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갑작스러운 내 행동을 보고 곧장 내 의도를 눈치챈 윤시아가 날 따라 거북이를 던지기 시작했다. 신서하가 당황하며 물었다.
“이, 갑자기, 무슨……. 뭐 하는 거예요?”
“거북이를 바다에 돌려보내고 있어요!”
“예?”
윤시아에 대답에도 신서하는 여전히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 한 마리까지 던지고 난 뒤, 나는 주변을 살폈다. 해변에는 자갈돌이 깔려 있었고, 그 뒤로는 쭉 숲이었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방해꾼이 없나 잠시 살핀 후, 숲을 향해 방향을 틀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의아해하며 따라오는 신서하에게 말했다.
“저 거북이들을 바다로 돌려보내 시간을 끌어야 저희가 편히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네? 그냥 달리면 따돌려지지 않았을까요? 능력치는 평범한 거북이랑 다를 바 없었는데?”
“거북이가 여러 마리 있다고 사람 셋이 타고 있는 가마를 지고 갈 순 없어요. 분명 또 다른 뭐가 있을 확률이 없잖아 있었죠. 만일을 대비해서 던진 거예요.”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그렇게 던졌으니 다쳤을까 봐 걱정이에요.”
“신서하 헌터! 방금 거북이들은 바다에 빠지기 직전에 완벽한 다이빙 포즈를 취했어요! 다치진 않았을 거예요!”
“그래?”
“애초에 거북이의 모습을 한 몬스터인걸요!”
“대화는 잠시 미뤄 두고, 일단 다른 사람들을 찾도록 하죠.”
“근데 한지언 헌터, 여기는 완전히 숲속이라 사람들이 없지 않을까요? 이곳에 왔어도 다 숲을 나갔을 것 같은데.”
“혹시 모릅니다. 저희와 비슷하게 바다에서 빠져나왔을 수도 있으니까요.”
어찌 됐건 최종적으로는 우리도 숲속을 헤치고 나가겠지만, 만일이라는 게 있었다. 예를 들어 마허윤과 강희민 둘이 붙었다거나, 홀로 있다거나.
우리는 숲속을 한참 헤맸다. 숲속엔 생명체라고는 곤충밖에 없었다. 새도, 네발짐승도 없이 고요한 공간이었다.
그러던 와중, 꽤 되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우리는 그 인기척을 따라 곧장 걸음을 옮겼다. 빽빽이 자라난 나무들을 지나 앞을 가린 풀을 헤치고 나아가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한지언 헌터. 무사하셨군요.”
“승현 헌터도요.”
그뿐만 아니라 겔탄, 마허윤, 강희민, 박주완도 있었다. 형은 아직 안 왔나.
“한지언 헌터, 한지운 헌터와 윤시아 헌터는 못 보셨습니까?”
“형은 못 봤는데……. 잠만. 윤시아 헌터라뇨?”
승현 헌터의 물음에 곧장 고개를 돌리자, 뒤에는 신서하 헌터밖에 없었다.
“신서하 헌터. 윤시아 헌터 못 보셨나요?”
“네? 어? 어디 갔지? 분명 아까까지 있었는데?”
“…이런.”
인기척을 따라오며 뒤에를 신경 쓰지 못했던 게 이렇게 될 줄이야.
“윤시아 헌터가 사라진 겁니까?”
“네. 같이 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라진 건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둘러보고 올게요.”
“아, 한지언 헌터! 제가 다녀올게요!”
“신서하 헌터가요? 윤시아 헌터가 사라진 지금, 숲속에 뭐가 있을지 몰라요.”
“아뇨, 사실 윤시아 헌터의 몸에 제 능력이 미세하게 남아 있거든요. 그걸 따라가면 아마 윤시아 헌터가 있을 거예요. 제가 금방 다녀올게요. 그리 안 멀거든요. 그리고 숲속에 별다른 함정 같은 게 없다는 것도 확인했어요. 윤시아 헌터는 아마 그냥 단순히 다른 길로 샌 것 같아요.”
“그런가요…….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금방 올게요!”
♧♣♧
꽤 높은 절벽. 그 앞에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바다 위로는 보라색과 하늘색이 섞인 하늘에 구름이 떠다녔다.
