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08
분신으로 절대무신 108화
본래 장일과 혈마 사이의 거리는 수십 리에 달했으나,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의 존재를 자각했다.
다만 그 이유는 달랐다.
장일이야 10년 전부터 이 순간을 위해 달려왔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에 반해 혈마가 장일의 존재를 자각한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신 율 때문이었다.
그의 신 율은 말하였다.
‘어째서일까? 온은 어째서 자신의 정체성마저 희생하면서까지 나의 일을 막아서려던 것일까?’
그것은 실상 무의미한 일이었다.
아니, 대단히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로 인해 그의 대리자 혈마의 부활이 늦어졌지만, 그가 희생한 정체성은 결코 복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율의 의문은 그의 대리자가 마침내 부활하면서 알 수 있게 되었다.
신을 죽일 수 있는 자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그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온은 성녀를 통해 그 존재를 알아보았던 것이고, 하여 그에게 시간을 벌어주고자 스스로의 정체성마저 희생한 것이다.
율은 뒤늦게야 온의 수작을 알았으나, 그러나 그는 오히려 이 일을 기뻐했다.
‘그를 죽여라! 그가 가지고 있는 격을 삼키어라!’
그는 세상의 모든 인간을 자신의 종으로 만들라는 명령에 앞서 그와 같은 명령을 혈마에게 내렸다.
혈마는 그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었으나, 그가 있는 전장에 도착한 순간 알게 되었다.
살심이 끝없이 불타오르며 그의 검게 물들어진 영혼을 불태웠다.
이제 그의 눈에는 그밖에 보이지 않았으며, 그를 죽이는 것만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가 느끼고 고통이 전염이라도 되는 것일까?
혈교의 모든 이들이 신음을 흘리며 몸을 숙였고, 이는 저 멀리 진형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두려움을 주었다.
장일이 나선 것은 그때였다.
그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혈마는 미소를 보였다.
-쿠우우웅!
검붉은 기류가 혈마를 뒤덮는가 싶더니 이내 그의 몸 또한 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장일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먼저 움직인 것은 장일이었지만, 선공은 혈마였다.
-후르르르릉!
혈마가 손을 뻗자 검은 피로 물들어진 기류가 강물처럼 쏟아졌다.
그를 맞이하는 장일의 눈빛이 흔들렸다.
‘비교가 되지 않는군!’
과거 그가 상대했던 혈마장은 감히 이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불존의 천수여래장으로 비켜 흘릴 수 있는 나름의 상식의 선 안에 깃든 것이었다.
아니, 당시 십팔존이라면 나름의 비기를 펼쳐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데 저것은 그런 것이 가능한 형태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재앙이라 할 만한 힘이었으며, 여느 누가 그 자리에 있다고 한들 그 일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도가의 검을 얻고자 한 것은 이러한 혈마의 힘을 알았기 때문이겠지.’
본 역사의 자신이 왜 그 같은 행보를 걸었는지 알게 된 장일은 그가 그랬던 것처럼 검을 펼쳤다.
-스스스슥!
그와 함께 도도하게 쏟아지던 혈마장이 갈라졌다.
그의 검기가 혈마장을 갈라낸 것이다.
-치지지직! 쿠르르릉!
수십 가닥으로 쪼개졌음에도 혈마장의 기류는 터무니없는 모습을 보였다.
땅을 불태우기도 바위를 뭉개버리기도 했다. 일부는 대기를 뜨겁게 태우기도 했으니, 이만 보아도 본 혈마장의 힘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일검으로 혈마장을 갈라 낸 장일이었지만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펼친 검기에는 천둔검법의 정수가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혈마장은 지워졌어야 했는데, 그 힘이 버거워 겨우 갈라내는 것으로 끝낸 것이다.
“이마저도 태극을 담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본래의 천산진인이 남긴 천둔검법은 이를 수십 가닥은커녕 잘해야 서넛 가닥으로 갈랐을 것이다.
이를 보면 본래의 역사에서 장일은 혈마와 대단히 어려운 싸움을 했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일검으로 혈마장을 갈라낸 장일은 이내 수많은 변화를 검에 담아 펼쳤다.
