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26
분신으로 절대무신 26화
10장. 흑점(黑店)
“……두 번째 인생을 살게 된 것이라 자만했던 것일까?”
나는 스스로를 비웃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왔을 때와는 또 달랐다.
굳이 그런 큰돈을 들이기에는 아깝다 보니 사냥꾼 공 씨가 말했던 대로 대로를 통해 이동하기로 한 것이다.
며칠을 더 둘러가게 되었지만, 오나라는 강나라보다도 길이 잘 닦여 있어 그 가는 길이 고되지는 않았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동장군의 추위가 문제이기는 했으나 지금의 그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못했다.
이는 다름 아닌 사문에서 얻은 구양심법 덕분이다.
구양심법을 통해 그가 다루는 기운은 구양의 성질을 지니게 되었고, 자연 그는 한기(寒氣)에 적잖은 저항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서불침(寒暑不侵)과 같은 수준과 비교할 바는 되지 않으나, 그래도 과거처럼 추위에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어졌다.
더구나 큰 추위에 맞서 이 구양심법의 심결에 따라 운기하면 그 효과가 배가 되었으니, 이만하면 얼어 죽을 일은 없어진 셈이다.
추위가 해결되니 자연스럽게 장일은 여유가 생겼다.
그는 전생에서도 즐기지 못했던 유랑을 하는 기분으로 여정을 즐겼다.
그러나 너무 기분을 냈던 탓일까?
쉬어야 할 마을을 무심코 지나 버렸던 장일은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대로 노숙을 해야 하는가?”
석양이 지기 무섭게 어둠이 찾아오는 것에 장일은 어이없어하며 노숙 준비를 하려는데, 그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불빛이었다.
모닥불이라고 하기에는 다른 불빛이라 다가가던 장일의 발걸음은 이내 빨라졌다.
그곳에서 어둠을 헤치고 뿜어지는 연기를 보아서다.
간혹 이런 애매한 거리의 마을 사이에는 길손님들을 상대하는 객잔이 있었기에 그를 기대한 장일은 서둘러 다가갔다.
“예상이 맞았군.”
장일의 기대대로 그곳에는 허름한 객잔 하나가 있었다. 이미 그 안에는 앞서 자리를 잡은 객들이 여럿 있었다.
객들은 표국의 사람들로 보였는데 소수인 것으로 보아, 사정이 있어 떨어져 나와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모양이다.
“오늘 참 별일이네. 손님이 또 왔네?”
그가 들어서자 장일의 또래로 보이는 점소이 하나가 어이없다는 듯 그리 중얼거리며 그를 맞이했다.
“날이 추운데 고생하셨겠군요. 여기가 그나마 좀 따뜻할 것입니다.”
하지만 앞선 그 말과 달리 대단히 반기며 그를 정중히 모시니 장일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루 묵을 방이 있습니까?”
“당연히 있지요. 허름한 것만 빼면 깨끗하게 잘 치워 사용하기에 문제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니 다행입니다.”
작은 객잔인 데다 앞선 객들이 있어 혹시나 했던 장일은 내심 안도했다.
“저걸로 주십시오.”
장일은 음식을 무엇을 시킬까 하다가 표국 사람들이 즐겨 먹고 있는 국물이 있는 음식을 시켰다.
점소이는 빨리 될 것이라 말하며 잠시 기다리라 말하더니 과연 얼마 지나지도 않아 음식이 나왔다.
“호오! 대단한데?”
장일은 어째서 표국 사람들이 그처럼 즐겨 먹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나온 음식은 큼직한 고기 몇 개나 있는 탕으로, 숙수의 솜씨가 좋은지 고기 특유의 노린내가 하나도 없었다.
거기다 무슨 고기인지 몰라도 육질이 대단히 부드러워 이가 없어도 씹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없던 입맛도 돌아올 지경인데, 시장기마저 돌고 있었으니 순식간에 그릇을 비워냈다.
“정말 좋군. 좋아.”
“차를 한 잔 드릴까요?”
“네. 한 잔 주십시오.”
기름기가 있는 탕을 먹은 뒤라 조금은 느끼한 터라 장일은 점소이의 말을 반겼다. 그러고 보면 표국의 사람들도 차를 마시며 느끼해진 입가를 헹구고 있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나니 장일은 그제야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런 곳에 있는 객잔이라기에는 구조가 이상하구나.’
보통 이런 외진 객잔은 규모가 작더라도 우선 객잔의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붙어 있게 마련이었다.
이런 이유로 다른 객잔보다 식사할 수 있는 면적이 좁을 수밖에 없는데, 이곳은 특이하게도 도심지의 객잔들처럼 면적이 넓었다.
물론, 다른 곳에 머물 집을 마련했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도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럴 바에 차라리 객잔의 규모를 키워내는 게 건축비나 유지비 면에서도 이득이었다.
그러나 장일의 이런 의문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
갑자기 눈앞이 핑 도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장일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주변의 환경을 보고 절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멍청한 놈…….”
주변의 환경은 끔찍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였다.
수많은 지옥 같은 전장을 넘나들었던 장일조차도 눈을 돌리게 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게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신들이 저마다 부위별로 토막이 나 있었다.
그중에는 당연히 머리도 있었는데, 그 잘린 머리가 상당히 흉흉한 꼴이다.
두 눈이 있어야 할 곳에는 칼로 판 듯 검은 구멍만이 존재했으며, 코나 귀 또한 잘려 그 너머로 뼈가 보일 정도다.
하지만 정점은 역시나 머리 가죽을 벗겨내 그대로 보이는 뇌였다. 그 자체로 혐오스러웠는데, 누렇게 변색이 되지 않은 것이 벗겨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하다.
