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73
273화
【기계의 군주】
사하라 사막. 그곳에는 쇳내가 지독한 균열이 생겨났다.
나는 그곳에 서서, 균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해나.”
옆을 바라보자 처음 보는 남성이 해맑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그리곤 친한 척 팔을 내 목에 걸쳤다.
“이번 일 끝나면 나랑 데이트하는 거 어때?”
“아니.”
“너도 좋고 나도 좋잖아?”
“그냥 균열에 들어가서 쳐 죽어버리지 그래? 지금 햄버거 패티가 되고 싶기라도 한 거야? 꺼져. 기분 X같게.”
“뭐? 이 진저가!”
“뭐 이―”
“몬스터다!”
그 말에 나와 이 개자식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균열에선 몬스터가 튀어나와 모래사장을 달려 모래 안개를 만들었다.
걸리적거리는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능력을 이용해 곧장 안개 위로 넘어 주변 상황을 살폈다.
‘죄다 기계잖아.’
뭐. 화연이가 테마니 뭐니 말했던 것 같은데. 그건가?
내가 여기 있는 이유. 그건 생각보다 단순했다. 남들이 잘 신경 쓰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한국 같은 경우는 사람이 사는 곳이니 당장 보호해야 하는 곳. 그렇기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릴 거였다. 그리고 바다는 언제 어떻게 자신들의 나라로 몬스터가 가는지 모르기에 전쟁터에 끼기 모호한 힘이 있는 자들이 많이 몰릴 거다. 몬스터라도 막기 위해.
‘하지만 이곳은.’
이름 자체는 널리 알렸으나 그래도 사막이잖아. 텅 빈 곳이니 그나마 처리하기 수월하지 않을까? 신경 쓸 것도 없잖아. 라면서 무시하기 일쑤겠지. 그래서 왔다. 저 균열을 막기 위해 올 사람이 적으리라 생각하고.
‘그런데……!’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싸움 좋아하는 헌터들이, 던전처럼 싸울 편한 곳이라는 이유로 이곳에 아주 많이들 왔으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지화연 도와줬지!’
촤라락! 뾰족한 보석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몬스터를 가격했다.
그렇게 나오는 몬스터들을 처리하던 와중. 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하하하! 어린아이들 가지고도 땀을 뻘뻘 흘리는구나?
균열에서 남성이 나타났다. 황토색의 내복 같은 거적때기를 입고, 그 뒤로는 계속해서 돌아가는 거대한 태엽이 날개처럼 남성을 따라 움직였다. 남성의 머리에는 거대한 못이 박혀있고, 남성의 얼굴 반절은 억지로 이어둔 듯했다.
‘꼬라지가.’
영. 패션도 구리고. 얼굴도 구렸다. 전체적으로 완전 미스다.
‘진짜 잘못 왔다.’
재미도 없어 보여.
기계. 골렘. 몬스터. 대충 기계. 비릿한 쇳내와 귀 아픈 소음. 공사판 한가운데에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개 망할. 썩을. 엿 같은 거.’
저 꼬맹이는 웃기만 하고 우리를 낮게 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몬스터를 해치우는 사람 중. 단순 재미를 위해 온 이도 있을 거다. 하지만 대부분이 세상 살리려고 왔을 거다.
그런데 그걸 쳐 웃고 있어?
텅! 능력으로 만든 보석을 발판삼아 오르고. 곧장 저 이상한 자식에게 다가가며 소리쳤다.
“겁쟁이 새끼야! 하늘에 둥둥 떠 있으니 재밌디? 그냥 내려와서 싸워! 못 싸우나 보지? 멍청한 놈!”
―하. 내가 그런 도발에 넘어갈 거로 생각하는 거야? 미안하지만. 나는 긴 기다림을 참는 참을성을 가지고 있거든.
녀석이 손짓하자 내 허리에 태엽이 끼워졌다. 그뿐만 아니라 손목 발목까지 태엽에 둘러싸이더니 내 움직임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녀석이 내 손을 맞잡고 엉뚱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에게 달려온 너를 높이 사. 내가 너에게 특별한 이야기 하나 들려줄게.
“썩 놔. 더러운 새끼야.”
―세 군주가 존재했을 때. 나는 그들을 원망했어. 나 역시 군주로 불릴 만한 능력이 있었거든. 그러나 왕은 세 명으로 충분하고. 나를 그저 몬스터 만드는 기계라고 생각했지.
“기계 맞잖아.”
―그래도 언젠가는 내가. 그 위치에 갈 거로 의심치 않았어. 그리고 그 꿈은 현실이 되었지. 현재의 왕은 공평해. 능력만큼의 대가를 확실히 하는 편이지. 그렇기에 나는 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울 거야.
빙글빙글 도는 내 꼴을 밑에서 본다면 퍽 웃기겠다는 따위의 생각을 하며 정신을 놨다. 이 자식의 이야기는 궁금하지도 않은데.
―하지만 너희는. 대충 만든 것에도 힘을 쏟아 처리하는 걸 보니. 굳이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더라. 유감스럽게도. 너희도 결국 나처럼 졸병만을 이용해 싸우는 거지? 너희는 그 졸병일 뿐인 거고. 혹시 너희 중. 가장 높고 강한 이는 어디 있니? 난 신사적이라 정정당당한 걸 원하거든.
“그딴 거 없어 병X아.”
―오… 그렇구나. 너희는 겨우 그 정도구나.
