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09
분신으로 절대무신 109화
“내,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아미타불!”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광경에 법존은 넋을 잃었다.
그 정도의 차이일 뿐 불왕 또한 그를 바라보는 심정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간 불왕은 온전히 내상의 회복에 전념을 다하였다.
내버려 두었던 내상의 뿌리가 깊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혈마와의 마지막 일전을 준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장일이 홀로 그를 상대할 수 있다고는 하였으나, 상대는 신의 대리자였다.
과거에도 혈마는 반신이라 해도 다르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냈으니, 과거와 격이 달라진 여느 십왕을 보았을 때 혈마는 이제 신에 한 층 더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도 그런 존재는 사람이 어찌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이 늙은이의 보잘것없는 목숨이나마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살왕을 통해 나한도법의 효용성을 이미 입증한 바였던 그였다.
다만 살왕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반발력을 각오해야 했으나, 이는 불왕에게 있어 문제라고 할 것도 아니었다.
2차 혈마대전이 시작되면서부터 그는 자신의 몸을 불사르고자 결심을 한 바였으니, 그 끝에 이르는 데 한 점 도움이 된다면 그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목숨을 던질 것이다.
그것은 장일의 제자 조한도 마찬가지였으며, 이 외에도 여러 정파의 인사들이 그와 같은 뜻을 품었다.
사파의 인사들도 그 뜻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장 그 괴팍하다는 법존부터 나서고자 했으며, 장일의 도움으로 자신의 귀한 혈손을 구한 무존 또한 과감하게 나아갈 마음을 다졌다.
이외에도 여러 반박귀진의 고수들이 자신의 수하들과 함께 결사의 각오를 다졌다.
이들도 아는 것이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저 터무니없는 괴물을 그 혈마를 죽이지 못할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들은 무신이라 불리는 장일을 중심으로 뭉쳐야 함을 알았고, 하여 누가 할 것 없이 이 혈마와의 마지막 일전에 함께하고자 했다.
그랬던 그들의 결심이 흐트러지기 시작한 것은 검을 타고 날아간 장일과 그에 맞서 펼쳐진 혈마의 첫 일격에서부터였다.
나한도법을 다루는 불왕 정도라면 모를까? 무왕 혹은 무존 정도의 인사도 그 혈마장을 막아서기라 힘들 일이었다.
한데 그 같은 재앙을 장일은 단 일검에 막아섰다.
아니, 막아섰을 뿐 아니라 바로 반격에 이르렀으며, 이후 펼쳐진 그들의 공방에서 모든 이들이 말문을 잃고 말았다.
“과연 내가 저 전투에 끼어들 수 있을까?”
“본좌에게 하여금 이처럼 무력함을 느끼게 만들 줄이야!”
절대 강자로서 강호에 군림하던 자신이 이 전장에서는 보좌하는 것조차도 버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자 그 충격은 확실히 대단했다.
-물러나라!
-진형을 뒤로 물린다!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것은 그들만이 아닌 모양이다. 그야말로 신과 악마의 싸움에 두려움을 느낀 중부 연합은 군을 물리기 바빴다.
겨우 두 존재의 싸움에 수십 만에 이르는 군이 물러났다는 것은 과한 일이 아닌가 싶을지 모르나, 그를 물리는 장수도 물러서는 병사들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나름의 질서 속에서 진형을 물리던 군은 얼마 가지 않아 혼잡함을 느껴야 했다.
-쿠르르릉!
신마의 전투가 잠시 소강되는가 싶더니 이후 차원이 다른 전투가 펼쳐졌던 탓이다.
“지금까지 탐색전에 불과하였다는 건가!”
“…….”
강호인들도 병사들도 경악을 금치 못한 얼굴로 전장을 뒤흔들고 있는 전투를 바라보았다.
이제 저 전투의 결과에 따라 자신들의 운명이 정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그들로서는 그야말로 피가 말릴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퍼버버버벙!
