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61
분신으로 절대무신 161화
‘끝까지 발악을 하는구나!’
한 걸음. 단 한 걸음이었다.
천마는 단 한 걸음을 앞두고 자신을 어떻게서든 막아서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처음 역천을 행하기 시작했을 때와 다름없이 연약한 새처럼 떨어대던 그때와 같은 하늘이건만, 지금 그가 보는 하늘은 달랐다.
마치 오만한 자의 말로란 그처럼 어리석은 것이라는 듯 하늘은 그를 비웃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하늘을 바라보던 천마의 시선은 다시금 겨우 한숨을 돌리고 있는 장일에게 향했다.
그를 본 순간 천마는 알 수 있었다.
그와 자신 사이에 엮인 인연의 끈이 지독할 만큼 꼬여 있음을 말이다.
‘분명 나의 전생과 연관이 있는 자다.’
처음 부활에 성공하였을 때 천마는 한없이 불안한 존재였다.
스스로의 정체성조차도 미약하기만 했던 과거의 기억이라고는 한 점도 없던 존재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천마라는 이름에 걸맞은 존재로서 올라설 수 있던 것은 모든 것을 버린 끝에도 끝내 버리지 않았던 하나 때문이었다.
‘구음…….’
부활 당시 천마는 단 한 점의 구음을 품고 있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그는 단숨에 마교를 집어삼켰다.
이는 모두 그가 품은 구음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아본 그가 그를 지독하게 탐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수적인 일에 불과했다.
세상을 구성하는 구음을 온전히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의 끝없을 듯한 탐욕도 결국 끝을 맞이하리라.
이를 위해 그는 과거 천마가 다루었다는 천마심법을 재현했으며, 그를 넘어 천마신공을 만들기까지 이르렀다.
거기에 이르자 자연스레 하늘도 땅도 그에게 굴복했다.
그가 탐하고자 하던 것 중 하나이던 역천이 이루어진 것이다.
자연 세상은 혼탁해졌고 붕괴된 질서 속에서 과거 사라졌던 혼돈 속의 존재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잊혔던 대요괴들이 날뛰기 시작했으며, 그 뒤를 이어 과거 문헌 속 뒤로 사라진 신비들이 재현되었다.
그 신비들은 저마다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천마를 죽이고자 달려들었는데, 그때마다 꺾이고 죽음을 마주한 것은 그 신비들이었다.
“너의 발악은 나를 강하게 할 뿐이다.”
천마는 자신에게 신비적 존재들을 보내는 하늘을 보며 그와 같이 단언했다.
아마 그가 다루던 힘이 구음이 아니었다면 천마라고 해도 막막했을 것이다.
그러나 구음을 바탕으로 한 파천지기는 그 신비들을 모두 먹어치우기에 충분했고, 그때마다 그가 다루는 구음의 수준은 크게 늘어났다.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그가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신비를 쫓기 시작한 것은 말이다.
본래라면 동역을 완전히 뭉갠 뒤에야 찾았을 서역을 일찍이 찾은 것도 그 이유였고, 그렇게 그는 힘을 탐하기 위해 길고 긴 여정을 이어갔다.
그렇게 마침내 서역의 모든 신비를 손에 넣고 남은 동역의 신비들을 차지하러 온 천마였다.
천지회라는 듣도 보도 못한 단체의 회주가 날뛴다는 소리에 천마는 그가 동역의 신비 중 하나라고 여겼다.
하여 그를 시작으로 다시 여정을 이어가려 달려왔건만, 하늘은 마치 이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였다는 듯 생각지 못한 존재가 그를 막아섰다.
천마는 하늘이 그를 막기 위해 불러들인 장일을 앞에 두고 잠시 이성을 잃고 말았다.
그가 평생을 끌어모았던 격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격을 지닌 존재를 만났으니 어찌 탐욕이 일지 않을까?
