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192
192
짬타와 정지훈은 현재 지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에론 대륙 데지온 공업 특별시에 와 있었으니까.
짬타는 천산설묘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 했다. 그러나 눈치 없는 정지훈이 따라붙었다.
마음 같아선 앞발 휘둘러 치기로 강냉이 털고 싶지만 그간의 쌓은 정 때문에 차마 그러지 못하겠고, 아무튼 빨리 임무 수행하고 돌아가야지.
운호에게서 받은 임무가 있다.
미오 론티아와 일리나 미스틸, 그리고 골드리안 상단의 윌리엄 상단주도 사절단으로 선정해 데리고 오라는 것.
강호에서 에론으로 돌아왔을 직후엔 경황이 없어서 같이 못 왔다. 그들 데려오는 일이야 어려운 일도 아니니 먼저 퍼미셀카사와 그림워커, 마뇌를 지구에 데려다 놓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에론 대륙으로 왔다.
그래서 정지훈의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온 미오 론티아와 일리나 미스틸.
“어쩜, 우리 대공님. 정말 이게 얼마 만이에요.”
“…음? 애인이 생기셨네?”
“냥!”
“축하드려요.”
“야옹.”
축하 사례가 이어지고.
“지금 넘어가나요? 마침 화장품도 다 떨어져서.”
“그렇지 않아도 기술자들에게 자문을 받을 일이 많았는데…….”
골드리안 상단주 윌리엄도 득달같이 달려왔다.
“드디어……!”
에론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유토피아 별천지가 있다는 것은 예전에 알았다.
넘쳐 나는 인구, 그들 모두의 욕구를 충족하고도 남을 대량의 상품들, 국가 권력과 다를 바 없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거대 기업, 윌리엄이 꿈꾸던 이상향이 바로 지구였다.
정말 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언감생심 말도 꺼내지 못했다. 욕심을 낼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로산트 제국의 황제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이계 차원.
지금도 보라. 제국의 정치는 내팽개치고 정지훈과 짬타에게 온갖 아양을 떠는 롤랑 황제를.
그러나 이제 자신에게도 기회가 왔다.
“상단주님, 이민 가세요? 무슨 물건을 그렇게 많이, 관세 시스템 몰라요? 우노 님도 안 계신 판에.”
“아, 아니, 처음이라 잘 몰라서…….”
면박을 주는 미오 론티아, 그러자 정지훈이 으쓱하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얼마든지 가지고 가셔도 됩니다. 관세 신경 쓰지 마시고.”
“네?”
“제가 책임질게요. 관세 그 까짓것… 그치? 돼지야.”
“냥?”
마치 지가 차원 거래자라도 되는 것 마냥 큰소리 뻥뻥 쳐 대는 정지훈.
사전에 운호의 결재를 받았다. 짬타가 가진 포인트가 꽤 될 테니 교류 물품 가져오는 데 망설이지 말라고 했다.
모두 다 신이 나 있는데, 롤랑 황제는 그렇지 않았다.
“나, 나도.”
“으흠, 황제 폐하는 제국을 떠나시면 안 되죠.”
“냥!”
“…이미 떠나와 있네만.”
“가서 뭘 하시려고요? 마법사도 아니고, 상인도 아니고, 정치인은 지구에도 넘쳐 나는데.”
롤랑 황제가 머리를 짜냈다.
“아! 이건 어떤가? 이계 연수 목적! 선진 차원 탐방으로 에론 대륙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거지.”
“와! 폐하께서도 똑같네요.”
“뭐가?”
“지구 정치인들과 판박이란 말이죠. 해외 연수 핑계로 놀러 가는 거.”
“놀러 가다니! 날 뭘로 보고? 이게 다 백성을 위한 거네. 내가 얼마나 제국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사실 롤랑 황제의 말이 맞긴 하다.
그 많던 제국의 귀족들을 모조리 숙청하고 과감한 인재 등용으로 제국을 눈 깜짝할 새에 안정시켰다. 그래서 지금 그의 인기는 가히 최고 수준이었고.
“음, 돼지야. 어떡할래. 네가 결정해.”
“짜, 짬타 공. 제발…….”
“야옹, 야옹.”
“냥?”
“야아앙.”
“냐앙.”
한낱 고양이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인간이 안쓰러웠는지 천산설묘가 넌지시 울음을 흘리자 바로 승낙해 버리는 짬타.
“된다네요. 그럼 같이 가시죠, 지구로.”
“오! 감사하오. 압도적으로 감사하오!”
이로써 지구로 건너갈 인원이 정해졌다.
바리바리 물건들을 싸 들고 부푼 기대감으로 던전 안에 선 사람들, 그리고 짬타가 이동 게이트를 열었다.
