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83
283화
【버려진 이야기】
이건, 이젠 읽을 수 없는 이야기다.
남들과 다를 바 없던 나에게 문양이 생긴 것은, 몬스터가 생긴 후 4년이 지난 시점에서였다. 워낙 먼 세상의 이야기처럼 생각했던 것이, 어느 날 나에게 불쑥 찾아왔다.
다만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리고 초반엔 문양이 희미했다는 거다. 그러나 그걸 깨달았을 땐.
“엄마! 아빠!”
대학 졸업식 날. 한창 떠오르는 헌터였던 형이 졸업식에 오지 못했던 날. 대학 졸업식 별거 안 하는데 굳이 가야 하냐며 티격태격했던 날.
던전 브레이크가 터졌다.
그리고 부모님을 공격하는 몬스터를 보자마자 뛰었으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손목에 희미한 문양을 보았다.
이거면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은 아주 잠깐 왔다가 금방 꺼졌다.
쿵! 몬스터의 공격은 내가 막을 수도, 따라갈 수도 없는 공격이었고. 나는 넘어진 채 부모님의 마지막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부모님이 죽었다.
“아. 아. 아아아아악!”
그리고 문양은 그때야 힘을 발휘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폭주했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야 형이 던전 브레이크가 터졌다는 소식과 함께. 빠르게 달려왔으니까.
이미. 다 늦었지만.
형의 얼굴을 보자, 그나마 진정되었다. 직후 안정되자마자 형의 손에 이끌려 협회에서 등급을 측정했을 땐, 기계가 에러나 측정도 불가했다.
세계 역사상 생전 처음 생긴 일에 나라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흥분 상태였다. 아마, 한지운도 막지 못한 폭주였다는 점이 컸을 거다.
그리고 난. 나라의 기대의 부응하는 힘을 얻었다. 기본으로 강한 힘에, 제한 없이 능력을 카피할 수 있으며. 카피한 능력의 등급을 상승시킨다니. 내가 봤을 때도 순사기였으니.
그 이후. 정신에, 안정을 취하기도 전에 온갖 곳에 불려 나갔다. 형이 막아섰으나, 그건 아주 잠깐만 가능했었다.
나 스스로가, 몬스터를 죽이길 자처했으니.
일종의 복수심에 가까웠던 나날이었다. 물론 세상은 좋다고 하겠지만.
그리고 역시나. 나를 찾는 곳은 나날이 늘어갔다.
하지만 나는 한 명이었다. 그러나 내가 필요한 곳은 수천에 달했다.
휴가라도 가면, 그런 강한 힘을 가졌는데 휴식이 필요하냐며 욕을 했고. 힘으로 조금의 피해를 주면, 무서워서 같이 살겠냐며 욕을 했다.
조금의 피해라도 입으면 한물갔다고 떠들었으며. 무섭다며 내가 있는 곳을 피해 갔다.
그런데도 나는 노력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이 노력을 알아줄 거로 생각하며. 나도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길 바라며.
더 이상 그 누구도. 나처럼 되지 않길 바라며.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흘렀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나의 노력은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주었고. 세상은 평화를 향해 달려갔다. 게이트의 수가 줄어들고, 능력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도 줄었다.
나날이 강해지는 내 모습에 사람들은 더욱 의지했고. 내 어깨의 짊어진 짐의 무게가 늘어났다. 그런데도.
“한지언. 좀 쉬어.”
“…웬일로 그런 소리를 해? 먹어야 할 약을 안 먹었나.”
“뭔 말을 못 해. 애초에 지금 일도 그렇게 없잖아. 하루 정도는 멀쩡하게 사람처럼 지내라고.”
“난 충분히 멀쩡해.”
“멀쩡? 멀쩌어엉? 너 목격한 시간이 1시간 간격인 건 알고 말하는 거냐? 그사이에 잠을 잘 수 있을 리도 없는데. 난 멀쩡해. 라고 말하면 내가 그걸 믿겠냐?”
“근데 뭐.”
“뭐?”
“진짜 멀쩡해. 봐.”
특별히 수척해지지도 않았다. 약해지지도 않았고, 피로도 특별히 없었다. 통증은 능력을 이용해 줄이면 됐고. 다친다면 스스로 치료하면 된다. 피로는 10분만 눈감았다가 떠도 거대한 기력이 금방 회복된다.
“멀쩡하고 자시고… 아니. 애초에 멀쩡할 리가 없잖아! 아무리 헌터라도 몇 날 며칠을 밤새우면 기력 회복도 안 되고 쓰러지거든?!”
“난 다르잖아.”
“그렇긴 해도!”
“별말 못 하네. 굳이 시비 걸러 온 거면 형 할 일이나 하지? 애초에 봐. 나 하나 투자하면 세상이 평화로워.”
“투자가 아니라 사람을 갈아 넣잖아.”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거야? 난 만족해. 이것 봐 내가 헌터가 된 이후 5년간 나날이 좋아졌잖아.”
“……한지언. 지언아.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 진짜?”
“모르겠는데.”
“…넌 사람이야. 기계가 아니라.”
당연한 소리에 콧방귀를 꼈다. 뭐. 어쩌라는 건지.
“형. 혹시 질투해?”
“……뭐?”
“아니면 그러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나는 만족하고 있고. 주변도 평화로워. 여기서 뭘 더 바라? 혹시 전쟁이라도 일어나길 바라는 거야? 아니면. 내가 죽길 바라?”
