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822)
〈 822화 〉 822. 그대를 위한 폭군
‘그대를 위한 폭군’은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었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빙의자다. 지구 세계의 인물이었는데 소설 속 백작가의 영애로 빙의하게 된다. 정치적인 이유로 폭군의 아내, 황비가 되었다.
황비가 된 그녀는 원작의 지식을 이용해 폭군을 케어했다. 그러나 결국, 폭군을 대신하여 암살당해 사망한다. 암살자에게 분노하면서, 여주인공을 지키지 못해 후회한 폭군이 회귀하며 ‘그대를 위한 폭군’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간단히 말해서 후회하며 회귀한 폭군이 여주인공에게 매달리는 로맨스 판타지였다.
‘이렇게 검색해 보니 생각나네. 예전에 웹툰으로 본 기억이 있어.’
소설 원작인데 소설을 본 기억은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다시 한 번 웹툰을 보고 소설도 봐야겠군.’
‘그대를 위한 폭군’의 경우 원작 소설보다 웹툰이 더 인기가 많았다. 웹툰이 더 몰입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난 소설을 더 집중해서 봐야 해. 웹툰보다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으니까.’
문장 하나에 스쳐 지나가듯 나오는 설정과 정보가 내겐 무엇보다 중요했다.
충분히 정보를 긁어모은 나는 다시 퀘스트를 확인했다.
[진정한 폭군.로맨스 판타지 세계에는 수많은 폭군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진정한 폭군은 없습니다. 폭군의 탈을 썼을 뿐인 제왕들뿐입니다.
‘그대를 위한 폭군’ 세계에 들어가 진정한 폭군이 무엇인지 보여주십시오! 폭군이 되어 세상을 유린하십시오!
폭군이 되어 최소 100만 폭군 점수를 달성하십시오.
퀘스트 보상 – 폭군 점수에 따라 주어집니다.
100만 달성 – 1,000 포인트.
1,000만 달성 – 랜덤으로 능력치 20 상승
1억 달성 – 전지의 조각.
※페널티가 다수 존재합니다.
※포인트를 소모해 페널티 일부를 완화하거나, 없앨 수 있습니다.] [페널티 1. 인벤토리 사용 제한.] [그대를 위한 폭군 세계의 물건을 인벤토리에 넣을 수 없습니다.] [페널티를 완화하기 위해선 30,000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페널티 2. 폭군 퀄리티] [폭군 퀄리티는 특성, 절대 정신의 영향에서 제외됩니다.] [폭군 퀄리티의 영향으로 성격이 다소 난폭해집니다.] [폭군 퀄리티의 영향으로 신체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폭군 퀄리티의 영향으로 재능 보정을 받습니다.] [페널티를 완화하기 위해선 50,000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퀘스트를 완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폭군 짓을 하면 된다.
‘페널티는 2개는…. 음. 위험한 것 같진 않네.’
페널티를 완화하기 위해선 어마무시하게 많은 포인트가 필요했다. 지금 내가 가진 포인트로는 페널티를 완화하는 건 불가능했다.
첫 번째 페널티는 저쪽 세계의 물건을 가지고 나갈 수 없다는 걸 제외하면 문제없다. 현실의 물건이나, 다른 세계의 물건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두 번째 페널티는 페널티가 아니라 버프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성격이 난폭해지는 대신 신체 능력과 재능까지 얻는다니…. 개이득이잖아.’
이건 포인트가 많아도 페널티를 완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부 확인했으니… 시작해볼까.’
•••
눈을 떴다.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천장은 낯선 동시에 익숙했다. 머릿속으로 나에 대한 정보가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두통이 살짝 오긴 하지만, 문제없다.
‘나는… 유진 벨라카로스.’
7대 벨라카로스 황제의 사생아다.
황위 계승권은 22위. 내 아래로 동생만 11명이지만, 사생아인 나는 황위 계승권이 가장 낮았다.
‘황위 계승권 22위라… 본래 이 설정은 남주인공의 설정인데…. 그렇군. 내가 남주인공이군.’
정보를 정리한다. 과거를 되짚는다. 설정상 황성에서 일하는 하녀가 내 어머니였다. 그 어머니는 남주인공, 즉, 내가 5살일 때 죽었다. 원작을 아는 나는 제 2 황비의 수작으로 독살당한 것임을 안다.
분노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나는 성유진이다. 유희 세계의 설정 따위에 잡아 먹히지 않는다.
‘1년 전에 성인식을 치렀으니…. 1년 후에 황제가 급격히 쇠약해지고 황자와 황녀들이 들고 일어서지.’
황위 다툼이 본격적으로 일어난다. 원작의 남주인공, 지그 벨라카로스는 최대한 몸을 숙이고 있다가 기회를 낚아채 황제로 등극한다. 황제가 된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숙청이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정보를 보면 회귀 전이군. 뭐, 내가 남주인공이 된 이상 회귀할 일은 없겠지.’
