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24
분신으로 절대무신 24화
“후우…….”
그리움이라는 갈증을 못 이겨 이른 새벽에까지 사문을 방문했던 장일은 객잔에 돌아와서야 그 상기된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래도 입구까지 보고 와서인지 그 그리움은 조금은 희석되었던지라 얼마 가지 않아 그는 상기된 기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음이 진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안한 생각이 또다시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사문은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천검문을 꽃피우는 데 큰 일조를 하였던 장일이었으니 당연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지난 세월이 너무도 길었다.
그 걱정이 괜한 것이 아닌 게 그가 새벽에 보았던 사문의 입구도 과거 그가 보던 것과는 달랐다. 아니, 다른 정도가 아니라, 이미 몇 차례 부수고 다시 지은 흔적이 곳곳에 자리했다.
그 흔적들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사문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위기를 마주했고, 그를 극복하며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몇 줄의 기록으로 감히 평할 수 없을 만큼 그들은 있는 힘껏 사문을 지켰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이 분실했을 것이니, 그에 대한 기록이 분실되었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 장일이 후손들을 탓할 수는 없었다.
이런 생각에 장일은 내심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뻔뻔하게 버틸 걸 그랬던가?”
그는 이제 장신구 따위가 되어버린 과거의 자신의 검만을 맡기고 온 것에 후회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모든 건 정오가 되기 전에 이야기가 결정되겠지.”
그들이 자신을 기억한다면 그 전에 사람을 보내든 할 것이라 장일은 애써 불안함을 한편으로 치웠다.
그리고 그제야 장일은 이번에 다시 손에 넣게 된 자신의 유품들을 살폈다.
자신의 시신을 화장한 것을 끝으로 오추산을 내려왔을 때. 이미 날은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진 상태였다.
그는 늦은 시간에 어렵게 이 객잔을 잡아 따뜻한 음식으로 원기를 채우고 몸을 깨끗이 씻었다.
이후 간단히 운기행공을 통해 몸이 어느 정도 회복하자, 장일은 바로 사문으로 향했다.
뒤늦게 자신이 너무도 이른 시간에 찾아왔음을 인지했지만, 이미 그때는 그의 손이 문을 두드리고 있는 뒤였다.
결국, 돌아오게 되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맞추려면 지금 상태로는 안 되겠지.”
장일은 분신이 내상단으로 사용하던 영약 하나를 취하기로 결심했다.
그가 취하기로 한 영약은 검붉은 색을 띠어 적단으로도 불리는 것으로, 혈마대전에서 그의 친우가 된 독존(毒尊)의 가문에서 보낸 것이다.
그것도 매년 수십 개를 보내었는데,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독존이 독을 다루는 이의 마지막 경지인 독인에 오르는 데 장일이 큰 도움을 주자 그에 이러한 보답을 보인 것이다.
과거로부터 독존의 가문은 은원의 관계가 확실한 곳이라, 이들이 이처럼 보답하는 것은 마냥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런 가문에서 보낸 환단이니 약왕단의 소환단과 비교될 만했다.
적단은 여러 경우의 수를 제하더라도 보통 5년에서 최대 10년의 내공을 취할 수 있었다.
그리 보면 이런 기물을 내상단으로 사용하려 했던 그의 분신의 행동은 확실히 과한 면이 있었다.
‘뭐, 혈마대전과 같은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달리 쓸데도 없었으니 그리 다룬 것이지만.’
어찌 되었든 이 적단은 지금의 장일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현재 장일이 쌓은 내공은 3년 치를 조금 넘었다.
이마저도 그의 스승 오문이 크게 도움을 주어 이룬 성과로, 본래라면 1년의 내공을 겨우 상회하였을 것이다.
이 정도면 사실 내공을 다룬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이나, 그래도 이 내공 덕분에 장일은 그 전쟁에서 몇 번이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기는 하지만, 적단 정도라면 감당하지 못할 것도 아니지.”
보통 이렇게 취하는 영약을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지닌 내공이 그 취하는 영약보다 배 이상은 많아야 했다.
그런 점에서 3년 치의 내공을 지닌 장일이 적단을 취한다는 것은 대단히 비효율적인 일이다.
모르긴 몰라도 8할가량을 손실해도 다행일 정도인 셈이다.
그러나 앞서 그의 말처럼 장일은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며 망설임 없이 적단을 취했다.
-우적우적……. 꿀꺽.
쓰고 역한 맛이 나는 적단을 백 번을 넘게 고이 씹어 침과 함께 삼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장일은 아무렇지 않게 씹어 삼켜댔다.
-후우우욱!
적단을 완전히 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뜨거운 열기가 배 아래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적단 안에 숨어 있던 기운이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그에 맞춰 장일은 단전의 내공을 깨워 그 실체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는 마치 삼척동자가 건장한 성인을 잡아가겠다는 모양새였으니, 사실상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후르르륵.
그러나 그런 상식을 비웃듯이 적단의 기운은 장일의 내공에 만나기 무섭게 힘을 쓰지 못하고 흡수되었다.
본래라면 수십 번의 운기를 통해 흡수되어야 할 기운들이 마치 잡아 먹히듯 하나가 되어버리니 이 또한 상식을 역행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기괴한 일을 행하는 장일의 안색이 평안한 것을 보면 그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인 듯하다.
