머금고 명계의 구멍에서 흘러나나오는 사악하고 부정한 기운을 정화하며 구멍 자체를 결합시켜 없애버리는 술법의 번개!
‘뇌혼이 계속해서 빠져나간다. 그나마 뇌음사의 방장과 장로가 보조해 줘서 할만하군. 조금만 시간을 끌면 되겠어.’
상황은 계획을 세웠을 때보다 훨씬 좋았다.
모든 장로가 의식에 참여할 줄 몰랐으나, 그게 오히려 득이 됐다. 이곳에 최대 전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건 바깥은 텅 비었다는 것과 같으니까.
‘지금 대사팔악회가 습격하면 빠르게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술법을 강제로 끊어버리면 그 반동으로 장로들은 내상을 입겠지.’
일거에 쓸어버리기 딱 좋은 기회.
‘뇌음사가 믿고 있는 건 결계지. 그 결계는 약간의 시간만 있으면 된다.’
아무리 대단한 결계라도 핵심만 박살 내면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 나는 어젯밤에 결계를 유지하는 법보에 몰래 시한폭탄을 설치해 뒀다.
‘이 세계에서 과학은 미지의 힘. 일루시터를 이용하니 결계 법보에 접근하기도 쉬웠지. 이제 대충 10분 정도 남았나? 폭탄이 터지기 전에 술법을 끊는다. 그리고 폭탄이 터지면 방장을 공격한다. 죽이면 좋고 실패했을 땐… 도망친다.’
이 자리에서만 어떻게 찰나를 이용해 도망치면… 습격한 대사팔악회가 뇌음사와 싸울 것이다.
‘크크. 처음부터 팔악회와 같이 싸울 생각은 없었지. 나를 위해 미끼가 돼라.’
단목소하와 유여려에게는 공간 이동 주문서를 미리 건네줬다. 사용하면 가장 안전한 곳으로 이동될 것이다.
‘뇌음사와 팔악회는 통수가 얼얼하겠군. 크하하하하. 존나 좋군!’
사람 통수를 때리는 건 아주 재미난 일이었다.
약속의 시간이 가까워졌다. 나는 금강신뢰에 쏟아붓던 뇌혼을 멈췄다.
적멸뇌혼술은 끊기지 않았다. 금강신뢰가 강제로 나의 뇌혼을. 아니, 뇌기를 비롯한 선천지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이상한 일이었다. 금강신뢰가 빨아들이는 건 뇌혼뿐이 아니었나? 당혹스러운 와중에도 사고는 계속되어 답을 도출했다.
‘시발. 속았다!!’
금강신뢰에서 손을 뗄 수도 없었다. 자석처럼 내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금강신뢰를 들고 도망치려해도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다.
“전정!! 이 빌어먹을 땡중 새끼가! 감히 날 속여?!!”
“허허. 생각보다 빠르게 알아차렸군. 허나 이미 늦었다. 금강신뢰의 주인을 가리는 신묘한 법패. 금강신뢰의 주인은 나다. 너는 내 허락 없이 금강신뢰를 놓지 못한다.”
그의 입가에 삐뚤어진 미소가 그려졌다. 승려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사악한 미소였다.
“그 가슴에 있던 금제는?! 금강신뢰를 다룰 수 없다는 말도 거짓이었나?!”
“겉만 그럴싸하게 만든 술법진이다. 실제로 활성화되지 않았지. 너는 무공 경지에 비해 술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더군. 그렇게 쉽게 속을 줄은 나도 몰랐다.”
“이 씨발 새끼들이 설마 처음부터…!!”
“적멸뇌혼술은 명계의 구멍을 없앨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술법이지만… 그만큼 대가가 필요하지. 뇌령을 타고난 삼정경의 수행자! 그날, 네가 뇌음사에 온 날! 나는 석존께서 우리 뇌음사를 보살피고 계심을 깨달았노라! 하하하하!”
내가 먼저 통수를 칠 수 있었는데…! 땡중 따위에게 먼저 통수를 맞다니! 억울하고 빡쳐서 미칠 지경이었다.
“전정…! 니 새끼만은 반드시 죽인다…!”
놈이 비아냥거렸다.
“허허. 귀인께서 뇌음사를 위해 희생하신 것은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생각해 보니 뇌음사에서 너무도 쉽게 무공과 술법을 가르쳐줬다. 내가 그만큼 중요해서 그런 줄 알았지만… 지금 보니 알겠다. 전정은 처음부터 날 죽일 생각이었기에 전부 가르쳐준 것이다.
‘아직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음이 들렸다. 조금이지만 땅이 흔들렸다. 전정의 입가에 걸린 조소가 사라진다.
“이게 무슨 일이냐? 무승은 당장 바깥을 확인하라!”
나는 힘겹게 왼손 중지를 놈에게 세우며 웃어 젖혔다.
“네놈들의 자랑인 결계 법보는 내가 파괴했다! 통수 맛이 어떠냐?! 크하하하하! 이제 내 부하들이 몰려와 너희 땡중을 모조리 죽일 거다!”
빠득, 빠드득.
땡중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진다. 그 통쾌함에 입에서 웃음이 계속 흘러나왔다.
“이, 이놈이 감히…!! 대뇌음사의 결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