조용히 주위를 둘러봤다. 방은 황자의 방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했다. 벽 구석에는 곰팡이 자국이 있고, 옷장은 한편에 금이 가 있을 정도로 낡았다. 현실에 있는 내 방이 더 나을 정도다. 머릿속에 있는 정보가 없더라도 방만 봐도 내가 황성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계획을 짠다. 원작의 정보를 이용하면 확실하게 황제가 될 수 있다. 1년 정도는 숙이고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최대한 변수는 줄이는 것이 졸을 테니까.
‘…그러고 보니 오늘이 13번째 황자의 성인식이었던가.’
태어난 순서만 따지면 나는 11번째다. 다만 서열은 22위로 5살 짜리 막내보다 서열이 낮지만.
끼이이이익.
노크도 없이 문이 열렸다. 여자 특유의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내 직속 하녀인 미란다다.
“유진 님. 해가 중천에 떴는데 아직도 주무시고 계신가요? 황자되시는 분이 이러시면 안 되죠.”
킥킥.
미란다가 재수 없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제 2 황비가 심어둔 여자였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여 제 2 황비에게 보고하는 게 그녀의 일이었다.
물론 그 이유때문에 미란다가 나를 함부로 대하는 게 아니었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건 그녀를 포함해 황성에 있는 하인 대부분이 그랬다. 내가 가진 힘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사생아. 황제가 버린 자식. 이 황성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나, 단지 그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인들에게 무시당하는 게 일상이다. 황성에 내 편은 한 명도 없었다.
욱신.
왼쪽 옆구리가 쑤셔온다.
‘……어제 마부에게 구타당한 부위군.’
옆구리의 아픔은 빠르게 사라진다. 아니, 회복한다는 말이 맞다. 내가 이 세계로 오면서 받은 [폭군 페널티]의 효과다. 신체 능력이 대폭 상승한다는 건, 다시 말해 자연 회복력도 마찬가지로 올라간다는 뜻이니까.
“유진 님. 일어나세요. 유진 님.”
미란다가 나를 부른다. 그 목소리는 매우 작았다. 정말 나를 깨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몇 번이나 불렀는데 일어나시지 않네요…. 정말이지 곤란하네요….”
미란다의 기척이 내 침대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주르르르륵.
내 이마 위로 차가운 물이 떨어졌다.
눈을 떴다.
갈색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미란다가 주전자로 내 머리 위에 물을 붓고 있었다. 미란다가 히죽 웃는다.
“기침하셨나요, 유진 님.”
입술 사이로 고르지 못하고 툭 튀어나온 앞니가 보였다. 뺨에는 주근깨가 있어서 못생겼다. 몸매는 비쩍 마른 편이다.
“세수는 어떠신가요? 시원하시죠?”
미란다는 내가 눈을 떴음에도 비키지 않았다. 그녀에겐 이건 익숙한 상황이다. 평소에도 그녀는 내 얼굴에 차가운 물을 쏟으며 날 깨우니까. 주전자의 물은 끝났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
“오늘은 오르탄 님의 성인식 연회가 진행 중이예요. 그러니 이 방 안에 있어 주세요. 황비님의 명령이니까요.”
오르탄. 13번째 황자였다.
미란다가 말하는 황비는 제 2 황비가 틀림없을 것이다.
그녀는 침대 옆 테이블로 향했다. 쟁반 위에 있는 흑갈색의 빵을 내게 건넨다.
“오늘 점심이에요. 꼭꼭 씹어 드세요.”
“…….”
빵을 잡았다. 딱딱했다. 이게 정녕 사람이 먹는 음식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못 참겠군.”
계획은 없다.
“네?”
빵을 들어 미란다의 머리를 후려쳤다.
빡!
“……!”
미란다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흑갈색 빵에는 끈적한 피가 묻어 있었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섰다.
미란다는 상황을 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고통에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흐른다. 날 올려다보는 그녀의 두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유, 유진 님. 왜, 왜 이러세요. 이러시면 황비님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
“하녀 하나 죽는다고 황비가 움직이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
“화, 황비 님은 제 편이에요!”
“지랄도 유난이군.”
빵을 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꺄아아아아아악!”
미란다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헛된 수작이다. 내가 머무는 별채에는 기본적은 사람이 없다. 비명을 질러봤자 누구도 듣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문이 벌컥 열렸다.
“미란다?! 여기서 비명이 들렸는… 데….”
검은색 머리의 하녀였다. 미모는 평범하다. 그래도 미란다보다는 나은 수준이지만.
“이, 이건….”
바닥에 쓰러져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미란다. 피 묻은 딱딱한 빵을 들고 있는 나. 그녀의 눈동자가 요동치며 상황을 눈에 담는다.
“네르미. 넌 어제 저녁 식사 때 내 왼발을 밟고 웃었지.”