-사사사사삭!
한순간 수십 개의 무형의 검기가 혈마에게 몰아쳤다.
그것은 과거 살왕의 사지를 찢고 그의 육신을 갈라내었던 검기와도 같았다.
그런 검기가 하나도 아닌 수십 개가 혈마에게 몰아쳤으나, 혈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그 어떤 검기도 혈마의 육신에 닿지 못했다.
-부르르르륵!
혈마의 육신에 닿기 일 척에 이르렀을 때, 마치 무언가에 빠져들 듯이 그 힘을 빠르게 잃어버렸던 것이다.
과거 십팔존으로 하여금 수많은 절망을 느끼게 했던 혈마벽이었다.
그것이 그의 높아진 존재감만큼이나 차원이 달라졌으니, 아무리 천둔검법이라고 한들 닿을 리 없었다.
-휘잉.
겨우 그의 머리카락 몇 개를 건드릴 뿐이다.
그러나 장일은 그 모습에 절망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닿는구나.’
장일은 마침내 본래의 자신이 혈마를 어떻게 잡을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장삼풍이 만든 태극검법과 천산진인이 남긴 천둔검법은 누가 더 뛰어나다고 하기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태극을 담은 장삼풍의 태극검은 무위자연에 치중한 만큼 보신에 크게 우위에 있었다.
내기를 쌓을 수 없는 장삼풍이 만든 것이니 당연한 모습인지 모른다.
그러나 보신에 치중하다 보니 태극검법에 이른 검기는 공세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힘이 부족한 것이다.
애초 내기를 다루지 않은 자가 그 같은 검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말이 되지 않은 것이니 사실 단점이라고 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천산진인의 천둔검법은 무위자연에 치중하기보다는 인과의 그물을 흔들어내는 데 치중했다.
말하자면 그 대상을 가르고 멸하는 데 치중된 검이었다.
장일은 이를 알았고, 이내 검을 휘둘렀다.
-사아아악!
이에 무형의 검기가 다시 혈마를 노렸으나, 이번에는 전과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피잇!
수십 개의 검기로도 겨우 바람 한 줄기가 닿았던 전과 달리, 혈마벽을 뚫고 타격을 입히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래 보았자 피륙을 살짝 갈라내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의 검기가 직접 닿았는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이었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대충 어떤 식의 싸움이었는지 알 수 있겠군.”
상당히 힘든 싸움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지금처럼 홀로 상대한다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고, 그가 키운 제자들과 수많은 이들이 희생을 동반했을 터였다.
바로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서다.
장일은 혈마를 만나기 자신의 품속에서 떨리고 있는 존재를 느꼈다.
그것은 아주 작은 목함이었고, 이는 과거 성녀가 죽기 전 그에게 남긴 유품이기도 했다.
목함에는 신을 죽여 신살이라는 신성을 얻은 칼의 한 조각이 있었다.
장일은 이 한 조각의 칼날이 혈마의 심장을 관통할 기회를 노렸을 것이고, 그 수많은 희생 끝에 그는 이를 이루어냈을 거였다.
혈마벽 너머로 검기가 통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있었다.
-크르르릉!
그러한 본 역사의 위기를 직감이라도 한 것일까? 혈마는 자신의 피륙을 가른 장일에 크게 분기를 토해냈다.
동시에 좀 전과 비교되지 않는 혈마장이 끝없이 쏟아졌다.
마치 세상을 지워버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일대는 검붉은 빛으로 물들어졌다.
-스스스슥!
그 대재앙 속에서 장일은 흔들림 없이 칼을 잡았다.
그리고 그의 검에서 일어난 태극은 그를 짓누르는 혈마장의 위압을 어렵지 않게 지워내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혈마장을 끝없이 쪼개고 흩뜨렸던 것이다.
-피이익!
아니, 단순히 혈마장을 지워내는 것을 넘어 그 만들어낸 작은 틈 사이로 검기를 펼쳐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혈마의 피륙을 갈랐던 것인데, 이번에는 좀 전보다도 확연히 크고 긴 혈선을 만들어냈다.
