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10
10화. 가후의 수제자는 나.
시작합니다.
장원에 오자마자 숙부께 이르렀다.
부족한 돈과 더불어 가후에 대해 말하고 부족한 금액을 설명했다. 하지만 숙부에게 돌아오는 건 불호령과 핀잔. 그에 더해 이런 말씀도 하셨다.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이 그런 돈을 요구하다니. 놈은 사기꾼이 분명하다.-여봐라!!! 놈을 붙잡아 오라.]
그 말에 사색이 되었다. 너무 성급했다고 자책했다. 거기다가 역사에 등장하지 않은 가후를 성명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숙부의 불호령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물러섰다. 그리고 유일한 가신을 불러 대책을 마련.
“이걸 어쩌지. 급하게 되었어.”
그러자 성의가 답했다.
마시장 이후, 마방에서 살다시피 한 성의는 말똥 냄새를 일으키며 말했다.
“돈이라면 마필이 있지 않습니까. 저번에 치료한 말들이 이제는 꽤 성장했습니다. 충분히 군마 이상의 가치로 팔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끄덕였다. 성의가 꽤 잘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방덕에게 양해를 구해 마시장에 같이 갈 병사를 모았다. 특히나 갑주와 무구를 튼실히 입혀 흉흉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그렇게 준비한 병사들을 데려가니 말 상인들은 대번에 군사마의(마등) 식구인 걸 알았다.
다른 말로 흥정도 필요치 않았다. 단지 이만한 돈을 원한다고 말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해야 했다.
그렇게 군마를 팔고 벌어들인 금자 20냥. 그 돈으로 몇 개월 전 찾았던 고서점에 들었다.
“주인장, 손빈병법서를 원합니다.”
오랜만에 찾아와 다짜고짜 책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늙은 서점 주인은 뭔가 사연이 있는 듯 선득 책을 내주지 않았다.
“책은 있습니다만… 얼마 전 예약한 사람이…”
저번과 다른 흉흉한 연출 때문일까. 칼을 찬 병사들을 본 주인은 주눅이 들어 얼굴이 변했다.
그 말에 더 강하게 말했다.
“예약은 내가 먼저 했어요. 몇 개월 전 돈이 부족해 돌아갔지만, 다시 온다고 분명 말했는데.”
“맞습니다. 알지요. 하지만 이번에 예약한 사람이 조금 남달라서.”
“왜요?! 그는 어른이고 나는 어려서 무시하는 겁니까. 그렇다며 어른이 사면 되는 겁니까.”
그 말과 동시에 성의를 불렀다. 성의는 밖에서 상황을 살피다가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이르는 대로 돈을 받고 손을 벌렸다.
“주시오. 그때 원한 금자 10냥을 드릴 테니. 어서 책을 내놓으시오.”
이맛살을 좁힌 성의의 말. 그럼에도 책방 주인은 머뭇거렸다. 그것에 더 간곡하게 말했다.
“꼭 필요해서 그래요. 무슨 일 있으면 숙부께서 나서 줄 겁니다. 그러니…”
그 말에 책방 주인이 한숨을 푹 내셨다.
“맞습니다. 군사마 어른이 있는데 무슨 일이나 있겠습니까. 드리지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어른께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그 말과 더불어 책이 나왔다. 손빈병법서. 그걸 내보이며 말했다.
“예약한 하인은 천수에서 왔습니다. 그는 자기 주인이 이유李儒라는 사람이고, 못해도 삼일 안에 다시 올 테니. 책을 팔지 말라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물건의 주인이 따로 있겠습니까. 제가 보이게 도련님이 주인이 맞습니다. 가져가시고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손에 건네진 손빈병법서. 나는 그걸 받으며 기뻤다. 하지만 이유라니, 그 이유李儒라니 걱정도 되었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어 말했다.
“혹시 어려운 일 생기면 말씀하세요.”
그 말에 웃는다. 늙은 서점 주인은 지그시 웃으며 손사래 쳤다.
“그럴 일 있겠습니까. 다 늙은 제가 무슨 가치가 있다고.”
*
그리고 얼마 후
손빈병법을 원했던 주인이 찾아왔다. 며칠 전 하인을 보냈던 이유는 이번에는 직접 찾아와 늙은 서점 주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라!!! 이미 팔렸다고. 그게 말인가.”
그 말과 동시에 매서운 눈으로 쏘아본다. 허리춤의 검을 매만지며 입꼬리를 들썩인다. 그것에 서점 주인은 식은땀을 흘렸다.
