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교주가 등대지기를 공격할 줄은 몰라 멀찍이 떨어져 있던 차였다.
“위험―”
터엉! 등대지기의 눈앞까지 다가왔던 공격이 커틀러스에 막혀 튕겨 나갔다.
“세이프!”
그러며 윤시아가 자랑스럽다는 듯 검을 휘둘렀다. 등대지기는 어안이 벙벙한 듯 주저앉아 허공을 응시했다.
교주는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손에서 피가 날 때까지 주먹을 쥐었다. 이윽고 손아귀에서 피가 흐르자 교주가 입을 열었다.
“겁쟁이 새끼가 여전히 살아 있었구나!”
교주가 피를 흩뿌리자 땅에서 문어 다리가 튀어나왔다. 그다음으로 교주가 주머니에서 공을 꺼내자 이번엔 좀비가 튀어나왔다.
‘…그 좀비 사태의 원흉이 이 자식이었나.’
교주가 공격을 마구잡이로 해 대며 소리쳤다.
“혼자 평화롭게 사는 겁쟁이 새끼! 등대지기라는 이유로 보호받으며 평화롭고 풍족하게 사는 가식적인 기만자 새끼야!”
등대지기가 몸을 떨며 수첩에 무언갈 적고는 교주에게 보여 주었다. 대충 보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적혀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 가식적인 새끼. 그래! 넌 모르겠지! 네가 등대에서 여유롭게 잠이나 잘 동안! 우리는 노예만도 못한 생활을 해 왔어! 육지는 망했어! 바다의 것들이 육지를 탐하고, 끝내 갈취했으니까! 그리고 잘 살던 우리를 바다에 빠뜨렸어! 바다에서 숨도 쉬지 못하는 우리를! 그런데 봐!”
저 멀리 다른 사람들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교주가 등대지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가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펼치자, 그 위로 보랏빛 연기가 일렁였다.
“너는, 지금도, 계속, 바깥의 상황은 알지도 못한 채, 평화롭고 안락한 삶을 살고 있지. 우리가 죽고, 갈취당하고, 벌레 취급 당할 동안 넌! 그 안전한 등대에서 나오지도 않았어. 우리가 어떻게 되는지는 궁금해하지도 않은 채, 그저 묵묵히, 등대만…….”
교주가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하얀색과 붉은색이 섞여 있던 눈이, 온통 붉은색으로 뒤덮였다.
“넌, 죽어 마땅해.”
콰아아아! 수백 마리의 좀비 떼가 단숨에 생겨났다. 나는 달려드는 좀비 떼를 공격하며 등대지기에게 말했다.
“결정해. 죽일지 말지. 네 친구잖아. 네가 정해. 정하면 알아서 정리할 테니까.”
“…….”
지금 상황에선 교주를 죽이는 게 어렵지 않았다. 좀비 떼가 조금 많긴 했지만 그래 봤자 주체인 교주만 죽으면 상황은 종료될 것이고, 교주는 힘이 강하긴 해도 미숙하고 마구잡이였으니. 잘만 피하면 죽이긴 쉬웠다.
등대지기가 수첩에 무언갈 작성하려다 이내 손을 멈췄다. 그러곤 한참을 침묵하다가 이내.
“제가… 할게요.”
뇌가 마비될 것 같은 목소리였다. 요릴리아의 매혹도 통하지 않았던 나조차 단번에 홀릴 뻔할 정도로 무섭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이듯 들어왔다 퍼져 나갔다.
작게 중얼거리듯 말한 등대지기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아슬아슬하게 등대의 안쪽 가장자리에 서서 한참을 침묵했다.
“내 가족도 전부 죽었어! 친구도! 눈앞에서 잔혹하게 먹혀 들어갔다고! 그런데 너는 왜, 아무런 영향도 안 받는데! 왜 너는 멀쩡한데! 왜 너만!”
이내, 등대지기가 다짐한 듯 외쳤다.
“그만해!”
순간, 모든 공격이 멈췄다. 최대한 방어하던 승현 헌터의 능력도, 형의 공격도, 나의 움직임도, 교주도.
교주가 헛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말할 수 있었구나. 그래. 그런 목소리를 가졌으니 그동안 말을 안 했구나.”
교주는 더욱 기가 찬 듯 말했다.
“그런 목소리를 가졌으면, 바다의 것들도 좀 홀려서 평화롭게 만들면 안 됐냐? 그 목소리 때문에 매번 글만 쓴 거였어? 글도 몰랐던 나한테 글을 들이민 거였어? 아니, 알겠다. 그런 목소리를 가졌으니, 바다의 것들이 홀려서 너를 공격 안 한 거구나. 너만.”