관세 어쩌고저쩌고, 차원 사절단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메시지가 들려왔지만 그저 한마디면 족했다.
“냥!”
지이잉.
“흐흐흐.”
“커허험.”
월리엄과 롤랑이 먼저 뛰어들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그리하여 도착한 서울 상봉동 운호의 개인 던전, 서둘러 밖으로 나와 보니.
“어?”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이놈, 그림워커! 잘 만났다.”
“아니, 폐하께서 왜?”
“난 오면 안 돼? 이 썩을 배신자 새끼야!”
“후우.”
운호는 물론 블랙 드래곤과 그림워커, 정휘선 회장, 마뇌, 그리고 민기철 길드장과 홍민기 변호사 등 대영 그룹 임직원들, 아무튼 운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사람들이 저택 1층 던전 홀에 다 모여 있었다.
정지훈은 왠지 불안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왜 여기 다 모여 계시는지…….”
“냐앙?”
그러자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운호.
“다시 돌아가야겠다. 여기 있는 사람들도 다 갈 거야.”
“네? 왜, 왜요?”
“그건 회장님이 설명해 주실 거고, 일단 다시 들어가서 에론 대륙으로 가. 앙트시에 내 저택이 있으니 그곳에서 당분간 생활하고.”
“…아.”
돌아가라니!
윌리엄과 롤랑 황제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표정, 그토록 기대했던 지구로 왔는데 오자마자 돌아가?
“조금만 시간을…….”
“구, 구경만 구경만 할게요.”
“안됩니다. 바로 가세요.”
“칫!”
“끄응.”
그리하여 윌리엄과 롤랑은 지구 땅을 밟은 지 불과 1년 만에 에론 대륙으로 다시 돌아갔다.
* * *
대영 그룹의 주가는 폭락했다.
본사와 지사는 물론이고 공장, 연구소까지 올스톱, 악마와 연관이 있다는 이유,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
사탄 퇴치를 위한 서울 광화문 천만 교인 대성회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비록 천만은 어림도 없었지만 최소 1백만은 되어 보이는 군중이 광화문과 주변 도로를 가득 메웠다.
그들은 집회를 끝내고 운호가 거주지로 알려진 상봉동 저택까지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예수 천국! 사탄 지옥!
종교계가 살판이 났다.
악마가 실재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신의 존재도 있다는 방증 아닌가? 구원을 찾고자 하는 새로운 신도들이 줄을 이었고, 헌금함은 공간이 모자랄 정도로 가득 찼다.
해외 쪽은 상황이 더 심각하게 돌아갔다.
그동안 운호가 두려워 숨죽이고 있던 한반도 인근의 국가들, 중국과 일본이 전면으로 나왔다.
중국은 대영 그룹 사이에서 벌어졌던 합성 결정석 경쟁이 악마의 흉계로 벌어진 것이라 주장하며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요구해 왔다.
일본은 한술 더 떴다.
정운호를 즉각 체포하여 일본으로 송환할 것을 요구했고, 불응 시 직접 해결하겠다며 자위대 총동원령을 내렸다.
한국 정부도 결국 압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운호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고 전국에 수배령이 떨어졌다.
이젠 두말할 필요 없는 지구 공적 정운호.
성전(聖戰)!
얼마나 매력적인 단어인가?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이 하나로 뭉쳤다.
운호는 살짝 억울했다.
오히려 도움을 줬으면 줬지 세상에 그 어떤 위해도 끼치지 않았는데, 항변도 못하고 악마의 하수인으로 몰렸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근거라는 건 오로지 릴리트와 말레피, 그리고 짬타의 모습이 찍힌 영상 하나, 그래서 지극히 허술한 주장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나 잘 먹혀들어가는 것이 문제.
그렇다면 정당한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한다. 악마라고 규정지었으니 악마의 힘을 보여 주지. 대화를 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행해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운호라고 그들의 속셈을 모를까?
한낱 동아시아 조그만 국가의 일개 헌터에게 억눌러졌던 욕망, 그것이 일시에 터진 것일 터.
그들이 스스로 이름 붙인 성전이란 전쟁의 상대가 누구인지 똑똑히 인식시켜 줄 것이다.
“다 완료된 거 맞지?”
-마스터의 명대로 각국 주요 통신망을 장악했습니다.
-남은 곤충 로봇 0기.
네트워크 해킹을 위해 남아 있던 곤충 로봇들을 탈탈 털어 내려보냈다.
위성과의 쌍방향 통신을 위해 제작된 로봇이라 크기가 클 필요도 없는, 아주 작은 곤충.
“걱정하지 않아도 되나?”
-완벽하게 통제 가능합니다.
대륙 간 미사일이나 스텔스 폭격기 같은 첨단 무기들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
“미 태평양 함대는?”