“…너 진짜.”
형은 말주변이 없었다. 그렇기에 날 설득하는 방법을 몰랐고.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나는 전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넘어갔다. 하나 남은 가족의 말을.
“아. 유아한 씨 안녕하세요.”
“…한지언 씨.”
“무슨 일 있으세요?”
“혹시 어디 아프거나……”
“그럴 리 없다는 거 아시잖아요. 예전에 제 몸 상태 보고 논문으로 써도 되냐고 말씀하셨으면서.”
“…그렇죠.”
“그런데 왜요?”
“그냥. 자주 보는 거 같아서요.”
“그런가요? 평소랑 같은 거 같은데.”
“아무튼…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하루에 일을 제한 둬 보시는 것도 추천해요. 워라벨이 정신과 체력에 도움이 되니까.”
“뭐… 네.”
유아한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의를 베풀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 역시 이해하지 못했다.
난 멀쩡하니까.
“한지언 헌터. 가끔은 휴식을 취하셔도 괜찮습니다.”
“…그걸 몬스터 죽일 때 말해요?”
“이런 몬스터도 저희 선에서 끝나니까요.”
“그런데 제가 참여하는 편이 부상자도 없고 좋잖아요? 시간도 단축되고.”
“…부상자가 그리 많진 않습니다. 그리고 포션도 있으니.”
“아예 안 쓰는 게 낫잖아요. 잠깐 고통을 느낄 필요도 없고. 전 통증 안 느끼잖아요?”
“…….”
승현이 하는 말은 언제나 살이 되는 것이 없었기에 늘 넘어갔고. 언제나처럼 하는 걱정의 말을, 시답잖은 말로 생각하고 무시했다.
“형. 저, 곧 졸업해요.”
“아. 대학? 그러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구나. 빠르네.”
“그런데 아직도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형은 대학 때 어떠셨어요?”
“…음 나야 뭐. 졸업하자마자 헌터가 됐으니까.”
“그래도. 그 전에. 뭐 하나라도 있지 않았어요?”
“글쎄. 너무 예전이라.”
“그럼 그땐 어땠는지 한 번 생각해봐요.”
“생각해봤자 돌아올 일은 없는데 뭘.”
유주한의 말은 철없고. 실없다고 생각해 거의 듣지 않고 유하게 넘어갔다. 그것이 나를 위한 말인지도 모른 체.
“요즘은 어떠세요?”
“늘 같죠. 지화연 씨는요?”
“저는 요즘…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편이에요.”
“왜요?”
“반복되는 일상은 생각보다 많이. 정신에 해롭거든요. 그리고 너무 멀리 가면 돌이킬 수도 없으니까요.”
“뭘 돌이킬 수 없다는 거예요? 나이를 먹어도 새로운 시도는 가능하잖아요?”
“인간관계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냥 요즘. 그렇게 깨달았어요.”
“신기하네요.”
“…….”
지화연의 말은. 그저 일상을 공유하는 줄 알아. 시답잖게 받아들였다. 그것이 현재의 소중한 것을 뒤늦게 깨닫지 말라는 뜻이었음에도.
“상담 한 번 받아보지 않겠나.”
“헛소리 집어치워요.”
“나쁜 게 아니야.”
“저한텐 시간 아까워요. 문제도 없는데.”
류천화는. 언제나 그랬기에,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다. 그게 가만히 있던 이가 보다못해 나선 것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고.
그렇게 차츰차츰. 모든 것에 무뎌져 가고, 나에 대해 좋지 못한 인식이 사그라들 때쯤.
왕이 나타났다.
왕은 강했다. 아무리 강한 나라도 대적할만한 존재였다.
왕으로 인해 많은 이들을 잃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아직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괜찮았다.
그러나.
“한지언!”
형은 멍청하게, 나보다 약하면서 전쟁터에 뛰어들었고. 내 뒤로 오는 공격을 대신 맞아 죽었다.
“형. 일어나봐.”
내가 가능한 가장 강한 힐을 했음에도. 형의 숨은 돌아오지 않았다. 분명 이렇게 멀쩡한데. 피부가 차가웠다.
“형.”
그제야 주변이 보였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키려 했던 세상은 붉은 하늘과 함께 타올랐다.
지화연도. 승현도. 유아한도. 류천화도. 유주한도. 그리고, 형도. 전부.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나는, 놀랍게도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에만 휩싸여있었다.
그 좌절감에 힘입어. 왕을 죽인 이후. 세상은 고요해졌다.
모든 몬스터가 죽었고. 인간이 죽었다. 동물이 죽었고. 식물이 죽었다. 곤충도 벌레도 전부. 없다. 아무것도.
그때, 내 몸에 기괴한 일이 일어났다.
“컥.”
수없이 많은 문양이, 내 몸을 뒤덮었다. 갈 곳 잃은 별들이 나에게 들어와 앉기 시작했고. 아무리 거대한 그릇을 가지고 있더라도 끝은 있었으니.
“아냐. 아냐.”
내 몸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온몸은 검게 물들여진 체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양이 들어오며, 기억조차 하지 않고 있던 것이 내게 돌아왔다.
이 당시 만들어지지도 않은 존재의 능력이 나에게 들어와. 그 능력을 사용해 버려버린 감정이었다.
그 후. 나는 완전히 무너져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