혈마의 손짓에 검붉은 빛이 일렁이더니 수십 장에 달하는 대지가 초토화되었다. 그 뒤를 이어 혈마독이 매서운 기세로 대기를 불태웠다.
어느새 팔다리를 잃은 혈마독이었지만, 그 기세만큼은 죽지 않아 그 위협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르륵!
그러나 그때마다 혈마독은 자신의 일부를 잃어버렸으며, 혈마가 다루는 피의 권능도 진정 그 노리는 장일에게는 피해를 주지 못했다.
장일이 펼친 역태극에서 이른 유검이 그 모든 것을 가르고 멸한 덕분이었다.
이처럼 혈마의 무시무시한 공세는 장일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으나, 아예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하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역태극을 통해 펼친 유검의 부담이 적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예 없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혈마는 율과 반쯤은 합일을 하면서 그야말로 무제한으로 힘을 발휘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한 것은 그였다.
한데도 지금의 전투가 유지될 수 있던 것은, 연대구품의 활약이 컸다.
비록 공간을 부수고 멸하는 힘이라 쉽사리 들어설 수 없었지만, 무지막지한 혈마의 공세에서 최소한의 힘으로 그를 막아서게 하는 것은 가능했다.
연대구품의 활약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나도 아닌 아홉의 잔영을 만들어내며 주변을 어지럽히니 혈마 또한 힘의 집중보다는 지금처럼 그 공간을 지우는 광범위한 공격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확실히 혈마가 유리한 것을 확실했다.
그럼에도 장일은 무리하게 일을 벌이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을 알아서다.
그는 아주 천천히 혈마가 펼치는 공격 형태를 파악해 나가고 있었다.
아니, 파악해 나가는 정도가 다가 아니었다. 그는 연대구품을 통해 혈마가 다루는 힘의 흐름을 의도해 나갔다.
이러한 장일의 의도는 비유하자면 돈을 빌려주어 이자를 불리고 있는 것과 같았다.
겉으로 본다면야 장일이 손해지만, 속내는 혈마 그 자신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그 공격 형태를 굳히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단 한 번이면 충분하다.’
비록 그 한 번의 공격이 혈마를 죽이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치명상을 줄 수 있었다.
아마 그때가 되면 혈마는 장일의 수작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때부터는 장일이 이 전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니, 그의 뒤늦은 깨달음은 별다른 의미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그렇게 반나절이 흘렀을 때쯤.
장일은 마침내 붙기 시작한 이자가 그 목적을 코앞에 두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장일은 놓치지 않았다.
그가 혈마의 무의식의 영역에서 유도해 만들었던 미세한 틈을 한순간에 잡아 몰아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콰가가강! 쿠르르릉!
수많은 검기가 한순간 그 빈틈을 파고들었다.
천둔검법의 묘용을 담은 검기였기에 그것은 뒤늦게 막아선 혈마벽을 가르며 들어서 혈마를 갈라내기 시작했다.
-피피핏! 피핏!
그렇게 한순간 수십 개의 자상이 혈마의 육신에 남게 되었다.
하지만 혈마벽에 의해 크게 힘을 잃은 검기였고, 혈마 그의 육신은 과거 장일이 상대한 이무기보다도 더 터무니없었기에 겨우 피륙을 가르는 정도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 한 번의 기회를 노리고자 그간 이자를 붙이며 희생하던 장일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진짜는 그게 아니었다.
-스으윽!
장일이 진짜로 노린 것은 그로 인한 혈마의 신경분산이었으며, 그것으로 그는 연대구품을 통해 진정한 일격을 가할 수 있었다.
-스륵!
그의 검에 이른 우윳빛의 일부가 마침내 혈마에게 닿았고, 이후 혈마는, 아니, 율은 감히 상상치 못한 고통을 마주해야 했다.
-카아아아악!
팔 하나가 통째로 날아간 것이다.
그러나 그 고통의 주체는 팔 하나를 잃어 일어난 고통이 아니다. 바로 유검에 깃든 구음이 그의 신경을 갉아내고 있었다.
