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바다의 군주】
등대를 뒤로한 채 주변을 둘러보며 걸은 시간이 30분을 찍었을 때쯤,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지?’
수상한 구조물도, 수상한 몬스터도 없었다. 지나치게 조용했다. 간혹 보이는 헌터들 역시 자리에 가만히 서 있거나 주변을 뒤지는 등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했다.
의아해하며 조금 더 걷다 보니 저 멀리, 꽤 많은 헌터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런 곳에 사람들이 왜 모여 있는 걸까요.”
“확인해 보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다 같이 가죠. 왔다 갔다 하기 번거롭잖아요.”
승현 헌터가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서 나섰다. 그 뒤를 따라 모두 다 같이 사람들이 몰린 곳으로 다가갔다.
승현 헌터가 가장 가까이 서 있던 헌터에게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다음 층으로 가는 길이 없어서 모여 있어요.”
간단한 답이었다. 우리가 길을 못 찾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든 헌터들이 방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게 할 필요가 있나?’
몰려 있던 헌터들이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전체를 둘러봐도 갈 만한 곳이 없다, 더 이상 몬스터도 나타나지 않는다,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도 없다 등. 여기에 있는 헌터들이 단체로 미아가 된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말했다.
“쓰지도 못하는 마석 두 개만 덜렁 주고! 대체 뭐 하자는 거야!”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이 반응했다.
“뭐야. 당신도 그 마석을 얻었어?”
“당신들도야?”
“어, 우리도 그런데?”
누군가 마석을 꺼내 들자, 맞아, 저거, 라며 다들 입을 열었다.
‘전부 마석을 두 개까지 얻었다는 건가?’
그러다 문득, 하나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들은, 왜 여기에 모여 있는 거지?’
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석 두 개를 얻고, 헤매다 이곳으로 왔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전부 마석 두 개를 지닌 사람들.
의문도 잠시.
쿠르릉!
“뭐야!”
사람들이 굉음이 들려온 곳을 바라봤다. 바로 앞에 있는 바다, 그 가운데에 소용돌이가 생겨나 점점 커지고 있었다.
누군가가 외쳤다.
“이제야 시작인가 보구나!”
어떤 멍청이는 소용돌이 안쪽을 공격하기도 했다.
소용돌이는 끝도 없이 커졌다. 이윽고, 시야에 보이는 곳 전체가 소용돌이로 메워졌을 무렵, 구멍에 물이 차오르며 무언가가 올라왔다.
“배……?”
거대한 배 한 척이었다. 그리고 그 중앙, 유독 눈에 띄는 자가 배의 맨 앞까지 나왔다.
목까지 내려오는 푸른 곱슬머리. 검은 해적의 의상. 그 뒤로 꿈틀거리는 문어의 다리.
‘문어 다리는 탑주의 취향인가?’
연속적으로 나오는 문어 다리에 싫증이 날 지경이었다.
저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강한 인물이라는 건 알겠다. 이리 화려하게 등장하는 걸 보니 첫 번째 탑이나 두 번째 탑에서처럼 탑주를 따르는 대리인이 나온 거려나.
파란 머리가 붉은 눈을 굴려 우리를 바라봤다. 그러곤 비웃듯 웃으며 소리쳤다.
―찌꺼기와 같은 하찮은 존재들아. 반갑구나. 내 이름은 크라폰 가이오젠.
그 말에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 모습에 옆에 있던 승현 헌터가 나를 바라보았다.
―이곳의 주인이다.
아니, 그럴 리 없다. 그럴 리는 없었다.
‘왜……?’
분명 크라폰 가이오젠은, 아까 바다에서 보았던 여성체의 어인이었다. 이전 회차와 달리 훨씬 사람 같은 모습이긴 했지만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지금 내 눈앞에서 본인을 탑주라 소개하는 이는, 남성체의 문어였다. 단언컨대 이전 회차에서 세 번째 탑주는 문어 다리를 사용하지 않았었다. 아니, 그래. 외형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다른 탑주들도 외형을 전부 바꿨었으니까. 그러나, 단 한 가지. 목소리는 바꾸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탑주들은, 목소리만큼은 같았는데. 눈앞의 크라폰 가이오젠은 목소리까지 바뀌어 있었다.
‘그새 취향이 바뀌기라도 했나?’
그래도 딱 하나 같은 게 있었다. 붉은 눈.
―여기까지 온 걸 칭찬해 주지. 하긴, 별 간섭을 안 하였으니 쉬웠을 터. 애초에 내 목적은 하나기도 하니.