저건 또 무슨 소리야. 남 탓도 정도껏 해야지.
끼어들고 싶었으나 나는 간신히 참으며 그 화를 주변에 있는 좀비들에게 풀었다.
등대지기가 손을 살짝 들어 올려 제 후드 밑을 붙잡았다. 등대지기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곧이어 등대지기는 숨을 내쉬며, 제 후드를 잡았다. 그리고 푹 뒤집어썼던 후드를 벗었다.
그 순간, 교주의 눈에는 한 가지의 감정만이 들어 있었다.
배신감.
“너…….”
그 이유는, 등대지기의 외형에 있었다.
점점 깊어지는 바다와 같은 푸른 머리칼.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눈 중에서 가장 깊은 색을 담고 있는 푸른 눈. 그에 더해 실 가닥 한 올 한 올을 연결한 것만 같은 지느러미가, 귀 부분에서 살랑거렸다.
그 모습은 분명, 저 바다에 있을 법한 외형이었다. 그리고 바다에 있을 법한 외형이라는 건…….
“너, 바다 생물이었냐?”
교주는 그제야 모든 게 이해가 간다는 듯 숨을 내뱉었다.
“그래. 어쩐지. 등대에는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더라. 그야 같은 동족이니까……. 역겨워. 그동안 그딴 모습을 숨기고 날 속인 거야? 그래서 가장 친했던 내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거야? 아니, 아니겠지. 애초에 너는 우리를, 나를, 친구라 생각 안 했으니 그런 거겠지! 죽어 버려!”
공격이 더 거세졌다. 그러나 여전히, 조잡하고, 미숙했다.
등대지기가 입을 열었다.
“아니야.”
말하는 게 어색한지 등대지기가 입을 몇 번 벙긋거렸다. 그러다 이내 마음을 다잡은 듯, 노래하듯 자신의 말을 전했다.
“난 바다에도, 육지에도 있지 못하는 존재야. 그 사이에서 태어났으니까. 반은 육지에 속하고 반은 바다에 속하니, 어디서든 괴물 취급을 받았어. 나를 낳은 부모에게마저 말이야. 그래서 죽을 듯이 맞고 도망치길 반복하다가, 바다의 왕이 나를 품어 주었어. 그래. 바다의 왕의 손길을 받았으니, 어쩌면 바다의 생물이랄 수도 있어.”
등대지기가 한 걸음씩, 등대 밖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떠돌던 나에게, 바다의 왕은 하나의 역할을 주었어. 그게, 등대지기야.”
등대지기가 서서히 교주에게 다가갔다. 사방이 좀비 떼로 득실거리고 문어 다리가 연이어 솟구침에도 어째서인지 공격을 받지 않고, 교주에게 다가갔다.
“오지 마!”
교주가 손을 휘둘렀으나, 공격이 닿지 않았다. 아니, 손을 휘두르기 전 몸이 멈춘 듯 보였다.
“너에게는 말하고 싶었어. 함께 등대 밖으로 나가 뛰어놀고 싶었어.”
등대지기의 몸에 덮여 있던 후드 망토가 서서히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등대지기의 시간은 멈춰 있어서, 밖으로 나갈 수 없었어.”
교주의 양 볼에 등대지기의 두 손이 닿았다.
“닿지 마. 더러워. 기분 나빠. 꺼져. 꺼지라고!”
“내가 너무 겁쟁이였어. 모습을 보이는 게 두려워, 등대에만 있었어.”
내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등대지기는 분명 사라지고 있었다. 발끝부터 서서히.
“그래서, 너무 오랜 시간을 등대에 머물러서, 바깥으로 나오면 소멸하게 되었어. 바깥의 시간으로 따지면 난 존재할 수 없으니까. 바깥세상의 인과에 더 이상 내가 없었거든.”
좀비와 문어 다리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었다. 마치 전시된 물건처럼, 영혼이 빠져나간 듯 가만히 있었다.
“그거 알아? 등대지기의 역할은 길을 잃은 자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거야. 사람들이 길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빛을 밝혀 주는 거지.”
교주의 입이 벙긋거렸다. 교주의 얼굴에는 다양한 감정이 들어 있었다. 슬픔, 절망, 분노, 그리고 안도.
“…그래서 너의 길에도 빛이 환하도록 빌었어. 그러나, 내가 너무 늦었구나. 너에게 이곳은 너무나 지옥이구나.”
