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98
98화 미군 기지 대폭발 (3)
츠리리리리릿!
쩌거덕!
콰아아아앙!
파죽지세.
거칠 것이 없었다.
이기어창, 오러 블레이드가 덧씌워진 본 스피어가 전장을 지배하며 모든 것들을 부숴 버렸다.
적들도 반격했다.
하지만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운호, 맞으면 안 되는 묵직한 공격은 블링크로 피하고, 그 밖에 잡다한 공격은 그냥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하르콘 엘리멘탈 능동형 디펜더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펑펑펑펑!
최루탄 같은 것도 비행장으로 날아와 터졌다.
화재라도 난 것마냥 연무로 자욱한 평택 미군 기지 비행장.
이건 또 뭐지?
‘가스?’
최루탄인가. 아니면 신경 가스?
아무튼 운호에겐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진짜 오러 마스터, 7클래스 마도사의 마나, 신력의 힘까지 가미된 기운이 스스로 움직여 가스에 든 정체불명의 유해 성분을 몸 밖으로 밀어내 버렸다.
미군들은 겁에 질렸다.
반격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고작 하나를 죽이기 위해 모든 가용 화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미사일도 날았고, 로켓탄도 불을 뿜었으며 2킬로 밖에서도 적의 머리통을 쉽게 날려 버린다는 스나이퍼들도 마나 EMP탄을 발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미사일이면 뭐하나? 분당 100발로 발사되는 로켓탄이면 뭐해? 맞춰야 수가 날 게 아닌가!
‘미친!’
‘영화보다 더하잖아!’
‘…이, 인간이 맞아?’
거대한 벽에 마주한 느낌, 공포로 인해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부대, 당연히 지휘체계가 작동될 리 없었다. 뒤도 안 보고 도망치는 군인들.
마지막 헬기가 땅으로 떨어지고, 그리하여 모든 임무를 완수한 드래곤 본 스피어가 운호의 손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럼 정나정만 찾으면 되나?’
마나 골드도 회수하고.
“플라이!”
운호는 평택 미군 기지 상공을 훨훨 날았다.
* * *
평택 기지 미군 사령부 건물 지하의 헌병대 심문실.
의자에 묶여 앉아 있는 정나정은 겁에 질렸다.
“사, 살려 주세요. 제발…….”
하지만 CIA 한국 지부장 켄 그리핀은 냉혹했다.
“나머지 마나 골드는 어디 숨겨 뒀지?”
“…아, 알려 주면 사, 살려 주실 거죠?”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아, 안 돼! …아아악!!”
가위모양의 절단기를 든 켄 그리핀은 정나정의 왼손을 잡고 새끼손가락을 싹둑 잘라 버렸다.
끄드득!
“꺄아아아악!!”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끔찍한 고통, 정나정은 비명을 지르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처한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저 서글서글한 눈매의 잘생긴 서양 남자 조금 전까지 정중한 신사처럼 행동하더니 전화 한 통화를 받고 완전하게 돌변했다.
쿠쿠쿠쿵! 콰앙!
저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초조한 남자의 안색을 보니 확실히 저 소리와 관계가 있음이 틀림없다.
“어서 말해. 여기서 그냥 죽을래? 아니면 말하고 살아남을래?”
“어허, 어허헝, 아, 알았어요. 말씀드릴게요. 제발 목숨만은…….”
“빨리!”
아직 어린 정나정, 사실 이 정도 버틴 것만 해도 용한 편이다.
“가, 강남역, 지하철 보관함… 캐리어 세 개에 나누어 담았어요.”
“보관함 번호는?”
“41, 42, 43번.”
“비밀번호도.”
정나정은 필사적으로 불었다.
그래야 혹시라도 살려 줄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제야 만족한 켄 그리핀, 먼저 전화부터 걸었다.
“나다. 강남역 지하철 보관함, 41번, 42번, 43번 비밀번호는… 가서 확보하고 바로 미국으로 가!”
마나 골드 확보를 지시한 후, 미리 들고 온 커다란 알루미늄 가방을 여는 켄.
“그, 그게 뭐죠?”
“알 거 없어.”
이윽고 비행장에서 들려오던 폭음도 멎었다,
‘끝났구나.’
켄 그리핀은 결정석으로 폭발력을 강화한 신형 C-874 폭탄의 시한 장치를 조작했다.
처음 빈스 국장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 켄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헌터포스팀이 손도 못 쓰고 당한 건 그도 알고 있었지만 미군이 패배할 거라고? 세계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는 그 자랑스러운 미국의 군대가?
하지만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승패는 이미 기울었다. 사령부에 근무하던 미군들이 모두 기지 밖으로 탈출했다. 그나마 남아 있던 한국인 군무원들도 피신했다.
