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918)
〈 918화 〉 918. 하와이
“……고준 형이 내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네요. 고준 형은 이미 차였을 텐데.”
이해할 수 없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충분히 이해된다.
장고준은 몇 년 동안 한아영을 짝사랑해왔다. 평범한 여자였다면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아영이 평범한 여자인가? 능력이면 능력. 성격이면 성격. 미모면 미모. 그 어느 것도 떨어지지 않는다. 한아영만큼이나 아름다운 미녀인 한하린이 괜히 그녀에게 열등감을 품겠는가.
‘장고준이 한아영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또 하나는 공식적으로 나와 한아영은 사귀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지.’
그러니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희망을 놓지 못한다. 정작 한아영은 그에게 전혀 관심 없지만.
“불쾌한가?”
교관이 물었다.
“…예. 좀 불쾌하군요.”
이건 진심으로 말했다. 비록 한아영과 섹스하고 있는 건 나이긴 해도, 한아영의 알몸을 상상하다니 기분 나빴다. 옆에 교관이 없었다면 뛰어가서 장고준의 뒷머리를 후려쳤을 것이다.
“어차피 저건 상상일 뿐이다. 그리고 가장 괴로운 건 장고준 훈련생이다.”
뭐, 그렇겠지. 한아영과 내가 섹스하는 장면을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건 장고준이다. 변태가 아닌 이상 이딴 걸로 흥분할 리 없고.
‘내가 가장 기분 나쁜 건 ….’
장고준이 상상하는 내가 못생겼기 때문이다.
‘저 그리다 만 것같은 얼굴은 뭐야. 내 얼굴은 저것보다 10배는 잘생겼다고.’
더 짜증 나는 건 장고준이 생각하는 내 자지가 작았다. 5cm밖에 되지 않았다. 그 작은 꼬추로 상상 속의 한아영 보지를 쑤시고 있다.
‘한아영의 얼굴은 현실과 똑같이 엄청 예쁘군. 근데….’
한아영의 가슴을 쳐다봤다. 원래의 한아영 가슴보다 작았다. 유두는 핑크색으로 작은 편이었다.
‘하하.’
나는 장고준을 비웃었다.
한아영은 유륜이 큰 함몰 유두다. 한아영의 은밀한 비밀을 장고준은 전혀 모르고 있다.
‘한아영의 체형은 비슷하지만 디테일이 별로군. 하긴. 한아영의 알몸은 본 적 없을 테니.’
상상 속 한아영 보지를 쳐다봤다. 보자마자 웃음이 터질뻔했다. 아주 약간의 털과 그림으로 그린 듯한 분홍색 보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지털이 왜 검은색이야. 한아영의 머리카락 색을 보면 모르나? 멍청한 놈.’
한아영의 보지는 더 작았다. 그리고 보지털이 많아 수북하다. 대음순 근처에도 털이 나 있다. 한하린 보다 약간 더 많았다.
‘한아영과 한하린의 보지를 만지면 복슬복슬함이 느껴지지. 이게 또 나쁘지 않은 감촉이란 말이지…. 보빨할 때 털이 씹힐 때가 많긴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는 법.’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집중하고 있는 장고준을 바라봤다.
“이런다고 해서 정신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겁니까?”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신적 문제 대부분은 똑바로 직시하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된다. 네게 하나 말해주마. 장고준을 너무 미워하지 마라.”
“전 그 정도로 마음이 좁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별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한아영의 마음은 이미 내가 꽉 쥐고 있으니 걱정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면 짜증 난다.
“그런데 교관님. 저기 저거 괜찮은 겁니까?”
나는 손을 들어 오른쪽을 가리켰다. 얼음기둥이 하늘로 치솟거나,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다. 한아영이 무언가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대로면 여기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겠습니까?”
“이번에 제법 뛰어난 훈련생이 들어온 모양이로군. 위험해 보이긴 하나 괜찮다. 여기까지 영향을 끼치기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니…….”
괜찮다고 말하지만, 교관의 눈은 아까부터 계속 오른쪽에 향해 있었다.
“…장고준 훈련생에겐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이다. 만에 하나 방해를 받으면 일이 틀어지니… 벽을 세우고 와야겠다. 너는 어쩔거지?”
“아, 다른 곳으로 갈 겁니다. 고준 형은 건들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저와 고준형은 동료입니다. 동료.”
“함께 이곳에 왔으니 그의 당연히 동료 일 테지. 될 수 있으면 오른쪽으로 가지 마라. 네 수준으로 저기에 휘말리면 목숨을 장담하기 힘들다.”
교관이 오른쪽으로 달려갔다.
