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74
74화
터엉!
나는 옆구리에 박힌 나뭇가지를 뺌과 동시에 푸른 게이트에서 멀어졌다.
“또 뭔…….”
익숙한 상황이었다. 다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냐가 문제였지.
똑같은 상황. 그땐 분명, 탑의 공략을 미뤄서 던져진 일종의 경고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헌터들이 탑에 들어가 공략 중인 상황이었다. 경고할 만한 게 없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단순히 재미를 위해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적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내게 없었다. 전부 추측이지.
“박주완 헌터! 신서하 헌터 보호 위주로 움직여 주세요!”
“예!”
쾅! 거대한 방패가 땅에 박히며, 뚫리지 않을 것 같은 강한 기운과 단단함을 뽐냈다. 뒤이어 신서하 헌터가 나와 박주완에게 온갖 버프를 때려 부었다.
‘뭐 때문에 이러는 거지?’
그전에는 그나마 추측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뜬금없는 상황이었다. 때와 장소를 가릴 줄 모르는 건 뭔지.
내가 게이트에서 튀어나오는 나뭇가지들을 상대하고 있자, 박주완이 뒤에서 외쳤다.
“한지언 헌터! 치료부터 하십시오!”
“아.”
그 순간 떠오른 고통에 나는 포션을 삼켰다. 급소는 피해 갔던지라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
그렇게 수없이 쏟아지는 나뭇가지를 상대하던 도중, 다른 곳으로 이동했던 팀원들이 돌아왔다.
“형… 으악! 저건 또 뭐야!”
가까이 다가온 유주한이 몸서리를 쳤다. 그러다 공격하는 주체가 나뭇가지인 걸 보더니, 눈을 빛내며 뛰어올라 외쳤다.
“나무면! 불에나 타 버려!”
화르륵! 유주한의 양손에서 푸른 불이 뿜어져 나왔다. 이윽고 나뭇가지에 붙은 불이 나뭇가지들을 전소시키는 듯싶더니.
퍼엉! 나뭇가지에 생명이라도 깃든 듯, 가지들이 이리저리 흔들려 제 몸에 붙은 불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무슨……!”
“손으로 뜯어! 그건 통하니까!”
그 말에 유주한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나뭇가지를 붙잡아 뜯어냈다. 제 공격이 통하지 않아서인지 기분 나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윤시아 헌터! 다녀왔던 곳의 상황은 어땠습니까!”
“단순 던전 브레이크요! 등급도 E급! 다만 이상한 점은, 생긴 지 며칠 안 됐는데 터졌― 으악!”
나뭇가지가 발광하며 윤시아에게 달려들었다. 윤시아가 커틀러스를 휘두르려던 찰나, 그 앞으로 나무가 자라나 공격을 막아 냈다.
‘그럼 또 전 세계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 건가?’
윤시아 쪽 무리가 오면서 다른 던전 브레이크를 보지 못한 걸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이 게이트는 어떻게 없애야 하는 거지.’
게이트니까 들어가서 공략해야 잠잠해지나?
그 생각에 나는 게이트에 몸을 던졌다. 그러나.
쿵! 게이트에 다다르기도 전에 투명한 벽에 막혀 들어갈 수가 없었다. 뒤에서 윤시아의 외침이 들려왔다.
“악! 진짜 왜 이래!”
윤시아가 화려하게 검을 휘둘러 나뭇가지를 잘라 냈다.
‘분명.’
투명한 벽에 막혔다. 그런데 저 나뭇가지는 어떻게 튀어나오는 거지?
‘…잠만.’
비슷한 현상을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어디서 봤지?’
최근이었다. 다만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렇다는 건 내가 직접 경험한 게 아니라, 들었다는 건데.
콰드득! 유주한이 날카로워진 송곳니와 손으로 나뭇가지를 부쉈다.
“아.”
「입구가 닫힌 게 아니라, 무언가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어요.」
유아한 씨가 요릴리아 사태 때 말해 줬었다.
‘그리고 유아한 씨가 분명, 부수고 들어왔다고 했지.’
유아한 씨의 성격상 부쉈다는 건 말 그대로의 의미일 것이었다. 능력을 사용했다면 능력을 사용했다고 했을 터.
