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이튿날 이른 아침. 나는 건물 벽에 기대어 사람을 기다렸다. 다른 때와 달리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를 숙인 채 말이다.
툭툭.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려 고개를 작게 들어 올렸다.
“형.”
“왔네.”
강희민이 최대한 본인의 얼굴을 숨긴 채 나와 마주했다.
“괜히 아침에 힘들게 해서 미안하네.”
“아뇨, 뭐, 이 정도로.”
정체를 숨기는 이유? 간단했다. 나는 지금 한국에서 힘을 과시하고 싶어 안달 나 일반인을 폭행한 헌터로 낙인이 찍힌 상태였으니까. 외국 뉴스에도 보도됐더라. 나보다 심각한 인간들이 많을 텐데, 유독 나의 화제성이 두드러졌다.
‘얼굴이 팔린 죄지, 뭐.’
내게 붙잡혔던 사이비 대학생은 아직 별다른 행보가 없었다. 그 이후로 별다른 증거를 찾지도 못했다. 후드 티마저 더러워져 버렸다고 해 유일하게 조사해 볼 만했던 것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상식적으로 더러워졌으면 세탁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강희민을 마주한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자, 강희민이 조용히 물었다.
“저 형… 그, 건 어떻게 되신 거예요?”
“…이따 설명해 줄게.”
“예에…….”
“얜 왜 이렇게 안 와.”
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약속 시각에서 5분이 지나간 상태였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문자라도 보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건물 사이사이에 몸을 숨겨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한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후드 티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까지 낀 꼴이 무척 수상해 보였다. 그 인물은 우리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재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야! 너! 도대체 무슨 일―!”
“늦었잖아.”
나는 늦게 도착한 마허윤의 멱살을 잡고 게이트로 집어 던졌다.
“가자, 희민아.”
“네? 아. 네!”
폴짝 게이트로 들어가자마자 마허윤이 선글라스를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야! 넌 어떻게 오랜만에 본 사람을 그렇게 던져 버리냐! 내가 몬스터의 먹이가 됐으면 어쩌려고 그랬냐고!”
“C급이잖아.”
나는 마허윤을 제치고 주변을 살폈다. 푸르른 초원 위, 몬스터 여섯 마리.
팔을 뻗자 주변에 하얀 별들이 생겨났다. 나는 손끝에 반동을 주었다. 생겨난 별들이 재빠르게 몬스터를 향해 쏘아지고, 몬스터의 몸에 닿자, 펑! 몬스터들의 몸이 전부 반 토막 나거나 머리가 터져 나간 채 그대로 쓰러졌다.
나는 몬스터 다섯 마리 이상을 처리해 게이트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던전 양도해 줘서 고마워, 희민아.”
“아뇨, 뭘요. 어차피 소유한 던전은… 많아요.”
“그래?”
알고 있었다.
‘…의외였지.’
던전이 생긴 지 얼마나 됐다고. 풀린 지도 별로 안 됐는데.
강희민이 소유한 던전을 도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 건 지화연 씨였다. 길드 측에서 마련해 준다 해도 사이비 쪽에서 정보를 빼 갈 수 있는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나나 형이 매매하기에는 티가 났다. 우리 둘 다 특별히 소유한 던전이 없었으니까.
강희민도 나와 아는 사람이니 감시 대상일 순 있지만, 강희민에겐 던전이 많다는 특징이 있었다. 많고 많은 던전 중 어떤 것을 언제 공략하려는지 알기는 어려울 테니까.
무엇보다 강희민이 나와 던전을 돌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우리를 스토킹하지 않는 이상은. 그래서 다들 얼굴을 꽁꽁 숨기고 온 것이었다.
팀이 어쩔 수 없는 사유로 해체된 직후, 강희민은 온연 길드 소속이 되었다. 그렇기에 지화연 씨에게서 류천화 씨에게로, 류천화 씨에게서 강희민에게로 직접 증거가 남지 않도록 말로만 전달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이거지.’
이랬는데도 알아내면… 어우, 끔찍해.
마허윤은 그냥 얻어걸렸다. 특별히 길드에 소속된 건 아니었는데 그냥 강희민이랑 자주 같이 다녔단다.
‘왜 붙어 다녔는지는 모르겠다만, 뭐. 두 사람은 은퇴, 한 사람은 실종이니… 둘만 남아 자연스레 그렇게 된 거겠지.’