목적?
탑주가 우리 쪽을 가리켰다. 그러곤 입이 찢어져라 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아는가? 너희 중엔 배반자가 있다! 그건 바로, 저 해적!
해적. 이곳에서 그런 차림새를 한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윤시아다.
그리고, 윤시아라는 이름을 가진 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변이 단숨에 혼란스러워졌다. 그건 윤시아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너희의 틈에 숨어, 너희를 속여 온 자! 저자의 진짜 정체는, 이곳의 왕이었던 자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나서서 너희들 틈에 들어가 너희를 회유하고 속여 왔지! 어리석은 것들!
윤시아가 왕이었다라.
‘관련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윤시아가 이상하다는 건 처음부터 알았다. 그야, 이전 회차까지는 없었던 존재니까.
윤시아가 특히 이곳과 관련 있으리라 내가 확신하게 된 건, 윤시아가 보여 줬던 책이 바닥에 널브러져, 다른 페이지를 보였을 때였다. 윤시아가 보여 준 페이지를 제외하고는 전부 빈 페이지였으니까.
그뿐만 아니라 윤시아는 왠지 모르게 우리를 인도했다. 그리고 이곳을 잘 아는 듯이 홀로 다니기도 주저하지 않았다.
다만, 전 왕이었다는 건 좀 놀라웠다. 그럼 밑에서 본 왕이라던 어인이 윤시아의 본모습인 건가?
그러나 퍼즐은 맞춰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 전 회차에선 크라폰 가이오젠의 이름을 하고 그 모습으로 나타난 거지?’
이름을 대물림하기라도 하나? 원래 윤시아의 이름인데 저 파란 머리가 빼앗은 건가?
맞춰지지 않는 퍼즐에 머리가 빙글빙글 돌기도 잠시, 파란 머리가 말을 이었다.
―너희는 속았다! 그리고 꾐에 넘어갔다! 그러나 나 크라폰 가이오젠, 너희가 가엾으니 하나 제안을 하도록 하겠다. 너희가 저자를 죽이면, 이번 탑을 클리어한 것으로 쳐주겠다.
그 말에 나는 곧장 윤시아를 바라봤다. 탑주를 바라보는 윤시아는 동공이 떨리고,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그러니, 죽여라. 내 말은 거짓이 아니다. 저자를 봐라. 진실을 들켜 두려움에 떠는 저 모습을 봐라!
시선이 윤시아에게 쏠렸다. 탑주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었으나, 대부분이 윤시아를 먹잇감으로 바라보는 눈이었다.
윤시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난…….”
“저 말이 사실이면……. 보니까 A급인 거 같은데, 그냥 죽이면 되는 거잖아.”
“전 왕이라잖아. 일부러 속여서 들어왔고. 힘을 감춘 거 아냐?”
“뭐든 죽이면 끝이잖아!”
윤시아에게 칼 하나가 날아들었다. 윤시아의 시선이 그 칼에 닿았으나, 윤시아는 막지 않았다.
캉! 날아온 칼이 튕겨 나갔다. 동시에 애시바이올렛색 머리칼이 바람결에 흩날렸다. 신서하가 윤시아에게 날아오던 공격을 막아 낸 것이었다.
“얘는 그렇지 않아! 회유 같은 건 한 적도 없고, 오히려 우리를 구해줬었다고!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나서지 마! 나서면 다 머리에 구멍을 내 버릴 거니까!”
신서하가 쥔 완드의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신서하의 말에 순간 사람들이 멈추었으나, 이내 신서하 역시 A급 보조 헌터인 것을 눈치채고 다시 공격하려 달려들었다.
전부 달려든 건 아니었다. 탑주의 말을 함부로 믿지 말라는 사람들이 그들을 말리기도 했다.
난 나서지 않았다. 지금까지 봐 왔던 윤시아는 명백한 팀이었지만, 지금은? 그녀의 비밀이 드러난 지금은 함부로 뭐라 단정 지을 수가 없었다.
그 비밀이 작은 거였으면 나 역시 나섰겠지만, 너무나 거대한 비밀이었기에 섣불리 나설 수 없었다. 아주 작은 확률이라 할지라도, 윤시아가 배신자일 가능성이 있으니까. 믿음이 있다 한들, 그 믿음이 굳건한 신뢰는 아니니. 그리고, 윤시아의 입에선 아직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내가 윤시아의 편이 아니라는 건 아니었다. 그야 윤시아가 우리의 적이라면 들킬 확률이 높은데 굳이 빈 책에 정보를 적어서 우리를 도울 리는 없을 테니까.
