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9
9화. 가후는 엉터리 선생님.
시작합니다.
믿기지 않는 눈으로 방덕이 전해준 인사목록을 읽고 또 읽었다.
[가후(賈詡) 문화(文和). 나이 37살. 젊은 시절 효렴에 출사하여 뜻을 펼치려하였다. 하지만 어지러운 조정에 한탄하고 낙향. 소재 무위군武威郡 고장현이 본가이다.]단 몇 줄의 글이지만 나의 시선은 그곳에 멈췄다. 그리고 가후에 대한 생각이 영상처럼 지나갔다.
최고의 전략가이자 처세의 달인.
조조 아들을 죽이고도 그에게 중용 받고. 똘기 충만한 조비에게 인정받아 천수를 누리며 살았다. 또한, 동탁, 이각, 장제, 조조 등 몇 번이나 주군을 바꾸고도 여포와 달리 지탄받는 삶을 살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이곳에 있다니.
그를 생각하자, 어느 방송에 나왔던 역사학자의 말이 떠올랐다.
[가후는 실패한 제갈량과 버림받아 자살한 ‘순욱’보다더욱 뛰어난 사람이다.]
난 가후를 스승으로 모실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요동치던 가슴은 역사적 사건과 겹치자 식어버렸다.
아니 식는 것을 넘어 두 눈은 뜨거워졌다.
허접한 이각과 곽사.
변변찮은 그들에게 장안을 빼앗을 기회를 가후의 지략으로 놓쳐버렸고. 조조를 누르려던 마초를 악마 같은 지략으로 눌러버렸다.
지략자 가후.
배신자 한수.
이 두 사람이 가문의 최대 적이다.
가후, 이자를 죽여야 하나.
놈이 역사의 전면에 드러나기 전에 말이다.
심히 고민이 들었다. 성의에게 지시하며 가능은 할까. 가후가 없다고 해서 역사가 달라질까.
생각을 정리해 여러 사항을 고려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조와 충돌은 달라지지 않았고, 우리는 패망하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게 무언지 알았다.
거국적인 시야를 가진 지략가.
군을 통솔하고 적을 혼란으로 빠트릴 군략가가 필요하다. 곽가, 주유, 제갈량을 상대해도 지지 않을 사람. 그가 바로 가후였다.
고장현이라고 했던가.
그가 사는 곳이 말이야.
가후를 스승으로 모시면 될 텐가. 나를 통해 숙부에 이르고 종국에 조조와 지략대결을 펼친 검으로 말이다.
생각을 정리하자 실행은 빨랐다.
성의를 대동한 채 고장현으로 달렸다.
커다란 대로(大路)길을 벗어나 모래 먼지 날리는 한적한 시골 마을. 길가에 지나치는 사람이 없어 저 멀리 밭을 매는 촌부에게 물었다. 그중 가후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어 그가 운영하는 학당을 어렵사리 찾았다.
그리고 작고 초라한 학당.
싸리문과 소소한 돌담으로 경계를 세운 그곳에 나와 성의가 섰다.
“어르신 계십니까?”
답이 없다.
“문화 선생님 계십니까?”
역시나 답이 없다.
입이 아프도록 부르다가 잠시 멈췄다. 그리고 인기척을 살폈다. 분명 안에서 들리는 소음으로 누군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례한 인상을 남길까, 조심스러운 자세를 가졌다. 그러나 등 뒤에 선 성의는.
내 행동이 답답했는지 갑작스럽게 목소리를 높여 모든 걸 깨워버렸다.
“거좀 나와보쇼!!! 주인장!”
이런.
화들짝 놀라자 덜컥 문소리가 났다.
삐그덕 열리는 문소리에 내 마음은 내려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성의를 쏘아보고, 불쑥 얼굴을 내민 사람에 시선을 고정했다.
커다란 키에 부스스한 얼굴.
눈가에 주름이 잡혔고 가진 나이보다 더 들어 보였다. 또한, 단정치 못한 옷차림과 턱밑으로 길게 자라난 수염이 정리되지 않아 더러웠다.
이 사람인가. 가후 문화란 작자가.
“누구냐?! 이 시간에.”
그리고 성의를 바라보고 갸웃. 그리고 성의 앞에 나를 보고 알았다는 듯 끄덕였다.
“또! 서책을 깜빡했더냐. 잘 챙겨서 가야지.”
그는 나를 학당의 아이라 착각했다.
하지만 나는 손사래를 놓으며 정직하게 나아갔다.
“아, 아닙니다. 저는.”
“뭐가 아니냐?”
“처음 뵙겠습니다. 문화 선생님.”
“처음 봐? 학당의 아이가 아니더냐.”
“이곳을 추천받고 처음으로 이곳에 당도했습니다.”
“이런, 이런, 내 정신 보아라. 너와 비슷한 아이가 많아. 몰라봤구나. 근데 말이다… 더는 학동을 받지 않는다.”
“네?”
“무위 관청에도 누누이 말했거늘… 그곳 관인들은 머리가 없는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에잇! 귀찮구나. 돌아가라. 더는 학생을 늘릴 생각이 없어.”