죽는다. 죽을 것 같다. 지금 어떻게 말하냐에 달라진다.
그것에 생각난 말을 했다. 무위에서 제일 강한 군벌을 말했다.
“무위에서 제일 이름난 장군께서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해서 조카를 시켜…”
그 말에 웃는다. 이유는 피식 웃고는 눈을 지그시 떴다.
“무위 제일 군벌? 아, 추달 말이로구나. 그 벌거숭이가 요새 군병의 숫자가 늘었다지. 하지만 조족지혈에 불과한 그자가….”
이유는 그 말을 하다가 삼켰다. 저번 적토의 일도 그렇고, 괜히 피를 보는 짓을 자제하란 동탁의 말에 참았다. 하지만 눈가에 가득한 살심을 숨기지 못하고 늙은이를 노려보았다.
책방 주인은 풀썩 주저앉았다. 이유가 군사마를(마등) 도위 추달로 오해한 걸 정정해 주지 못하고 두려워 떨었다.
특히나 놀란 마음에 잔기침을 계속하며 더는 말을 이어내지 못했다.
이유는 그 모습에 이맛살을 좁히다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
“다 늙은 걸 죽이는 짓도 수고스럽다. 어차피 금방 뒈질 노인네. 하지만 한 가지만 당부하지.
이보시오 노인장. 오래 살지 마시오. 그리고 다시는 마주치지 맙시다.”
진득한 살기. 이유는 그 말과 동시에 나가버렸다.
올 때 은밀히 온 것처럼 나갈 때도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늙은 서점 주인은.
“후우-”
깊은숨을 저절로 내뱉었다. 온몸이 땀으로 젖고 다리에 힘이 풀려 끙, 하는 앓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마등을 추달로 착각한 이유가 바보 같다고 여겼다.
그리고 어느 순간.
덜컥. 서점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나갔다가 생각한 이유의 하인들이 칼을 뽑는다.
“왜?! 어째서 이러시오!!!”
하지만 다짜고짜 내리친 칼날. 늙은 주인은 팔을 휘젓다가 칼을 맞았다. 그리고 축 늘어진 노인장의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내 뱉은 하인들의 말이란.
“늙은이. 돈을 벌었으면 응당 내놨어야지.”
“그렇게 말이야. 주인께서 기뻐하실 거야.”
“어서 가세. 이유 주인이 기다리시지 않는가.”
3명의 하인은 웃으며 돌아섰다.
***
나는 누구보다 먼저 학당에 도착했다. 그리고 교탁 제 앞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역시나 졸리고 재미없는 수업. 하지만 오늘은 졸지 않고 버텼다. 그리고 수업이 끝났을 때 집에 가지 않았다. 저번에 그랬던 것처럼 가후를 귀찮게 했다.
그러자
“허어-!! 오늘도 가지 않고 날 피곤하게 하는구나.”
그리 말하는 가후의 눈동자는 허름한 내 옷차림에 멈췄다. 역시 어느 촌부의 아들쯤으로 여기는 눈빛.
하지만 오늘은 다르리라. 준비한 손빈병법을 본다면.
“스승님이 원하신 대로 모든 걸 준비했습니다.”
“준비해? 뭘??”
“저번에 말씀하신 것 말입니다.”
그 말과 동시에 호주머니에서 금자 10냥을 꺼냈다. 그러자 가후의 얼굴이 크게 변하고 그의 목소리 또한 커졌다.
“허어! 큰일 날 놈이구나. 어디서 도둑질이라도 한 것이냐!”
“…..”
“말해보라. 어디서 구했더냐. 아니다. 어서 훔쳐 온 것을 돌려주고 용서를 구하거라.
내가 나서주마. 내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 선에서 선처를 구할 테니. 어디냐?! 내가 도와주마. 하지만 다리 몽둥이 하나쯤 부러질 각오를 하거라.”
가후의 커다란 목소리. 하지만 내 얼굴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스승님.”
“그래 말해보라. 어디냐.”
“군자는 허언虛言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허언.”
“스승님의 약속을 지켜주기를 바랍니다.”
“뭐라?! 이런 고얀놈이 있나.”
“약속은 약속입니다.”
“허어-!! 열린 입이 뱀과 같구나. 그래 좋다. 내가 원한대로 금자 10냥이면 내 입이 열릴 것이고, 손자병법서에 준하는 책이면 내 마음이 동한다고 했다.