절벽에는 수없이 많은 묘가 세워져 있었다. 어떤 묘는 나무로 되어 있었고, 어떤 묘는 엉성하게 돌을 쌓아 만들어 놓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한 가지 같은 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제각기 다른 이름들이 뚜렷하게 적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묘지 앞, 윤시아가 서 있었다. 윤시아의 연한 갈색 포니테일이 바람에 흔들렸다. 붉은 재킷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전하구나.”
묘지를 잠시 바라보던 윤시아가 이내 부러진 검을 꺼내 들었다. 윤시아는 손에 쥐어진 검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콱! 다른 묘들 사이에 꽂았다. 꽂은 검에는 작게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런 검을 놓지 않고 윤시아는 과거를 돌아보았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아니, 아주 최근. 바다의 왕, 그 알현실의 문을 넘기 전까지 우리를 막았던 기사.
“차마 널, 내 손으로 죽일 수가 없었다.”
그때, 윤시아는 힘을 더 주어 기사를 처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끝내, 검을 쥔 손에서 힘을 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너머에 없는 자신을, 끝까지 왕이라 칭하여 주는 기사를, 어찌 제 손으로 찌른단 말인가.
“내가 너무 연약해 아무것도 못 했구나.”
끝내 윤시아가, 기사의 왕이 할 수 있었던 건 죽음 이후에도 문 앞을 막는 기사의 영혼을 하늘로 올려 보내는 것뿐이었다.
모두가 문 너머로 간 사이, 윤시아는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미세한 영혼을 위로했다. 억지로 부지한 목숨에 작디작아진 기사의 영혼을.
「그대의 충성은 내가 다 받지 못할 정도로 과분하니, 너의 끝을 내가 보았으니 편히 쉬어라. 바다는 나고, 나는 곧 바다이니. 반드시, 내가 이곳을 원래대로 돌려 놓겠다. 그러니, 이만 쉬어라.」
기사의 영혼을 위로하는 내내, 윤시아는 자멸감에 빠졌다. 거짓된 왕의 모습임에도 끝까지 지키는 기사의 모습에, 충성심에. 그저 하염없이 기다린 것에 감탄하고, 바다를 지키지 못한 것에 미안하여. 약한 자신을 멸하고 싶었다.
동시에 윤시아는 자신이 이리된 이유를 떠올렸다. 바다의 왕이었던 자신이, 한낱 인간이 된 이유. 그건, 이 썩어 빠진 세상의 ‘왕’의 의한 것이었다.
♧♣♧
아름답게 펼쳐진 바다, 그 위와 아래를 넘나들며 화합하고 다스렸던 윤시아는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의 왕 아래에 속한 ‘군주’였다.
바다의 왕임에도 윤시아는 육지로 나와 육지의 생물들과 화합하고, 배를 타고 바다를 가로질렀다. 윤시아는 그 모든 것을 사랑하였다. 육지의 생물들을, 세계수를, 바다의 생물을, 보석을. 그 모든 것을 품에 안았다.
그런 윤시아는 어쩌면 위엄 있는 왕이 아닌, 호기심 많은 아이라 칭할 수 있었다.
그런 시간이 영원할 줄 알았던 윤시아에게, 거대한 절망이 들이닥쳤다.
“왜… 어째서입니까.”
무너진 배. 그 사이에 널브러진 시체들. 쏟아지는 비. 그 사이에 윤시아는, 손에 묻은 혈흔을 보며 절망했다. 그리고 분노했다. 자신의 아이들을 죽인 왕에게.
“당신에게… 충성을 바쳤습니다! 이곳의 왕인 제가, 만물의 왕인 당신에게 충성을 바치고,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당신을 우러러보았습니다! 그런데 왜 당신은 제게… 이런 절망을 안겨 주시는 겁니까…….”
왕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어이없다는 듯, 짧게 웃으며 말했다.
―너는 약하다. 쓸모없고, 어리석지.
윤시아는 절대 약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왕은 약하단 이유로 윤시아를 버렸다.
―너는, 나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 역시 너를 버린 것이다. 이건 너의 탓이며, 내 탓이 아니다. 군주임에도 충성하지 않는 네게 내리는 벌이다. 죽이지 않는 걸 감사히 여겨라. 어리석은 것.
윤시아의 힘이 왕의 손아귀에 쥐어졌다. 곧이어 윤시아의 모습이 변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바다의 어린 생명들을 앗아 갔던 그것들의 모습으로. 윤시아가 지독하게 역겨워했던 그 모습으로. 모두가 아는, 윤시아의 모습으로.
윤시아의 비명은 흐르는 빗소리에 묻혀 흩어졌다. 윤시아는 한참을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지내다, 하늘이 맑아졌다.