축객령. 가후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졌다.
‘어!’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나는 싸리문을 바라보며 멍하니 섰고, 가후는 다시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짧은 몇 마디 하려고 달려온 게 아닌데.
아무리 어려 보여도 쉽게 내칠 게 아닐 텐데.
그냥 무시당했다.
어느 촌구석의 꼬맹이를 돌려보내듯 가후는 밀어냈다.
그렇게 멍하니 서 있자 뒤에 선 성의는 씩씩거렸다. 먼 거리를 달려왔는데, 지저분한 학사가 문전박대하자 문을 부수고 혼줄을 내겠다고 말이다.
그런 성의를 진정시키고 다독였다. 그리고 성급하기 그지없는 성의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난 꼭 학당에 들어가야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
성의는 머리만 긁적긁적. 하지만 긁적거리는 걸 멈추고 입을 열긴 했다.
“매번 사람들의 반응이 똑같지 않습니까. 군사마(마등) 님의 권위를 빌려보시죠.”
그 말에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결론은 쉽게 나왔다.
“그건 아닌 것 같아. 조금 전 관리들 욕을 쉽게 했잖아. 저런 사람은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아.”
“그럼 문을 부수고 목숨이라도 위협해 볼까요.
키만 컸지, 허약해 보이는 게 주먹으로 한 대 내려치면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급하게 행동하지마. 학당 안에 또 다른 사람이 있으면 어쩌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꼴똘이 생각하자 가후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다음 행동은 주변 마을의 탐문. 가후의 평판을 듣고 학당의 정보를 모으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가까운 촌장부터 방문해 들었다.
촌장의 말로는 20명 남짓의 아이가 공부하고 있고, 그 숫자가 다른 학당에 비해 적었다.
그것에 입에 풀칠이나 할테냐고 촌장이 묻자
가후는 그저 세월을 빠르게 보낸 방법으로 학당을 열었다고 했다고 했다.
전혀 알 수 없는 말.
세월을 보낸다니… 때를 기다리고 있다니.
다른 말로 돈을 더 보태준다고 해도 학생 수를 늘리진 않을 것이다. 거기다가 칼을 찬 무장이 간혹 가후를 만나고 간다는 말이 촌장의 입에서 나왔다.
역시나. 성의의 방법은 답이 아니였어.
그럼 방법은…
그 방법은 촌장의 입을 통해 힌트를 얻었다.
“뽕나무 집, 개똥이가 공부를 그만둔다는 말이 있던데… 거기 가보쇼. 정원을 늘리진 않지만, 흥정만 잘 되면 가능도 할테야.”
그 말에 뽕나무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저에게 양보해 주세요. 문화 선생 밑에서 배워야 합니다.”
뽕나무 집 촌부와 의견을 나눴다. 또한, 보상까지 말하자 어렵지 않게 결정되었다.
그리고 뽕나무집 촌부는 가후를 찾아가 개똥이를 대신해 나를 밀어 넣었다.
[저희 개똥이 대신 사촌 형제가 배우려고… 미리 된 수업료는 돌려주실 필요없고.문화 선생께서는 그저….]
가후는 어렵지 않게 끄덕였다. 아니 관심이 없다고 할까. 그러던지 말던지가 뽕나무집 촌부에게 들은 답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가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대로 가난한 농민의 아이를 연기했다.
비단옷을 벗고 누런 무명천으로.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학당에 찾아가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조금 긴장도 했다.
어떻게 될 것인가?
가후가 날 얼굴을 알아보고 안 된다고 하면 어쩌지?
또, 며칠 전 비단옷의 학동이 후줄근한 복장을 갖췄다고. 내 영악함을 꾸짖으며 무엇이라 변명할까.
긴장이 되었다. 가후라면 분명 알아볼 텐데…
초조한 마음에 땅바닥만 툭툭 차고. 그날따라 불어오는 새벽 한기는 초조한 마음과 함께 나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내 주변으로 시끄러운 소음이 만들어졌다.
-와아아! 어서 들어가자.
“선생님 문 여실 때 됐다.”
[오늘부터 개똥이 안 온다며. 저 애가 개똥이 사촌이래.]웅성거리는 꼬맹이들의 목소리. 나는 그들과 함께한 꼬맹이가 되었다.
그리고 툭, 문이 열렸다.
학동들은 와! 하고 문 사이로 들어갔고, 문고리를 붙잡고선 가후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내 옆에 선 개똥이 아버지와 몇마디 대화만 오갔을 뿐이다.
지금처럼.
“됐다. 추가 금액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받아주마.”
그 한마디. 무심한 어투.
그 목소리에 전율을 느꼈다.
나는 가후의 제자가 되었다. 그리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움직여, 쏜살같이 학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후미진 자리를 차지해 학동들과 섞였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됐다.
긴장한 어깨를 움직여 긴장을 풀고 싶었다. 하지만 간혹 돌아가는 스승의 눈초리가 나를 주목하는 걸 원하지 않았기에 참았다.
거기다가 가후가 진행하는 수업이란.