시간이 없다. 자신도 이곳을 탈출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무리하게 정나정을 몰아붙였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마나 골드의 소재를 알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목적은 달성했고, 이젠 증거를 없애야지.’
미군 기지에서 어린 한국 여자가 고문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0분이면 되겠지?’
이곳을 빠져나갈 시간만 남기고.
가방 가득 들어 있는 결정석 강화 신형 폭탄.
비록 핵만큼은 안 되지만 이 사령부 건물 정도는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이다.
“뭐, 뭐예요?”
켄 그리핀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질러 봐! 누군가 구해 주러 올지도 모르니까.”
“…네?”
삑삑삑.
LED 판에서 10분이란 시간이 표시됐다.
정나정도 이 가방이 뭔지 알았다.
“아, 안 돼! 꺄아아아아악!”
혹시 모른다.
그 정운호란 놈이 정나정을 발견하고 구하러 오다가 이 건물과 함께 장렬하게 폭사할지…….
‘그럼 일석이조지.’
심문실 안쪽 문을 걸어 잠근 켄 그리핀은 유유히 사령부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 * *
잠시 후 플라이를 시전하고 평택 미군 기지를 샅샅이 수색하던 운호는 마침내 사령부 건물 상공에 도달했다.
‘아무도 없나? 텅 빈 것 같은데…….’
모두 기지를 비우고 도망갔나 보다.
바로 그때!
‘음?’
한 줄기 희미한 비명 소리가 들린다. 귀에 익은 음성.
운호는 감각을 극대화시켰다.
꺄아아아아…….
‘맞네.’
정나정의 목소리가 틀림없다.
‘저 건물 안에 있었구나.’
드디어 찾았다.
서둘러 땅으로 내려선 운호.
저벅저벅 걸어 사령부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지하실.’
점점 소리가 가까워진다.
마침내!
‘여기야.’
뿌드득,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으허허허허, 사, 살려 주세요. 제, 제가 잘못했어요. 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정나정이었다.
“후우.”
꼴이 말이 아니다.
잘린 손가락에선 피가 철철 흘러나왔고, 마스카라는 눈물로 번져 꺼멓게 뺨으로 흘러내렸다.
쓴웃음을 지으며 묶인 줄을 풀어 주려는데.
“포, 폭탄이…….”
“응?”
그제야 운호는 목격했다. 그녀에 발치에 놓인 알루미늄 가방을.
LED 패널에 표시된 시간은 10초 남짓,
“이런!”
머뭇거릴 시간도 없다.
혼자 빠져나가면 간단하겠지만…….
‘정나정을 버릴 수는 없지.’
미우나 고우나 그녀는 정휘선의 조카손녀, 정지훈의 육촌 누나.
무조건 살려 데려가야 한다.
운호는 장창을 최대 크기로 키운 후 그대로 위로 쏘아 올렸다.
츠리리릿!
강맹한 강기를 머금은 본 드래곤 스피어.
쾅! 쾅! 쾅! 쾅!
장창이 지하실 천장을 뚫고 층층 바닥을 관통하며 일직선으로 솟구쳤다. 그러자 구멍 너머로 푸른 하늘이 보인다.
‘됐어!’
정나정 먼저 품에 안았다.
그리고 오리하르콘 능동 디펜더를 활성화시키고,
지이이잉,
다리에 힘을 주면서 위쪽으로!
파팟!
슈우우우웃!
“플라이!”
그와 동시에 터져 나가는 사령부 건물.
콰아아아아아아앙!
“꺄악!”
대폭발이었다.
발밑에서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
‘정나정은 찾았고.’
이제 빨리 마나 골드의 행방을 알아내야지.
운호는 그대로 날아 미군 기지를 빠져나갔다.
* * *
평택 미군 기지의 대폭발!
시민들이 깜짝 놀랄 만큼 대사건이었지만 의외로 언론은 조용했다. 그냥 폭발물 사고로 처리되어 신문에 단신으로 보도되었을 뿐.
이제 반격을 준비해야 할 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마나 골드 회수는 이미 늦어 버렸다. 강남역 물품 보관함에 대영 헌터들을 보냈지만 이미 사라진 후.
“미안하네. 용서해 주게.”
무릎까지 꿇으려 하는 정휘선을 애써 말리고 그를 위로해 주는 운호.
“괜찮습니다. 아직 기회가 있어요. 바로잡으면 됩니다.”
“씨발!”
“냥!”
입이 걸걸해진 정지훈이 욕설을 내뱉었다.
“나정이, 그년 내버려 두고 오지 왜 데리고 왔어요?”
“이용당한 것뿐이잖아. 이젠 뭘 할 수도 없고.”
“참나, 형은 무슨 성자라도 돼요?”
“냥?”
하지만 운호도 안다. 정지훈의 푸념 속에 담긴 감사한 마음을.
“그럼 뒤처리를…….”