그러니 적어도 지금은 우리를 해칠 생각이 없는 것일 테지만, 정작 윤시아로부터 반박의 의견이 없는 지금, 나로서는 나온 말이 우선일 수밖에 없었다.
지팡이를 꽉 쥐고 있던 강희민이 윤시아의 두 어깨를 붙잡으며 물었다.
“왜 아무런 말도 안 해요. 맨날, 누구보다 큰 소리로 본인의 의견을 말했었으면서, 왜 정작 본인 얘기는 말 못 하냐고요.”
“저는…….”
“긴 얘긴 필요 없어요. 저 말, 전부 사실이에요? 그것만 말해요.”
“…….”
윤시아의 입이 벙긋거리다, 곧이어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윤시아의 어깨를 쥔 강희민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강희민이 다시 물었다.
“그럼 물을게요. 윤시아 씨, 당신은, 누구의 편이에요?”
강희민이 묻자, 윤시아가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날 죽인 것들의 편일 리가 없잖아!”
“그런가요.”
윤시아의 어깨를 쥔 손이 풀렸다. 곧이어 그 손이 지팡이를 쥐고, 작게 휘둘렀다. 사방에서 나무가 자라나 공격을 방해했다.
“그럼 됐어요. 전 지금까지 봐 온 윤시아 씨를 믿을게요.”
이번엔 가만히 지켜보던 승현 헌터가 물었다.
“윤시아 헌터. 저쪽의 말과 윤시아 헌터의 말을 조합하자면 저쪽이 윤시아 헌터를 죽였다는 걸로 해석이 되는데, 자세한 정황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윤시아가 입을 뻐끔거렸다. 그러다 절망에 찬 표정을 지으며 아랫입술을 짓이겼다. 옆에 있던 신서하가 곧장 입을 열었다.
“저, 저 탑의 주인이 시아의 모든 힘을 가져갔어요!”
아까 전 신서하와 윤시아의 관계가 달라진 게 신서하가 윤시아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되어서였던 건가? 모든 정보를 알았다는 가정하에 신서하가 저렇게 윤시아를 감싸는 거라면…….
나는 가만히 서 있었던 몸을 움직여, 윤시아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탑의 주인이나 괴인들은 전부 왕에 관한 것들을 말하지 못해요. 그리고 왕은 아마 던전과 관련되어 있을 테니, 던전에 관한 얘기도 불가능하고요. 아마 윤시아 헌터도 그런 것 같네요.”
“한지언 헌터, 그런 정보는 도대체 어디서…….”
“이건 나중에 설명드릴게요. 그보다 지금 상황 해결이 먼저예요. 저희야 윤시아 헌터를 자주 봐 왔으니 윤시아 헌터가 적이 아니라는 걸 안다지만, 지금 윤시아 헌터를 공격하려는 헌터들은 아니잖아요. 저희가 윤시아 헌터를 감싸면, 저 사람들은 저희까지 공격할 테고요. 그런데 지금 저희의 적은 헌터들이 아니잖아요?”
“…맞습니다.”
윤시아를 공격하는 헌터들의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은 헌터들끼리 싸울 상황이 아니니.
“승현 헌터. 바닷물을 이용해 저희 쪽을 공격하세요.”
“공격… 말입니까?”
“네. 시간 없으니 빨리요.”
헌터들의 공격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던 헌터들도 어느새 설득되어 우리를 공격하려 들었다. 우리와 가까이 있던 헌터들은 우리의 말을 듣고 우리 쪽으로 설득된 것 같긴 하지만……. 어쨌거나 우리끼리 싸울 때는 아니었다.
‘그나마 형이 아무런 반응 없이 다른 헌터들 공격이나 막고 있어서 다행인가.’
윤시아가 입을 벌리기도 전에 칼로 목을 써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형은 가만히 있었다.
솨아아! 거센 파도가 올라오며 우리를 덮치려 들었다. 헌터들이 놀라 파도를 갈랐다. 바닷물이 튀어 몸을 적셨다. 공격이 멈춘 지금이 기회였다.
“멍청이들아! 우리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어떻게 저런 몬스터와 같은 존재겠냐! 이 헌터한테서 몬스터의 기운이 느껴져? 아니잖아! 누가 봐도 몬스터는 저쪽이야! 우리에게 혼란을 주려 저딴 말을 지껄이는 거라고!”
나는 탑주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적을 확실히 해! 적은, 저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