마허윤이 벌떡 일어났다.
“그래서! 그건 뭔데!”
“뭐.”
“네 폭행 영상! 그거 온종일 뉴스에 나오고 있거든?”
“맞아요, 형. 조작 영상 그런 거예요?”
“아니? 나 맞아.”
“그러면 왜 폭행한 건데! 진짜 힘이라도 과시하고 싶었냐?”
“내가 니냐?”
“난 내 힘 과시할 생각 없거든! 애초에 여기 올 생각도 없었어! 미쳤다고 너랑 다니냐! 지금 온갖 논란으로 뒤덮인 놈이랑? 미쳤나!”
“근데 용케도 왔네.”
“궁금하잖아!”
“형. 그래서 어떻게 된 거예요?”
“…뭘 듣고 싶은데?”
“그냥… 전부 다요.”
“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나.”
제대로 설명하려면 사이비에 대해서까지 말해야 한다. 이 둘도 사이비를 아예 접해 보지 못한 건 아닌지라 심각성을 알 테지만, 그 밖에 다른 정보를 이 둘에게 말해도 되느냐가 문제였다.
‘근데 뭐, 이 둘이랑 던전을 돌라고 한 건 지화연 씨고, 어차피 꽁꽁 감싸는 게 아니라 쉬쉬하는 정도니까.’
마음속의 결정을 내린 직후 나는 둘에게 지금껏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 주었다. 마허윤이 이목구비가 얼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완전 미친놈 아니야? 무슨 너만 보이게 웃고 난리야.”
“세뇌…는 그럼 완전히 배제하시는 거예요?”
“나는 그래.”
“야. 저 자식 성격을 봐. 세뇌를 당하게 생겼냐? 애초에 세뇌는 뭔가 심적으로 연약한 사람들이 걸릴 것 같은 느낌이잖아. 한지언 같은 돌덩이를 세뇌하려 해 봤자 돌하르방 앞에서 동전 까딱이는 꼴이지.”
“그래. 세뇌는 너 같은 사람들이나 걸리는 거지.”
“안 걸려!”
“그렇구나……. 그러면 지금 사이비가 물 밖으로 빠져나와 난리 치기 직전인 건가요?”
“몰라, 그건. 이미 나왔을 가능성이 더 높아. 일단 움직이자. 던전을 하나만 도는 게 아니니까. 희민아, 너는 저쪽을 수색해 줘.”
“네!”
강희민이 곧장 움직여 어느 곳으로 달려갔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푸르른 초원. 언덕. 그 아래에 보이는 바닷가. 그 광경을 보다 물었다.
“마허윤. 희민이랑 같이 다녔던 이유가 뭐야? 네가 희민이랑 성실하게 일할 리는 없고.”
“뭐? 야. 나도 성실… 됐다. 어… 그……. 아이, 씨. 네가 쟤 예전 상태를 못 봐서 그래. 쟤 장난 아니었어. 사람이 영혼이 없다면 그런 꼴이었을걸?”
“던전이 없던 기간 동안?”
“그래! 근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정신을 차리더니 온연 길드에 입사를 했댄다. 갑자기 그러니까 뭔가 불안해서… 같이 다니면서 지켜봤지. 얘가 이러다 갑자기 뒈지는 건 아닐까 싶어서.”
“그래?”
“그리고… 처음부터 상황을 다 지켜본 건 아니지만, 윤시아가 사라지는 건 나도 봤단 말이야.”
“너도 같이 있었다고?”
“당연한 거 아니야?! 윤시아가 얼마나 강했는데! 걔 옆에 있는 게 제일 안전했지.”
그 이유였냐.
“근데 갑자기 몬스터들이 사라져서 다급하게 둘이 있는 쪽으로 갔는데, 윤시아는 다른 몬스터들마냥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강희민은 멍하니 허공을 보면서 손에 웬 펜던트를 쥐고 있고…….”
“펜던트?”
“나도 자세히는 몰라. 물어보기도 어려웠다고. 윤시아가 준 것 같아서.”
“그래서?”
“강희민한테 곧장 가서 윤시아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니까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심지어 이것 봐!”
마허윤이 주변 풍경을 가리켰다.
“바다잖아! 이 자식 바다와 연관된 모든 던전을 사 들이고 있다고!”
“…우연이 아니었네.”