장일은 그 흉흉한 모습의 머리가 누구의 것인지 알고 있었다. 바로 앞서 객잔에 자리를 잡았던 표국 사람 중 하나였다.
코 옆에 난 점이 인상적이라 눈이 갔던 자였다.
당연히 그런 해체된 시신들 가운데 그 홀로 멀쩡할 리 없었다. 한데도 그가 정신을 잃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는 하나다.
정신을 잃었다 깬 것이 아니었다.
그는 죽음에서 또 한 부활했던 것이다.
아마도 그의 본래 시신은 도축된 소 돼지처럼 잘 나열된 저 고깃덩어리 속에 있을 게 분명했다.
장일은 그 사실을 알았기에 스스로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은 것이다.
그가 정말 나이대의 애송이라면 모를까? 평생을 강호 무림에서 살았던 분신의 기억을 공유한 자신이 이런 저질 수법에 당했으니,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자신이 해이해졌다는 것이기도 한 터라, 장일은 스스로의 그 안일함을 반성해야 했다.
검존이던 시절이야 만독까지는 아니어도 백독이 무효했으니 문제없다지만, 지금의 그의 육신은 미성숙하고 모든 것에서 부족했다.
어쩌면 그때의 그 감각과 기억들이 이런 실수를 낳게 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흑점(黑店)이겠지.”
흑점은 이와 같이 음지에서 활동하는 여관이나 가게를 칭하는 말이다.
보통은 훔친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돕거나 법으로 금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곳이나, 이처럼 사람을 잡아다 인육을 만들어 유통하기도 한다.
전쟁이 비일비재한 시절이다 보니 의외로 인육을 먹는 데에 대한 거부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찾아 먹거나 하지는 않지만,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면 취하기도 하는 게 인육이었다.
다만 인육은 중독성이 크기도 한데다, 마약처럼 사람의 정신을 흩뜨리기도 하기에 군에서는 엄중히 금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이유로 인육을 즐기는 이들이 있었으니, 흑점에서 거래되는 인육의 양은 상당했다.
그만큼 수법도 교묘해졌다.
아마도 음식이나 그가 마신 차에 독이 있었다면 장일은 대번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독 중에는 따로 있을 때는 효과가 없다가도 같이 취하게 되면 효과가 발휘하는 독이 있었다.
장일은 자신이 그런 독에 당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음식을 먹었을 때 멀쩡했던 자신이 차를 다 마시기 무섭게 그처럼 정신을 잃을 리 없었다.
“일단 칼을 제외한다면 다 지니고 있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래도 장일이 강호인이라 생각해서인지 정신을 잃기 무섭게 칼을 빼앗고 죽인 모양이었다.
칼이 없다는 것은 그의 전력을 크게 깎아 먹는 일이었지만, 다행히도 그를 대신할 게 그의 눈앞에 있었다.
바로 도마에 박혀 있는 핏물이 묵은 식도(食刀)다.
“이만하면 쓸 만하겠어.”
비록 길이가 짧다고 하지만 무게 중심도 나름 잡혀 있는 데다 칼날도 신경을 썼는지 세워져 있었다.
이만하면 임시로 사용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스스슥.
움직이기 전 간단히 자신의 상태를 살피던 그 와중에 느껴지는 인기척에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콰앙!
잠겨 있던 문을 세차게 연 장일은 마침 근처에 있던 인영을 향해 몸을 날렸다.
“??!!!”
-서걱!
그렇게 낯설지 않은 머리 하나가 피 분수를 뿌려대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나뒹구는 머리의 주인은 장일을 접대했던 점소이였다. 다만, 그가 죽기 전 보이는 그 표정이 참으로 볼만했다.
정말이지 진짜 귀신을 보는 듯한 얼굴인 것이다.
하기야 놀랄 일은 아니다.
장일은 분명 며칠 전에 해체를 마쳤던 존재였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다시 살아 돌아왔으니 점소이로서는 그리 볼만도 했다.
-퉤.
장일은 죽은 점소이에게 침을 내뱉고는 객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흑점의 손님들이라도 온 것일까?
생각보다 많은 인기척이 느껴졌으나, 장일은 피할 생각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 상황에 대해 크게 기꺼워했다.
안 그래도 수치와 분기를 풀어낼 대상이 필요했는데, 이만하면 부족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끼이익.
문을 열자 이 객잔의 숙수로 보이는 자가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아! 바빠 죽겠는데 왜 이리 늑장을 부…….”
-서걱…… 빠가각!
숙수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날아온 식도에 머리가 날아갔다. 장일은 자신에게 굴러온 숙수의 머리를 발로 부수듯 터뜨리고는 다시 옆에 있던 식도 하나를 챙겼다.
그러고는 잠시 손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식도를 살피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날린 식도에 비하면 좀 더 작았으나, 무게는 확연히 가벼워 좀 더 낫다고 본 모양이다.
-왁자지껄.
이런 주방의 사정을 모르는 바깥에서는 여전히 요리를 즐기려는 이들의 말소리가 소란스러웠다.
“후우우.”
그것이 장일의 신경을 더욱 거슬리게 만들었다.
그는 머리를 터뜨리며 얼굴에 묻은 피를 대충 손으로 털어내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이 흑점의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주방으로 들어섰다. 음식을 재촉하기 위하려는 모양인데, 장일을 보고는 앞서 점소이와 같은 표정이 되었다.
“어? 너, 너는!”
-차아아앗!
-끄아아악!
그리고 이어진 그의 의문은 이내 비명이 되었다. 언제 움직인 것인지 장일의 식도가 그의 전신을 찢듯이 갈라 버린 탓이다.
머리부터 어깨, 가슴, 배까지 갈라 버린 중년인은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한 채 주변을 피로 물들이며 숨을 거두었다.
순간 소란스럽던 흑점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