‘그럼 힘으로만 부서진다는 건가?’
혹시 몰라 나는 능력을 사용해 보았다. 유아한 씨의 공격 능력은 대상을 썩어 문드러지게 하는 것. 폭발이 주 능력인 나와는 다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포로롱. 작은 하얀 별 하나가 허공을 유영하다, 퉁! 투명한 벽에 가로막혀 그 뒤에 있던 나뭇가지와 함께 터졌다.
하얀 별이 터지자마자 피부 위로 하얀 문양이 생겨났다. 직후 단숨에 튀어 올라 투명한 벽을 향해 주먹질을 하자.
퉁. 기술을 사용해 힘을 실었으나, 기술의 힘은 사라지고 기본적인 힘만이 투명한 벽에 닿았다.
‘능력이 아예 안 통해.’
피부 위로 드러난 하얀 문양을 없앤 뒤 투명한 벽 너머, 게이트를 바라봤다.
공격 능력은 통하지 않았지만, 기본 능력치는 통하는 듯 보였다. 문제는 내 능력치가 A급이라는 점이지. 유아한 씨가 왜 부수고 왔다는 말을 했는지 알 법했다.
그렇다면.
‘유아한 씨의 기본적인 능력치와 맞먹는 사람은…….’
시선을 옮겨 유주한을 바라봤다. 그러곤 빠르게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게이트 앞에 투명한 벽이 있어. 아무런 공격 능력도 사용하지 말고, 주먹으로 있는 힘껏 내려쳐.”
“그렇게 하는 게 맞아요?”
“내 추리가 맞는다면, 맞겠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유주한이 팔 전체를 늑대의 모습으로 개방했다. 그러곤 앞으로 뛰어나가 투명한 벽이 있는 곳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던 찰나.
두두둑! 나뭇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유주한을 방해했다. 나는 방심한 유주한이 나뭇가지에 찔리기 전 붙잡아 뒤로 당겼다.
‘방해하고 있어.’
그렇다는 건, 지금 하는 행동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내가 공격할 때는 막지 않았음에도 유주한이 공격하려 하자 막았다는 건, 그만큼 그 행위가 위협적이란 거니까.
나뭇가지가 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그사이에 공격하려 다가가려는 순간, 파악! 나뭇가지가 거대하게 자라나 건물을 뚫고, 바닥을 뚫었다.
‘시야를 차단하려는 건가?’
굵직해졌지만 여전히 능력이 통하는 나뭇가지를 베어 나가던 와중, 또 다른 나무가 나뭇가지 사이를 파고들어 길을 만들었다. 트인 시야를 통해 확인하자 강희민이 땅에 지팡이를 박은 채 중얼거리며 나무를 만들고 있었고, 윤시아가 그 나무를 조종하며 호위하는 듯했다.
“아까 하던 거나 마저 하세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유주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치지 않게 조심해.”
“네?”
피부 위로 하얀 문양이 드리워졌다. 곧이어 나는 유주한을 붙잡고는 투명한 벽을 향해 던졌다. 날아가던 유주한이 놀라 비명을 살짝 지르던 것도 잠시, 이내 정신을 차리고 주먹을 휘두르자.
콰장창!
투명한 벽이 부서지며,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깨진 벽을 보자마자 나는 날듯 달려가 낫을 휘둘렀다.
후웅. 작은 소리와 함께 낫이 휘둘러졌다. 하얗게 빛나는 낫이 휘둘러짐과 동시에 빛을 상실했다. 낫에 있던 빛이 소리 없이 게이트로 향해 가, 게이트와 닿는 순간 터져 나갔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그 주변의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세상을 지키려고 한 건데, 뭐, 상관없겠지.
‘게이트는…….’
자욱한 연기가 걷혔다. 그리고 그 자리에 게이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또 튀었네.’
이것들은 튀는 게 미꾸라지급이야. 아니, 미꾸라지도 이만큼 빠르게 도망치진 않겠다.
홧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발로 걷어찼다.
‘그래도 분명.’
마지막 순간, 능력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일단 상황은 종료됐으니 나는 사라진 게이트에서는 그만 신경을 껐다.