“나정이는 내게 맡기게. 죗값은 톡톡히 치르게 해야지. 내 동생 놈도!”
“살살하세요.”
그럼 정나정의 처분은 정휘선 회장에게 맡겨 두고,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국정원 원장이 운호를 직접 찾아왔다.
아마 미국에서 요청해 왔겠지.
“부탁드립니다. 여기서 멈춰 주십시오.”
“누구 맘대로요?”
“…더 몰아붙이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전쟁이라, 이미 일어난 거 아닌가?”
“무, 물론 그렇죠. 설사 전면전이 일어난들 운호 님에겐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겠지요. 하지만 국민들이…….”
“네, 말 안 하셔도 돼요.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정면 대결?
운호는 상관없지만 사람들이 죽는다.
그건 그로서도 절대 바라지 않는 일이고.
“제가 알아서 처리하죠. 원장님은 이만 돌아가시고.”
“어… 네. 네, 제발 자비를…….”
일단 상봉동 저택으로 돌아간 운호.
그리고 다음 날 오후 1시쯤 던전을 통해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 * *
미국 워싱턴 DC는 한밤중.
백악관, 침대에 누운 로널드 대통령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헌터가 보통 사람과 다른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운호라는 자는 그가 알고 있는 헌터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사람? 사람이 맞기나 해?
그래서 그는 두렵다.
‘미국으로 오지는 못할 거야.’
아니 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왜 이렇게 답답하지?
“끄응.”
몸을 일으키려 하니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가위 눌렸나? 잠도 자지 않았는데.
그래서 슬쩍 가슴팍을 보니,
“헉!”
자신을 노려보는 두 개의 눈동자.
“고, 고양이?”
“냥?”
왜 갑자기 고양이가…….
“캬악!”
“어헉!”
로널드 대통령은 혼비백산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목소리.
“놀라지 마. 우리 돼지는 안 물어.”
운호였다.
7클래스 마도사로서 백악관 정도야 아무도 모르게 출입하는 건 식은 죽 먹기.
“당신은?”
“그래, 나야. 자, 우리가 서로 인사 나눌 사이도 아니고, 변명할 기회를 주지. 지금부터 말해 봐. 왜 그랬어?”
“무, 무슨 말인지…….”
“생각 없으면 말해. 세뇌 스킬 알지? 그거 나도 할 줄 알아. 당신 정신을 장악해 내 의도대로 움직이게 만들 수도 있어.”
세뇌라니!
꿀꺽,
무의식중에 침을 삼킨 로널드 대통령.
정말인지 판단할 필요도 없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는 백악관도 그냥 들어온 사람, 자신 정도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
그래서 더듬거리며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게 어떻게 된 일인가 하면… …….”
로널드의 이야기를 다 들은 운호는 일단 생각부터 정리했다.
‘후우, 특수 던전 신전이라…….’
제단을 통해 태블릿으로 전해진 건 인챈트 마법진이었다. 시스템 가이드 연성 방법, 합성 결정석, 활력의 마법진.
그걸 가능케 하는 놈은?
‘한 사람밖에 없지.’
역시 광휘였다.
‘게다가 태블릿과 마나 골드는 사라졌고.’
로널드 대통령의 말은 진실이었다.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진실의 눈이란 마법으로 체크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잘 들어! 두 번 말하지 않겠다. 먼저 특수 던전 신전부터 소멸시켜.”
“소멸? 그냥 폐쇄하면…….”
“안 돼! 핵배낭으로 완전하게 없애.”
“끄응, 아, 알겠소.”
“또 하나! 태블릿과 마나 골드 뒤로 빼돌린 놈들 반드시 찾아내. 그리고 나한테 연락하고.”
“노, 노력해 보겠소.”
“그래야 할 거야. 아니면 우리 돼지가 널 찾아갈 테니까.”
“캬악!”
“어허허허허…….”
운호는 한 번 더 못 박았다.
“일 처리가 미숙하면 널 죽일 거다. 그다음 부통령을 찾아갈 거고, 그도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무슨 뜻인지 알겠나? 고분고분한 놈 찾을 때까지 끝까지 간다는 말이야.”
“아, 알았소.”
로널드 대통령은 미친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잘할 것이다. 목숨이라도 부지하려면 말이다.
하지만 운호는 입맛이 쓰다.
미국 대통령을 협박하다니, 이거 암중의 흑막이라도 되는 것 같다.
‘광휘는 에론을 지배해 왔고, 난 지구를 지배하고.’
비록 취지는 다르지만 하는 일은 비슷해졌다.
‘그렇다면 내 구역은 내가 지켜야지.’
운호는 결심했다.
일이 이 지경까지 온건 모두 광휘 때문.
에론 대륙에 가서 놈을 찾아낸다. 빚을 졌으니 갚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