천마는 장일을 삼키기 위해 날뛰기 시작했다.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이 하찮게 여기는 장일이었기에 본래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격을 태워 힘을 얻는 일까지 벌였는데, 그럼에도 천마는 장일을 삼키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 대법을 위해 키웠던 백마귀에게까지 손을 벌렸던 천마였지만, 오히려 그것이 최악의 한 수가 되어 돌아왔다.
-쿠르르릉!
저 멀리 검은 구름 너머로 울려대는 천둥소리가 마치 하늘이 그를 비웃는 듯한 소리로 들렸기에 천마는 고통에 힘겨워하면서도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이대로 끝일 것 같은가! 난 천마다!”
그 일갈과 함께 천마는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르기 시작했다.
소화시키지 못했던 격을 넘어 자신이 품었던 격마저 태워서라도 지금 그에게 몰아치는 하늘의 조롱을 치워버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쏴아아아!
이에 놀라기라도 한 것인지 하늘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빗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돌아버리겠군.”
쏟아지는 빗물 너머로 천마가 마신으로서의 변모하는 모습을 본 장일은 질려버렸다는 듯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안 그래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몰아치는 천마의 파천의 힘이 최소 배 이상은 상승한 듯 보였으니 이를 막을 수 있을지 막막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 막막한 심정과는 달리 어느새 그의 검에는 천부경에서 이른 신령스러운 기운이 가득했다.
기운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흐름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천부경은 우주의 탄생과 죽음을 수로 풀어낸 것이었고, 그의 검은 그 수를 재현하는 것이었으니 그 과정은 그 수를 풀어내는 흐름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천마의 파천의 힘은 거짓말처럼 반감되고 또 반감되어 끝내 흐름 속으로 사라졌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른 일부 힘의 반발이 장일을 뭉개버릴 듯한 고통을 주기는 했으나, 수많은 아수라장을 넘나들었던 그가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우우우우웅!
그러나 이번만큼은 장일도 눈앞이 아찔해지며 순간 정신을 잃을 법한 위기를 마주해야 했다.
말 그대로 한순간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힘이 그에게 쏟아졌으니, 아무리 천부경의 흐름을 풀어내고 있다고 한들 그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아.”
겨우 의식을 잃지 않고 퍼부어지는 파천의 힘을 풀어낼 수 있었던 장일은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아마도 본래라면 이런 한숨을 쉴 틈도 없었겠지만, 무슨 일인지 천마에게 별개의 일이 생기면서 그 흐름이 잠시 끊긴 것이다.
일마귀가 천마에게 남긴 신살을 띈 혈마독 때문이었지만, 사정을 모르는 장일로서는 그저 하늘을 볼 뿐이었다.
‘너무 무리를 하는 게 아닌가? 모르겠군.’
장삼풍을 통해 하늘이 배척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던 장일이었기에, 반대로 그는 하늘이 자신을 향해 온 힘껏 돕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마 본래라면 그렇다고 한들 그리 달라진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서역에서 신비들을 죽이고 존재감을 쌓은 천마는 터무니없는 존재였다.
아마 그 하나가 아닌 넷이 모두 덤볐다고 한들 승산은 2할을 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은 흩어졌고 그로서 홀로 천마를 상대하게 되었지만, 그렇기에 장일은 자신할 수 있었다.
‘승산이 두 배 이상으로 올라갔다.’
바로 저 차원 너머에서 얻은 천부경을 다루는 방도를 깨우치게 되면서였다.
홀로였다면 결코 깨닫지 못했을 천부경의 이치는 파천의 힘을 흩어내면서 자연스레 그 흐름을 깨우치게 된 것이다.
마치 이론 대신 실전에서 배우듯이 지금의 그가 그러했고, 당연히 파천의 거세어질수록 그 깨달음은 더욱 커져갔다.
그리고 조금 전 그에게 몰아친 그 터무니없던 파천의 힘에 장일은 그제야 천부경의 마지막 흐름을 엿볼 수 있었다.
‘한 번인가……?’
현재 그의 육신은 망가진 지 오래였다.
사지 중 둘이 날아갔으며, 그중 하나조차도 불구나 다름없는 처지가 되었다. 검을 든 오른손 하나만이 멀쩡할 뿐인 것이다.