등대지기의 하반신이 거의 사라졌다.
“너의 올바른 길은 이제… 하나밖에 안 남았구나.”
교주와 등대지기의 이마가 맞붙었다. 곧이어, 교주의 눈이 젖어 들며,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 왜 이제야 인도해 주는 건데?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데. 내가,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데. 잘못된 걸 알아도 별수 없어서, 나는, 내가…….”
“그래. 마음껏 탓해. 그걸로 편하다면. 넌 내 소중한 친구니까. 소중한 친구를, 내가 너무 겁쟁이라 오래 내버려 뒀으니까. 그러니까 이젠, 그러지 않을게. 같이 가자.”
그 말 뒤로, 좀비가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문어 다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건, 교주도 마찬가지였다. 교주의 몸이 빠르게 붕괴하여 가기 시작했다.
‘…어쩐지 강한 힘에 비해 별로 못 움직이더라니, 억지로 힘을 가지고 있던 거였나?’
교주가 하염없이 울었다. 등대지기는 그 울음을 다 받아 주듯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내, 어깨만 남았을 때, 교주를 향해 작게 속삭였다.
“같이 가자. 같이, 올바른 길을 찾아 떠나자.”
이윽고, 두 사람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들이 홀연히 사라진 자리에는 검고 밝은 빛만이 남아 반딧불이 무리처럼 겹쳐졌다 흩어지길 반복하며 하늘로 올라갔다.
두 사람이 서 있던 자리에는 바다를 담은 듯한 마석이 남아 있었다. 승현 헌터가 떨어진 마석을 주웠다. 나는 아까 왕을 죽이고 얻은 것과 같지만 조금 다른 모양의 마석을 보며 말했다.
“그 마석 있잖아요. 나중에 열쇠로 쓰이는 걸까요?”
“이 마석 말입니까?”
“네. 아까 얻은 마석도 같은 종류였잖아요. 혹시 조각난 걸 합쳐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 말에 승현 헌터가 또 다른 마석을 꺼냈다. 그러곤 이리저리 굴리다, 달칵. 두 마석이 서로 틈을 메우며 하나로 합쳐졌다. 합치고 보니 원래는 정사각형인 듯 보였다. 그러나 조각 하나가 모자랐다.
“세 개를 모아야 하나 보네요.”
“아니, 잠깐. 이렇게 바로 그런 얘기를 해요?”
“무슨 소리죠, 마허윤 헌터.”
“웬 존댓말……. 아니, 그러니까 막 여운 같은 거 안 남아?”
“뭔 여운?”
“아니, 그니까……! 됐다……. 말해 봤자 내 입만 아프지.”
“뭔……. 아.”
그러니까, 방금 상황이 마허윤에게는 꽤 슬펐던 모양이지.
“마허윤. 사사로운 감정은 잠시 접어 두지?”
“뭐?”
“지금 우리 목숨도 위태위태한데 그런 감정에 휘둘렸다가 갑자기 둘이 돌변해서 공격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내 말은 그 뜻이 아니잖아.”
“헐. 둘이 싸워요? 저 빵 안 가지고 왔는데.”
“보통은 팝콘 아녜요?”
“…안 싸웁니다.”
“안 싸워! 하여튼, 쟤 진짜 옛날이랑은 완전히 달라.”
마허윤의 말을 무시하고 주변을 살피고 있는데, 돌연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전이랑 많이 다른가요?”
“에? 아. 예, 뭐, 그렇죠? 옛날엔 정말 과하게 표현하면 귀엽기라도 했지, 지금은 그냥―”
“마허윤. 입 함부로 놀리지 마.”
“…….”
“움직이죠. 여긴 층이 따로 없는 것 같으니까요. 최대한 움직이며 마석을 찾는 게 클리어 조건인 것 같습니다.”
그러며 나는 앞장서 걸었다. 가라앉은 공기에 사람들이 입을 열지 않고 나를 뒤따라왔다.
옆에서 걷던 승현 헌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한지언 헌터. 팀원들과의 사이는 중요합니다. 물론 분위기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위기를 푸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도 잘 알아요. 그냥… 남이 제 얘기를 하고 멋대로 판단하는 걸 안 좋아할 뿐이에요.”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예?”
“저번에 멋대로 판단하고 의심했었으니까요.”
“아뇨. 그땐 타당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괜찮아요.”
“그런가요. 그래도 앞으론 조심하겠습니다.”
“감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