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말이 안 됐다. 우리 쪽이 일을 처음 하는 사람들도 아닌데, 이런 허술한 곳에 우리가 그렇게 당한 거라고? 데이비드 한 명으로 정리 가능한 이곳에?
‘생각해 보면 헤이라가 교주인 것도 이상해. 적어도 군주나 왕이 개입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헤이라 뒤에 누군가 있는 건 아닐까. 헤이라는 이전에 우리와 싸웠을 때 저런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저렇게 좋은 능력을.
‘상대가 류천화 씨여서? 아니. 탑에서 우리에게도 사용을 안 했어. 그럼 역시 뒤에…….’
생각이 깊어지려던 차, 툭, 양어깨에 손이 올라왔다.
“왜 대답이 없어.”
데이비드가 지루한 듯 나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데이비드 씨. 여기가 정말 본거지가 맞아요?”
“맞는다니까 그러네. 나 여기 잠입한 지만 한 달이 넘었어.”
“한 달이나요?”
“그래. 정보가 확실한지만 열 번 넘게 봤다니까.”
“…….”
“왜? 뭐가 걸리기라도 해?”
“…아뇨.”
그저 운이 좋았다고 치부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럼 역시 이쪽이 사이버 쪽으로 실력이 우수한 거겠지. 그러니 정보도 쉽게 삭제하고, 소문을 흘리는 걸 테다.
그럴 터인데.
‘뭐가 이렇게 찜찜한 거지.’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여기서 더 얻을 것도 없고.
내 누명을 지울 증거도 없지만, 상관없었다. 사이비는 존재한다. 그리고 던전과 손을 잡았다. 비인류적인 짓을 한다. 이 세 가지의 확실한 증거를 얻었으니. 추측했던 것들의 증거를 얻은 거로 우선 만족해야겠지.
“…가죠.”
“어딜?”
“어디라뇨. 정리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아, 그거? 그래! 가자! 아. 그 전에.”
데이비드가 구석에 있던 흰 가면을 들고 와 내 얼굴에 씌웠다.
“좋아.”
데이비드가 곧장 등을 돌리곤 문을 열었다. 복도는 아무도 없어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아직도 그 이상한 기도 올리나.
“너는 지금 일반인이니까 내가 능력을 사용할 때는 멀리 떨어지고, 사용 안 할 때는 딱 붙어 있어야 한다?”
“애도 아니고 그런 걸 모를 리가 없잖아요.”
물론 말은 쉽다. 데이비드가 능력을 쓰는 게 더 빠를까, 내가 눈치채고 움직이는 게 빠를까. 당연히 전자다.
‘어련히 잘해 주겠지, 뭐.’
나는 데이비드의 뒤를 따라 걸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겔탄.”
겔탄이 바닥 그림자에서 튀어나왔으나 어딘가 추욱 처진 느낌이었다. 평소엔 무조건 어깨로 올라오는 놈이 왜 바닥을 기어다니는가 싶었으나, 내가 문양을 사용 못 하는 게 그 이유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지능은 아직 남은 것 같은데.’
겔탄을 두 손으로 들어 올리자 겔탄이 빨랫감처럼 들어 올려졌다.
“멀쩡한 거야?”
―끼우웅…….
겔탄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말을 못 하는 상황인 건가. 거리가 멀어지면 말을 구사하지 못하게 된다더니, 문양을 사용 못 할 때도 포함인가.
‘문양이 사라질 일이 없으니 설명할 일도 없었겠지만.’
이번 건 전적으로 내 탓이지, 뭐. 또 뒤탈 생각 안 하고 움직였으니 말이다.
‘선생님이 이번에 나타나셔서, 때가 된 듯 말 하셨으니. 조심하긴 해야 하나.’
그러나 곧바로 왜 조심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떠올라 생각을 끊어 버렸다.
내게 들린 채로 흔들거리는 겔탄이 무거워 내려놓으려던 차. 휙, 앞에 있던 데이비드가 겔탄을 낚아챘다.
“뭐야? 몬스터? 그렇다기엔 되게 얌전한데. 뭐, 네 능력이야? 아닌데? 네 능력은 소환 능력이 아니잖아. 그럼 뭐지? 겔탄이라고 이름을 부르는 걸 보면 네가 부른 건 맞지?”
“…아이템이랑 비슷한 형식입니다. 그러니까… 계약을 해서 문양의 능력을 사용하지 못해도 부를 수는 있어요.”