-쿠르르릉!
그 고통에 분노한 혈마가 세상을 지워내기라도 할 것처럼 주변을 초토화하고 있었지만, 그가 정작 노리려 하던 장일은 이미 백 장 너머로 몸을 뺀 상태였다.
“으음!”
다만 그렇게 몸을 뺀 장일의 안색은 그렇게까지 좋지 못했다.
그 모든 상황이 자신의 생각대로 이루어졌음에도 그러한 것은 그 찰나의 순간 혈마가, 아니, 율이 그에게 혈마독의 일부를 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율에 한층 가까워진 혈마였고, 그가 다루는 혈마독은 검존이던 당시 그를 고생시켰던 것과 비교조차도 되지 않을 만큼 매서웠다.
다행히 그의 구음이 혈마독이 들어서기 무섭게 제압해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했으나, 이를 완벽히 몰아내어 멸하는 데에는 시일이 걸릴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것은 별다른 변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율이 그에게 혈마독을 심었다면 그 또한 역태극의 무리로 풀어진 구음이라는 독을 풀었다.
무엇보다 장일은 검존을 통해 그를 대체할 방도가 있지만, 그는 그에 대한 면역의 방도를 알지 못했다.
-스르륵!
장일은 미쳐 날뛰는 혈마의 공세를 강제로 파고 들어갔고, 끝내 또 하나의 치명상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그때마다 그의 구음이 혈마를 불살랐으니, 이러한 장일의 공세는 혈마에게 악순환을 가져다주었다.
어느새 너무도 많은 피를 잃어 하얗게 질려버린 혈마의 몰골은 참으로 눈을 뜨고 보기도 어려울 만큼 참담해진 상태가 되었다.
사지 중 셋을 잃었고, 양쪽 허리는 뭉텅이로 날아갔다.
보통은 이 같은 꼴이 되기도 전에 숨을 거두고 말 테지만, 이미 인간의 탈을 벗어난 혈마는 달랐다.
-쿠르르릉!
그 참담한 몰골에서도 불왕을 위협할 힘을 거침없이 뿌려대는 것이다.
“흥!”
그것이 마지막 발악임을 알기에 코웃음을 치던 장일이었지만 사실 그의 안색도 그리 좋지는 못했다.
빠르게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무리하게 혈마의 공세를 파고들다 보니 잡아두었던 혈마독의 일부가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원영신에 가까운 그의 육신이었다 보니 버티고 있었지만, 여느 이였다면 이미 혈맥이 손상당하고 내장마저 썩어버렸을 것이다.
“정말 징글맞군. 이만 죽어라!”
장일은 발악을 하는 혈마의 공세에 이른 틈 속에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퍼어엉!
요란한 소리와 함께 혈마의 상체가 터져 나간 것이다.
심장에 파고들던 역태극의 기운을 품은 검기가 폭발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마침내 힘겨웠던 싸움이 끝이 나게 되었던 장일이었지만 그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
바로 혈마를 잡기 무섭게 모습을 드러낸 시스템의 알림 때문이었다.
[신성을 품은 존재를 죽였습니다.] [존재감이 상승합니다.] [50카르마를 축적합니다.]‘성녀의 말대로였다.’
성녀의 말대로 드높은 존재감을 지닌 그가 혈마를 죽이자 온 또한 소멸한 것이다.
또한 황제를 죽이면서 예상했던 대로 그의 존재감 또한 상승했는데, 다만 카르마를 얻을 수 있을지는 생각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군.”
세상의 어둠의 일부를 관하던 신성이 죽은 것이다. 그 파장이 적을 리가 없었다.
“한데 50카르마라. 새삼 후보자 후보를 죽이는 것이 얼마나 큰 이득인지 알 수 있겠군.”
혈마에 비해 한참 미치지 못했던 황제를 죽이는 데 무려 500카르마를 얻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 차이는 너무도 명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