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07
분신으로 절대무신 107화
37장. 혈마
법존은 그런 장일을 눈치를 보다 이내 무참하게 찢겨 죽은 살왕에게 다가갔다.
-카악, 퉤.
그는 다가가기 무섭게 그 시신 위로 가래침을 가득 모아 내뱉었다.
그간 고생했던 것이 생각났던 모양인데, 그래도 욕설을 내뱉지 않은 것을 보면 장일이 그런 행동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것을 아는 모양이었다.
-서걱.
그는 수도(手刀)로 그의 쪼개진 신체 중 머리를 다시 갈라 준비해 둔 주머니에 챙겼다.
워낙 정처 없이 떠돌던 이다 보니 이처럼 머리를 챙기지 않으면 공식적으로 인정받기가 어려워서다.
그사이 장일은 의식을 잃은 무존의 손녀에게 다가갔다.
과거 헤어지기 전 장일의 여동생 다숙과 비슷한 나이대의 소녀다 보니 장일은 자연스레 마음이 쓰였다.
그는 완맥을 잡아 그녀를 살피기 시작했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심맥이 다치거나 하지 않았구나.”
하기야 인질로서 다루려고 했던 만큼 그 가치를 낮추지 않으려면 이같이 행동해야 할 게 맞았다.
그래도 크게 놀란 것은 사실이기에, 장일은 심신을 안정케 하는 침을 놔주었다.
그 뒤에야 그는 살왕에게 다가갔다.
-탁.
법존은 다가오는 그에게 아깝다는 표정으로 챙겼던 살왕의 칼을 내주었다.
“전리품이오.”
장일은 그를 기꺼운 표정으로 받아들였다.
십왕, 그것도 혈왕 다음인 살왕이 다루는 신물인 만큼 그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마물이었다.
과거 장일의 청강검이 혈교의 손에 들어갔다면 최종적으로 저런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만 그의 검보다 다섯 치는 더 큰 장검이라 장일이 다루기에는 조금은 아쉬운 면이 있었다.
“이건 조한에게 주면 좋겠군.”
제자는 쌍둥이 검이라 할 수 있는 또 다른 청강검은 스승의 예가 아니라며 안 받았지만, 이 검이라면 그럴 염려가 없으니 서슴없이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복마검법을 또다시 다듬어야 하는 조한에게는 이 검은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스스스슥!
-타다닥!
장일은 그 자리에서 구음을 일으켜 살왕의 검에 깃든 마성을 지워냈고, 법존은 그 모습에 감탄하면서 이내 머리 잃은 살왕의 육신을 불에 태웠다.
법존의 술법은 대단했다.
순식간에 살왕의 육신을 검은 재로 만들어버린 것인데, 그러면서도 땅을 그을리지 않았다.
이는 그만큼 술법의 통제가 완벽했음을 말한다.
-후우웅!
어디선가 부는 바람에 검은 재가 점차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끝내 검은 재가 완전히 흔적을 감추었을 때, 장일과 법존 또한 모습을 감추었다.
무신이 살왕을 죽였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갔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더니, 며칠도 되지 않아 만 리 너머 다른 대륙에서도 그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 같은 희소식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무신의 제자인 복마검선이 목왕의 머리를 베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혈교의 십왕 중 둘이나 그의 손에 죽어 나가자, 복마검선은 달리 무왕(武王)이라는 별호로도 불리기 시작했다.
그가 복마검선이라는 별호를 얻은 게 스승이 검선이라 불렸던 영향 때문이듯이, 그의 스승이 무신이라 불리자 자연스레 무왕이라는 별호가 붙어진 것이다.
어찌 보면 스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니 괴로울 법도 할 일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뛰어난 스승과 아비의 명성에 짓눌려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기도 했으니, 괜한 염려는 아닐 것이다.
하여 일부 조한과 가까운 지인들이 이에 대해 걱정을 하였으나, 조한은 그때마다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대는 하늘을 두고 질투를 하란 말인가? 오히려 그분을 만에 하나라도 닮고자 하는 나로서는 그분과 연관이 된 별호를 얻었다는 것이 그저 민망할 뿐이네.”
