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75
75화
【몽환】
이번에 일어난 경고 아닌 경고에, 두 번째 탑에 추가 인원을 넣는 것이 확정됐다.
속으로 춤을 추며 기뻐하기도 잠시. 추가 인원을 투입하는 날짜가 지나치게 빨랐다. 지화연 씨의 말에 의하면 또다시 던전이 터지거나 비정상적인 게이트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탑을 클리어해야 그런 일이 안 일어나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탑에 들어가고 싶었기에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정을 앞당겨서 고맙다고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진 않았지만.
꽤 많은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안으로부터 아무 소식도 없는 두 번째 탑에 가기 때문이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실제로 겪으면 무소식이 가장 무서운 법이었다. 물론 나에게는 희소식이 맞았다. 그야 그 덕에 탑에 들어가지 않는가.
모든 채비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서기 전, 부모님과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조심해서 다녀와.”
“내가 형 데려올게.”
실없이 웃자, 부모님의 안색이 조금 풀린 듯 보였다. 거짓말이 아니라 진담이었다.
“준비되셨나요?”
“네.”
헬기의 문이 열리며, 오팔처럼 빛나는 탑이 시야에 들어왔다. 구름을 땅으로 하여 거꾸로 된 탑이어서 입구가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조심해서 뛰세요. 살아서 오시길 바랄게요.”
협회 사람이 카운트를 외치고, 마지막 1. 텅.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입구와 가까워지기 직전, 10초 동안 하늘을 걸을 수 있는 아이템을 사용하자 신발에 작은 날개가 달렸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걸음에 이윽고.
“이제야 왔네.”
길면서 길지 않은 기간이었다. 도중에 형이 죽음 어쩌나 싶었지만, 시간이 돌아가지 않은 걸로 보아 멀쩡할 터.
‘…알고 보니 멀쩡히 공략하고 있는 거 아니야?’
입구가 그냥 열려 있는 걸 수도 있잖아.
“일단 들어가야지.”
10초가 끝나기 전, 나는 탑의 입구로 들어갔다. 찬란한 빛이 시야를 장악했다. 그와 동시에.
첨벙. 물소리가 들렸다.
♧♣♧
나는 졸린 눈을 떠 주변을 바라봤다. 익숙한 방이었다.
‘깜빡 잠들었네.’
눈을 비비며 일어나자, 바닥에서 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깜빡 잠들었다 너무 푹 잤나 싶었다.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거실로 나가자 소파에 늘어진 형이 보였다. 방에서 나온 나를 인식한 형이 휴대폰을 만지며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
“남은 치킨 내가 먹었다.”
“돼지야?”
“돼지가 돼지 될까 봐 먹었다는데 뭐.”
“어, 네가 더 돼지.”
“어, 난쟁아. 너무 멀어서 안 들린다.”
일어나자마자 시비야, 짜증 나게. 나는 투덜거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그러다 우뚝 멈춰서 형을 바라보았다.
“형, 운동한 적 있어?”
“운동 맨날 하는데. 숨쉬기 운동.”
“염병.”
성격에 따라 외모도 변한다는 말이 진짜인가 보네.
“…뭐?”
“뭐가.”
형의 물음에 나 역시 의아해했다. 뭘 보고 성격에 따라 외모도 변한다고 느낀거지…?
“…아니. 아니야. 혼잣말이야.”
그러곤 다른 쪽을 바라보자,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치려던 찰나, 시야가 울렁거렸다. 동시에 속까지 메스꺼워졌다. 숨 쉬기가 어려웠다.
뒤에서 형이 왜 그러냐며 다가와 나를 일으켜 세워 줬다. 흔들리는 시야를 붙잡고 고개를 올리자, 그곳에 형의 얼굴이 있었다.
아니. 아니야.
“…이게 아니야.”
“뭔 소리야. 너 아픈 것 같은데 병원 데려다줘?”
“…….”
심장을 부여잡고 헐떡이는 숨을 진정시켰다. 왜 이러지. 갑자기 왜 몸이 아프지.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맞아. 아무것도 안 했어. 한 건 나지.’
몸이 떨려 왔다. 내가 한 생각이 아니었다. 그러나 동시에, 내가 한 생각이었다.
“이게 뭔…….”
“야, 너 많이 아픈 것 같다. 기다려. 병원 데려다줄 테니까.”
제 방으로 들어가려는 형의 소매를 붙잡았다. 형은 많이 아파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는지 별반 힘을 주지 않고 내 손을 떨어뜨렸다.
‘멍청하게 꿈에 취해 가지고.’
무슨 생각이지, 이게. 내가 한 게 아니야. 이게 뭐야. 무서워. 싫어.
손이 바들바들 떨리며, 몸이 부엌으로 향했다.