시간이 조금 흘러, 마비됐던 통신이 돌아온 덕에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정확히는 통신이 돌아오자마자 전화를 걸어온 지화연 씨 덕에 알 수 있었다.
―한지언 씨, 한지언 씨의 앞으로 비정상적인 게이트가 나타났었나요?
“어떻게 아셨어요?”
―저한테도 나타났거든요. 덕분에 길드가 무너졌어요.
“예……?”
―우연이라기엔 뭔가 이상하죠? 그쪽에 윤시아 씨도 있나요?
“네. 있습니다.”
―윤시아 씨한테 공격이 많이 가진 않았어요?
“…….”
그러고 보니, 윤시아가 오자마자 나뭇가지가 발광하며 달려들긴 했었지. 그 뒤에도 남들에게보다 많은 공격이 윤시아에게 갔었……. 그러네?
“네, 그런 듯…한데요.”
―한지언 씨, 그거 아시나요? 저희 세 명에겐 공통점이 있어요.
공통점이란 말에 온갖 생각이 들었다. 그중 가장 최근에 생겨난 공통점이라면.
“탑을 끝까지 클리어한 사람들이네요.”
―네, 정확해요. 해나에게도 물어봤는데, 그쪽도 똑같더라고요. 비정상적인 게이트가 생기기 전, 그 주변에서 등급이 낮은 던전이 터졌고요. 마치 유인하는 것처럼 말이죠.
탑을 클리어한 사람들 앞으로 비정상적인 게이트가 나타나 공격했다.
‘클리어한 사람과 연관이 있거나, ‘클리어’와 연관이 있거나.’
추측이 끝나기도 전, 지화연 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현재까지 나온 추측 중에 가장 그럴싸한 건, 탑이 클리어되지 않았으니 빨리 깨라는 일종의 재촉일 거라는 거예요. 그 뜻으로 첫 번째 탑을 클리어한 사람들을 공격한 거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도 그래요. 그럼 일단 그쪽 상황 정리 좀 부탁드릴게요.
전화가 끊겼다. 상황 정리라 해도, 협회 사람들이 와서 알아서 할 텐데.
‘그러고 보니.’
주위를 확인한 후, 확실해진 생각에 입을 열었다.
“마허윤 헌터는 어디 있습니까?”
“아, 그…….”
강희민이 뜸을 들였다. 유주한은 입을 다물었다. 그 사이에서 입을 연 건 윤시아였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저쪽에 있기로 했어요.”
그러며 그녀는 아파트 단지를 가리켰다. 아까 전 폭발음이 들렸던 장소였다.
윤시아의 말에 유주한과 강희민이 안도한 듯 표정을 풀었다.
‘가족 때문이네.’
딱히 나무랄 생각은 없는데. 날 뭐로 보는 건지.
몇십 분이 지나서야 협회와 기술자들이 왔다. 기술자들은 무너진 건물과 땅을 보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 댔다. 그중 깊게 파인 땅은 아예 기초부터 수복해야 했다. 내가 만든 구덩이였다.
시선을 회피하며 다른 곳을 바라보자, 유독 아무 말이 없는 유주한이 시야에 들어왔다. 보통 이때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냐느니 엄청나게 놀랐다느니 하며 주저리주저리 말하곤 했는데, 지금 유주한은 묘하게 침울한 상태로 서 있었다. 그 모습에 다가가 물었다.
“왜 그렇게 서 있어?”
“네? 그냥 구경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며 유주한은 제 손등을 매만졌다. 누가 봐도 나 고민 있어요, 하는 모양새였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
“말해. 들어 줄 수 있는 선에서 들어 줄게.”
“진짜 아무것도 아닌데…….”
유주한이 잠시 뜸을 들이는 듯싶다가 겨우 말을 이었다.
“제 능력은 분명 불인데, 어째 아무것도 못 태우는 것 같아서요.”
“응?”
“아무것도 못 태우는데 이게 무슨 불이에요. 그냥 손난로지. 이게 뭐야.”
아니, 너 나중에 던전에 들어가서 주변 다 녹여 버리는데? 애초에 요릴리아의 던전에서도 그 숲을 다 불태워 놓고 이게 무슨 말이야.
“상성이 안 좋았던 거야.”