함부로 장고준을 건들지 않는다. 이 던전의 교관은 평범한 놈들이 아니다. A급 평균 이상. 어쩌면 S급의 강함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최대한 조심스럽게 해야지.’
내 입술이 달싹거렸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일루시터를 꺼내 사용했다. 모습이 사라졌다. 기척을 지우고 장고준에게 전음을 보냈다.
-장고준. 네가 아무리 한아영을 사랑해봤자, 한아영은 이미 내게 몸과 마음을 바쳤다고. 한아영이 널 바라볼 일은 없어. 네가 몇 번을 고백하든 결과는 똑같을 뿐이지.
움찔.
더위와 싸우며 인내하고 있던 장고준이 두 눈을 부릅떴다.
-병신 새끼. 한아영의 보지맛이 어떤지 알아? 아, 말해줄 필요는 없지. 어차피 넌 평생 한아영의 보지와 인연이 없을 테니까. 한아영의 보지는 아주 맛있어.
“아아아아아아악!”
장고준이 비명 같은 기합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정면을 노려봤다. 환술 속의 성유진은 보란 듯이 한아영을 따먹으며 장고준을 보고 비웃고 있다.
-잘 봐. 한아영은 내 여자야.
내 전음에 따라 환술 속의 성유진이 입을 달싹인다. 마치 환술 속의 성유진이 말하는 것처럼.
“유진아. 사랑해….”
환술 속의 한아영이 말한다. 환청이었다.
장고준의 정신 상태가 환술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아, 안 돼…! 아영아! 그놈은 널 장난감으로 생각할 뿐이야!”
-크크. 네가 아무리 지껄여봤자 현실은 변하지 않아. 한아영은 내 아이를 임신하고 낳을 거다. 그래. 한 10명 정도 낳는 게 좋겠군. 2년에 한 번씩 낳으면 쌉가능이지.
“아, 아영이와 넌 사귀는 사이가 아니야! 저리 꺼져!”
장고준의 몸에 묻어 있던 땀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더위가 추위로 변한 모양이다.
-멍청하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냐? 한아영은 유명인이야. 일이 커지지 않게 남들 앞에선 사귀지 않는 척하는 거지. 사귀지 않는 사이인데 모텔에 들어가겠냐고, 병신아.
“으아아아아아아악! 꺼져! 꺼지란 말이다!”
장고준이 환술 속의 내게 달려들었다. 그의 주먹이 닿는 일은 없었다. 환술은 실제가 아니니까.
“크억…! 콜록, 콜록!”
장고준이 피를 토하며 바닥에 엎어졌다.
“장고준 훈련생!!”
저 멀리서 교관이 달려온다. 꽤 심각해 보이긴 하는데 교관이 알아서 할 테니 죽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그곳에서 유유히 벗어났다.
•••
한하린의 훈련장을 찾았다. 그녀는 장고준처럼 환술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호흡이 무척 가빴다. 두 눈은 충혈되어 있고, 얼굴에는 식은땀이 흐른다. 심각한 그녀의 상태와 달리 눈동자는 몽롱하게 풀려 있었다.
한하린에게 다가가려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았다. 검은 옷으로 몸과 얼굴을 가린 남자였다.
“……교관님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한하린 훈련생은 중요한 대목에 서 있습니다. 방해하지 마십시오.”
“……이게 무슨 훈련입니까?”
“한하린 양에겐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그 트라우마가 그녀의 잠재력을 막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만 극복한다면… 그녀는 한층 더 빠르게 성장할 겁니다.”
나는 가만히 서서 한하린의 환술을 쳐다봤다. 어떤 환술인지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교관도 한하린의 환술을 주시하며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대비하고 있었겠지.
환술 속에는 어린 한하린이 있었다. 어린 한하린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한아영과 부모님으로 추정되는 30대 남녀가 보였다. 부모는 연예인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미모가 뛰어났다.
“아영아, 대단해!”
“우리 딸은 어쩌면 S급 헌터가 될지도 모르겠네.”
“아영아. 먹고 싶은 거 있니?”
“가지고 싶은 게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말해. 아빠가 다 사줄게.”
어린 한아영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헌터인 부모이기에, 어렸을 때부터 각성하고 뛰어난 성장력을 보이는 한아영이 자랑스러운 것이다. 한아영은 다른 것도 잘했다. 공부도 잘했고, 운동도 잘했다. 한아영이 두각을 보일수록 부모의 관심은 한아영에게 향했다.
그로 인해 한하린은 소외되었다.
한하린의 각성은 늦었다. 한아영만큼 빠르게 성장하지도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아영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공부나 운동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무엇을 해도 한아영을 이기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녀의 부모가 한하린을 모질게 대한 건 아니다. 평범하게 좋은 부모님이었다. 그들은 한하린도 예뻐하며 관심을 쏟았다.