무서웠다. 내 의지를 벗어나 떠오르는 생각에 내가 미친 건가 생각도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멀쩡히 대학에 다녀왔고, 선물받은 치킨 쿠폰으로 신명 나게 치킨 세 마리를 가족과 먹었다. 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미칠 수가 있나?
‘미친 건 네가 아니야.’
아니. 미친 거야. 설마 그건가? 또 다른 인격? 그러니까 이중인격. 그래, 그런 건가 보다. 숨겨져 있던 인격이 튀어나오기 시작한 거지! 하지만 이 몸은 내 거야. 이 몸의 인격은 나라고.
‘그러냐.’
꺼져.
꺼지라고.
꺼져.
시야가 흔들렸다. 부엌에 다다른 몸이 이윽고 무언가를 집어 거실로 향했다. 그 직후, 형이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왔다.
“꺼져. 꺼지라고…….”
“야, 너 왜 그……. 잠깐. 뭐야.”
손에 들린 물체가 반짝였다. 동시에 형이 주춤,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야……. 너 왜 그래. 그거 내려놔.”
“…….”
“멈춰. 야.”
멈추고 싶었다.
아니, 멈추면 안 된다.
아니, 멈춰야 한다.
멈추면 안 된다.
멈춰. 멈춰. 멈춰. 멈춰.
툭. 뒤로 물러나던 형의 등 뒤로 벽이 닿았다. 형의 표정이 무거워지며, 형이 최대한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너… 왜 그러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칼 내려놓―”
스걱. 생전 처음 휘두르는 칼임에도, 너무나 손쉽게 움직여 형의 목을 그었다.
형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목을 부여잡았다. 부여잡은 손 틈으로 피가 쉴 새 없이 삐져나왔다. 그 모습에, 뺨에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하지 말라고. 제발. 속으로 미친 듯이 외쳤으나, 겉으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탱그랑. 칼이 손에서 놓이고, 형의 숨이 꺼져 갔다. 동시에, 손이 내 목을 향해 다가왔다. 내가 움직였다. 동시에 내가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이게 뭔데. 뭐냐고.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생각이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목을 향해 다가오는 손이, 대신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꾸욱. 두 손이 목을 졸랐다.
“커헉.”
질척이는 형의 피가 맨발에 닿았다. 그것에 더욱 소름이 끼쳤다.
나는 살려 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침묵뿐이었다. 형이라도 살려 달라고 소리쳤지만, 그 말에 역시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어지러웠던 시야가 명해지며, 시야가 어두워졌다. 그리고 이내, 눈을 떴다.
“…뭐 같네.”
나는 혀를 차며 목에 닿은 두 손을 내려놨다.
‘하찮은 술수에 걸려들 줄이야.’
하찮은 술수. 그건 꿈이었다. 본래였다면 꾸지도, 생각하지도 않았을 꿈 말이다. 본래였다면 아무런 것도 보지 않은 채 빠르게 층을 클리어할 예정이었다만, 처음부터 꼬였네.
메마른 뺨을 만지며 주변을 살펴봤다. 바닥은 물로 돼 있었으나 유리처럼 딱딱했고, 그 안은 하늘과 똑같은 와인색 바탕에 각양각색의 반짝이가 어우러져 있었다. 그리고 더 안, 사람의 형태가 보였다.
‘설마 빠져나온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야?’
허. 기가 찼다.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몰랐는데.
‘탑이라 좀 다른 건가?’
나는 바닥을 살펴보며 걸었다.
꿈은 닿을 듯한 거리에서 알랑거리며 사람을 홀린다. 환상을 보여 주며, 마치 금세라도 이루어질 것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사람이 살아가며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을 손에 쥐게 해 주고, 이루고 싶어 하는 것을 이루게 해 준다. 그야 꿈이니까.
깨어나면 사라질, 허황한 환상.
‘그나저나, 달랐지, 엄청.’
행동 하나하나가, 웃음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일 줄이야. 성격에 따라 외모도 변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녔다.
“어이쿠.”
딱딱한 물 바닥 깊이, 사람들이 뒤엉켜 있었다. 저기선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걸까.
‘꿈에 빠지면 나오는 과정이 귀찮단 말이지.’
그만큼, 꿈은 매력적인 소원을 모두 이루어 주며 매혹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꿈으로 인도해 꿀꺽 삼켰다. 그것이 이곳, 두 번째 탑의 주체일 터다. 탑이라 조금 다르려나.
내가 이곳에서 유리한 이유는 간단했다. 환상에 대한 면역 능력이 있어서? 아니. 사실 그딴 거 없다. 그저 나는.
‘꿈을 꾸는 것도 오래간만이네.’
꿈을 꾸지 않았기에.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았기에. 미래를 그리지 않았기에. 원하는 것이 없었기에.
동시에 수없이 많은 꿈을 꿨고, 과거를 그리워했고, 미래를 그렸기에.