-현재 제주도 동남쪽 방면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저지할까요?
“아니야, 그것보다 경고나 한번 해 주자고. 현재 일본 열도의 섬 중에서 가장 큰 무인도를 찾아봐.”
-일본 가고시마 남쪽 해상에 도리야마라는 섬이 있습니다. 원래는 사람이 살았지만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마지막 주민이 육지로 떠난 후 1년째 아무도 살지 않은 섬입니다.
“지금도 사람이 없는 건 확실하지?”
-확실합니다. 인간의 생체반응 전무.
“좋아, 그러면 각 국가의 메인 방송, 한꺼번에 연결해.”
-명령을 수행합니다.
* * *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전형적인 장면 하나가 있다.
TV 정규 방송이 쭈욱 진행되다 갑자기 화면이 일그러지면서 세계를 위협하는 빌런 하나가 나타나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다.
그러면 세상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그런 짓을 저지른 악당에게 사람들이 벌벌 떨게 된다는 스토리.
하지만 그건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들 불가능한 시나리오, 전 세계 방송 중계망을 일시에 장악해야 하는데 그것이 그리 쉬울 턱이 있나? 방송국 하나도 해킹하기 어려운 판에.
그런데 그 유명한 웹툰의 유행어처럼,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지지직, 찌직, 칙!
“어?”
“저, 저게 누구야?”
“…정운호?”
한국에선 한밤중, 시차가 다르기 때문에 이 시간을 이용했다. 유럽이나 미국은 아직 사람들이 깨어 있는 시간일 테고.
모든 방송 프로그램이 일시에 중단되었다. TV에서 송출되는 영상은 오로지 운호의 모습.
“무슨 의도지?”
“왜 굳이 우리나라 방송에다가…….”
사람들은 자신의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곧 각종 SNS를 통해 진실이 알려졌다. 운호가 전 세계 방송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 제가 누군지는 따로 소개하지 않아도 잘 아실 테고, 솔직히 악마의 하수인이란 말은 조금 기분 나쁩니다.
각국 언어로 자동 번역된 운호의 말, 사람들은 숨죽였다.
맞다. 악마라고 알려진 바로 그 남자. 그럼 이것도 악마의 능력?
-차라리 마왕이라고 불러 주시죠. 실제로 마왕보다 제가 더 강하니까요.
대체 무슨 헛소리지?
-요즘 성전이라는 말이 대유행이던데, 그럼 합시다. 그 성전이라는 것을.
다시 화면이 바뀌었다.
바다가 보인다. 그 위에 떠 있는 무인도 하나, 밤이지만 대낮처럼 훤했다.
일본 가고시마 도리야마라는 지명의 자막이 적히고.
잠시 후!
번쩍!
하늘에서 떨어지는 세 줄기의 빛!
콰쾅!
그리고 도리야마 섬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성전? 성스럽든, 상스럽든, 똑같은 전쟁입니다. 각오가 된 사람들은 오세요. 상대해 드리죠.
혹시 특수 효과? 사기 아닌가? 확인이 필요했다.
그러나 도리야가가 사라진 것은 확실했다. 바위섬 정도의 무인도가 아니었다. 실제로 사람이 살았던 섬. 그런데 단 세 줄기의 빛이 떨어지자 섬은 소멸되었다.
세상은 경악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최악의 빌런 등장, 마왕 정운호의 탄생이었다.
“악마에게 굴복하라고? 천만의 말씀이지. 우리의 대답을 들려줘. 먼저 놈의 본거지부터 박살 내!”
“하, 하지만 서울은 인구 천만의 도시입니다.”
“핵탄두만 아니면 되잖아. 날려 버려!”
핵잠수함에서 발사된 탄도 미사일이 서울 상봉동 운호의 저택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피시시식!
날아 오르자마자 동력을 잃고 갈피를 잡지 못하더니 결국엔 허공에서 산산이 터져 버리는 미사일.
“이런!”
“더 많이, 요격이 어렵도록 한꺼번에!”
하늘을 가득 수놓을 정도로 많은 미사일이 날았다.
미국뿐만이 아니었다. 중국도 한몫 거들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펑펑펑펑, 그저 매우 비싼 불꽃놀이만을 구경시켜 줄 뿐.
광기에 찬 미사일 발사는 운호가 TV 방송에 또 한 번 얼굴을 드러내고 나서야 중단되었다.
-앞으로 발사되는 모든 미사일은 발사한 국적의 수도에 떨어지게 될 겁니다.
그제야 세상은 다시 평화로워졌다.
‘후우, 이제 대화할 여건은 충분히 만들어진 것 같은데.’
아직 하나가 남았다.
마계 대공 릴리트, 그리고 말레피, 짬타…….
어떻게 설명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