이마저도 그가 북명신공을 깨우치지 않았다면 그의 내부는 그 터무니없는 파천의 힘에 산산이 찢겨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북명신공을 통해 끝없이 구음을 보충하여 아슬아슬하게 망가지지 않았다.
그러니 한 번이었다.
단 한 번 그가 깨우친 천부경을 풀어 천마에게 일격을 가할 기회는 한 번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리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한들 천마를 죽일 수는 없을 게 분명했다.
고작해야 그의 의식을 불명에 둘 정도일 것이며, 그 육신을 반으로 찢는다고 한들 지금의 천마라면 회복하고도 남았다.
-스르르릉.
그럼에도 장일은 서슴없이 마지막 일검을 날릴 뜻을 보였다.
물러선다면 어쩌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장일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하늘이 돕고 있었고, 그는 그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윽!
장일은 자신의 생기를 신살에 가득 담았고, 이내 검을 베었다.
백 수십 장 너머의 천마를 앞에 두고 허공에 하잘것없이 베어내는 그의 모습은 기괴했지만, 그 결과는 놀라웠다.
-파아앗!
장일의 유검으로도 갈라지지 않던 천마의 육신이 크게 뭉개지더니 이내 찢겨 큰 피 분수를 토해낸 것이다.
그 충격이 엄청났던 것인지 신살을 띈 혈마독에도 그저 신음을 흘릴 뿐이던 천마는 한순간 의식을 잃어버려야 했다.
-쿠우웅!
천마가 다시 의식을 차렸던 것은 땅에서 괴음이 일었을 때였다.
그 괴음을 따라간 시선 끝에는 이제 핏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장일이 있었다.
-크아아악!
그 모습을 본 천마는 짙은 허탈감과 분노에 휩쓸렸다.
이로써 그가 노리고자 했던 장일의 존재감을 얻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분노와 허탈감에 이성을 잃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장일의 마지막 일검에 그의 육신 또한 크게 망가져 있었기 때문일까?
본래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 벌어졌다.
-푸우우욱!
바로 칼 하나가 천마의 등을 뚫고 튀어나온 것이다.
그러나 천마가 정말 놀랄 일은 자신이 칼을 맞은 것에 있지 않았다.
“늦지 않았군.”
“!!!!”
천마가 놀란 것은 바로 자신의 몸을 꿰어낸 이가 바로 조금 전 핏덩이가 되어버린 장일이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그에 의해 엉망이 된 장일이 아닌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장일이자, 천마로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으아아악!
하지만 놀란 것은 잠시 그는 자신을 꿰뚫은 검이 그의 격을 그의 존재를 멸하는 것임을 알고는 이를 악물며 그를 밀어내며 장일을 노려보았다.
“네…… 네놈!”
“흥!”
경악과 분노를 담은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천마에 장일을 코웃음을 흘렸다.
앞서 죽은 장일에 비하면 그는 천마신공의 원본도 깨우치지 못했으며 천부경의 이치를 알지도 못했음에도 그는 태연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내 밝혀졌다.
-푸우욱! 서걱!
그가 그랬던 것처럼 두 개의 검이 각기 천마를 꿰뚫고 베어냈기 때문이다.
그의 뒤를 이어 거짓말처럼 도착한 두 장일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다.
천마의 심장이 부서지고 머리의 반이 날아간 것인데, 이는 천마가 망가졌기 덕분도 있지만 그보다 그 두 개의 검 또한 신살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스으으윽! 탁!
그럼에도 살아 있는 천마의 모습은 실로 기괴하다 못해 끔찍했으나, 그의 등을 꿰뚫었던 장일은 담담한 눈빛으로 앞서 죽은 장일이 지녔던 신살을 회수했다.
“그만 죽어라!”
-…….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그리 말하고는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것으로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가 쥐고 있던 신살과 함께 3개의 신살에 꿰뚫리고 베어졌던 천마가 한순간 지워져 버린 것이다.
마치 본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그러나 그의 소멸과 달리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