이에 많은 이들이 감탄했다.
만약 이 같은 시대가 아니었다면 능히 자타공인할 천하제일인이 되었을 이가 조한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오만해질 법도 하건만, 그 같은 겸손을 보이니 그 무공만큼이나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겸손 따위가 아니었다.
그는 대종사의 경지에 이르렀고, 하여 그가 본 스승의 경지는 그 하늘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무신과 무왕.
이 두 사제로 인해 중부대륙에 이른 난세는 빠르게 그 끝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제 이 중부 대륙에 남은 왕들은 수왕과 토왕 둘뿐이었다.
당연히도 이들 또한 얼마 가지 않아 다른 혈교의 왕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무신이 수왕을 무왕이 토왕을 토벌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마검과 같은 여러 절대 무인들이 혈교의 십군을 베고 넘느라 제법 험한 여정을 넘어서야 했지만, 그 성과를 생각하면 대단히 큰 이득이었다.
그렇게 중부 대륙에 이른 난세가 끝이 났음에 모두가 크게 기뻐했으나, 이들은 여전히 쥐고 있던 창칼을 내려놓지 않았다.
“무너진 혈교의 체제로 인해 북부 대륙 전체가 혼란을 겪고 있다 하더군. 그들이 다시 자리를 잡기 전에 서둘러 움직여야겠지.”
“때렸으면 이제 맞을 차례인 거지.”
모두가 아는 것이다.
이 난세가 일게 한 근원을 지우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그 끔찍했던 난세가 다시 시작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다행히 그 종결을 지을 전장이 자신들의 대륙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들은 안도를 표했다.
그렇게 짧다면 짧은 한 달 만에 중부연합은 본격적인 북부 대륙을 침공의 준비를 끝마쳤다.
* * *
수백 년의 시간을 넘어 마침내 혈마와 다시 조우하게 되었다.
내가 그를 알아보듯이 그 또한 나를 알아보았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이 그도 나도 별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죽이고자 하는 살의만이 있을 뿐이었다.
북부대륙에서의 전쟁은 그야말로 성난 바다에 몰아친 태풍과도 같았다.
그들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풀 한 포기도 나지 않았을 정도로 군대는 무자비한 행보를 보였다.
대지는 두려움에 비명을 질렀고, 하늘은 그 참혹함에 눈을 감았다.
그러나 이 잔혹한 그들의 행보조차도 일말의 자비 속에서 이루어진 일에 불과했다.
북부연합에 의해 재산은 물론 가족과 친우마저 잃었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그 분노와 원통함은 저 하늘에 닿을 지경이니, 사실상 북부대륙 전체를 불태워 지운다고 한들 이해 못 할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그처럼 오직 자신의 길을 막는 적들만을 짓밟았던 것은 수많은 전쟁 영웅들이 한목소리로 그들을 진정시켰기 때문이다.
-저들 북부연합인들조차도 피해자에 불과하다…….
-모든 죄악은 저 혈교의 추악한 수작에서 이른 것이니, 우리의 진정한 적은 이들이다…….
-그대들의 분노와 원통함을 어찌 모를까? 나 또한 저들에 의해 스승을 잃었고, 자식과도 같은 제자들을 잃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죄 없는 자들에게 그 분노를 토해낸다면, 그대들을 짓밟은 악마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우리 앞을 막는 마귀와 그들에 홀린 자들만을 찢어 죽이라! 그들의 피를 마시고 그들의 시체를 씹어 먹으리라. 그리하여 저들이 사바의 세계조차도 못 가게 하라!
일부 극단적인 이들의 경우는 실로 잔혹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그들의 뜻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그들 덕분에 중부연합의 군대는 쓸데없는 살생을 벌이지 않을 수 있었다.
덕분에 군대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빠르게 진격하며 북부연합을 갈라내며 그 구성원들의 항복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다만 그 과정이 모두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그분이 오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아니, 우리는 최후의 순간까지 그분을 기리며 따를 것이다.”