네놈은 돈은 가져왔어도 책은 얻지 못했다. 그러니 허튼소리 집어치우고 훔친 돈이나 주인께 돌려주어라.”
그리고 손손을 휙휙 내젓는다. 더는 보고 싶지 않다고 축객령을 내렸다. 하지만 나는 버텼다. 그리고 짊어진 가방에서 꼬질꼬질한 서책 하나를 꺼냈다.
“허어!!! 이놈이 보자보자 하니깐.”
붉다 못해 푸르게 변하는 가후의 얼굴. 그리고 뜨거웠던 목소리는 어느 순간 차가워지며 매섭게 변했다.
“네놈이 하는 짓은 꼭 누구를 닮았구나. 그리고 네놈이 꺼내 놓은 손빈병법서가 위작僞作으로 판별났을 때, 관아에 넘길 것이다. 그러니 그곳에 앉아있으라….!!!”
눈썹을 부르르 떨어대는 가후의 불호령. 그리고 가후의 눈동자는 손빈병법서에 멈춰있었다.
스르륵 책장이 넘어간다. 무심한 가후의 눈동자는 그걸 탐독하기 시작했다.
흥미롭고, 즐거워하며, 또 읽을수록 입꼬리가 들썩.
집중. 초집중. 종국에 마대가 옆에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읽어버렸다.
나는 그런 가후를 지켜보며 숨소리조차 참았다.
밝은 태양은 어둠에 삼켜졌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쳤다. 정오 나절부터 시작한 책 읽기는 저녁을 한참 지나 어두워졌다. 그리고 내뱉은 가후의 말.
“허어- 손빈이자가 이렇게 살았구나. 역시나 사람은 처신을 잘해야 해….. 쯧쯧. 어리석다, 어리석어, 앉은뱅이의 삶이란.”
혀를 찬 가후는 책 읽기를 끝냈다. 그리고 눈앞의 마대를 마주 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벽력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노오오옴!! 네놈은 누구냐?! 너 같은 촌부의 자식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돈은 어디서 낫고 책은 어떻게 구했어?!”
그 말에 기뻤다. 처음으로 날 지켜본 것 같아 기뻤다. 그리고 지금의 가후가 진짜 가후의 모습인 것 같았다.
현기 가득한 얼굴. 번뜩이는 눈매에 총기가 잡혔다.
나는 스승과 제자로 남기를 바라며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정중히 말했다.
“저는 촌부의 자식이 아닙니다.”
“아니야?”
“마방을 운영하는 상인의 아들입니다.”
“마방이라면 가능도 하겠지. 하지만 네놈 행실이 마음에 안 들어.”
“스승님, 약속은.”
“안다. 약속은 지켜질 것이다. 하지만 1년간의 약속이다.”
“스승님.”
“분명 1년간 수업이라고 했지, 않더냐. 그때까지 널 내 옆에 두겠다. 그리고 이후는 네 자질에 따라 결정한다. 그리고… 오늘은 해가 졌으니 자고 가거라.”
가후는 이부자리를 폈다. 작은 쪽방에 이불을 펴고 가후는 그곳에 누우라고 팡팡 두들긴다. 그리고 눕기 전 나는 몸을 일으켰다.
구배지례.
스승을 맞이하는 인사.
나는 진심을 다해 절을 했다. 지금껏 긴장하고, 기대하고, 두려워했던 마음을 다 버리고 절을 올렸다.
몸을 숙이고, 또 숙이고, 어린 나는 가후를 스승으로 모셨다.
가후는 내 모습에 헛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굳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표정도 아니다. 그저 작은 꼬마가 벌이는 짓거리가 재미난 것이다.
그리고 한 이불을 같이 덮었을 때 내 입은 열렸다. 머릿속 잡지식과 마가장의 이야기로 그날을 보냈다.
“스승님… 제가 말입니다. 마방에 들어온 늑대를 잡은 적도…”
“허허허. 어린 게 거짓말이 능숙하구나. 하지만 재미지다. 지어낸 이야기에 재능이 있어…”
“아닙니다. 스승님. 제가 그날 하도 놀라서 오줌도 지리고… 누가에게 들키고…”
“하하하. 알았다. 알았어. 이제 자거라. 밤이 늦었다.”
잠이 들었다. 어린 나는 스승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나는 가후의 진짜 제자가 되었다.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