그녀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다가 도망친다. 머리가 좋은지 판단이 빠르다. 그러나 그 신체 능력은 형편없었다. 그녀가 세 발자국을 내딛기도 전에 머리채를 잡아 방안으로 끌고 왔다.
“유, 유진 님. 살려주세요. 제, 제가 잘못했어요. 사과드릴… 아아아아아아악!”
네르미의 오른발을 밟았다. 우지끈. 뼈와 살이 뭉개지고 핏물이 흐른다. 이어서 그녀의 종아리를 밟고, 무릎, 허벅지로 이어가 박살 냈다. 내 발이 복부에 올라갔을 때, 네르미가 애원했다.
“그, 그만…. 그만둬 주세요… 제발….”
발에 힘을 주었다. 네르미는 비명을 지르다가 죽었다. 발이 끈적했다. 침대 시트로 발에 묻은 피와 내장을 닦았다.
“미란다.”
“…네, 네, 네!”
미란다가 덜덜 떨면서 대답했다. 나는 그녀에게 피 묻은 흑갈색 빵을 내던졌다.
“유, 유진 님…?”
“기회를 주지. 내가 옷을 갈아입기 전까지 이 빵을 전부 먹는다면 살려주마. 대신, 먹지 못한다면 사지를 찢어 죽이겠다.”
“사, 살려주세요. 제발!”
“난 기회를 줬다.”
미란다의 흐느끼는 소리를 뒤로하고 옷장으로 향했다. 옷이 몇벌 있었다. 그러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돈 없는 귀족들이 입을 법한 옷들밖에 없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건 옷장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검은색 제복이다. 제복을 보자 머릿속에서 정보가 떠오른다. 2년 전에 조부가 돌아갔을 때 입은 옷이었다. 황족은 같은 황족이 죽으면 일주일 동안 검은색 제복을 입는 게 벨라카로스 황가의 전통이었다.
“쯧.”
혀를 찼다. 직접 옷을 입는 게 귀찮았다. 원래 내게 옷을 입히는 건 하녀들의 역할일 텐데. [백환] 세계의 메이드들이 그리워졌다.
깡깡깡.
등 뒤에서 돌덩이 같은 흑갈색 빵을 씹는 소리가 났다.
검은색 제복을 입고 부츠까지 신었다. 옷이 흐트러진 곳이 없는 걸 확인하고 몸을 돌렸다. 미란다가 미친 듯이 빵을 씹고 있다. 이빨이 부서지고 잇몸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게 보였다. 그럼에도 빵은 절반은 씹지 못했다.
“그 빵은 침으로 녹여 먹어야 그럭저럭 먹을 만 하더군. 대충 15분 정도 걸리지.”
“흑, 흐윽…. 조, 조금만 더 시간을….”
“늦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먼저 미란다의 왼팔을 잡아 찢었다. 이후에 오른팔, 오른다리, 왼다리 순서대로 찢었다. 머리를 찢으려고 했는데 이미 죽어서 내버려 뒀다.
‘현실의 나보다 힘이 더 세군. [폭군 퀄리티]의 효과가 좋아.’
지금의 내가 얼마나 강한지 대략적이나마 파악했다. 사람 하나는 손쉽게 찢어 죽일 수 있다.
방문을 나섰다.
복도를 걷는다. 바닥과 벽에 세월이 느껴진다. 낡았다.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는지 창틀에 묻어 있는 먼지가 눈에 들어온다.
“유, 유진 님…?”
하인 4명과 마주쳤다. 비명을 듣고 내 방으로 달려오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스톰 브레이커.’
창이 내 앞에 소환되었다. 창을 잡고 크게 휘둘렀다. 하인 네 명의 상하체가 분리되어 바닥을 굴렀다. 붉은 바닥을 밟고 앞으로 걸어갔다.
하인은 보이는 족족 죽였다. 내 눈에 들어오는 미녀는 없었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내가 향하는 곳은 옥좌가 있는 그레이트 홀이다. 황제의 자식은 대대로 그레이트 홀에서 성인식과 연회를 벌인다.
그레이트 홀 앞에는 근위기사 30명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검을 뽑아들며 나를 막아섰다.
“유진 님. 멈추십시오! 불온한 의도를 확인했습니다! 당장 창을 버리십시오!”
“그러지.”
피식.
근위기사들의 말을 비웃어주고 창에서 손을 놓았다.
창은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에 분해되어 내 몸에 달라붙어 전신 갑옷이 되었다. 투구까지 자동으로 착용 되었다. 손을 뻗자 장검이 나타났다. 스톰브레이커의 기능인 분신과 변환을 이용했다.
“……유진 님. 이건 명백한 반역입니다.”
“근위기사. 그걸 이제 알았나? 눈치가 느리군.”
“전원! 반역자를 처단하라!!”
나와 그들의 검에 오러가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