하지만 한하린의 마음이 문제였다. 그녀는 자꾸만 언니인 한아영과 비교했고, 질투와 열등감을 품었다. 그 좋지 않은 감정은 한하린의 성격을 차갑고 부정적으로 만들었다.
“…굳이 한아영과 비교할 필요는 없을 텐데.”
“사람 마음이 자신의 뜻대로만 될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어린 시절에는 영향받기가 쉽습니다.”
한하린의 환술은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반복하고 있었다. 거기에 실패한 것들만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는 유독 한하린에게 차가워 보였다.
“우리 하린이는 각성을 언제할까?”
“넌 우리 딸이고, 아영이의 동생이니 각성할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말렴.”
“하린아. 좀 더 잘 할 수 없니? 네 언니는 이것보다 잘했어.”
“하린이는 아영이가 아니니 어쩔 수 없지…. 하린아 그래도 공부는 잘해야지?”
나는 한하린을 몰아치는 부모를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집안이 보수적이란 건 알고 있으나 이건 이상했다.
내 의문은 느낀 건지 옆에 있던 교관이 말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 변하거나 잊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장되거나, 축소되거나, 아예 변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시간 넘게 이러고 있었습니까? 도와주지도 않고?”
“스스로 극복해야 합니다.”
한하린을 향해 다가갔다. 교관은 다시 내 어깨를 잡으려고 했다.
‘찰나.’
그의 손길을 피하고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벨리스에게 배웠던 대로 육체의 힘을 100% 활용하고, 마나까지 사용했다.
“……!!”
콰앙!
폭음과 함께 교관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교관이 다시 오기 전에 한하린의 뒤로 달려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평소처럼 그녀의 커다란 젖가슴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다른 한손은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하린아! 내가 왔어!”
“……뭐?”
한하린이 콱 인상을 찌푸렸다. 몽롱하게 풀렸던 눈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환술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보이는 광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성유진! 네가 왜 여깄어?!”
“놀러 왔지. 나 없이 잘 지냈어?”
“…너, 또 반말을! 반말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하는 거야?!”
“이제 말 정도는 놔도 되잖아. 우리 사이에.”
“당장 떨어….”
한하린이 말을 끝까지 잊지 못했다. 그녀의 눈은 환술로 향했고, 눈동자가 이리저리 요동쳤다. 그녀가 보는 환술 속에는 나와 한아영이 있었다. 다정한 연친처럼 팔짱을 끼고 길을 걷고 있었다. 환술 속의 한아영과 나는 따뜻하게 웃고 있었다.
“아하. 알겠다. 하린이가 나랑 같이 있는 아영 누나를 질투했구나?”
“…닥쳐. 이건 멋대로 보여주는 환술일 뿐이야. 내가 왜 너와 함께 있는 언니를 질투해? 그보다 당장 떨어져.”
나는 피식 웃었다.
한하린이 마음만 먹으면 능력을 사용해 날 떨쳐내는 건 일도 아니다.
나는 더욱 세게 그녀를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으웁.”
한하린은 본능적으로 나와 키스를 하다가 정신을 차렸는지 고개를 홱 돌렸다. 서로 섞이던 혀가 떨어졌다.
“하린아. 난 아영 누나보다 널 더 좋아해.”
“……뭐?”
한하린이 다시 날 쳐다봤다.
“한아영보다 널 더 좋아한다고. 내 첫사랑은 너였어. 사실 한아영과 하는 섹스보다 너와 하는 섹스가 조금 더 기분 좋아. 네 보지가 더 좋다고.”
한하린의 얼굴이 붉어졌다. 날카로운 기세는 전부 사라졌다.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는데 올라가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다는 걸 알았다.
환술 속의 이미지도 바뀌었다. 한아영 대신에 그 자리에 한하린이 있었다.
“…꼭 그렇게 저질스럽게 말해야겠어? 그, 그딴 말을 듣는다고 누가 기뻐한다고….”
한하린은 명백하게 기뻐하고 있었다.
“난 진심이야. 한아영보다 한하린을 더 좋아한다고. 만약, 둘 중에 한 명과 결혼해야 한다면 널 선택할 거야.”
두 집 살림. 충분히 가능하다.
“알았어…. 네 말은 알았으니까 떨어져.”
얼굴을 잔뜩 붉힌 한하린이 몸을 비틀었으나, 난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하린아. 반말해도 되지?”
한하린은 내 얼굴을 빤히 보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둘이 있을 때만.”
다시 한하린과 입을 맞췄다. 한하린의 속눈썹이 떨리다가 조용히 아래로 감겼다. 그녀의 손이 내 허리를 끌어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