“오. 그런 거 얻기 엄청 힘들다던데, 용케 얻었네?”
“…운이 좋았죠.”
“그런데 왜 이렇게 해조류같이 생겼어?”
“제 문양이 막혀서요. 제 힘을 이용해 움직이거든요.”
“근데 왜 꺼냈어?”
“만약을 대비해서 불렀는데, 이런 상태인 줄 몰랐어요. 다시 돌아가게 하려고요.”
“그게 낫겠다. 난 둘 이상 보호는 힘들거든.”
그 말에 나는 겔탄을 다시 그림자 속으로 보냈다. 잠이나 자라.
이어 나는 막힘없이 걸음을 옮기는 데이비드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음. 머리가 있는 곳.”
“교주 말씀하시는 건가요?”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교주부터 칠 계획인가. 다만…….
“교주 방 앞에 아무도 없을까요?”
“있으면 뭐 어때. 다 잡으면 되는 거지.”
“그건 맞지만… 혹 모르잖습니까. S급들에겐 S급이 더 있다고 말을 안 한 걸 수도 있고.”
“뭐 그리 걱정이 많아? 어차피 추측인데 머리만 아프잖아. 일단 그냥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거지. 뭘 걱정해. 내가 강한데.”
“…….”
저런 자존심이 참 부럽군.
가는 길 내내 심심하진 않았다. 데이비드의 저 입이 쉴 틈 없이 떠들며 질문을 던졌으니까.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사람들 눈을 피해 뭘 하고 다녔는지, 던전에서 신기한 일은 하지 않았는지.
질문을 하다가 원하는 답이 안 나왔는지 그는 본인 얘기를 했다. 자신의 집은 겨울이 되면 눈이 내려 온통 새하얘지는데 그게 정말 예쁘다든가, 아까 구조를 한 번 더 파악하기 위해 돌아다니느라 내가 나서서 인질을 구한 것을 몰랐다든가.
“아무튼 그래서……. 어.”
데이비드가 걸음을 멈추더니 휑한 벽을 빤히 쳐다봤다.
“잘못 왔나요?”
“아니? 여기 맞는데.”
데이비드가 벽을 더듬다가 휙! 곧장 고개를 옆으로 돌려 성큼성큼 옆벽으로 다가갔다. 그러곤 잠시 벽을 매만지는 듯싶다가… 그대로 벽이 무너져 내렸다.
문양의 힘이 전부 막혀 동체 시력도 낮아졌는지, 벽이 부서지고 나서야 데이비드가 주먹을 휘둘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내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데이비드가 손을 뻗자, 천처럼 생긴 능력이 벽 안쪽을 가득 메우듯 퍼져 나갔다. 데이비드의 기본 공격이었다. 능력이 퍼져나감과 동시에 벽 안쪽에서 비명이 들리다 말고 끊겼다.
‘사람이 있었던 건가?’
딱 데이비드가 가려던 길에?
“…들켰네요, 이건.”
“CCTV는 없을 텐데?”
CCTV가 없는 건 나도 안다. 아무리 시대가 발전했더라도 CCTV는 결국 보이는 거니까. 벽에 박아 넣어 놨어도 티가 날 수밖에 없었다. 능력을 이용해 이 건물을 통째로 감시 중일 수도 있다만… 아마…….
“이거 때문 아닐까요.”
나는 보이지 않는 내 목의 문양을 만졌다.
“여기를 나가는 순간 머리가 터진다 하셨잖아요. 즉 그 말은 일정 범위 바깥으로 나가면 자동으로 머리가 터지도록 지정해 둔 거거나, 위치를 알고 직접 터뜨린다는 거겠죠. 만약 여기서 후자이면…….”
“이미 네가 탈출해서 복도를 유랑하고 있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겠네.”
“그리고 여기서 대기한 거라면, 여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여기로 올 거라고 생각했던 걸 테고요. 교주 방이 안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일 가능성이 크고요.”
“내가 스파이라는 걸 진즉 알고 있었다?”
“솔직히 모를 리가 없겠죠.”
던전을 그렇게 클리어하는 S급인데, 스파이라고 생각 안 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니냐고.
‘애초에 받아 준 것부터가 멍청한 거겠지만.’
안 받아 주면 그건 그거대로 난리가 날 것 같으니 어느 정도 합리화했을 거라 생각한다.