푸부북! 몸을 묶은 태엽에서 가시가 돋아나 나를 관통했다. 이런 미친…! 떨어지는 몸을 돌림과 동시에 힐러에게 소리 질렀다. 힐러가 나를 보자마자 황급히 몸을 받아내 치료했다.
‘반드시 죽여버릴 거다.’
나를 장난감 취급한 벌은 톡톡히 할 거다. 후회하게 해줄 거다. 저 망할 썩을 괴생명체.
‘…하지만.’
강하다.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묶였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은근슬쩍 능력을 사용하려 했으나 무언가에 너무나 쉽게 부서졌다.
‘약점이라도 있을 텐데.’
저 머리에 못을 뽑으면 못 움직일까? 아니면 저 등에 태엽? 아니면 반 나뉜 얼굴의 한쪽을 뜯어?
그전에, 다가가야 하는데.
‘붙잡힐 것 같고. 으으, 아아아악!’
짜증 나! 쓸데없이 강해서! 너무 밸런스가 이상한 거 아니야?! 우리는 약한데 왜 저 자식들만 강하고 우르르 몰려올 수 있냐고! 세상을 지키고 싶은데! 이래선 쫄따구처럼 나가떨어질 것 같잖아! 내가 무슨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나름 세상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가지 말라던 길드장까지 제치고 온 거라고! 아아아악!
‘본업도 다 제치고 온 건데!’
내가 어떻게 그 정상까지 올랐는데. 그런데도 세상을 구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라고! 개 망할 진저 소리 들으면서! 물론 능력의 힘 덕분에 더 빠르게 올라갔지만… 그러니까 여기 온 거잖아! 그래! 나는 힘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왔는데. 저래선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짜증 나, 짜증 나, 짜증 나!’
―좀 진정하지 그래?
나는 반사적으로 녀석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나 저 대장은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저 녀석이 말한 게 아닌가? 그럼 누가 말한 거지?
―어딜 보는 거야?
귓가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귀를 만지며 이리저리 고개를 움직였지만, 역시나 그 누구도 나를 보고 말하거나 하진 않았다. 뭐야? 귀신인가? 나 그런 능력 없는데?
―내가 얼굴만 보고 고르긴 했지만… 너무 바보 같은 거 아니야?
“야 너 누구야.”
―네 문양.
“뭐?”
―네 힘의 원천이라고.
“…….”
화연이에게 대충 듣기는 했다. 문양은 몬스터이니 어쩌고 했었지. 그런데 그건 뭐시기 군주 때문에 만났다고 하지 않았던가? 내가 뭘 잘못 알고 있었나?
―네가 속으로 투정 부리는 게 너무 시끄러워서. 그냥 너한테 모든 걸 맡기고 가려고.
“내가 얼…….”
주변이 전쟁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혼자 떠들면 뭔가 좀… 이상해 보일 것 같은데.
―그럼 그냥 속으로 말하든가.
내 속마음까지 다 읽는 거구나 역시. 음험한 자식이네.
―뭐? 음험? 그럼 적당히 생각하든가! 어찌 됐든 난 갈 거야. 더 이상 네 투정은 들을 생각 없으니까. 네 마음 자체가 나쁘진 않다는 건 알지만… 시끄럽다고! 나 인제 그만 갈 거야!
뭐? 어딜 가!
―성불할 거다, 성불! 너한테 힘 다 줄 거니까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고!
“…….”
아니 내가 그렇게 투정을 부린 것도 아닌데…….
그래도 나름 한 몸에서 지냈는데 통성명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잖아.
―……나는 잔류한 마석이야.
“잔류한 마석?”
―그래. 그래서 딱히 소개할 것도 없어. 나는 마석의 찌꺼기가 모여 만들어졌다가 얼마 못 가 죽었거든. 그러다가 나와 비슷하게 생긴 너에게 들어와, 너를 통해 세상을 배웠고. 근데 네 투정 짜증 나니까 그냥 영원히 잠들 거야.
“…그. 그래.”
당황스러운 녀석이네.
―저 애 보이지? 오른쪽 대각선에 갈색 머리.
그 말에 고개를 돌리자, S급과는 다른 느낌의 힘을 사용하는 녀석이 보였다. 저게 뭐지? 처음 보… 진 않고.
‘지화연 본성 나왔을 때랑 비슷한 거 같은데.’
문양이 말했다.
―저렇게 만들어 줄 거야. 그리고 난 네 투정은 이제 안 들을 수 있는 머나먼 하늘로 올라가는 거지!
“…….”
뭔가 아쉬운데.
―뭐가 아쉬운데.
이렇게 처음 대화해 보는데. 벌써 가는 거잖아. 조금만 더 있다가 가는 건 안 돼?
―…저거 죽이고 싶은데 힘이 약하다며? 그래서 다 주고 떠나려는데 왜 아련한 척이야?
조금은 남겨둘 수 있는 거 아냐?
―……나 몬스터야. 왜 쓸데없는 정을 가져?
그야… 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완성됐으니까. 적어도 완벽한 모습은 보고 가는 게 낫지 않아?
―내가 조금만 힘을 안 주고 있어도 완벽한 힘을 내지 못하는데도?
상관없어. 그거면 충분하니까.
―진짜… 머리가 빈 건지, 해맑은 건지. 됐어, 이젠… 알아서 해. 나중에 내 탓이나 하지 마.
동시에 오묘한 감각이 손끝에 퍼져나갔다. 곧이어 맑아지는 머리에 곧장 높이 뛰어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녀석이 한숨을 내쉬며 공격하려 뻗은 손을 단숨에 능력으로 동강 냈다.
완성형은, 이런 느낌이구나.
“2차전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