맑아진 하늘 아래, 게이트가 생겨났다. 윤시아는 그 게이트를 바라보다 눈앞에 나타난 류천화를 발견했다. 류천화 역시 윤시아를 발견하고 바라보았다. 그러곤 의아한 듯 물었다.
“처음 보는 헌터인데.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지?”
생전 들어 본 적 없는 언어임에도 윤시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눈앞의 인간이 그녀를 몬스터로 취급하지 않고 같은 동족으로 취급하였다. 그건 분명, 그녀가 저 세상 사람과 같아졌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분명히 이해한 윤시아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역겨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역겨운 것이 있었으니…….
윤시아가 힘없이 말했다.
“나를, 데려가라.”
“누군 줄 알고 데려가지?”
“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할 수 없었다. 저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겁쟁이 왕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으니.
“너희와 같은 마음으로 싸울 거다. 그러니… 데려…….”
한없이 약해진 몸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렇게, 그녀를 데리고 간 류천화의 선택으로, 윤시아가 태어났다.
♧♣♧
윤시아는 눈을 떴다. 눈앞엔 수없이 많은 묘가 세워져 있었다. 자신의 부하였던 자들이, 웃음 가득했던 부하들이, 함께 바다를 가로질렀던 부하들이, 이제는 하나의 묘가 되어 있었다.
검을 놓은 윤시아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수평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당신을 증오합니다. 나를 내가 혐오하던 것들의 모습으로 만든 당신을 원망합니다.”
그러나 왕이 하나 간과한 것이 있었다. 윤시아를 벌하고자 윤시아를 그녀가 본디 증오하던 존재로 만든 왕이, 하나 놓친 것. 그것은…….
“그러나 이제는 아닙니다.”
윤시아가 증오하던 것들을, 더 이상 증오치 않게 된 것.
“한없이 푸른가 싶다가도 시시각각 달라지는 하늘. 드높은 건물과 그 사이에 숨겨진 자연. 같은 듯하지만 전부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 전 이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바다의 모든 것을 품에 안았던 윤시아가, 이번에는 새로운 것을 그 품에 품게 되었다는 것.
“그렇기에, 저는 당신을 죽일 것입니다. 당신을 죽이려는 이 생명의 편에 서서, 당신의 목에 제 칼을 깊숙이 꽂을 것입니다.”
처음 이 모습이 되었을 때, 윤시아에게는 또렷한 목표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명확한 목표가, 윤시아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은 윤시아가 묘들을 바라보다, 이내 돌아섰다. 그녀가 돌아갈 곳으로, 새로운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그러나, 그런 윤시아의 앞을 막은 이가 있었으니.
―오래간만이네?
윤시아의 표정에 어둠이 서렸다.
목까지 내려오는 푸른 곱슬머리. 그녀의 것과 같은 모양새지만 색이 검은 해적 의상. 예전 모습과 다르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크라폰 가이오젠……!”
한때 윤시아의 밑에서 이인자라 자칭하던 존재. 윤시아 역시 이인자라 인정한 존재. 함께 바다를 가르던 자였다.
그가, 왕의 손을 잡기 전까진.
―하하. 예전에는 그 외침에 몸이 움츠러들었는데, 지금은 그냥 귀만 좀 간지럽네.
“뻔뻔하게 내 앞에 낯짝을 드러내는구나.”
―응? 이상하네. 뻔뻔한 건 당신 아닌가? 어떻게 그 힘으로, 내 앞에 나타날 생각을 했지?
“본디 이곳은 나의 영역이었다! 내가 이곳에 오는 건, 당연하다!”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밟으면 찍소리도 못 내고 터질 것 같은 주제에 무얼 믿고 여기 왔냐는 거야.
그 말에 윤시아는 어이없다는 듯 숨을 토해 냈다.
“참으로 오만해졌구나. 예전에는 분명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원래 이게 내 성격이야. 당신이 멍청하게 몰랐던 거지.
윤시아는 뻔뻔하게 자신과 같은 눈 색을 가진 탑주를 바라보았다. 당장, 저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다.
그런 눈빛을 전부 읽은 탑주가 윤시아를 깔보듯 웃으며 말했다.
―모든 걸 빼앗긴 후를 본 기분은 어때? 폰티나.
폰티나. 그것이 본디 윤시아의 이름. 그리고, 첫 번째 바다의 군주가 지녔던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