과거의 문제는 그렇다 쳐도 나름 머리를 쓴 것 같은데.
“어쩌시려고요?”
“응? 뭐가?”
“뭐긴 뭐예요…….”
저 벽 안쪽에서 기어 나오는 신도들 말이다.
“너 그 정도면 문양을 아예 상실해 버린 거 아니야?”
“왜요.”
“쟤네 다 C급 아니면 F급이거든.”
그러니까 그렇게 당황할 필요 없다 이건가.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뒤로 물러나 있어. 봐, 이렇게―”
콱! 바로 앞에서 누군가가 멈춰 섰다. 그러곤 곧장 벽에 던져졌는데, 데이비드가 나에게 달려오던 신도를 붙잡아 그대로 던진 듯했다.
“뒤로 가 있어. 쭉쭉.”
데이비드의 손짓이 끝날 때까지 뒤로 가니 등에 벽이 닿았다. 데이비드는 만족한 듯 손짓을 멈추고 팔을 몇 번 휘적였다.
내 눈으론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재빠른 능력이 벽 안쪽을 헤집었다. 겨우 벽 안쪽에서 빠져나온 이가 가차 없이 공격당해 쓰러졌다.
그렇게 불과 5분도 안 되는 시간, 숨어 있던 존재들이 정리되었다.
‘일반인 입장에서 보니까 새롭네.’
공격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동안 낮다고 생각했던 C급의 움직임도 지금 내 입장에서는 따라잡기 힘들 정도의 속도였다.
‘…애초에 이게 정상이지.’
첫 번째 탑에서 있었던 낙원의 주인 이후로 능력이 사라진 적이 없어서 그런가. 생소한 느낌이었다. 평범했던 때의 기억이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건만 회귀한 기억을 잊지 않으려 계속 곱씹어 그런가 영 먼 얘기 같았다.
“가벽인가?”
데이비드가 벽을 더듬으며 이리저리 살폈다. 나도 다가가 벽을 두드렸으나 가벽이라기엔 뒤쪽으로 빈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게 가벽인 것 같진 않은데.
“부숴 보면 알지 않을까?”
데이비드가 주먹을 치켜세우며 눈을 반짝였다. 그냥 부수고 싶은 건가.
“천장이 무너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말 여기인걸.”
“기억이 잘못된 걸 수도 있잖아요.”
“내가 몇 번을 반복했는데! 확실해! 봐!”
데이비드가 나를 본인의 뒤로 잡아당기더니 앞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쾅 소리를 내며 벽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으나, 무너져 내린 벽 뒤엔, 또 벽이 있었다.
“봐 봐. 이런 입구 없는 텅 빈 공간이 있을 리가 없잖아. 가벽을 세워서 시간을 벌려는 거라니까.”
“…….”
“진짜 생각 많다.”
그러며 그는 내 이마를 검지로 눌렀다.
“그리고, 저기에 누가 있는 게 보여.”
“…저번부터 보이니 어쩌니 하는데, 그러면 그걸 먼저 설명하면 됐던 거 아니에요?”
“능력보다 내가 가진 순수한 기억력을 더 돋보이게 하고 싶었거든.”
진짜 쓸데없다.
“저 벽 너머에 있는 사람 인원은 어느 정도 되나요.”
“하나. 몬스터.”
“…몬스터라면…….”
“말했잖아. 여기 머리가 있는 곳이라고.”
툭. 벽을 뜯듯이 부숴 가던 데이비드가 멈춰 섰다.
“이게 마지막 벽이야. 여기 바로 뒤에 있어. 그러니까, 너는 이제 여기에 가만히 서 있어.”
“예, 뭐. 그러죠.”
나는 끼어 봤자 짐덩어리밖에 안 된다. 그럴 바에는 처음부터 빠지는 게 데이비드에게 이득일 터.
솔직히 이렇게 데리고 다녀 주는 것만으로 고마울 지경이었다. 보통이었으면 쓸모없는 녀석이라면서 버리고 갈 것 같은데. 내가 유아한 씨 지인이어서 그런가.
데이비드가 아까와 같이 벽을 부쉈다. 안쪽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데이비드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순간, 발밑이 온통 금빛으로 물들어 움직일 수 없었다.
‘이거 설마…….’
무너진 벽 틈, 헤이라가 좁은 틈새를 빠져나와 내게 돌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