“그 상성이 안 좋은 경우가 너무 많잖아요. 무슨 나무가 불에 안 타. 이쯤 되면 그냥 몬스터들은 다 불에 면역이 있는 게 분명해요.”
…뉴스에 네가 몬스터 녹여 버리는 사진이 떡하니 있는데.
“능력도 약해, 기술도 없어, 마구잡이야. 능력치도 누나보다 낮아. 전 잘하는 게 없어요. 타고난 것도 없고요.”
말을 하면 할수록 감정이 욱해지는지,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유아한 씨인가.
‘그전에는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난 뒤에야 같이 다녀서 이런 일이 없었던 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술이 향상하니까. 유주한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걸 느꼈을 테고.
‘문제는 현재의 유주한이지. 헌터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타고난 게 없다느니, 기술도 없다느니 하고 있으니.’
이걸 달래 줘야 하나,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나 고민했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야 옆에서 애가 울기 직전인데, 그냥 그렇구나~ 하면 쓰레기가 되지 않겠는가.
짧게 침음을 내뱉고는 입을 열었다.
“왜 계속 비교해.”
“맞잖아요. 차이 나는 거. 남매인데.”
“남이랑 비교하지 말고, 자기 자신이랑 비교해.”
“무슨 소리예요, 그건…….”
“성장의 여지를 보라는 말이야. 넌 아직 성장 중이니까. 남과 비교하지 말고, 너 자신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해. 어제보다 오늘의 네가 분명 더 강할걸. 오늘 또 열심히 하면 내일은 더 강해질 거고.”
“결국 타고난 게 다른 건 맞는다는 얘기잖아요. 누나는 별로 열심히 하지 않고도 뛰어난 결과를 내는데.”
“나 자신과 비교하라니까. 남한테 날 끼워 맞추지 말고.”
“그게 쉽게 되면 이러지 않았어요.”
“그럼 이건 어때? 나도 형보다 재능 없어.”
“형은 그래도 능력에 비해 좋은 결과를 얻잖아요.”
“거기에도 다 노력이 들어간 거야. 그리고 재능으로 따지면, 내가 가장 재능 없다?”
유주한이 반박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나는 입꼬리를 올려 보이며 말을 이었다.
“재능 차이에 절망 많이 했지? 나도 그래.”
“…많이 했죠.”
“그래서, 넌 재능 차이에 절망해서 아무것도 안 했어?”
“아뇨…….”
“열심히 했지?”
“…네.”
“재능 차이를 깨닫고 극복하려고 열심히 한 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한 거야. 벽이 있음에도 뛰어넘으려고 움직였으니까.”
“형도 그랬어요?”
“음……. 그렇지?”
“그래서 재능 차이 극복했어요?”
“…그건 글쎄. 잘 모르겠네. 내 경우엔 너보다 차이가 심하거든.”
“뭐예요. 그럼 다 헛말이네.”
“넌 재능 차이의 간격이 좁잖아. 애초에 유아한 씨는 헌터 생활을 오래 했고, 너는 이제 막 시작했고.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해. 유치원생이 고등학생 시험 문제를 풀겠다고 덤벼드는 꼴이니까. 그렇게 안달하지 않아도 유치원생이 성장하고, 나이를 먹으면, 결국 고등학생 시험 문제를 풀게 돼 있어.”
유주한이 발을 동동 굴렀다. 잠시 말이 없기에 이해했나 했더니, 그건 아닌 모양이었는지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결국 성장한 유치원생이 고등학생 시험 문제를 풀게 되었을 무렵이면 고등학생은 대학교, 아니, 회사에 나가 직장 일을 하고 있을 거잖아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시간의 차이지. 하지만 시간의 차이는 결국 점점 줄어들어. 게다가 너 같은 경우는 재능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잖아.”
“결국 당분간은 못 넘는다는 소리네요.”
“뭐, 그것도 맞긴 하지.”
“그래도 뭐, 고마워요. 위로됐어요.”
“같이 재능이 없다는 거에?”
유주한이 고개를 올려 작게 웃었다. 그 모습에 나 역시 같이 웃었다.
“재능 없는 인간들끼리 힘내자.”
“저 그래도 형보단 재능 있어요.”
“너무하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