제법 큰 두 나라가 강력하게 저항을 한 것이다.
그렇게 큰 전쟁이 벌어졌다.
수많은 이들이 죽어 나갈 큰 전쟁이었지만, 중부연합의 군인들 중 이를 두려워하는 이들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을 모조리 죽일 수 있다는 것에 크게 기뻐할 뿐이다.
“참으로 참혹한 광경입니다.”
조한은 그 거대한 전쟁, 아니, 학살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을 전장을 앞에 둔 채 스승을 바라보았다.
그 제자의 시선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는 바가 아니었던 장일이지만, 그는 끝내 이들의 전쟁을 막지 않았다.
‘복수심에 이른 저 전쟁의 광기는 오히려 누르면 누를수록 더 튀어나올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흘려야 할 피라면 여기서 모두 흘리기를 바랄 뿐이다.’
이러한 장일의 생각은 다른 정파의 인사들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일부 젊은 무인들은 참혹한 행사라면 몸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대부분이 장일의 행보와 다르지 않은 길을 걸었다.
그렇게 역사의 흔적을 찾기 힘들 만큼 부서지고 으깨진 두 나라 덕분일까?
그제야 군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여전히 마음속에 타오르는 복수심이 잠재워지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억울한 심정은 풀어낸 것이다.
이러한 두 나라의 희생은 중부연합에게만 이득이 되지 않았다.
혈교 또한 그들로 인해 시간을 벌게 되었고, 어느새 체계를 갖추었다.
물론 그것으로 기세가 오른 중부연합을 막을 수 없었으나, 마침내 모습을 보인 한 일인에 군은 그 진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혈마. 그가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끝내 부활한 것이다.
그렇게 부활한 혈마는 다른 십왕들이 그러했듯이 그 끔찍했던 과거의 기록을 한참을 뛰어넘은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개 같은 그가 곧 율이구나! 이런 괴물이 나오는 것을 허락하다니 하늘도 제정신이 아니군.”
혈마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흉성(凶星)을 살피던 법존은 그와 같은 경악을 보였다.
그러한 두려움을 보인 이는 법존만이 아니었다.
법존만큼은 아니나 정통의 도술을 잇고 있는 천군(天君)이나 이외 뛰어난 대술사들이 그를 알아보고 멸망을 마주해야 했다.
그들이 흔들리니 자연스레 그 강성한 기세를 내보이던 군 또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도 본능적으로 안 것이다.
자신들이 진격한다고 한들, 저 악신 하나를 어찌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장일이 나선 것은 그때였다.
-우우웅!
그때까지 북부의 전쟁에 관여하지 않았던 그가 처음으로 맞이한 위기 앞에 그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 청명하기 그지없는 검명은 두려움에 젖어 든 이들의 마음을 베듯이 바로 세워주었다.
“관세음보살.”
불왕은 대번에 사람들의 불안을 잠재운 장일의 재주에 불호를 입에 담아야 했다.
그 검명이 과거 자신이 그에게 준 사자후를 응용한 것임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장일이 사자후를 12성 대성하였음을 말한 것이었고, 그것은 곧 그가 부처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했다.
-후웅. 탁!
그렇게 사자후를 응용해 크게 전장을 뒤흔들던 검은 어느새 그쳐지더니, 이내 크게 날아올랐다. 그렇게 날아오른 검의 위에 장일이 올라섰는데, 그 모습이 마치 민화에서 이야기하는 검선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 거대한 전설 앞에 모든 이들이 숨을 참으며 바라보았다.
그렇게 수십 만에 달하는 시선이 그 하나에게 향했으나, 평소와 달리 장일은 그 시선을 느끼지 못했다.
그 시선은 물론 그의 모든 감각이 혈마에게 향해 있었던 탓이다.
-후우웅!
그 주인의 마음을 안다는 듯 그를 태운 검은 순식간에 저 너머에 있는 혈마에게 나아갔고, 훗날 신마대전(神魔大戰)이라 불리는 전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