알고 보면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이 신비에 영향을 끼쳤던 활검은 단순히 검과 하나가 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니 말이다.
운기라는 것은 간략히 말하자면 천지자연 속에 속한 기운의 일부를 의식 아래 잡아 다루는 것이다.
이런 쪽에 특화된 도가나 불가 쪽에서 말하는 심법이라고 것은 그를 위한 그릇을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했다.
뭐 그 과정에서 저마다 특색을 띠기도 하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그의 활검은 천지자연의 거대함을 어찌하지 못하나, 영약 정도를 다루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물론 매개체인 내공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지만, 적단 정도라면 3년 치에 불과한 내공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남았다.
장일이 자신했던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던 것이다.
“후우우.”
보통은 온종일을 고생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불과 반 시진도 안 되어 장일은 운기를 끝마쳤다.
장일은 온몸이 후끈후끈해진 것을 느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12년이라. 기대 이상이다.”
12년. 장일이 이번 적단을 취해 얻은 내공이었다.
총 15년의 내공을 손에 넣게 된 것이었고, 이로써 장일은 삼류라는 딱지를 떼어 내었다.
내공만 따진다면 여느 이류 무인의 수준인 셈이다.
그 말은 활검을 굳이 다루지 않아도 절정 무공 정도의 검법이라면 그 진의를 어느 정도 풀어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사문에 다시 유운검법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되찾게 해줄 수 있게 된 것이기도 했다.
하나를 취한 것으로 그런 상승의 효과를 얻었으나 장일은 남은 3개의 적단을 모두 취할 생각은 없었다.
이 정도의 내공으로도 충분하다 자신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 이런 영단의 특성은 새로이 취할 때마다 그 효과가 반 이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활검을 다루는 장일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약왕가가 엄청난 비용이 드는 부작용도 심한 대환단을 만들 이유는 없었다.
그럴 바에 싸고 부작용도 적은 소환단을 여럿 만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그렇다 보니 남은 3개의 적단을 모두 취한다고 한들 잘해야 10년에도 미치지 못했다.
거기에 애초 이것의 사용처는 따로 있었다.
‘이건 동생들에게 사용해야지.’
다숙, 장이, 다미에게 글과 무공을 가르칠 생각인 장일에게 이 적단은 적잖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벌써 해가 밝았구나. 일단 식사라도 좀 할까?”
잠을 잘까도 생각했지만, 이런 싱숭생숭한 마음에 잠이 올 리 없었다.
그렇게 방을 나섰던 장일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바람과 달리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우당탕탕!
바로 그가 내려가기 무섭게 요란스레 객잔에 들어온 인물 때문이었다.
“여, 여기 있었군요. 하아. 하아.”
용호였다.
정말 있는 힘껏 달려왔다는 듯 이 겨울에도 땀을 뻘뻘 흘리던 그는 살았다는 표정으로 서둘러 장일에게 다가왔다.
“장문인께서 뵙고자 하십니다. 저기 괜찮으시다면 지금 모실 수 있겠는지요?”
혹시나 거절할까? 눈치를 보는 용호였지만, 이 순간을 기다린 장일이 거절할 리 없었다.
“괜찮습니다. 그럼 가시지요.”
“휴우.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침에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괜찮으니 마음 쓰실 것 없습니다.”
아마 그의 분신이었던 시절이라면 오히려 용호의 행동을 칭찬했을 것이다.
용호도 장일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던지 더는 말을 하지 않은 채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아침도 먹지 못한 채 다시 산을 오르게 되었으나, 장일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던 장일은 그렇게 사문에 발을 들였다.
“여기가 본관입니다.”
많이도 달라진 사문 곳곳에 아직도 과거의 그 모습들이 남아 있는 것을 기뻐하며 살피던 장일은 그렇게 본관에 들어섰고 이내 눈에 들어온 동상에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검 한 자루를 허리에 찬 채 여유 어린 표정으로 사문을 내려다보는 동상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동상의 모습은 장일이 잘 아는 모습이기도 했다.
어젯밤 직접 그가 화장했던 분신의 모습이 저러했다.
“눈치채셨겠지만, 이분께서 바로 검존이십니다. 저희를 오랫동안 지켜주셨지요.”
검존을 말하는 용호의 모습에서 자부심이 보였다.
어릴 때부터 검존에 대한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들을 듣고 자랐으니, 그의 이러한 자부심은 당연했다.
이는 용호만이 아니었다.
천검문의 제자라면 누구 할 것 없이 검존을 숭상할 것이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천검문의 제자들이 끝내 사문을 지켰던 것은 검존이라는 상징을 통해 잡은 자부심 덕분이었다.
‘잊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마울 일이건만.’
설마 자신을 이렇게까지 여길지 몰랐던 장일은 그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괜히 미안하기도 했다.
이런 장일의 마음을 모르는 용호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이지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그분이 사용하던 것으로 여겨지던 검을 실제로 만지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용호는 그 감각을 기억하고 싶다는 듯 잠시 눈을 감으며 허공에 손을 더듬거렸다.
“…….”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장일은 말문을 잃었다. 아무래도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자신을 여기는 마음이 한참은 더 큰 것으로 보여서다.
‘설마 다 이러는 것은 아니겠지?’
장일은 자신의 이런 생각이 부디 기우이기를 바라며, 다시 멈추었던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