“솔직히 말해서, 그냥 짝사랑인데 포기하면 될 문제 아니야? 그런데 왜 이렇게 놓지 못하고 끙끙 앓는 거야, 걔는 왜? 본인이 손해 보면서까지?”
“…그게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였으면 세상은 벌써 망했어.”
“뭔 소리야, 그건.”
“사랑이라는 게 원래 더럽게 끈질기고 질긴 거란다. 무슨 도구를 써도 안 끊어져.”
“…에이, 씨. 몰라. 아무튼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야.”
“그럼 너도 수색하러 가.”
“말 안 해도 갈 거거든.”
말을 끝낸 마허윤이 제 머리를 긁으며 강희민이 간 방향 반대로 향했다.
‘…마허윤한테도 말 안 한 거면, 비밀로 가지고 있겠다는 거겠네.’
강희민이 윤시아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어째서 펜던트를 받았는지, 그 펜던트는 무엇인지 묻고 싶은 마음은 한가득하였으나 전부 봉투에 집어넣어 버려야 했다. 괜히 물어봤다가 강희민의 상처만 쑤시는 격일 수도 있으니까.
‘알아서 생각을 잘 정리했으니 말 안 하는 거겠지, 뭐.’
나 역시 둘이 가지 않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주변을 탐색했으나, 소득은 없었다.
‘문양도 없고. 해골도 없고. 사이비로 보이는 것도 없고.’
이번 던전은 꽝인가 싶어 방향을 틀고는 두 사람에게 가려던 차. 삐그덕.
소리가 들리자마자 곧장 낫을 휘둘렀다. 콰장창! 낫에 닿은 것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려 덤불 사이사이에 본인의 조각을 남겼다.
“…기계?”
기계 몬스터야 꽤 흔하니 그렇다 치지만, 이건 무척 낡았다. 고물 같다 해야 하나. 기계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한 행동을 하는 다른 기계 몬스터와 달리 이것은 너무나 구식이었다.
‘뭐, 내가 여기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니 그럴 수도 있긴 하겠다만…….’
나는 덤불을 헤쳐 기계의 조각들을 바깥으로 꺼냈다. 그리고 다른 조각과 달리 조금 큰 것을 손에 쥐고 덤불 밖으로 꺼냈을 때, 헛웃음이 나왔다.
‘카메라.’
구식 형태의 카메라가 기계의 눈에 심겨 있었다.
‘CCTV 형식은 아닌 것 같고. 카메라에 담아 두었다가 직접 꺼내 보는 식인가?’
뭘 찍어 뒀을까.
나는 조잡한 카메라를 만져 사진을 확인했다. 그리고, 또다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나네.”
게이트로 들어온 직후부터 현재까지. 전부 나의 모습이 촬영되어 있었다.
“징글징글하다. 징글징글해.”
어떻게 이런 짓을 했는지는 차치하고, 도대체 이렇게까지 해서 얻는 게 무엇이기에 이러는 걸까. 뭐 누가 돈이라도 주기로 했나? 그럼 그 사람은 뭘 위해 돈까지 써 가면서 이러는 거지?
‘그동안은 사이비가 큰 역할을 안 하고 멸망 때 사이좋게 죽었는데. 이번에는 다르려나.’
하기야 왕까지 바뀐 마당에…….
‘바뀐 왕이 접촉했나.’
설마 던전 안에까지 손을 뻗었겠어, 싶었지만… 아무 게이트에 이런 걸 집어넣어서 날 찾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던전은 우리 세상과 다를 바 없이 넓은데.
그리고 어떻게 던전을 잘 골라 날 찾았다 해도, 다른 몬스터의 습격을 받을 확률도 높았다. 이건 우리 세상의 물건이니까. 낯선 냄새가 뿜어져 나오는 걸, 몬스터들이 가만히 놔둘 리 없을 터.
‘…던전과 손을 잡았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니, 내가 그러길 바란 마음이 컸지. 몬스터 상대도 벅찬데 이제는 사람까지 상대해야 하냐고.
‘복잡하네.’
던전을 수색해야 한다는 지화연 씨의 추리가 완벽히 들어맞았다. 그들은 던전에까지 손을 뻗은 상태였으니까.
‘언제부터…….’
아니다. 우선 던전에서 다른 증거들을 찾는 게 먼저였다.
두 사람을 불러 모아 달리 수상한 것이 있었는지 물어봤으나, 내가 찾은 카메라 외에는 소득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던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