공자왈, 맹자왈 같은 흐느적거림. 손에 잡힌 잡서를 붙잡고 생기도 없고, 의지도 없는 읊조림.
그것 듣고 있자니 시간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 속에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옴을 느꼈다.
말그대로 꾸벅꾸벅.
흐르는 침을 닫아내니 어느덧 수업은 끝나 있었다.
그날도.
그다음 날도.
그, 그, 다음 날도.
‘뭐야, 이 사람.’
영 형편이 없다. 마치 TV 속 늙은 정치가의 중얼거림처럼 생기도 없고, 맥없는 이야기가 나열될 뿐이다.
혼자 읽고.
혼자 말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
애들은 애들 나름의 장난에 빠져있다. 난 후우- 하는 기운 빠지는 소리를 저절로 냈다. 그리고 가후를 관찰하던 내 눈가의 총기가 사라짐을 느꼈다.
분명 사람을 잘못 찾은 것이다.
가후가, 그 가후가 아닌 것 같다.
그 후론 숨기지 않았다. 가후의 교탁 바로 앞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꾸벅거리는 이 머리의 무게는 어찌나 무거운지.
아, 졸려. 아, 미치겠다.
저 읊조림을 계속 듣고 있어야 하다니…
그리고 가후는 애들에게 아무런 질책도, 그 어떤 꾸지람도 없었다. 그저 시간을 보내는 것뿐.
아이에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애들은 수업 중 먼 산을 바라보고, 또 밭에 나가 잡초를 뽑던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 사이에 나는 한숨만 푹푹.
그 후로 관심을 끌려 안 하던 짓을 시작했다.
어떤 날은 비단옷을 입고 가후가 바라보는 맨 앞에 앉아 수업을 듣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화려한 말(馬)을 타고 학당 주변을 오가며 소란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가후는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지쳐가던 어느 날.
나는 수업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학당을 배회하는 학생처럼 가후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자 귀찮다는 듯 휙휙 내저은 축개령만 있었다. 그럼에도 꿋꿋이 버티자 이제야 온전히 나를 바라보았다.
“집에 가 농사일이나 돕도록…”
공허한 눈동자에 메마른 음성.
나는 처음으로 주목받아 흠칫 떨었지만, 당당히 고개를 들었다.
“스승님 여쭐 게 있습니다.”
그 말에 눈썹을 치켜뜬다. 가후는 처음으로 치켜뜬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리고 묻는다.
“묻다니. 무얼? 그리고 네 옷차림은…”
생기가 있는 목소리. 처음으로 듣는 생기에 옳다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나를 소개했다.
“마대라 합니다. 3달 전 학당에 들어왔고요.”
“그랬더냐.”
짧은 답변. 가후는 나를 전혀 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금 메마른 목소리가 답했다.
“돌아가라. 귀찮게 굴지 말고.”
그 말에 정신을 차린 난 목소리에 힘을 줬다.
“저는 잡서 따위를 배우려고 오지 않았습니다.”
“잡서 따위라… 그럼 너는, 내게 무엇을 배우고자 했더냐.”
다시금 생기生氣가 잡혔다. 하지만 이번 생기의 원천은 노여움.
순간 움추렸다.
어른의 부리부리한 눈매를 처음 접했다. 하지만 더는 밀리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덤볐다.
던질 것이다. 되던, 안 되던, 부딪친다.
“전장을 조율하는 병법. 하늘의 이치를 알아보는 지혜를 배우고자 합니다.”
그 말에 가후의 입꼬리가 씰룩인다. 그리고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웃었다.
“파하하하하- 아주 재미 난 놈이구나. 지금껏 들어본 농담 중 네놈이 제일이다. 하지만 어린 것이 세상을 어찌 알까.”
“압니다. 스승에게 배울 정도는 압니다.”
“뭐라. 안다고. 배울 준비가 되었어.”
가후의 눈매가 매서웠다. 난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후의 다음 말이 이어졌다.
“좋다. 배우려고 왔다니 조건을 주마.
첫째, 내게 병법을 배우려면, 동전 50냥의 수업료는 어림없이. 금자 10냥을 가져오라. 그리하면 내 입이 열릴 것이고.
둘째, 잡서가 아닌 병법서가 있어야겠지. 예를 들자면 육도나 삼략, 그것도 아니면 손자병법 정도는 있어야 가르칠 맛이 나겠지. 하지만 서책 가격을 알더냐?! 너처럼 가난한 아이는 꿈꿀 수 없는 것. 알았다면 논밭으로 돌아가 부모님이나 돕도록.”
호통치던 가후의 이야기가 끝났다.
그 말에 입꼬리가 들썩이는 걸 숨겼다. 그리고 정중히 예의를 갖춘 채 말했다.
“군자의 약속은 무쇠보다 굳건하다고 들었습니다. 스승께서 원하신 조건, 해 보이겠습니다.”
짧은 다짐. 그 말에 가후는 이채를 띠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학당을 나서 숙부의 장원으로 달렸다.
돈이 필요하다.
수업료와 책값(손빈병법서) 얻으려면 최소한 금자 20냥이 필요했다. 그래야 가후를 붙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숙부가 빌려는 주실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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