미칠 정도로 반복한 끝에, 내성이 생긴 거였다. 환상이나 꿈은, 결국 정신이니까.
‘그런 거에 휩쓸릴 아이가 아니지, 이젠.’
물론 여전히 꿈은 꾸고 있었다. 세상의 평화. 다만 그건……. 아.
“찾았다.”
나는 걸음을 멈춰 아래를 빤히 바라봤다. 일렁이는 액체 속에 익숙한 얼굴이 고요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역시 다르네.”
다리를 구부려 앉았다. 그리고 이내, 첨벙! 손을 집어넣고 옷깃을 붙잡아 그대로 끌어당겼다.
당겨진 몸이 액체 밖으로 튀어나왔다. 나는 옷깃을 붙잡고 축 처진 고개를 잠시 보고 있다가, 돌연 짤짤 흔들었다.
“일어나, 형.”
“…….”
“일어나, 돼지야.”
“…….”
“일어나라고, 일그러진 오랑우탄 같은 자식아.”
형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몸의 반 이상이 액체 속에 있어 그런가 싶어 전부 꺼내 바깥에 내놓았지만 역시나,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던 와중,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왜 깨우려고 해?
앳된 목소리에 곧장 고개를 돌리자, 목소리에 걸맞게 하얀 천을 옷처럼 감아 말고 있는 아이가 서 있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안 되는 외형이었다. 살랑이는 하얀 머리칼과 자수정 같은 보랏빛 눈이 인상적이었다.
“…왜 깨우려 하냐고?”
―응.
딱 봐도 알 것 같았다. 이것이, 이 탑의 주인이라고.
‘원래는 하얀 구체였으면서.’
우리와 같은 외형을 취하는 건 이것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그 아이는 무척이나 평온한 꿈을 꾸고 있어. 그런데 왜 그런 평온함을 방해하려고 해?
“바깥에서 자면 입 돌아가.”
―입이 돌아가?
“바깥에서 자면 노숙이고. 애초에 집이 멀쩡하게 있는데 왜 바깥에서 자.”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
“아마 평생 모를 거다.”
―왜?
동그랗게 뜬 보라색 눈이 단숨에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왜 몰라?
“뻔한 걸 물어보네.”
턱. 형의 몸이 발에 걸렸다.
―뻔해? 아니, 안 뻔해. 그야 난 모르는걸. 알려 줘. 왜? 왜 바깥에서 자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저 아이는 돌아갈 곳이 없다며 속으로 울고 있는걸? 멀쩡하게 집이 있는 거 맞아?
“그건 놀라운데.”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셨구나.
―그 아이가 꿈속에 있게 내버려 둬.
“왜?”
―꿈은 모두의 행복이야. 꿈에선 뭐든 이룰 수 있고, 꿈에선 더는 볼 수 없는 것들도 볼 수 있어.
“그건 그렇더라.”
―그런데 넌 조금 특이했어. 저 아이와 다른 꿈을 꾸고 있었어. 넌 저 아이와 형제일 텐데.
“내가 그런 거 하나하나 너한테 말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형제인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어?
…목을 그은 걸 말하는 건가.
―어떻게 의식이 그렇게 강해? 꿈에선 꿈에 취해도 돼. 그야 꿈이니까. 꿈에선 편하게, 꿈을 만끽하는 거야.
“꿈에 취했다가 일어났을 때, 그 상실감이 엄청나더라.”
그래서 확실하게 선을 긋고 나온 거고.
―다시 꿈을 꾸면 되잖아.
“그렇게 본래 세상의 인격은 시들어 가겠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은 거야. 꿈만 꾸며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꿈은 그런 노력을 돕는 역할이고.”
―꿈을 꾸지 않으면, 너희는 불행해. 생명은 불행해.
“불행이 있어야 행복이 있는 법이야. 행복만 있으면, 그걸 행복하다 느낄 것 같아? 이미 잃은 것이 있다 해도, 그걸 잃은 슬픔을 딛고 일어나 새 행복을 찾는 것에 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거야.”
―…너 이상해. 왜 안 통하는 거야?
“나로선 네가 더 이상한데.”
―너. 위험해. 역겨워. 꿈을 안 꿔. 위험 분자야.
성큼 다가오는 모습이 왠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가오면 위험하겠지. 저것에겐 꿈이라는 능력만 있는 게 아니니까.
발에 걸린 형을 붙잡았다. 그리고 다가오는 것에게 마지막 말을 건넸다.
“네가 그렇게 말하는 꿈이 강한지, 꿈을 이루려는 행동이 강한지. 그건 나중에 알겠지. 그러니까.”
첨벙! 나는 형의 몸을 액체 속으로 밀어 넣으며 붙잡아, 액체 속으로, 꿈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나중에 가서 보자고.”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