혈마벽이나 혈마장이나 그 힘의 근원은 같다 보니 혈마장을 펼쳤을 때 혈마를 휘두른 혈마벽은 옅어질 수밖에 없어 생긴 일이었다.
“…….”
섬뜩함을 느낀 혈마는 몸을 물렸고, 장일 또한 어느새 남은 혈마장을 모조리 흩뜨리는 데 성공하며 몸을 물렸다.
물러선 장일은 자신의 핏물에 옷을 적시고 있는 혈마를 보며 아쉬움을 보였다.
혈마의 방심 속에서 펼친 일검의 결과가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못해서다.
“그래도 이만하면 탐색전치고는 나쁘지 않다.”
그의 말대로 장일도 혈마도 자신의 힘의 일부를 보였을 뿐이었다.
과거 십팔존이 혈마를 상대하는 데 크게 애를 먹인 것은 혈마벽 때문도 있지만, 가장 위협이라 할 것은 역시나 혈마독이다.
율의 대리자답게 혈마가 다루는 혈마독은 그들이 알던 것과는 아예 존재 자체가 달랐다.
그 자체로 생명체처럼 움직여 저주를 흘리며 적을 살라 먹던 것으로, 그것은 한 번 닿은 존재를 죽기 전까지 괴롭히며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사신이 그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혈마를 상대하던 십팔존 중 죽은 이들 대다수가 바로 이 혈마독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한 것을 생각하면 혈마독이야말로 혈마의 가장 큰 무기일 것이다.
-끼기기기기!
혈마는 본격적으로 혈마독을 풀어내기 시작했고, 이에 하늘과 땅이 두려움에 울부짖었다.
마치 혈마장으로 일대를 뒤덮었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경고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흥!”
그 재앙을 앞두고 장일은 코웃음을 흘렸다.
동시에 그의 검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또한 본격적으로 자신이 숨긴 진짜를 내놓고자 한 것이다.
이전까지의 그의 검이 본 역사의 자신이 할 수 있는 무검의 끝이라면, 지금부터 그가 펼친 검은 인과마저 지워 버리는 검이었다.
바로 유검을 검에 담기 시작한 것이다.
정확히는 장삼풍이 만들어낸 태극검에 유검을 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장삼풍이 마지막 황제를 죽이는 데 사용한 역태극의 무리였으며, 그보다 크게 한발 더 나아간 형태였다.
그와 같은 이치 속에서 유검이 일어나자, 장일은 큰 부담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육신이 원영신에 준하였다고 하지만 여전히 유검은 구음의 막대한 진기를 소모하는 만큼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나 역태극 속에서 펼쳐진 유검은 그 힘은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부담은 열에 하나 정도로 줄어들게 했다.
장일이 혈마의 권능이라 할 수 있는 혈마독을 앞두고 코웃음을 흘린 것은 이런 이유여서다.
유검을 일으킨 장일은 혈마를 향해 나아갔다.
당연히도 그를 노리고 있던 혈마독이라는 거대한 사신의 낫이 그에게 다가왔다.
확실히 혈마독은 장일의 태극마저도 감당하기 벅찰 정도였으나, 정작 그것이 장일에게 닿자 나타난 결과는 놀라웠다.
-퍼버버벙!
마치 혈마의 혈마벽처럼 혈마독이 장일에 닿기 이전 뿌연 우윳빛의 무언가가 그것을 멸해 버린 것이다.
아마 혈마가 일으킨 혈마독이 거신을 연상케 할 정도로 거대하지 않았다면 그 파장조차도 일지 않았을지 모른다.
비교하자면 손 하나를 잃어버린 셈이던 혈마독이었지만, 그럼에도 과거의 악명대로 혈마독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집요하게 그를 노려댔다.
덕분에 장일 또한 나아가는 일을 멈추고 그를 상대해야 했으며, 혈마는 그를 놓치지 않고 혈마장을 펼쳤다.
-우르르릉!
그렇게 다시 시작된 혈마와 장일의 전투에 하늘과 땅은 감당하기 힘들다는 듯 비명을 질러댔으나, 그들의 전투는 끝을 모르듯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